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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17일 토요일

책 쟁여놓기의 효과/장서량과 교육 성취도의 상관관계/ 서울신문 유용하 기자, 경향신문 홍진수 기자, 한겨레 신현호 기자 등의 기사 모음

장서량과 교육 성취도의 상관관계
2018-10-18 서울신문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80권 넘는 책, 쌓아만 둬도 아이 머리 좋아져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렇지만 책 읽기보다는 책장 가득 책을 쌓아 놓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을 장서가’(藏書家)라고 부릅니다. 어떤 형태로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장서가를 보며 부러워하지만 내심 저 책들을 다 읽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렇게 책을 쌓아 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책을 단지 집 안 가득 쌓아 놓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는 않더라도 집에 책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미국 네바다대 응용통계학과와 국제통계센터 공동연구진은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책은 읽는 사람에게만 도움이 된다는 통념을 깨고 책의 존재만으로도 학업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 연구최신호(2일자)에 실렸습니다.
 
연구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1개국 성인들을 대상으로 언어 능력, 일상 속 수학 문제 해결 능력, 컴퓨터 조작관련 능력 3개 지표를 조사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11~15년 결과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25~65세 성인남녀 16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PIAAC는 시험에 앞서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묻는 환경 설문 조사도 실시합니다. 연구팀은 시험 결과와 이 환경 설문 조사를 비교 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이 있는 분위기에서 자란 성인들의 언어 능력, 수학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학창시절 학업성적도 집에 있는 장서의 규모와 정비례한다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집에 쌓여 있는 책들을 읽지 않았더라도 단지 책이 있었다는 기억만으로도 인지능력과 학업성취도가 향상된다는 말이지요.
 
연구팀은 책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성인들은 읽고 쓰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에 있는 장서의 규모는 80~350권 이상이어야 교육 성취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특히 고소득층 가정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 책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학업 성적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밝히고 있습니다.
 
연구를 이끈 요하나 시코라 호주국립대 사회학과 교수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란 10대 청소년들은 책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자란 대학 졸업생만큼이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일 성직자 토마스 아 켐피스(1380~1471)내가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사실 책이 가득한 곳에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밖에 없겠지요.
 
책 읽는 데 좋은 때가 따로 있겠냐마는 흔히 얘기하듯 독서의 계절가을이 됐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정부가 정한 책의 해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보이는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 소식을 잠시 뒤로 미뤄 두고 아이들과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서 책을 함께 고르고 평소 읽고 싶었던 소설이나 시집을 집어 드는 것은 어떨까요.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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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쌓아만 둬도 똑똑해질까
20181024, 홍진수 경향신문 문화부
 
지난해 이사를 하면서 책 수백권을 정리했다. 책장에 두 겹으로 꽂아놓고도 모자라 종이 박스에 담아뒀던 책들을 이사하는 김에 떠나보냈다. 중고서점에 팔 수 있는 책들은 팔고, 그렇지 못한 책들은 기부했다. 이도저도 아닌 것들은 재활용쓰레기장에 내놨다.
 
읽지도 않을 책을 먼지가 쌓이도록 모아두는 오랜 악습을 갖고 있었다. 아내는 이사를 기회로 악습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침 아이가 태어나고 육아용품이 늘어나면서 내 책을 놓아둘 공간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도 다시 책장을 펼칠 일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택배 박스에 넣었다.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책들은 아이 핑계를 대고 남겨뒀다. 아내에게 언젠가 아이들이 봤으면 하는 책들이라고 했다. 아내는 아이들이 글자를 깨우칠 때쯤이면 종이책이란 매체가 사라질 것이라며 더 과감한 선택을 요구했지만, 나는 그래도 1000년 이상을 버텨왔는데 그리 쉽게 사라지겠냐며 버텼다. 다행히 이사를 한 뒤에 책장 1개는 채울 만큼의 책이 살아남았다.
 
최근 내게 힘을 실어주는 보도가 나왔다.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책을 집 안 가득 쌓아놓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지난 17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집에 책이 쌓여 있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또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연구(Social Science Research)’에 실렸으니 얼렁뚱땅 진행된 연구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 5년치를 분석했다고 한다. 31개국 성인 남녀 16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시험 결과를 비교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집에 책이 많은 분위기에서 자란 성인들은 언어 능력, 수학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뛰어났다. 학창 시절 학업성적도 집에 있는 장서의 규모와 비례했다. 반면 책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자란 성인들은 읽고 쓰는 문해력, 수리력, 컴퓨터 활용 능력이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고소득층 가정보다 저소득층 가정에서 책이 하나씩 늘어나는 것이 학업 성적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규 교육은 제대로 받지 못했더라도 책으로 둘러싸인 집에서 자란 10대 청소년들은 책이 별로 없는 환경에서 자란 대학 졸업생만큼이나 지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연구진의 설명도 있었다.
 
