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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우리동네 랜드마크 모두의 도서관] 숲속·공원 도서관서 유유자적…마냥 머물고 싶어라, 도서관의 도시 ‘전주’ (2024.9.10.)

 도서관의 도시 ‘전주’

시 조직 도서관본부, 관련 업무 총괄
시집·여행…테마 도서관 등 148곳
오래된 건물 리모델링…자연 친화적
‘내집 거실’처럼 편안한 분위기 매력
전용버스 타고 13개 도서관 투어 인기
도서관서 업무 보는 ‘워케이션’ 서비스

도서관에 진심인 도시. 한옥마을로 유명한 전주에 이제 새로운 이름을 부여해야 할 것 같다. 숲속 시집 도서관에서, 공원 안 한옥 도서관에서, 기차역 인근 여행자도서관에서 머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객들에게만 흥미로운 공간이 아니다. 시민들에게도 더없이 유익한 장소다. 마침 취재간 날은 1989년 개관한 완산도서관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롭게 문을 연 날이었다. 원도심 언덕길에 자리한 전형적인 옛 느낌의 도서관으로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역 주민들은 이날 근사한 선물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었다.

전주시는 지난 2021년 조직 개편을 통해 산업, 정책, 운영, 시설 4개과로 구성된 ‘도서관본부’를 만들었다. 130억원의 예산을 바탕으로 도서관, 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과 프로그램 개발 등 관련 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고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점을 살려 ‘도서관과 책의 도시’를 만드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지자체장이 바뀐 후에도 사업이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전주시의 도서관은 모두 148곳으로 이중 공공도서관이 12곳, 특성화도서관이 12곳, 작은 도서관이 124곳(공립 26곳·사립 98곳)이다. 앞으로 독일 슈투트가르트 도서관 설계자 이은영 건축가가 참여한 전북 대표도서관이 조성될 예정이며 아중호수도서관도 설계를 마치고 착공을 준비중이다.

전주의 공공도서관은 공간 혁신이 눈에 띈다. ‘개방형 창의도서관’을 목표로 삼은 시는 지난 2019년부터 낙후된 기존 도서관의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12개의 공립도서관 중 8월 현재 8개 도서관이 완료됐으며 2025년이면 전체 리모델링이 끝난다.

재단장한 도서관은 마치 시민들의 거실처럼 이용된다. 2022년 재개관한 금암도서관을 찾았을 때 서가 이곳 저곳에 배치된 의자에 편하게 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거주 인구가 적은 완산도서관은 서가를 줄이는 대신 ‘책 쓰는 도서관’을 표방하며 기성 작가들과 시민작가들에게 공간을 적극적으로 내주고 있다. 책읽는 사회문화재단 ‘씨앗’이 전주시 대표도서관 ‘꽃심’에 조성한 12~16세 전용공간 ‘우주로 1216’은 개관 후 1만6000여명이 방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책과 도서관의 도시’ 전주가 자랑하는 것은 특성화 도서관이다. 지난 2020년 문을 열자마자 유명세를 탄 전주시청 책기둥 도서관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로 꾸려진 도서관은 즐거운 여행을 이끈다.

취재 중 인상적이었던 곳 중 하나는 ‘학산 숲속 시집도서관’이었다. 이름처럼 숲속에 안긴 이 작은 도서관은 주변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고 지형을 그대로 살려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했다. 넓은 통창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가 인상적인 곳으로 국내외 시인들의 시집 2000여권을 보유하고 있다. 작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활용한 공간이 눈길을 끄는데, 다락에서 조용히 시집을 읽고 있는 이의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

덕진공원 안에 자리한 ‘연화정 도서관’은 또 어떤가. 여름이면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넓은 연못을 배경으로 자리한 도서관은 한옥으로 지어졌다. 일부러 찾는 이들도 있지만, 시민들의 휴식장소인 공원을 산책하다 자연스레 들러 책을 집어드는 이들도 많았다. 붉은색 컨테이너 박스로 만들어진 ‘첫마중길 여행자 도서관’은 여행과 예술 관련 책들이 주를 이룬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대형 화집이 방문객을 맞는 도서관에 들어서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예술가들의 거리로 불리는 서학마을에 문을 연 서학예술마을 도서관은 원래 1960년대 의원과 주택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이후 한 도예가가 카페와 갤러리로 운영했고,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난 2022년 도서관으로 변신했다. 그늘을 드리우는 커다란 팽나무와 담쟁이 넝쿨, 낡은 도서관 바닥과 벽 등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공간은 주택을 개조한 곳답게 집안의 거실처럼 편안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바로 옆 신축 건물에서는 다양한 강연 등을 진행한다. 그밖에 동문헌책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한옥마을 도서관, 건지산 숲속 작은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전주 도서관을 여행하는 법

전주는 도서관과 관련해 ‘최초’가 많다. 업무를 총괄하는 도서관 본부가 처음 생겼고, 도서관 투어 버스도 최초로 운영중이다. 12~16 전용 공간도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다.

다양한 인프라가 조성돼 있기에 가능한 게 ‘전주도서관 여행’다. 전용버스를 타고 해설사와 함께 13개 도서관을 돌아보는 여행은 인기가 많다. 매주 토요일 3차례(9~11월 금요일 야간코스 진행)씩 운행되는 코스는 하루 코스(6000원)와 반일 코스(5000원)로 나뉜다. 책문화 코스, 그림책 코스, 예술문화 코스, 비밀 코스, 정원 코스 등 다양한 주제로 구성돼 있으며 반려식물 프로그램 등 코스에 어울리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428명이 이용했다.

7월부터는 ‘나는 전주도서관으로 출근한다’를 타이틀로 ‘전주 워케이션 도서관 여행’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 전국 최초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숙소에서 머물며 취향에 맞는 도서관에서 개별 업무를 마치고 전주 도서관 여행, 북크닉(book+picnic)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의 독서 열기를 북돋우는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전주 책사랑 포인트 ‘책쿵 20’이 대표적이다. 지역서점에서 현금처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도서관에서 빌린 도서를 반납하면 1권 당 50포인트를 지급하고, 49개 참여서점에서 책을 구입할 때 20% 할인을 받는 제도다. 최대 5만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으며 현재 2700여명이 이용 중이다.

지난 2021년 시작된 ‘전주시 고전 100권 함께 읽기’는 고전 목록 150권을 선정하고 5년 동안 100권을 읽는 독서운동이다. 현재 23개반 383명이 활동중이며 학교로 찾아가는 고전독서모임도 있다. 또 독서동아리 길잡이 파견, 역량강화 교육 및 문학기행, 연합문집 제작도 지원한다. 그밖에 공공도서관이 지역 서점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책 관련 축제도 함께 꾸리는 등 지역 책방과도 밀접한 관계을 이어가고 있다.

책 관련 축제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전주국제그림책 도서전에는 3만 5000여명이 다녀갔고 ‘전주 그림책 키움터’에서는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그림책 작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10월 전주종합경기장에서 3일간 열리는전주독서대전은 지난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전주에서 열렸던 대한민국독서대전에서 출발한 축제다. 지역서점, 출판사, 작은 도서관 등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는 메머드급 행사로 ‘전주 올해의 책’과 관련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올해는 독립출판 북페어 ‘전주책쾌’가 첫선을 보였고 전국에서 89팀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이날의 ‘도서관 취재 여행’에서 만난 공간은 모두 6곳. 방문하는 곳마다 좀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터라, 다음에 전주를 찾을 땐 하룻밤 묵으며 느리게 도서관을 둘러보고 싶어졌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725919200773526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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