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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16일 월요일

[대학혁신의 길Ⅱ- 독일을 가다(영남일보 박종문 기자 2019년 5월21일~7월2일)

[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1] 고등교육정책
 
세계 각국의 대학혁신 사례를 취재·보도하고 있는 영남일보가 지난해 일본편’(영남일보 20181129~12266회 보도)에 이어 두번째로 독일의 대학혁신 현장을 소개한다. 이번 대학혁신의 길-독일을 가다에서는 독일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고등교육정책을 비롯해 주요 대학의 혁신 방향,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독일의 직업교육 현장 등을 집중 보도한다. 독일은 세계에서 셋째로 많은 노벨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로 인재개발 및 과학기술 육성으로 경제대국이 됐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독일은 현재 미국과 치열하게 4차 산업 프레임 경쟁을 하고 있다. 독일은 고등교육기관(대학)이 국가혁신체계의 핵심이라고 보고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대학정책을 펴오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정책을 대학 중심으로 전개하면서 국가혁신역량을 높여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협력해 고등교육 및 과학연구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등 대학혁신을 지원하고 있다.
 
고등교육 수요 확대
 
독일에는 1386년 설립된 하이델베르크대학을 비롯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학이 많다. 전통적으로 순수학문 연구지식 전수를 대학의 주요기능으로 강조해 왔다. 때문에 1950년에는 대입 적령기 학생의 5%만이 대학에 진학했다. 대부분 학생은 중학교나 고교 졸업 후 직업학교를 통해 사회에 진출했다. 산업화에 필요한 절대 인력을 직업학교를 통해 배출한 것이다.
 
1970년부터 대학 교육 침체되자
연방·주정부 대대적 혁신 착수
경쟁력 향상장기 프로젝트 추진
독일 10여개세계 톱 랭킹 목표
우수대학 집중 지원 결과 성공
 
7월엔 10여개 탁월대학도 선정
2026년까지 7년간 정부예산 지원
 
유학생 35만명으로 국제화에 기여
해외 독일대학 연방정부 지원받아
영미권과 동일학제정비 교류 넓혀
 
하지만 1968년 소위 68학생운동 이후 대학진학 수요가 급증하면서 독일 대학은 양적 성장을 한다. 나아가 산업고도화에 따른 고급인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2000년 전후로 엔지니어, 전산, 사회복지, 농업, 디자인 등의 분야에 대한 인력육성을 위해 전문기술대학이 많이 생겨났다. 이에 따라 2009학년도 겨울학기 기준으로 410개 대학에 212만명이 재학하게 된다. 2014년부터는 대학 진학생 수가 직업학교 학생 수를 초과했다. 직업학교 졸업생 가운데도 3분의 1이 대학입학 자격을 취득하고 있다. 2018년 통계에 따르면 동일 연령대 5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어 고등(대학)교육이 명실상부 보편적 교육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970년부터 시작된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국가재정 투입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교육 및 연구기능이 침체되는 현상이 2000년대까지 이어졌다. 급기야 세계대학 주요 랭킹에서 독일 대학이 밀려나면서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대적인 대학교육 혁신에 착수했다.
 
탁월대학 프로그램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독일의 정책은 무려 20년이 넘는 장기계획으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독일 내 10여개 대학을 국제 톱 랭킹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우수대학 이니셔티브정책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대학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20057탁월(우수)대학 이니셔티브(Exzellenz initiative)’ 협정에 서명했다. 대학혁신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06~2011년 총 19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하고 연방정부가 75%, 주정부가 25%를 부담하는 내용이다.
 
이 사업은 3개 카테고리로 짜였다. 대학·산업계·공공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우수클러스터 지원사업(Exzellenzcluster)’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진흥을 목표로 37개의 클러스터를 선정하고 클러스터당 매년 약 650만 유로를 5년간 지원했다. 젊은 연구원을 지원하기 위한 박사과정의 대학원 육성사업(Graduiertenschulen)’을 통해서는 약 40개 대학원을 선정해 대학원당 매년 약 100만유로를 5년간 지원했다. 그리고 미래대학 육성사업(Zukunftskonzepte)’은 우수클러스터사업과 대학원 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학 가운데 일부(우수) 대학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다. 세계 수준의 대학 연구와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미래대학 육성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엘리트대학으로 불렸으며, 1차로 3개 대학이 선정됐다.
 
대학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사업 종료 2년을 앞둔 2009년 우수대학 이니셔티브 사업을 2017년까지 계속(2단계)하기로 결정했다. 27억유로의 기금으로 201211월부터 201710월 말까지 두 번째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 1·2단계를 통해 브레멘대, 훔볼트대, 베를린자유대, 아헨공대, 쾰른대, 드레스덴공대, 하이델베르크대, 튀빙겐대, 콘스탄츠대, 뮌헨대, 뮌헨공대 등 11개 대학이 우수(엘리트)대학에 선정돼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았다.
 
6년 단위 사업을 두 차례나 성공적으로 진행한 독일은 지난해 ‘7+7계획이행에 들어갔다. 대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30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이다. 우수대학 이니셔티브 후속정책은 2018년 수립된 탁월대학육성전략(Exzellenzstrategie)이다. 이 전략은 세계적 톱 클래스 대학 육성을 목표로 매년 53300만유로를 탁월대학집단 및 탁월대학으로 선정된 대학에 최장 14년 동안 지원하는 정책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934개 대학 57개 사업을 탁월대학집단으로 선정했다. 20191월부터 202512월까지를 사업기간으로 해 7년간 27억유로를 지원한다. 연간 38500만 유로를 들여 사업당 300~1천만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평가 후 7년 더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정부는 또 오는 7월에 10여개 탁월대학(엘리트대학)을 선정해 육성할 방침이다. 탁월대학집단 가운데 선정될 탁월대학에는 오는 11월부터 202610월까지 7년간 매년 14800만유로를 투입해 대학별로 매년 1천만~1500만 유로를, 대학연합에 1500~2800만유로를 추가 지원한다. 이들 사업은 단계 평가를 거쳐 2025년 이후 7년 더 진행된다.
 
글로벌화
 
20134월 독일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공동으로 독일 대학의 국제화를 위한 장관 전략을 채택했다. 목표는 독일과 다른 나라 간 학생 이동성을 대폭 증가시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재학 기간 중 해외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추가적인 기술을 습득하고 현대사회에 필요한 국제경험을 쌓을 수 있다. 정부는 해외에서 적어도 3~15개월간 유학하는 재학생의 비중을 차츰 늘렸다. 2020년까지 해외 파견 유학생을 35만명으로 늘리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이미 달성했다고 한다. 독일 젊은 학자들이 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국제적인 자격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학생·졸업생·과학자의 교류를 확대한 결과다.
 
앞서 독일학술교류처(DAAD)2010년부터 독일 학생의 이동성 향상 프로그램 (PROMOS)을 통해 독일 고등교육기관을 지원하고 있다. 2015DAAD‘Study Worldwide- Experience It!’ 캠페인을 통해 단기 연구, 인턴십, 언어·전문 과정, 그룹여행을 제공하며 해외체류를 촉진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해외교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현재 해외의 독일 대학 22개 프로젝트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여기에는 카이로 독일대학(GUC), 독일 요르단 대학(GJU), 오만 기술독일대학(GUtech), 한국 프리드리히-알렉산더 대학, 에를 랑겐-뉘른베르크 FAU 부산 캠퍼스 등도 있다.
 
