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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6일 월요일

장하준, 코로나19 이후를 말하다

장하준, 코로나19 이후를 말하다
 
-(거품 돌려막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여 년에 걸쳐 경제가 회복됐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환자로 말하면 종양이 있는데 수술을 하지 않고 그냥 영양제 등으로 기운만 나게 해준 거예요. 코로나19도 지금 대체로 보면 나이가 많고 지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이잖아요. 지금 그 상황이죠. 그때 (2008) 금융위기를 이야기하면서 '거품 돌려막기'라고 했었는데요. 왜냐하면 2000년대 초에 하이테크 부실 거품이 터졌을때 미국 연준은 이자율을 6%에서 1%까지 5%p를 떨어뜨렸어요. 이후 부동산 거품이 생기면서 2008년 금융위기가 왔는데, 한마디로 '거품 돌려막기'를 한 거예요. 그때도 잘못된 경제 금융시스템을 고칠 생각은 하지않고 금융기관들 장부상 숫자만 그럴싸하게 만들었죠. 당시에 풀린 돈들은 실물경제로 제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면서 "특히 영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 중심으로 재정긴축을 펴면서 사람들 생활은 더 어려워졌고, 소비위축과 투자감소, 일자리는 더 사라지면서 브렉시트, 극우파 정당 출현,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으로 이어진 것.
 
-(미국의 의료제도와 의료비 지출 문제) 미국은 의료제도 자체가 잘못돼 있어요. 지금 보면, (미국이) 국민소득 대비해서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이 17~18%예요. 다른 선진국은 8~9%, 높아도 11% 수준입니다. 높은 나라가 스웨덴, 프랑스, 스위스 등이고, 영국도 9% 수준이에요.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의료비를 2배 내지 1.5배 더 지출하는데도 건강 지표는 선진국에서 제일 꼴지예요. 일부 지표는 쿠바보다 낮아요.
 
-(코로나19와 사회시스템) 코로나19를 두고 단순히 중국 사람들의 위생 또는 식습관을 이야기하거나, 바이러스라는 ''의 관점에서만 생각해서 어쩔 수 없다는 반응도 있는데요. 그렇게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연재해가 나더라도 누구에게 얼마나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사회시스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코로나19로 미국은 국민의료보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가 드러날 것이고, 영국은 제도는 잘 돼있지만 공짜로 제도를 운용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날 것이고, 한국은 비정규직이나 배달노동자 등 단순파견직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 드러날 거예요. 이제 각 사회의 취약점을 고칠 수 있는 새로운 사회경제 체제를 조직해야.
 
-(복지의 개념부터 바꿔야) "복지의 개념부터 바꿔야 한다"면서 복지 지출이 단순히 부담이나 비용이 아니라 오히려 부담을 줄여주는 것"(관련기사 : "무상급식은 공짜가 아니라 보험 '공동구매'" - 2012년 인터뷰),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이 무슨 대단한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니다"(관련 기사 : "복지 좀 누리자는 게 대단한 혁명인가? 기업들, 세금 안내려면 아프리카에 가라" - 2011년 인터뷰)
 
-(복지지출과 소득재분배) 우리 복지지출이 국민소득 대비 10% 수준이에요. 신자유주의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남미의 칠레보다 낮아요. 정부가 세금을 걷고 복지로 지출하기 전에 국민 지니계수(소득분배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높을수록 불평등 정도가 심하다)0.34인데, 복지지출 이후에도 (지니계수가) 0.33으로 거의 그대로예요. 대부분 선진국들은 정부 지출 후 지니계수가 크게 떨어지는데한마디로 우리나라는 소득재분배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거죠. 소득 불평등을 시장 규제로만 (불평등) 정도를 낮게 유지해온 거예요. 물론 최근 10년 사이에 절대적인 소득 불평등은 낮은 편이지만, 불평등의 상승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아요. 얼마 전에 아카데미상 받은 영화 <기생충>이 딱 보여주잖아요. 그 가족 이야기가 우리 사회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번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사회가 중요.
 
미국이 공공복지 지출이 GDP 대비 19% 정도예요. OECD 평균 이하로 (지출이) 작은 나라인데, 개인들이 지출하는 복지, 예를 들어 의료나 사보험 등을 다 합치면 GDP 대비 (복지지출이) 33%나 돼요. 복지지출이 가장 높은 핀란드에 이어 두 번째예요. 미국이 복지에 돈 안 쓰는 게 아니에요. 비효율적으로 쓰다 보니까 효과가 잘 드러나지 않는 거예요. 우리나라는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한국에선 아직도 복지지출이라면 미국처럼 돈 많은 사람이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형식으로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국민들이 사회복지 서비스를 공동구매하는 것. 우리가 국민의료보험이라는 제도를 만들어서 그동안 건강보험료를 꾸준히 저축을 하면서 공동구매로 이번처럼 의료비용을 낮춘 거죠. 무엇보다 모든 사람에게 검사와 치료를 해주잖아요. 특히 감염병은 빈부를 가려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까, 결국 이것이 부자들에게도 장기적으로 보면 이익이에요. 모든 사람이 치료가 돼야 병이 퍼질 확률도 낮아지고 사망률도 준다.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 복지국가) 결국 시민권에 기반한 보편적인 복지국가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일 공평해요. 약자로 규정된 사람들만 지원하게 되면, 그 규정된 사람들만 보호를 받고 거기에 들어가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은 소외되거나 또 어려워질 수도 있거든요. 좀더 사람답게 사는 사회, 공동체적인 사회를 만들어가야죠. 특히 바이러스나 재해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가 닥쳤을때, (복지국가 모델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훨씬 낫죠.
 
-(기본소득) 신자유주의의 대부라는 하이에크나 프리드먼이 기본소득 지지자에요. 이들 이야기는 일단 1만불이든 나눠주고, 그 돈에서 개인이 의료 등을 다 알아서 하라는 거예요. 별도의 복지 등은 없어요. 그런 기본소득은 반대. 미국 실리콘밸리 억만장자들이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예요. 절대 좌파적인 기본소득이 아니예요. '그래, 너희도 사람이니까, 굶어죽지 않고 살 권리는 있는데, 그냥 얼마 줄테니까 자꾸 우리한테 더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메시지예요. 우리나라는 아직 기본적인 복지제도가 안돼 있기 때문에 자칫 섣불리 도입하면 사실상 그런(하이에크 등이 주장하는) 기본소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이) 자칫 복지제도 확대의 반대 근거가 될 수도 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코로나19 이후를 말하다 /김종철,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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