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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6월 1일 월요일

윤미향‧정의연 논란의 본질적 문제/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사흘 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 자신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쏟아진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530일부터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돼 윤미향 당선자의 현재 신분은 의원이지만 그간 익숙한 호칭이므로 당선자라고 쓴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달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처음 문제를 제기했고, 윤 당선자가 공개 석상에서 직접 해명에 나선 것이다.
 
윤 당선자는 개인계좌를 통한 후원금 모금과 관련해 안이하게 행동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잘못을 인정했고, 30년의 위안부 운동을 위안부피해자들과 더 섬세하게 공감하지 못한 점은 성찰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윤 당선자는 후원금 유용·횡령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윤 당선자는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어 세세한 내용을 모두 말씀드릴 순 없다부족한 점은 검찰 조사와 추가 설명을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소명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21대 국회에서 위안부 문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더 노력하고 싶다고 밝히면서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 선을 그었다. 민주당도 책임 문제는 검찰 수사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잘못이 있다면 상응한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의혹의 진위를 가리는 일은 검찰의 몫으로 넘겨졌고, 실체적 진상 파악과 책임의 소재에 대한 판단은 지켜봐야 할 과제로 남았다.
 
먼저 분명히 해둘 것은 윤미향 당선자를 둘러싼 논란들이 현재로선 의혹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 마치 범죄 사실이라도 드러난 듯이 호도하고 책임지라고 몰아가는 것은 현대판 마녀사냥에 다름 아니다. 마녀로 지목되면 꼼짝없이 죽음을 당했던 근대 유럽의 마녀사냥이나, 낙인을 찍어서 여론몰이로 희생양을 만들어가는 현대판 마녀사냥이나 다를 게 뭔가? 설령 아무리 많은 의혹들이 제기됐다고 할지라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는데 유죄의 범인 취급을 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의 위반이다. 책임의 소재가 입증되지도 않았는데 도덕적 비난을 앞세워서 사회적으로 매장시키려는 여론몰이는 억울한 희생양을 강요하는 인격살인 행위다.
 
윤미향정의연 논란은 위안부운동 내부에서 이 운동의 방향과 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이 배경이다. 사안의 본질은 위안부운동의 자주성, 사회단체의 자주성에 관한 문제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 30년 동안 정대협과 정의연 운동에 헌신해 온 위안부운동의 상징적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윤미향 당선자가 정의연 이사장을 그만두고 더불어시민당에 입당하여 비례후보로 나선 것은 정의연이 친민주당 관변단체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된다. 관변단체를 흔히 어용(御用)단체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용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권력자나 권력 기관에 영합하여 줏대 없이 행동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정의연의 재정을 살펴보면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의연의 2019년 전체 수입 중 47퍼센트(74천만원)가 정부 지원금이었는데, 주로 여성가족부의 공모사업으로 얻은 수입이었다. 2018년에도 약 76천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나온다. 정의연이 재정을 정부에 이처럼 의존하는 형편이라면 과연 정부와의 관계에서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과연 정의연이 정부의 눈치 보지 않고 올바로 판단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박근혜 정부는 20151228일 아베 정부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에 서명했다. 위안부문제에 대하여 최종적 및 불가역적 합의라는 못을 박았다. 피해 당사자들과 대중의 공분을 반영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201814일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 및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지난 정부의 합의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는 윤미향 정대협 대표도 동석했고, 강경화 외교부장관, 정현백 여성가족부장관, 남인순 국회여성가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 19일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한일 위안부 합의 후속 조처를 발표했다. “이 합의가 일본과의 공식 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 따라서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다.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서 어긋난 기존 합의의 파기와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그 합의를 인정한다는 뜻인가? 문재인 정부가 위안부문제 해결 약속을 저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윤 당선자는 민주당이 415 총선을 앞두고 급조한 선거용 위성정당에 입당하였다. 이것이 윤미향정의연 논란의 근원적 문제이다.
 
사회단체의 자주성은 재정 문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윤미향정의연의 위안부쉼터 논란의 핵심은 안성쉼터 고가 매입 의혹이나 회계 관리의 투명성 문제가 아니다. 자금의 출처가 더 중요한 문제다. 정대협이 2011년 직접 만나서 안성쉼터 자금을 요청했던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현대중공업 재벌 총수였다. 논란의 핵심은 사회단체가 재벌의 후원을 받는 것이 옳은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대협은 현대중공업의 지원이 빨리 진행되지 않자 명성교회 측에 쉼터 지원을 요청했다. 명성교회가 20121월 쉼터 구입을 지원하여 서울 마포구에 쉼터가 마련됐다.
 
명성교회가 어떤 교회인가?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로 등록 교인이 10만명에 이르는 초대형교회다. 김삼환 목사는 800억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뿐 아니라 아들 김하나 목사에게 교회의 담임목사 직을 넘겨주는 세습으로 지탄받는 대상이다. 이런 목사에게 지원을 요청하여 위안부쉼터를 마련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정의연은 현대중공업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원한 기금으로 안성에 쉼터를 하나 더 마련했다. 재벌과 초대형 교회로부터 각각 10억원, 15억원씩 후원 받았다는 건데, 이래도 되는 걸까?
 
운동의 생명은 자주성이다. 정의연처럼 재정을 정부와 재벌, 초대형 교회에 의존한 데서야 이 단체가 과연 자주적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위안부운동이 정부와 고액 기부자들의 이미지 세탁에 이용되는 측면은 없는 것일까? 더 나아가 위안부운동의 대표적 인사가 단체를 떠나 집권당으로 들어간다면 여기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어야 마땅한 일이다. 더구나 급조된 정당에 입당하느라고 단체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할 새가 없고 합의의 도출 과정이 미흡했다면 틀림없이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밖으로 터져 나올 수밖에 없을 터다.
 
이용수 할머니의 윤미향·정의연 비판이 일본 극우파와 국내 친일파에게 빌미를 주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이 할머니의 비판은 위안부운동의 대의와 역사를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위안부피해자의 문제제기를 친일 대 반일의 프레임에 가두어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진영논리이다. 흑백 편 가르기의 진영논리는 사안의 본질을 은폐하고 왜곡한다. ‘정의연과 윤미향에 대한 친일·반민족세력의 공격에 함께 맞서 싸우겠다고 밝힌, 515일 민중당 대변인의 논평은 진영논리에 갇혀 있다.
 
더욱 심각한 편향은 윤미향 당선자에 대한 비판이 공작정치의 산물이라는 주장이다. 공작정치란 집권층이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권력기구를 동원하여 일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국가정보원을 동원하여 각종 불법 공작을 벌이고, 박근혜 정부가 이석기의원 내란사건을 조작하고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일 등이 대표적이다. 윤미향정의연에 대한 공격 패턴과 사건의 전개 양상이 유사하다고 하여, 그것을 공작정치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불이다. 이 논란을 일으킨 것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 여당이나 청와대는 논란이 비화되는 것을 막고 윤미향정의연을 두둔하는 입장이다. 하물며 국정원을 끌어들여 공작정치 운운하는 것은 허무맹랑한 음모론에 다름 아니다. (202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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