1999년에 출범한 볼로냐 프로세스(Bologna Process)도 유럽 내 학생교류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볼로냐 프로세스는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29개 유럽 국가들이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모여 2010년까지 단일한 고등교육제도를 설립해 유럽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자 설립됐다. 볼로냐 선언 후 유럽연합에 속하지 않은 국가도 참여해 회원수가 48개국으로 늘었다. 특히 국립대의 학위제를 통일시킨 점이 눈길을 끈다. 이전까지 유럽 대학은 학사와 석사 과정을 통합해 배우는 마스터 과정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볼로냐 프로세스는 이를 미국식 학사·석사·박사제도로 개편했다. 영미권과 동일한 학제로 정비함으로써 국가 간 학생 이동성을 높이고 국제교류를 강화한 것이다. 또 유럽 국가들이 대학 내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1987년부터 시작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 프로그램(Erasmus Program)도 국제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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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2] 하이델베르크대학
 
하이델베르크대학(Ruprecht-Karls-Universitat Heidelberg)은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다. 독일 남서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Land Baden-Wurttemberg) 하이델베르크시에 위치한 하이델베르크대학은 1386년 설립됐다. 독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학문 전 분야에 걸쳐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대학으로 꼽힌다. 현대사회 문제 해결과 미래기술 발전을 위해 전방위적으로 학제간(學際間) 연구를 촉진하고 있다. 대학 내 서로 다른 학부와 학과 간 공동연구를 권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일 내 다른 대학·연구소나 유럽·영미권·일본 대학과의 다자간 협력으로 학제간 융합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자오퉁대학의 2018년 세계 대학 학술 랭킹(Academic Ranking of World Universities, ARWU)에 따르면 하이델베르크대학은 독일 1, 유럽 12, 세계 47위다. 2018 QS 세계대학 순위에서는 독일 3, 유럽 18, 세계 64위를 기록했다. 타임스 2017·2018 고등교육 순위에서도 독일 3, 유럽 14, 세계 47위에 랭크됐다. 2013년 기준 노벨상 수상자 수로 순위를 매기면 세계 13, 유럽 4, 독일 1위로 긴 역사만큼이나 빛나는 연구업적을 자랑한다. 독일 노벨상 수상자 절반 이상을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배출했다.
 
하이델베르크 스타일
 
하이델베르크시 인구는 15만명이 조금 넘지만 이 가운데 4분의 1 이상이 학생이다. 하이델베르크대학에만 29천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고 교직원도 13천여명에 이른다. 독일 대학은 표준화돼 있어 상급학교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먼 곳으로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하이델베르크대학은 독일을 대표하는 대학인 탓에 독일 전역에서 우수 학생이 몰려든다. 여기에다 하이델베르크에는 막스플랑크연구소 등 독일을 대표하는 연구기관과 국내외 유명 기업 연구소가 있어 외지인 비율이 여느 도시보다 휠씬 높다.
 
그러다 보니 하이델베르크는 전통적인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독일답지 않은 모습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젊고 자유분방하다. 여기에 수많은 관광객이 어우러져 조용하고 질서 있는 독일의 다른 도시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하이델베르크대학 출신이자 교수를 지낸 실존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1883~1969)하이델베르크는 도시가 아니라 하나의 사는 방식이라고 한 말이 이를 잘 대변한다.
 
사회문제 해결·미래기술 발전에
학부·학과 간 공동연구 등 권장
유럽·영미권 대학과 다자간 협력
교수 채용 기준도 융합연구
 
노이엔하이머 펠트캠퍼스
자연과학계열 중 최대 규모
연구소·의학·과학 도서관 집중
 
HBP 뉴로-로봇 플랫폼 연구
유럽연합 지원 받은 프로젝트
국제 융합연구 중 가장 주목
사람 뇌같은 로봇 뇌개발중

이런 도시문화를 주도하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하이델베르크대학이다. 베른하르트 아이텔(Bernhard Eitel) 하이델베르크대학 총장은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학교 설립 이후 지금까지 학제간 융합연구와 인터내셔널(국제 협력)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1386년 학교설립 후 2년 만에 4개 학부(신학·법학·의학·철학)가 구성됐다. 당시 대학들이 신학이나 법학 등 단일 학부로 출발한 것이 일반적이었던 데 비해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종합대학으로 융합연구의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1890년에는 자연과학부가 다섯 번째 학과로 추가됐다.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학제간 융합연구가 학교의 문화이자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교수 신규 채용 때는 학업과정에서 융합연구 실적이 있는지 살펴보고, 교수 임용 후 융합연구가 가능한지가 중요한 채용 판단 기준이 된다.
 
나아가 학교에서는 의도적으로 융합연구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노이엔하이머 펠트(Neuenheimer Feld) 캠퍼스는 하이델베르크대학의 가장 큰 캠퍼스이자 독일 자연과학 계열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이 캠퍼스에는 자연과학·공학 계열의 학부·연구소를 비롯해 의학부, 대학병원, 과학분야 도서관 등이 몰려 있다. 학교에서는 융합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이 캠퍼스 밑으로 모든 건물이 연결되도록 지하도를 만들었다. 학과, 여러 연구소 간에 각종 자료를 서로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총길이가 무려 14에 이르는 하이델베르크의 명물이기도 하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전통적인 학문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학문은 기존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시키는 전략을 펴 독일과 유럽을 대표하는 대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다양한 융합연구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학부과정에서 다양한 융합전공을 배울 수 있다. 또 학사 단계에서부터 연구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 학제간 학습과 융합연구를 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생명에 관한 연구삶과 관련된 연구에 많은 비중을 두고, 이들 주제에 대해 전통적인 카테고리를 넘어서는 융합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학문명 발달로 국가 간, 민족 간 이동 및 교류가 활발하고 기술발전이 급속히 진행되는 환경에서 학문 경계가 뚜렷한 전통적인 연구로는 이들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과나 학부를 폐지할 수는 없다. 그 역사 또한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하이델베르크대학은 각각 경쟁력 있는 전통 학부 간 상호 융합연구를 통해 새로운 연구, 미래지향적 연구, 문제해결 지향적 연구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지난해 10구조: 물리적 세계, 수학 및 복합 데이터의 응급 현상에 대한 통합 접근법(STRUCTURES: A unifying approach to emergent phenomena in the physical world, mathematics, and complex data) 3D 물질(3D Matter Made to Order-카를스루에대학과 컨소시엄) 등이 탁월대학(연구)집단(Exzellenzcluster)에 선정됐다. 두 주제 모두 융합연구다.
 
이에 앞서 하이델베르크대학은 학제간 융합연구의 핵심으로 네 가지 연구 분야인 ‘FoF’(Field of Focus)를 설정했다. FoF생명의 분자 및 세포 생물학적 기초(Molekular-und zellbiologische Grundlagen des Lebens) 물질 세계에서의 구조와 패턴(Struktur- und Musterbildung in der materiellen Welt) 세계화한 세계에서의 문화 역학(Kulturelle Dynamiken in globalisierten Welten) 자기 규제와 통제-개인과 조직(Selbstregulation und Regulation-Individuen und Organisationen) 등으로 역시 융합연구가 바탕이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이와 함께 막스플랑크연구소, 독일암연구센터(DKFZ), 분자생물학센터(ZMBH),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 하이델베르크(EMBL), 독일어연구소(IDS) 등 연구소와 기업과의 산학협력 등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다.
 
