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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5일 월요일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 2020 0525

이용수 할머니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기자회견
 
저는 위안부였습니다그냥 위안부가 아니라 일제강점기일본군의 대만 주둔 가미가제 특공대의 강제 동원 위안부 피해자였습니다해방 이후 그 누구에게도 밝히지 못했던 제 삶의 상처를 대중에게 공개했던 것이 1992 6 25일입니다차마 용기를 내기가 어려워 제 자신이 아니라 친구의 이야기인 것처럼 당시 정대협에 거짓으로 피해를 접수했었습니다

이후 1992 6 29일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당시의 참상과 피해그리고 인권유린을 고발하고우리 인류에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른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문제 해결과 인권 운동을 시작했습니다서로 간 존재도 몰랐던 우리 피해 할머니들은 각자 겪은 참상과 인권유린을 이야기하며 부둥켜안고 눈물로 아픔을 함께 했었습니다이렇게 시작한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이 30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투쟁을 통해 손가락질과 거짓 속에 부끄러웠던 이용수에서 오롯한 내 자신 이용수를 찾았습니다먼저 가신 피해자 언니들과 함께 이 문제를 저 이용수가 꼭 해결하고 싶었습니다하지만양국 정부의 무성의와 이리저리 얽힌 국제 관계 속에서 그 결실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지난번 기자회견과 입장문을 통해 지금까지 해 온 방식으로는 문제의 해결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말씀을 감히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며앞으로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그렇지만 제 기자회견 이후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제가 기대하거나 예상했었던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30년 동지로 믿었던 이들의 행태라고는 감히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당혹감과 배신감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습니다
 
하지만저는 두 가지는 꼭 지켜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번 기자회견을 준비했습니다저를 비롯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과 일본의 사죄와 배상 및 진상의 공개그리고 그 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안부 피해자라는 사실을 고백한 후참 힘든 세월을 지내왔습니다만 그럼에도 저는 이 길을 지키기 위해 마음을 부단히 다잡아 왔습니다.그래서 오늘이 자리에서 국민 여러분들께 부탁 아닌 부탁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저는 현재 드러난 문제들은 우리 대한민국이 그동안 이뤄온 시민의식에 기반하여 교정되고 수정되어 갈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우리는 미래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한 길에 '시민 주도 방식', '30년 투쟁의 성과 계승', '과정의 투명성 확보' 3가지 원칙이 지켜지는 전제 하에 향후 제가 생각하는 활동 방향을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조속히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오랜 세월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피해 사실을 밝히지 못했던 많은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한일 양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책임성을 갖고 조속히 같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지난 번 입장문에서도 말씀드렸지만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구체적 교류 방안 및 양국 국민들 간 공동행동 등 계획을 만들고 추진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세 번째한일 양국을 비롯한 세계 청소년들이 전쟁으로 평화와 인권이 유린됐던 역사를 바탕으로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고민하고 체험할 수 있는 평화 인권 교육관 건립을 추진해 나갔으면 합니다.
 
네 번째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전문적인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실질적인 대안과 행동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구를 새롭게 구성하여 조속히 피해 구제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섯 번째앞서 말씀드린 것들이 소수 명망가나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그동안 정대협과 정의연이 이뤄온 성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역량을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섯 번째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개방성과 투명성에 기반한 운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바랍니다사업의 선정부터 운영 규정시민의 참여 방안과정의 공유와 결과의 검증까지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깊은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것은그동안 이 운동이 시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 성장해 온 만큼 시민의 목소리를 모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저를 비롯한 활동가그리고 국민 여러분 모두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당혹스러우리라 생각합니다저는 투쟁 과정의 문제들이 공론화되길 기대했던 것인데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면서 그 과정이 복잡해질 듯합니다제겐 운동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던 여러분들이 계십니다먼저 한 발을 내딛어 새로운 길을 열어 오신 분들께서 밝은 지혜로 시민과 함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도록 도움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93세입니다제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습니다어떤 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피해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력하게 당해야 했던 우리들의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그리고 미래 우리의 후손들이 가해자이거나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금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대한민국 국민은 이미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그 길을 닦아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어느 길에도 오르막과 내리막은 함께 합니다중요한 것은 한 걸음이라 생각합니다.우리를 위한 모두의 한 걸음을 이제 국민들이 함께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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