사실, 책이 존재 자체로 공부를 시켜주지는 않는다. 책을 만드는 종이나 잉크에서 뇌를 활성화시키는 물질이 분비되는 것도 아닌데 책을 근처에 쌓아둔 것만으로 문해력이나 수리력이 늘어날 리가 없다. 짐작컨대 저런 결과를 초래한 가장 큰 이유는 책 읽는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집에 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의 공간과 비용을 책에 할애했다는 의미다. 그런 부모가 책을 적게 읽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저소득층 가정이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없는 살림에 책을 사는 사람이라면 더 열심히 읽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집에서 자란 아이라면 손쉽게 책읽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
 
나같은 사람들에게는 다시 책을 쌓아둘 명분이 생겼다. 다만 앞으로는 책을 쌓아두기만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 앞에서 책을 읽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지난 2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독서율은 1994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성인은 책 읽기가 어려운 이유로 시간이 없다다음에 휴대전화, 인터넷, 게임등을 들었다. 학생은 시간이 없다뒤로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한국에 사는 성인으로서 뒤통수가 따갑다.
 
https://goo.gl/uMcBm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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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쟁여놓기의 놀라운 효과에 대하여
ㅍㅍㅅ ㅅ20181112by 정은균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도서실에는 나이 지긋한 사서 선생님이 계셨다. 그곳에 가 선생님께 조용히 눈인사를 드리고, 좁다란 철제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보는 일이 즐거웠다. 내 점심시간 도서실행은 고교 3년 기간 내내 내게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대학 다니면서는 근로 장학을 할 때 학교 도서관에 배정되곤 했다. 학생들이 반납한 책을 서가에 정리하거나, 새로 들어온 책의 등에 서지 사항이 인쇄된 붙임 딱지를 붙이는 일을 주로 했다. 도서관 서고 사무실 깊은 곳에서 맡는 묵은 종이 냄새가 얼마나 좋은지 몰랐다.
 
그저 아무 이유 없이 책이 좋았다. 한 푼 두 푼 돈을 모아 손에 1만 원짜리 몇 장을 쥐면 학교 앞 서점으로 냉큼 달려가 오래전부터 봐둔 묵직한 책을 샀다. 큰맘 먹고 광화문이나 종로에 있는 대형 서점들에 가는 날이면 이 책 저 책 뽑아 들었다 놨다를 되풀이하면서 온종일 서가 앞에서 서성였다. 책값을 치르고 나오면서도 아쉬움에 서성이던 서가 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하루 밥 한 끼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은 반지하 셋방 자취 살림을 전전하면서도 책을 버리지 못했다. 전부 해 봐야 수십 권도 안 되는 그 책들을 무던히도 안고 다녔다. 그때 지상에 온전한 내 방 한 칸이 생기면 온 방 사방팔방을 책으로 채우고, 그 책들 사이에서 자는 꿈을 날마다 달마다 꾸었다.
 
중고등학교 국어 선생으로 살면서 학생들에게 책 이야기를 심심찮게 해 왔다. 교실 한쪽에 채 한 뼘이 안 되는 책꽂이를 마련해 두고는 학급 문고랍시고 책 몇 권을 꽂아 놓은 뒤 학생들에게 책 읽기를 강조하곤 했다. 내 시도는 번번이 용두사미로 끝났다. 시작이 미약하니 대체로 끝도 미약했다.
 
그래도 그런 조잡한 시도가 학생들에게 실낱같은 영향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작년에는 원래 서가가 하나 있는 학급에 서가 두 개를 더 들여놓은 뒤, 집 서가에서 자는 책을 몇 꾸러미 챙겨와 새로 들인 서가에 꽂아 놓았다. 그러고는 학생들과 함께 아침마다 10여 분씩 정색하고 책 읽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1년여를 꾸려가자 꿈에서조차 책을 만나지 않을 것 같은 몇몇 학생이 책을 펴는 시늉이라도 내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무어라고 또 거기서 묘한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올해 담임을 맡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학기에 깊이 읽기활동을 하면서 혹시 내년에 담임을 맡으면 교실 사방에 서가를 들여 학급 도서실을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다. 책이 잔뜩 쌓인 교실이, 지난날 지상의 방 한 칸에 책을 쟁여놓고 싶은 내 바람을 그대로 실현해 주지 않을까.
 