글로벌 융합연구 시스템
 
하이델베르크대학의 2018·2019학년도 유학생은 5402명으로 전체 학생의 18.5%에 이른다. 2017·2018학년도 박사과정 학생 132명 가운데 3분의 1(284)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다. 또한 하이델베르크대학은 630개 유럽대학과 에라스무스 협정, 180개 비유럽 대학과 교류 협력 프로그램, 전 세계 25개 대학 및 교수·연구소와 연구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 네트워크로는 코임브라그룹 유럽대학연합(EUA), 유럽연구대학(LERU), 독일-일본대학 컨소시엄(HeKKSaGOn)이 있다. 이외에도 하이델베르크대 라틴아메리칸센터(HCLA)(산티아고 데 칠레), 하이델베르크대 오피스 북미(뉴욕), 하이델베르크센터 남아시아(뉴델리), 하이델베르크대 교토 사무소 등을 개설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융합연구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휴먼브레인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HBP)뉴로-로봇 플랫폼 연구(Neuro-robotics Platform)’. HBP는 유럽연합(EU)이 자금을 지원한 2개의 대규모 과학 프로젝트 중 하나로 총예산이 10억유로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이 프로젝트에서 컴퓨터가 능동적으로 학습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의 뇌와 같은 로봇 뇌(뉴로 컴퓨터)’ 개발을 맡고 있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전세계에서 뉴로 컴퓨터의 첫 프로토타입(기본 모델)을 개발했다. 로봇 뇌는 기존 이진법(01)이 아닌 아날로그방식으로 설계됐다. 스위스 로잔대학을 비롯해 유럽 여러 대학 및 연구소와 함께 융합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베른하르트 아이텔 총장은 융합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전공분야에 강해야 하고 꾸준하게 다른 분야와 협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항상 다른 학문분야와 전공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있어야 한다. 하이델베르크대학은 우리 시대 복잡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의 핵심으로 학제간 대화를 미래 콘셉트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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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3] 튀빙겐대학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튀빙겐시는 약 9만명의 인구 가운데 대학생이 4만명으로 독일 5대 대학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은 바로 이 교육도시에 자리하고 있다. 1477년에 설립된 독일에서 역사가 깊은 대학 중 하나로, 각종 대학 순위에서 꾸준히 독일 톱10 안에 이름을 올리는 명문이다. 신학이 유명하지만 인문학·철학 등 전통학문과 의학·자연과학도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다. 통합된 캠퍼스 없이 튀빙겐시 10여곳에 대학 건물이 흩어져 있다. 튀빙겐대는 1995년 독일에서 여성 최초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폴하르트를 비롯해 귄터 블로벨(의학상), 베르크 삭크만(의학상), 칼 퍼디난트 브라운(물리학상), 에두아르드 부흐너(화학상), 아돌프 부테난트(노벨 화학상) 등 졸업생과 교수 가운데 다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시인 횔덜린 등이 졸업했으며 종교개혁자 필리프 멜란히톤과 제265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튀빙겐대 교수를 지냈다. 2018~2019학년도 기준 27500여명이 재학 중으로 이 가운데 16100여명이 여학생이다. 신입생은 5300여명, 외국인 유학생은 3900여명이다. 독일 내 11개 대학만 선정된 엘리트대학에 포함됐다.
 
혁신·학제간·국제화
 
튀빙겐대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이끈 요인을 간단히 설명하면 혁신(Innovativ)·학제간(學際間·Interdisziplinar)·국제(International) 세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대학의 모토인 ‘Attempto!(시도하다)’와 무관하지 않다. 독일대학 발전사를 보면 대학 설립 초기 신학·철학·법학·의학이 학과(학부)의 근간을 이루고 19세기 상업화하면서 자연학과(학부)가 생기기 시작한다. 튀빙겐대는 1863년 독일 대학 최초로 자연과학대학(학부)을 개설했다. 수학·물리학·화학 등 기초과학학부가 대학에서 태동하는데 튀빙겐대가 선두에 선 것이다. 1904년엔 여성도 대학 공부를 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1970년대 들어 대학 학부를 14개로 개편했으나, 2010년 프로테스탄트신학부·가톨릭신학부·법학부·의학부·인문학부·경제사회학부·수학자연과학부 등 7개 학부로 혁신적으로 통합·재편했다. 2011년 독일 최초로 이슬람신학센터를 개설했다.
 
뛰어난 융합 연구기능
 
튀빙겐대가 지역사회에서 맡은 중요한 역할은 독일을 대표하는 소위 히든기업에 필요한 고급 연구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튀빙겐시 주변에는 독일 경제의 상징이라 할 히든챔피언’, 즉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중소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규모 면에서 대기업과 비교가 되진 않지만 기술력 하나만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독일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라면 독일은 탄탄한 중소기업이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 최대 신경과학연구소 설립
뇌기능 주제 광범위한 융합 시도
분자 암치료 등 정부 지원도 받아
 
실리콘밸리 대비 사이버밸리선
기계학습·로봇·컴퓨터 연구 활발
·아프리카·중동과도 학술 교류
  
튀빙겐대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구대학 중 하나다. 국제적으로 매년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4900명의 과학자가 현재 튀빙겐대에서 일하고 있으며, 4개의 막스플랑스연구소 등 주변에 있는 국립 및 민간 연구소와 협력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통합 신경과학(CIN)센터는 튀빙겐대가 자랑하는 신경과학의 공통 플랫폼이자 현재 유럽에서 가장 큰 신경과학 분야 연구소 중 하나다. 2007년 독일정부의 대학지원정책인 우수 클러스터(Class of Excellence)’로 설립됐다. ‘뇌는 어떻게 기능을 생성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뇌의 질병이 이러한 기능을 손상하는가라는 두 가지 주제로 생물학, 의학, 물리학, 정보 기술 및 공학 분야는 물론 인문학 분야까지 다루는 광범위한 기관 및 개인 연구원이 참여하고 있다. 튀빙겐대 3개 학부를 비롯해 CIN에는 현재 90명에 육박하는 과학자와 CIN이 직접 지원하는 21개의 연구그룹이 참여해 융합연구를 진행 중이다.
 
튀빙겐대는 또 지난해 독일정부가 지원하는 탁월대학연구집단에서 3개 첨단융합연구분야가 선정됐다. 머신 러닝 최첨단 이미징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분자 암 치료법 감염 치료에 미생물 활용 연구가 최대 14(7+7)간 정부지원을 받게 됐다.
 
튀빙겐대는 또 바덴뷔르템베르크주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사이버밸리(Cyber Valley)사업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대비되는 이 연구 네트워크는 2016년 말 설립됐다. 창립 멤버는 막스플랑크지능시스템연구소, 슈투트가르트대·튀빙겐대, 바덴뷔르템베르크주·아마존, BMW그룹, IAV GmbH, Daimler AG, Robert Bosch GmbH ZF Friedrichshafen AG 7개로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연구 활동을 집중하기 위해 과학 및 산업계의 국제 핵심 인사들을 모으고 있다. 사이버밸리는 기계 학습, 로봇 공학 및 컴퓨터 비전 분야의 새로운 연구를 진행한다. 튀빙겐대는 이 외에도 연구와 관련한 4개의 플랫폼 구축과 생물학센터(QBiC), 인문사회과학분야의 디지털화 촉진을 위한 e-사이언스 센터, 다학제 연구에 필요한 센터인 LISA+센터 등 뛰어난 연구인프라를 구축했다.
 
국제화
 
튀빙겐대의 국제화는 학생들의 국제교류국제지향적 연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한다. 튀빙겐대는 동아시아에 3개의 지부를 두고 있다. 1993년 일본 교토 도시샤대에 일본연구센터, 2001년 중국 베이징대에 유럽연구센터, 2012년 고려대에 한국학연구센터를 각각 설립했다. 또 대학 내에는 가봉·브라질에서 만든 연구소와 일본 도시샤대 사무소가 있다.
 
