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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5일 수요일

'행동 백신(behavior vaccine)'과 '생태 백신(eco-vaccine)' / 최재천

코로나19 사태를 종식시키려면 어서 빨리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답처럼 나돈다. 그러나 백신을 개발하려면 적어도 1~3년이 걸린다. 그것도 모든 조건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졌을 때 그렇다. 우리가 해마다 맞고 있는 독감 백신은 1940년대에 처음 등장했지만 예방 효과를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무려 70년이 걸렸다. 1980년대 여러 유명인의 목숨을 앗으며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에이즈(AIDS)30년이 넘도록 여전히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만일 내가 예측하는 대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인수 공통 바이러스의 창궐 시기가 점점 짧아져 3~5년마다 한 번씩 덮친다면 우리는 늘 뒷북을 칠 수밖에 없다.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려면 바이러스가 계속 유행하고 있어야 하는데, 수십만 명이 죽어나가고 세계 경제가 나락으로 곤두박질칠 무렵이면 바이러스는 저절로 한풀 꺾이기 마련이다. 사스와 메르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백신 개발에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화학 백신'보다 더 강력하고 현실적인 백신이 있음을 알리고 싶을 뿐이다. '행동 백신(behavior vaccine)''생태 백신(eco-vaccine)'이 그들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바로 훌륭한 행동 백신이다. 유치하다 비웃을지 모르지만 전 세계가 더도 말고 딱 2주만 멈추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 경로가 차단되므로 이미 감염된 사람들만 치유하면 된다. 세계가 합의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확실한 백신은 없다.
 
아니 더 근본적인 백신이 있다. 바이러스가 우리에게 건너오지 못하도록 야생동물을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박쥐, 사향고양이, 낙타, 천산갑이 먼저 우리에게 악수를 청할 리 없다.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생태 백신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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