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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15일 월요일

이이효재 선생님의 '애인'

"안 선생, 나 애인이 생겼어!"

"네? 선생님이?"
나는 그때 선생님이 농담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선생님은 진지했다. 이미 여든이 넘은 선생님의 애인은 젊은이였다. 젊은이가 아니라 어린이였다.
이 선생님은 진해기적의도서관 유치운동을 펼치고 도서관 개관 이후에는 운영위원장을 맡으셔서, 말 그대로 봉사하셨다. 선생님은, 도서관 봉사 시간이야말로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간이라고 하셨다.
"아이고, 안 선생, 내가 평생 여성운동 한다고 하느라고 했는데, 진즉 이걸 알았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알게 되었네. 여기 엄마들이, 여기 여성들이 자기 아이들 데리고 와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 '함께' 잘 키울까 고민해.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 줄 몰라. 진즉에 이런 세계가 있는 줄 알았어야 했는데. 너무 고맙고 사랑스러워. 참 잘한 일이야."
선생님은 진해기적의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아이들의 엄마들이 책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셨다. 마치 큰 느티나무처럼.
선생님의 봉사활동 한 가지는 도서관에서 책 읽다가 돌아가는 아이들에게 참 잘했다는 격려의 도장을 찍어주시는 일이었다. 참 잘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그 도장을 찍어주시다가 어느 꼬맹이에게 물었다. "너, 이름이 뭐니?" 맹랑한 이 꼬맹이, 오히려 반문했다. 그것도 반말로. "넌, 이름이 뭐야?" "어, 나 효재야." "응. 난 개똥이야."
개똥이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고 하셨다. 일주일에 두 번 도서관에 가서 아이들이, 엄마들이 책읽는 모습을 둘러보시고 참 잘했어요 도장도 찍어주시는 나날이 이어지던 때, 개똥이도 계속 도서관을 왔다고 하셨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개똥이가 보이지 않더라고 하셨다. 아픈가? 이사를 갔나? 보고 싶은 개똥이가 보이지 않으니 걱정이 되고, 보고 싶고, 영영 안 오면 어쩌나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고 하셨다. 애인이란, 보고 싶은 사람, 안 보면 괴로워지는 사람 , 어찌할 수 없이 그리워지는 사람, 아니냐고 하셨다. 하지만, 개똥이는 아마도 자신이 이이효재 선생님의 '애인'이었음을 모를 수도 있었을 터였다.
지금은 스무 살 청년이 되었을까. 지금은 서른 살 청년이 되었을까?
오늘, 진해기적의도서관을 일구어오신 소중한 분들께 제가 드린 말씀은, 이이효재 선생님의 이 '애인' 이야기가 전부 아니였을까. 그 이상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었을까. 이이효재 선생님의 '애인'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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