튀빙겐대는 국제 다자간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마타리키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다트머스칼리지, 더럼대학, 퀸즈대학, 오타고대학,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학, 웁살라유니버시티 등 유럽·북미·호주·뉴질랜드의 7개 대학과 학술 및 연구교류를 하고 있다. 튀빙겐대는 또 유럽 연구중심대학의 혁신적인 네트워크인 길드의 창립 멤버다. 길드는 연구정책 강화를 위해 유럽의 주요 연구대학이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이다. 유럽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을 비롯해 괴팅겐대, 킹스칼리지런던, 루벵대, 오슬로대학 등 18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 유럽시민대학(CIVIS-A European Civic University) 동맹에 7개의 다른 유럽 고등교육기관과 함께 참여해 국제 학생 교류, 유럽 시민사회 협력, 아프리카·중동과의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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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초··고는 물론 직업학교·대학까지 등록금을 내지 않는다. 국가에서 기본적으로 대학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개인의 능력 발전과 자아실현이 궁극적으로 국가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개개인이 가진 능력·소질·잠재력을 의무교육을 통해 계발시킴으로써 개인의 사회적응을 돕고 동시에 국가경쟁력도 향상시키겠다는 목적인 셈이다. 이것은 개인의 가정 형편에 관계 없이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을 해야 한다는 철학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독일연방 교육연구부는 또 생활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학자금 대출도 시행하고 있다. 연방교육지원법(BAfoG·이하 바펙)에 따라 직업학교 학생, 대학생, 대학원생에게 지원되며 외국인도 일정 요건을 갖추면 이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30세까지(대학원 35세까지) 대상이 된다. 1971년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꾸준히 보완을 거쳤다. 독일 경제사정이 어려울 때는 한때 수혜자가 많이 줄기도 했으나 최근 몇년간 재정확충을 통해 수혜 폭을 다시 늘렸다.
 
독일연방 교육연구부는 2019년 바펙 예산을 증액하고 바펙을 받는 직업학교 학생과 대학생의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바펙은 가족 소득에 따라 차별을 둔다. 교육연구부는 올해 최대 지원금을 기존 735유로에서 850유로로 확대했다. 개별 지원금은 2020년까지 7% 증액할 예정이다. 부모와 같이 살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위한 주택 보조금은 매달 250유로, 최대 450유로를 지급한다. 10세 미만의 자녀를 둔 지원자에게는 월 130유로의 보육료를 지급한다. 학생들은 보통 보조금의 절반은 무이자 혜택을 받는다. 대출 및 지원 종료된 후 상당기간 지급 유예가 가능하고 불가피한 경우 상환을 면제해 준다.
 
독일은 정부 지원이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대학생 생활비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큰 월세비용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녹색당은 현실 물가상승을 고려해 바펙 지원금을 정기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연방정부가 기숙사 건축에 더 투자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노동조합연합은 바펙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으나 충분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슈피겔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독일 대학생 86%는 부모에게서 월 평균 541유로(708천원)를 지원받고 있고, 61%의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해서 평균 385유로(504천원)를 버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대학생 280만명 가운데 557천명이 평균 500유로(654천원)의 바펙을 받고 있었다. 또 대학생 5분의 1가량은 친척으로부터 약간의 지원을 받고 있었고, 18%는 장학금·융자·파트너지원·고아연금 등으로 학비를 충당하고 있었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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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4] 튀빙겐대학 한국학과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교육도시인 튀빙겐시에 있는 에버하르트 카를 튀빙겐대학(Eberhard Karls Universitat Tubingen)은 한국과 관련이 많다. 튀빙겐대가 한국어 강좌를 처음으로 제공한 것은 1964년이다. 시점으로 따지면 유럽 대학 내에서 몇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역사가 깊다. 1970년대 들어선 우리나라의 많은 신학자가 튀빙겐대에서 수학했다. 1979년엔 한국학과 정교수가 부임했고 이후 석사과정이 개설됐다. 유럽 대학 중에선 한국학을 선도적으로 받아들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8년엔 마침내 정식으로 독립된 한국학과가 개설됐다.
 
한국학과 개설은 단지 삼성·LG 등 세계 일류 브랜드의 확산이나 K-pop등 한류 붐으로 한국에 관심을 가진 독일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차별화한 교육 커리큘럼 연구 및 학생교류의 국제화 학제간·국제간 한국학 연합연구 등이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튀빙겐대는 독립된 한국학과 운영(교육) 한국학연구소 설립(연구) 세종학당 운영(대중화) 고려대 튀빙겐대 한국센터(학생교류·국제화) 설립 등 한국학과 관련된 4개 기관을 가진 전세계 유일무이한 대학이다.
 
한국강좌 64년 개설후 명맥만
일본·중국학에 비해 관심 낮아
2010년 한국학 학부과정 신설
이유재박사, 교수 임명후 급성장
 
학사관리 부담될 만큼 지원 늘어
학생 1년간 의무적 한국유학
한국의 많은 대학과 학생교류
지난해 중국학과서 완전 독립
 
지난해엔 신입생 무려 110
10월 새학기부턴 정원제 시행
근현대 한국을 알리는데 초점
학과 운영·커리큘럼 좋은 평가
세종학당에선 한국 관련 행사도
 
한국학과 개설과 위기
 
튀빙겐대에서 동아시아 연구가 포괄적으로 확대된 것은 1974년 동아시아 문학 교수로 Tilemann Grimm 교수가 임명되면서다. 앞서 1964년 한국학 분야의 인력 부족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강좌가 개설됐지만 일본학과·중국학과에 이어 한국학과 정교수가 부임한 것은 1979년이다. 비록 중국학과 내 한국학과이지만 한국학과 개설은 유럽대학 가운데 손꼽힐 정도로 선도적이었다. 독일 남부지역과 독일어권 스위스지역까지 한국학 전공이 있는 대학은 튀빙겐대가 유일하다. 독립된 학부는 없지만 1981~1982년 겨울학기에 석사 과정이, 그 이후 박사과정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시 한국학은 일본학·중국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고 학생 수도 매우 적어 얼마 지나지 않아 위기에 빠졌다. 1986~1987년 겨울학기를 예로 들면 일본학과 학생 153, 중국학과 286명인 데 비해 한국학은 21명에 그쳤다. 심지어 2003Eikemeier 교수가 은퇴하면서는 한국학 전공이 아예 폐지됐다. 2000년대 들어 독일 대학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한국학이 그 대상이 된 것이다. 다만 한국어 강좌 기능은 유지됐다. 볼로냐협정에 의해 독일 대학에도 학부과정이 만들어지면서 부전공으로 한국학은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한국학과 화려한 부활
 