호주와 미국 연구진이 책을 집 안 가득 쌓아 놓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아도 집에 책이 쌓여 있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 또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연구(Social Science Research)’에 실렸으니 얼렁뚱땅 진행된 연구도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 5년 치를 분석했다고 한다.
 
독서 호사가들의 능변에서나 들을 법한 말을, 본격적인 연구 주제로 정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논문에서 언급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문득 반지성의 끝판을 향해 달려가는 듯한 학교 교육의 정상화 해법이 아주 단순한 곳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원문: 정은균의 브런치 https://ppss.kr/archives/179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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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의 차트남, 안 읽더라도 집에 책 쌓아놓아야 하는 이유
 
간혹 책이라는 것은 나에게 허영의 대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서점에서 책을 몇 권 사서 집에 들어갔는데, 책상 위에, 소파 옆에, 심지어 화장실까지 얼마 전에 샀으나 아직 들춰보지도 못한 책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부끄러움입니다.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서 그런 것인지, 저만 그런 것은 아니더군요.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글을 통해, 쌓여가는 책에 대해 주체를 못하고 배우자에게 타박을 듣는 사연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만의 현상도 아닌 모양입니다. 최근 국제적으로 츤도쿠라는 단어가 화제가 되었는데요, 스시나 사무라이처럼 일본어에서 기원해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단어가 된 것입니다. 한자로 표기하면 이고 책을 쌓아두기만 하고 읽지 않는 사람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우리말의 장서가또는 영어의 비블리오마니아와 같이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있지만, 노골적으로 읽지 않는의 의미까지 부여한 단어는 이것이 유일해서 세계적으로 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책 집착은 허영심 때문?

도대체 사람들은 왜 책에 집착할까요? 하나의 이유는 멋있어 보여서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잘 포착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은 <오만과 편견>에서 허영기 가득한 캐롤라인 빙글리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해 독서만큼 즐거운 것은 없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제가 집을 지었는데 거기에 훌륭한 서재가 없다면, ! 얼마나 끔찍할지라고 말하는 모습을 이용합니다. 실제 캐롤라인은 책 읽기에는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었거든요.

마케팅에서도 책과 멋짐을 활용하는 것은 대유행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긴자 한복판의 고급 백화점 긴자 식스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쓰타야라는 서점이 있습니다. 카페와 다양한 문구 매장을 포함해서 인테리어는 화려하고 멋집니다. 쓰타야는 감성과 취향을 판매하는 곳을 표방하는데, 사람들은 점점 더 소장하고 있는 책으로 (읽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감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 같습니다. 신세계는 강남 코엑스 지하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별마당이라는 도서관을 열었는데, 여기도 멋진 내부 장식과 공간 구성으로 책을 읽는 사람과 사진 찍는 사람으로 항상 북적입니다. 이제 책은 정보 전달 매체이면서 동시에 멋짐을 드러내는 장식품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 도서관 위쪽 손이 닿지 않는 서가는 영어로 쓰인 두꺼운 책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은 책이 아니라 책 모양의 플라스틱 빈 깡통입니다. 노골적으로 장식품의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에 책을 얼마나 두고 있을까요? 2011~2015년 사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31개국 성인 16만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의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이 16세였을 때, 집에 책이 몇 권 있었나요? 신문, 잡지, 교과서/참고서는 제외한 책을 대상으로 답해주세요였습니다. 최근 조애나 시코라 등 국립오스트레일리아대학(ANU)과 미국 네바다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이것을 분석하였습니다. (‘공부하는 문화: 청소년기 책의 노출은 언어능력, 수리능력 및 기술문제 해결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 <소셜 사이언스 리서치>, 2018) 우선 (그림1)에서 가구당 책 보유 규모를 볼 수 있는데요. 에스토니아가 가구당 평균 218권으로 최고였고, 그 외에 노르웨이, 스웨덴, 체코가 200권 이상이었습니다. 반면 터키가 27권으로 가장 낮았고 한국은 아쉽게도 91권으로 책을 적게 갖고 있는 여섯째 국가였습니다. 전체 평균은 115권입니다.