한국학과 폐지는 튀빙겐대 내에서도 자주 문제가 됐다. 특히 2008년 아시아-동양연구소(Asian-Orient-Institute) 설립을 기점으로 환경변화를 맞게 된다. 그해 튀빙겐대 경영진은 동아시아 연구 분야의 지속적인 이니셔티브를 위해 한국학 교수를 재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인문학부와 아시아-동양연구소에 의해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유재 박사가 2010년 한국학과 교수로 임용됐으며 그해 한국학 학부과정이 신설됐다. 결과는 기대 밖이었다. 신입생 8명이나 입학한 것. 한국학 학부과정을 신설하긴 했지만 학생이 몇명이나 올지 불확실해 당시 대학 측은 정원조차 정하지 않았다. 10년 공백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학과라 섣부르게 정원제를 했다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학부 운영이 곤경에 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신입생은 학부 부활 이듬해 22명으로 늘고 이후 54·64명 등 해가 갈수록 학부전공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부전공 20명을 포함해 신입생이 무려 110명에 이르렀다. 신입생 대부분이 독일학생이란 점도 특기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재학생은 399명으로 일본학과·중국학과 등을 제치고 동아시아학과에서 가장 인기있는 학과로 급부상했다. 2014년에는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결국 한국학과 지망생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학사관리에 부담이 생길 정도라 오는 10월 새학기부터는 정원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전공 50, 부전공 20명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한국학과는 지난해 중국학과에서 완전 독립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튀빙겐대에서 설립한 한국학연구센터 소장직도 맡고 있다. 튀빙겐대에는 아시아학과로 인도학·문화인류학·이슬람학·중국학·일본학·한국학 등 6개 학과가 있다. 이 가운데 교수진으로 따지면 역사가 깊은 일본학과 중국학이 탄탄하다. 하지만 한국학은 학생 수가 가장 많다. 튀빙겐대에서 학과 재개설 후 9년만에 급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한다. 한국학 재개설 당시 교원 1.5명으로 출발했으나 지금 교원은 12명으로 늘어났고, 팀워크가 잘맞아 큰 효과를 봤다고 한다.
 
한국유학 의무적 시행
 
튀빙겐대 한국학과가 인기를 끄는 배경엔 국제사회에서 달라진 한국의 위상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학과운영 및 커리큘럼이 뛰어난 점이 꼽힌다. 2010년 한국학과가 재개설되기 전까지 한국학과의 주요 관심과 주류는 문화인류학 또는 민속학 관점에서의 접근이다. 당시 한국학 교수는 인류학자로 샤머니즘, 민속학 그리고 한국의 전근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2010년 이유재 박사가 부임하면서 전근대 한국에서 근현대 한국으로 초점이 바뀌었다. 광복 후 한국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고 한국 근현대사가 학문연구의 가치 면에서도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식민지시대, 분단과 냉전, 독일 이주, 산업발전 등 근현대 한국의 역사·사회·문화가 근현대 한국학 교육 및 연구로 실용적이면서도 한국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이 박사는 더 나아가 학부과정 전 학생에게 의무적으로 1년간 한국에서 유학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학생교류는 일부 우수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데 비해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해외유학을 추진한 것이다. 독일 학부과정이 6학기(3)인 점을 고려해 가능하면 4~5학기에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2012년 고려대에 튀빙겐대 한국센터를 설립했다. 튀빙겐대 학생의 한국 유학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한국유학 의무화는 과거 한국학 전공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차원이기도 하다. 적어도 학부과정을 졸업하면 한국어 읽기, 쓰기, 말하기는 확실히 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학생교류를 시작하면서 당시 튀빙겐대 총장과 본부에서는 한 해 20명이 넘으면 성공적이라고 봤지만 이듬해에 목표치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학생이 급증하면서 튀빙겐대 한국학과는 현재 고려대·서울대·성균관대·서강대·전북대·충남대·이화여대·숙명여대·한양대 등과 학생교류를 하고 있다. 특히 2014년 학부생 졸업에 맞춰 석사 과정을 개설하면서 서울대와는 이중 석사학위제를 도입했다. 1년은 독일에서, 나머지 1년은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한국어로 서울대에 논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튀빙겐대는 또 2012년에 일반인 교육을 위해 세종학당을 설립했다. 튀빙겐대에서 한국학을 공부하지 않은 다른 전공 학생과 일반인을 위해 한국어 수업을 하고 있다. 운영은 튀빙겐대 한국학과에서 맡고, 학당장은 이유재 교수가 맡았다. 세종학당은 매학기 100명 정도 수강하고 있으며 영화제, 음악회, 설날행사, 한글날 행사, 사진전시, 말하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
 
전방위 교류
 
튀빙겐대 한국학과의 교류 폭은 상당히 넓다. 한국학 관련 연구 분야도 넓지만 교류하는 국가가 유럽, 동아시아, 북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특히 튀빙겐대 한국학연구소(센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구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튀빙겐대 한국학센터는 2016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해외대학 연구소 지원 프로그램인 해외중핵대학에 지원해 선정됐다. 이에 따라 튀빙겐대는 20169월부터 20218월까지 글로벌 코리아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튀빙겐대 내 한국학센터 설립 학사·석사·박사 과정의 국제 통합 프로그램 확장 냉전·식민지 및 이주를 중심으로 세계적 관점에서 현대한국에 대한 연구 등을 실행하고 있다.
 
연구는 기본적으로 한국·독일 관계사에서 출발한다. 1883년 수교한 양국은 곧 외교관계 수립 14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고, 독일에 한국은 중국·일본에 이은 세 번째 주요한 동아시아 국가다. 튀빙겐대 한국학센터에서는 양국 관계를 재조명하고 연구범위를 유럽 다른 나라까지 포괄해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오는 9월엔 중앙대 독일연구센터와 공동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학센터는 또 일상생활사에도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한국연구재단과 독일학술교류재단(DAAD)의 지원을 받아 일본 도시샤대, 한국 고려대와 협력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탈식민연구방법론이나 문화냉전사, 지구사 및 일상사 등을 한국학에 접목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과 서양의 이론과 연구방법론을 같이 토론하여 새로운 연구 접근법을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또 독일과 유럽 등 한국 외 나라와 지역에 산재해 있는 현지 한국관련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해 한국자료와 비교·보완하는 구상도 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북한연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특별히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북미연구자들과도 교류 폭을 넓히고 있다. 미국 대학에 독립된 한국학과는 별로 없지만 방법론적인 연구가 잘 축적돼 있어 활용가치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동아시아 문명과 문화 등의 일반론 등에 대한 연구축적이 잘 돼 있어 한국, 유럽, 북미자료를 비교 검토하면 한국학의 연구범위를 글로벌하게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발굴하고 한국자료와 보완하면 기존 연구와는 다른 새로운 연구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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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5] 바이에른주 대학정책

독일 남부에 위치한 바이에른 자유주(Freistaat Bayern·영문 Bavaria)는 면적이 7549로 독일에서 영토가 가장 큰 주이고, 인구는 1300만명에 달한다. 경제규모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와 함께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주에 속한다. BMW·아우디·MAN·알리안츠·지멘스·오스람·인피니온·아디다스 등 독일 유명 기업 본사가 주도인 뮌헨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주에 있다. 뮌헨 외 주요 도시로는 아우구스부르크·뉘른베르크·로텐부르크·레겐스부르크·파사우·잉골스타트·뷔르츠부르 등이 있다. 행정구역은 바이에른주 산하에 7‘Regierungsbezirk’(도 또는 현), 25‘kreisfreie Stadt’(), 71‘Landkreis’()를 두고 있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바이에른주는 지역적 자부심이 너무 강해 시계도 따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튼튼한 재정을 바탕으로 교육 및 직업훈련, 복지정책이 잘돼 있다.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지만 바이에른주는 대구경북과 유사성을 갖는다. 애향심과 지역적 자부심이 강하고 산업화를 주도한 지역인 데다가 경쟁력을 갖춘 고등교육기관(대학)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에서 대학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미하엘 미하취 부국장을 만나 대학교육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
 
자치와 분권 의식이 강한 독일연방은 교육행정도 주()정부가 주도적으로 펴고 있다. 기본적으로 16개 주가 독립적으로 교육정책을 시행한다. 독일연방 교육연구부(BMBF)와 주정부 교육과학예술부 간 종속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교육의 방향만 제시한다. 연방 교육문제도 연방 교육연구부와 16개 주 교육과학예술부가 모여 협의해 결정한다. 극단적인 경우 연방 교육연구부의 결정을 주정부가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학제 개편이나 한때 도입됐던 대학 등록금 징수 결정 등도 이를 받아들이는 주정부가 있고 그렇지 않은 주정부가 있었다. 각 주정부가 처한 상황에 맞춰 선택하는 것이다. 다만 의대·법대·사범대·간호대 등 국가적으로 통일된 자격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과나 학부는 통일된 학제와 공통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이들 학과()는 연방정부의 인력수급 계획에 의거해 엄격한 정원관리를 받는다. 그 외 대부분 학과()는 정원 제한이 없어 입학하기는 쉬우나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졸업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대학 자율성(Autonomie)이 보장돼 있어 주정부와 연방정부에서는 재정지원만 할 뿐 학교운영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독일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과를 개설·폐지하고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물론 사안별로 주정부에 통보하거나 협의·인허가 절차 등을 밟기도 한다. 학과 신설·폐지는 대학에서 결정을 하고 난 뒤 주정부와 협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학의 결정을 존중한다. 하지만 주 전체로 봤을 때 학과 폐지로 필요한 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 학과 규모는 작지만 존치 필요성이 있는 경우 등은 주정부가 학과 존속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인기 없다고 무조건 폐과하는 것이 아니라 학문 다양성이나 소수자 보호 등의 가치가 있을 때 주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본질적으로는 대학이 결정해 주정부에 제출하고, 주정부는 대학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때문에 주정부가 대학혁신을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건을 맞추는 대학이 많지 않아 불용예산이 상당하다고 바이에른주 관계자는 설명했다.
 
바이에른의 자랑 9개 종합대학
 
바이에른주에는 모두 32개의 고등교육기관(Hochschule)이 있다. 이 가운데 9개가 종합대학(Universitat), 17개가 응용기술대학(Allgemeine Fachhochschule), 6개가 예술대학(Kunsthochschule)이다. 32개 대학에 약 40만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미하엘 미하취 바이에른주 교육과학예술부 부국장은 이 가운데 9개 종합대학을 담당하고 있다. 9개 대학은 아우구스부르크대(Universitat Augsburg), 밤베르크대(Otto-Friedrich-Universitat Bamberg), 바이로이트대(Universitat Bayreuth),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FAU·Friedrich-Alexander-Universitat Erlangen-Nurnberg), 뮌헨대(LMU·Ludwig-Maximilians-Universitat Munchen), 뮌헨공대(TUM·Technische Universitat Munchen), 파사우대(Universitat Passau), 레겐스부르크대(Universitat Regensburg), 뷔르츠부르크대(JUM·Julius-Maximilians-Universitat Wurzburg) 등이다.
 
이 가운데 뮌헨대와 뮌헨공대는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학이다. 두 대학을 중심으로 바이에른주 내 대학 졸업자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34명이다. 또 지난 5월 발표한 유럽의 가장 혁신적인 대학 톱100에 바이에른주에서는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 뮌헨공대, 뮌헨대, 뷔르츠부르크대가 포함됐다. 유럽 600개 이상 대학을 대상으로 특허 출원, 발표 연구논문 인용도 등 10개 항목을 비교했는데 프리드리히 알렉산드대 에어랑갠 뉘른베르크가 2, 뮌헨공대가 7, 뮌헨대가 20, 뷔르츠부르크대가 65위를 기록했다.
 
바이에른주 대학의 자랑은 9개 종합대학에 인문학·기초과학에서부터 의학·법학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모든 학과가 골고루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바이에른주를 떠나지 않고도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대학교육체계를 갖췄다는 뜻이다. 뮌헨공대 14개 학부, 뮌헨대 16개 학부 등 두 대학만 해도 대학생이 공부하고 싶어하는 웬만한 전공은 다 갖추고 있다. 바이에른주는 독일연방 내 다른 주에 비해 대학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교육도시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바이에른주는 주정부 예산 가운데 10%를 대학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다. 연간 약 7밀리아덴(Millarden) 유로(Euro) 정도 된다. 교육여건이 좋은 탓에 외국인 유학생 비중도 많은 편이다.
 
국제경쟁력 강화 3대 정책
 
바이에른주가 대학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장 큰 비중을 두는 것은 우수 교원 및 연구진 확보다. 바이에른주에서는 독일과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교수, 연구진을 영입하기 위해 많은 예산을 확보하고 대학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둘째로 비중을 두는 것은 교육환경이다. 학교 건물부터 최신 연구기자재에 이르기까지 교육과 연구에 불편함이 없도록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 바이에른주 2019~2020년 대학 예산이 2018년에 비해 무려 8.4% 증가한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교육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1996년 이래로 가장 높은 지출 증가율이다. 바이에른주는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교육예산을 늘릴 계획이어서 독일 연방 16개 주 가운데 교육예산 증가폭이 가장 높은 주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는 국제화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다. 바이에른주에서는 각 대학이 외국 유명 대학과 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데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외국대학과의 학생·연구 교류 및 공동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최근 바이에른주는 뮌헨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간 교류협력 체결, 뮌헨공대(TUM)와 영국 런던 임페리얼칼리지 간 협약체결 등을 지원했다.
 
특히 바이에른주는 4차 산업혁명(독일은 이를 Industrie 4.0이라고 표현한다)에 대한 대학혁신정책으로 열번째 대학 설립을 추진 중이다. 뉘른베르크에 설립할 예정으로 인더스트리 4.0’에 적합한 혁신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기존 대학이 혁신연구는 잘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도 50년 전 수업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이 많다. 대학은 고전과 현대, 전통과 현대의 조합이 중요한데도 나이 많은 교수들이 자기만의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혁신모델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에 새로 설립하는 대학은 완전 디지털화한 대학으로 첨단 교육기자재를 도입해 혁신적인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뮌헨공대의 경우 외곽 캠퍼스에 로봇이나 디지털 관련 혁신기업과 클러스터를 구축해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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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6] 뮌헨공대(TUM)
 
바이에른주의 주도인 뮌헨시에 있는 뮌헨공대(Technische Universitat Munchen·이하 TUM)는 유럽에서 가장 연구집약적인 대학 가운데 하나이며, 독일 9개 기술대학(TU-9) 중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9천여명이 입학하고 현재 41천여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재학생 45천명인 ‘RWTH 아헨공대에 이어 독일에서 둘째로 큰 공대다. 특히 외국인 유학생 점유율이 20% 이상으로, 독일 대학 평균인 1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2019년 영국 대학평가기관 QS(Quacquarelli Symonds)가 매긴 QS세계대학랭킹(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전 분야 세계 61, 공학·기술 분야 세계 22위로 각각 독일 1위를 차지했다. 노벨상 수상자 17명을 배출했으며, 2006년 독일 우수대학 이니셔티브에서 가장 먼저 선정된 3개 엘리트대학(나머지 대학은 뮌헨대·카를스루에공대)에 포함됐다. 2012년에도 우수대학 이니셔티브사업에 연속 선정됐다. 후속사업인 지난해 10월 탁월대학(연구)집단 발표에서도 34개 대학 57개 사업이 선정됐는데 TUM6개 사업에 선정된 본대학에 이어 4개 사업을 수주했다. TUM은 기본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학교 설립 후 이어지고 있는 전통을 잘 계승·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전통적인 토대 위에서 우수한 교수진 확보, 우수학생 유치 및 육성, 기업과의 협력 강화라는 세바퀴가 학교발전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우수학생 육성은 전체 학생의 약 30%를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기업협력부문에서는 바이에른에 본사를 둔 BMW·아우디·MAN·알리안츠·지멘스·오스람 등 세계적 기업과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해 연구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일류 기업과의 협력은 연구수준 향상과 함께 대학 재정 확충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TUM의 총장 대변인 및 커뮤니케이션 센터장인 울리히 마르쉬 박사를 만나 TUM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9개 기술대학 중 가장 우수
유럽서 가장 연구집약적 학교
학부 4차산업 관련 연구진행
전통적 학과에 AI·로봇 접목
 