이들의 연구에 의하면 청소년기 책에 노출되는 것은 인지능력 발전에 전반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그 효과는 언어능력, 수리능력 및 기술문제 해결능력에 걸치게 됩니다. (그림2-A)에서 보듯이 65권 정도까지는 가파르게 인지능력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대략 350권이 넘어서면 그 이후로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이 아주 많을 필요는 없지만 책이 거의 없는 것은 상당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혹시 청소년기 집에 책이 많은 가정은 대체로 부모가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책이 많은 집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 인지능력이 좋다는 것은, 사실 고학력 부모가 교육을 많이 시켜서또는 부유한 부모가 교육비를 많이 써서등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이 그림은 이러한 효과를 다 제거한 이후 책 보유 규모의 효과를 측정한 것입니다.

한국 가구당 책 91권 보유
31개 나라 가운데 6번째로 적어
청소년기 책에 많이 노출될수록
인지능력 향상소득 상승 효과도
집에 책 비치 어려운 가정 위해
공공도서관·독서프로그램 확대를

유사한 연구가 더 있는데요.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의 경제학자 조르조 브루넬로 등은 유럽 국가들을 대상으로 책 보유량과 소득에 관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책은 영원하다: 어린 시절 생활조건, 교육 및 평생소득’, <이코노믹 저널>, 2016) 이들은 2010년 유럽연합이 조사한 건강, 노화 및 은퇴 조사(SHARE)를 이용하여, 1920~1950년 사이에 유럽에서 태어난 남성 노인 6천명을 대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소득이 높아지는 효과는 여러 연구에 의해 전세계적으로 관찰되는데, 이들의 연구에서도 학교교육을 받은 기간이 1년 늘어날 때 평생소득이 9% 늘어나는 것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효과는 균일하지 않아서,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전혀 없었던 그룹(10권 이하)의 경우 소득 상승 효과는 5%에 불과했지만, 그보다 책이 많은 가정에서 자라는 그룹(11~200)의 경우에는 이 효과가 21%에 이르렀습니다. 이것을 기초로 해서 이들은 교육 기간을 강제로 늘리는 의무교육 확대 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니,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이상의 두 연구를 보면 집에 책을 쌓아두는 것은 허영 이상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설령 츤도쿠가 부모의 허영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책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이 개선되고 성인이 된 뒤의 소득이 높아진다면 꽤 괜찮은 투자가 아닐까요?

공공도서관의 중요성

하나만 더 생각해보죠. 경제적 어려움이나 공간의 협소함 때문에 집에 책을 비치하기 어려운 가정도 많이 있을 텐데요. 이들을 위한 제도는 무엇보다 공공도서관이 아닐까요? 지난 7월 미국 롱아일랜드대학의 경제학자 파노스 무르두쿠타스는 <포브스>아마존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절약하기 위해 공공도서관을 없애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가 난리가 난 적이 있습니다. 사서와 도서관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로부터도 미국의 공공도서관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공적 자원이고 이를 통해 특히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 큰 혜택을 보는데, 이 무슨 망발이냐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포브스>는 부랴부랴 관련 칼럼을 삭제하고 사과의 글을 올렸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오히려 공공도서관이 미국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소개한 국제성인역량조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족은 평균적으로도 책 보유량이 적은 편이지만, 5권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무려 23%에 이르러서 가정에서 책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보완적으로 공공도서관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절실합니다. 그런데 이것 역시 지역적으로 꽤 편차가 큰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그림3)에서 보듯 우리나라를 규모에 따라 대도시, 중소도시, 읍면으로 나누면 책과 관련한 모든 지표에서 읍면이 좋지 않은데, 특히나 공공도서관 이용률이나 공공도서관이 중심이 되는 독서프로그램 참가율은 특히 열악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대한 지원을 할 때 조금 더 긴 시각에서 공공도서관의 확대와 개선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추신] 지난해 1125딸 효과라는 제목으로 딸을 키우면서 변화하는 아빠들의 생각과 행동을 소개하며 신현호의 차트 읽어주는 남자가 시작된 후,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고 이번이 마지막 글입니다. 그간 글을 쓰면서 국내외 여러 학자로부터 조언을 많이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딱딱할 수도 있는 글을 읽고 의견을 준 독자 여러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공유해주신 분들께는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다들 감사드리고 이제 차트 읽어 주는 남자는 물러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문보기:
https://goo.gl/w7gF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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