재학생 20%가 외국인 유학생
세계 140개 파트너 대학 교류
모든학생 12학기 파견 교육
 
유망 기술회사 창업기반 지원
작년 80개 기업 시장 진출 도와
기술 이전·특허 출원에 적극적
 
Only One TUM
 
1868년 설립된 TUM의 가장 큰 특징은 공학 및 자연과학, 생명과학 및 의학, 경제 및 교육 등 다양한 학부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TU-9에 속하는 대부분의 대학이 공학 중심 학과 편성인 데 비해 TUM은 종합대학에 버금가는 학과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심지어 몇 년 전 한 대학을 인수하면서 정치학과까지 개설하고 있다. 이 조합은 독일 어떤 대학에도 존재하지 않는 TUM만의 특징이다. 현재 화학, 전기공학 및 정보기술, 컴퓨터과학, 기계공학, 수학, 의학, 물리학, 스포츠 및 건강과학 등 14개 학부가 있다. 또 첨단건축 및 자연건축에서부터 과학·기술·철학에 이르기까지 150개가 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TUM은 이러한 장점을 적극 활용해 학제간 연구 및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하나의 예로 TUM‘2011 국제 모터쇼에서 전기자동차를 선보였는데 연구원과 학생들이 학제간 융합연구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 독일 자동차기업이 개발하기 훨씬 전에 전기자동차를 제작한 것이다. 농업학 역시 위성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전기공학과의 접목 등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경영학의 경우 과목의 40%를 물리 등 자연과학과 공학을 이수하도록 하고 있다. 풍부한 자연과학 지식을 쌓도록 해 다른 일반대학 경영학과 졸업생과는 차별화한 능력을 갖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TUM은 에너지 및 기후, 이동성, 건강 및 영양,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원자재와 같은 미래 분야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신기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융합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학제간 융합연구를 통해 기술발전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TUM은 지속가능성에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유한한 자연자원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전하면서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다. 인공적 방식이 아닌 자연대체 연구, 친환경 공법 등에 연구력을 모으고 있다.
 
TUM은 학제간 융합연구와 함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2년 전 디지털 의학과를 신설했다. 100년 역사의 의학과() 전통에 기계엔지니어링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다. TUM은 또 전 학부()에 걸쳐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통적인 학과에 AI 및 로봇을 접목한 새 영역 구축이 주된 방향이다.
 
기업대학
 
TUM은 학생·과학자·졸업생 등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연구를 통해 발명한 기술이 사회 속에서 지속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고 대학 연구원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TUM1998년 개혁을 통해 점차 기업대학으로 발전했다. 유망한 기술 회사의 창업 기반을 지원하고 있는 것. 창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자문을 제공하고 시장 분석을 해준다. TUM은 대학 내 혁신 및 비즈니스 창조센터를 통해 기업가 교육을 강화하고 벤처 캐피털 펀드를 통해 창업을 지원한다. 그 결과 TUM에서는 지난해 80개 스타트업 기업이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회사는 주로 생산기술, 분석과학기술, 센서 분야 등이며 약 1천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냈다.
 
TUM은 기술이전에도 적극적이다. 다양한 기술 분야의 연구자·연구원·학생 발명품을 적극 마케팅한다. 동시에 TUM에서는 실용연구를 통해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고도로 복잡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매년 산업계와 6천 건 이상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TUM은 독일 대학 가운데 특허 출원과 기술이전이 가장 활발한 대학에 속한다. 궁극적으로는 전 유럽을 선도하는 기술창업의 선두주자를 지향하고 있다. TUM은 과학기술의 활용(기술창업)이 지식과 혁신을 위한 세계적 경쟁으로 보고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기업대학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강한 기업가 정신은 이제 TUM을 상징하는 대학 문화의 일부가 됐다.
 
글로벌 대학
 
TUM은 외국인 학생 및 과학자 비율이 높은 국제대학이다. 재학생의 20%가 외국인 유학생이고, 20개 이상의 영어 학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해외 캠퍼스를 설립했고, 브뤼셀·카이로·뭄바이·베이징·상파울루에 지사를 두고 있다. ‘Best Connections Worldwide’라는 모토로 TUM은 전 세계 대학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 상호교류는 연구자와 학생의 정규 교환을 포함해 140개의 파트너 대학과 함께하고 있다.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등으로 250개 이상의 유럽 대학과 교류협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TUM은 현재 동남아시아, 동유럽, 라틴아메리카에 주목하고 있다. 2003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GIST(German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TUM의 해외캠퍼스로 학생 400명 규모로 운영되고 있다. BMW 등 현지에 있는 독일기업에 필요한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말레이시아·태국·인도 등의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다. 또 독일고등교육진흥원(DAAD)이 시작한 이동성(교환) 프로그램 ‘Go East’에도 참여하고 있다.
 
TUM 학생교환 프로그램은 호주·칠레·일본·캐나다·모로코·멕시코·뉴질랜드·러시아 및 미국 내 35개 이상의 유명한 파트너 대학 중 한 곳에서 1~2학기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파트너 대학의 학비는 면제된다. ‘LAOTSE’ 교환 프로그램은 인도·중국·동남아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한국)20개 이상 파트너 대학 중 한 곳에서 한 학기를 현지 회사에서 인턴십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양한 국제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TUM의 모든 학생에게 한 학기 또는 인턴십을 해외에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외국 대학 및 국제 네트워크와의 새로운 계약 및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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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의 길- 독일을 가다 .7 ] 뮌헨직업학교
 
독일직업학교 교육은 세계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될 만큼 거의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15세부터 60세가 넘은 국민까지 경제활동인구 한 사람 한 사람이 국가와 산업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요즘 우리나라 교육당국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슬로건을 자주 쓰는데 구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다. 반면 독일은 단 한 명도 낙오없이 모든 국민이 전문직업기술을 가지도록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중세 마이스터제도부터 근현대의 이중직업훈련시스템(Duale Ausbildung System·이하 두알시스템)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직업교육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독일은 이 체계적인 직업훈련제도로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했다. 특히 독일 경제를 이끌고 있는 80%의 중소기업이 두알시스템을 통해 우수한 산업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독일 국민 개인으로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체계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직업을 얻을 수 있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해 건전한 중산층으로 살아갈 수 있다.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전국민이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직업훈련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국가 산업 발전을 일으키고, 그만큼 조세수입을 늘릴 수 있었다. 현재 독일의 청년실업률은 매우 낮다. 20195월 독일통계청자료(Statista)에 의하면 15~25세까지의 유럽 주요국가의 청년실업률은 스페인 32%, 그리스 38%, 이탈리아 31%, 프랑스 20%에 비해 독일은 6.8%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두알시스템에 근거를 둔 이론과 그 활용, 나아가 학교와 기업의 상호 교육체제에서 오는 결과물이다. 독일은 낮은 실업률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적다. 국가재정정책에서 조세수입 확대와 사회복지비용 지출 구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것이다.
 
두알시스템에 필요한 재원 확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선투자(先投資)를 이끌어 내는 데 있었다고 한다. 두알시스템 도입 초기에 사실 기업이 비숙련 노동자에게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두알시스템 교육을 받은 직원들의 성과를 보면서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 그런 만큼 기업이 직업학교에 기업현장에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편성되도록 적극적인 요구를 하고 있으며, 직업학교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두알시스템의 국제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뮌헨시청 및 교육·스포츠부서 크리스티네 빌란트씨와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Vocatinal school for mechanic engineering) 교장이자 뮌헨직업학교센터(Deroystrabe munchen vocational school center) 연구이사인 군터 파씨를 만나 청소년 직업학교 현황에 대해 취재했다.
 
뮌헨시, 시립전문학교만 85
360개 이상 직업프로그램 제공
사회복지·디자인·기업관리 등
현재 4만명 젊은이 교육 받아
 
경제 이끄는 80% 중소기업
두알시스템으로 우수인력 확보
학생 교육비도 거의 무료 수준
청년실업률 6.8%로 매우 낮아
 
뮌헨시 직업교육정책
 
모든 아이들이 적합한 직업교육을 받아 잘살 수 있도록 한다. 국적이나, 가정 환경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한테 똑같은 교육환경을 제공해 준다.’ ‘개인은 모두 자신에게 맞는 적합한 재능이 있고 이를 발휘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직업훈련교육을 해야 한다.’
 
이는 뮌헨시의 교육철학이다. 학교도시인 뮌헨은 직업교육에도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뮌헨직업교육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고 젊은 세대들이 순조롭게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뮌헨시는 직업교육을 일반 학교 교육 못지않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저소득층이나 외국 이민자 등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책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이들이 학업 성취도가 낮으면 직업교육을 받을 자격이 없다거나 좋은 직업을 가질 수가 없다는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젊은이들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해 누구나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누리도록 하고 있다.
 
다양한 직업학교
 
뮌헨시에는 85개 시립 직업전문학교(Stadtische Berufliche Schulen)20개 실업학교(Stadtische Realschulen), 14개 인문학교(Stadtiesch Gymnasien)가 있다. 85개 직업전문학교는 기술계 직업학교(Berufsschulen) 36개와 그 후 상위 2년 과정인 전문고등 직업학교 6(Berufsoberschulen 4·Fachoberschulen 2), 비기술분야 직업학교(Berufsfachschulen) 8개와 그 상위과정인 4개 전문아카데미(Fachakademien), 4년제 수준과 맞먹는 29개 마스터학교(Fach-, Techniker-, Meisterschulen), 2개의 비즈니스 스쿨(Wwirtschaftsschulen) 등으로 짜여 있다.
 
뮌헨시는 이 85개 직업학교를 통해 취업수요가 많은 다양한 분야에서 학생들이 직업을 배우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85개 직업 학교에서는 360개 이상의 직업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기술계통부터 사회복지, 디자인, 기업관리, 제과 제빵 등 다양하다. 교육과정도 단기 2년부터 3.5년 일반과정에 추후 2년의 고급단계 등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현재 약 4만명의 젊은 사람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기술분야도 철공소 같은 전통적인 직종에서 3D 프린팅과 같은 첨단기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업종별로는 숙련 직종부터 상업 및 행정 직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분야별로 보면 자동차기술 기계 분야가 약 10%, 금속분야 10% 등으로 가장 비중이 많고 전기·IT분야가 그 뒤를 따르며 이외 정육기술 마이스터, 요리사, 제빵사 등 360여개 직업군이 있다고 한다.
 
직업훈련 교육 프로그램은 기업과 상공인단체, 16개 주 교육관계자, 연방정부 등이 국가와 전세계의 산업흐름을 주시하면서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사회와 산업계의 인력수급을 예측해 적기에 필요한 인력공급체제를 갖춤으로써 구인난을 피하고 실업률도 대폭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뮌헨시는 매년 새로운 직업훈련 과정이 창안되고 있고 1996년에서 2005년 사이에만 210개 교육과정의 현대화가 이루어졌다. 또 직업 학교는 산업발달에 맞춰 지속적으로 새로운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교육훈련분야는 이론 및 실용 교육 간의 긴밀한 연관성 아래에서 진행된다. 뮌헨시는 이들 직업학교를 통해 150개 이상의 두알시스템 교육을 제공한다. 뮌헨시 36개 기술계직업학교에서는 독일 유명회사인 지멘스, BMW, MAN(대형 트럭사) 등에 취업한 35천명에 대한 두알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직업교육생이 4만명임을 고려하면 고급과정 학생 외 대부분의 학생이 두알직업훈련생인 셈이다. BMW의 경우 직업훈련생은 첫 해에 세금 공제 후 받는 월급이 800~1천유로이고 해마다 훈련비가 상승한다. 취직되면 첫 월급보다 3배가 되는 급여를 받는다고 한다.
 
뮌헨시 데로이 스트라쎄() 직업학교센터
 
데로이스트라쎄에 있는 뮌헨직업학교센터(Deroystrabe munchen vocational school center)에는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Vocatinal school for mechanic engineering)금속-디자인-메카트로닉스 전문 학교(Berufschule fur Metall-Design-Mechatronik)’, 금속구조 및 기계 전문학교 등 3개 직업학교가 있다. 뮌헨 기계기술직업학교는 BMW 등과 두알교육시스템에 의해 교육받는 학생들이 약 1300명 된다. 이 가운데 8%가 여성이다. ‘금속-디자인-메카트로닉스전문학교에는 약 1400명의 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고, 이 가운데 15%가 여학생이다. 이들 학생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서 직업훈련을 받는다고 한다. 왜냐하면 직업훈련생 중에 95%가 두알시스템을 통해 교육을 받고 있어 사실상 취업이 확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베르프슐레 직업학교 교육은 주 39시간이다. 수업은 주로 산업기계, 조립기계, 기계프로그래밍, 기계제작 등의 교육이 주류를 이룬다. 교육시간 가운데 독일어 3시간, 영어 2시간, 종교(가톨릭·개신교 등) 1시간, 사회일반 수업 3시간 등이 포함돼 있다. 9시간의 교육은 직장 생활 및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영어교육과 종교교육, 일반 교양교육 등을 통해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다. 통상 1년은 139시간, 1260일이 학교에서 실습과 수업을 받는 시간이다. 두알시스템 수강생들은 방학 중에도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
 
직업학교 운영비 및 인건비는 바이에른주에서 60%, 뮌헨시에서 40%를 지원해 준다. 교육비는 거의 무료고 학생들은 복사비 정도 부담한다고 한다. 29개 마이스터슐레 학생 중 직장을 구하지 못해 훈련비를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정부에서 월 1300~1400유로를 대출해주고 취업 후 상환하는 장학제도가 있다.
 
4차 산업혁명 맞춰 메커니컬엔지니어스쿨을 뮌헨공대와 같이 협력해서 교육한다고 한다. 뮌헨공대에 교사과정을 가르치는 교수와 이 직업학교 교사들이 같이 세미나를 하고 뮌헨공대 학생이 직업학교에서 실습을 한다고 한다. 첨단 기술 수요를 세미나를 통해 공유하고, 실습경험을 쌓은 뮌헨공대 학생은 졸업 후 이 학교 교사로 취직할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체보다 학교 교사 급여가 낮아 교사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군터 파 교장은 두알시스템은 사실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장기적 안목으로 보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독일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두알시스템 덕분이다. 유럽에서도 배우려고 하고 있다. 한국에서 15년 전에도 대규모 참관단이 와서 두알시스템을 견학하고 갔으나 아직 본격 시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한국에 두알 시스템을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이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경제계와 교육계, 사회가 통합해서 추진해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진=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출처  영남일보 http://ww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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