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08년 9월 23일 화요일

Free Market Ideology

나오미 클라인이 2008년 9월 19일자로 <가디언>에 발표한 칼럼을 옮겨놓는다. 마치 우리 한국인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칼럼이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라! 나오미 클라인이 논의하는 맥락으로 이해하자면, ‘신자유주의 종말론’이 거꾸로 공공서비스의 극심한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며, 말하자면 촛불 때문에 미루어 두었던 수도와 같은 공공 인프라의 사영화(privatization)에도 힘이 실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충격 독트린이나 재난 자본주의의 '합리화'란 그런 것일 터이다.

 

 

그리고 곧 번역되어 나올 것으로 보이는(언제일지 모르지만), 나오미 클라인의 <충격 독트린>과 더불어 이미 출간되어 있는 <노 로고>에 대한 의미 있는 글을 함께 옮겨놓는다.

 

 

아래 참고사항으로 옮겨놓았지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에서는 벌써 '신자유주의의 종말' 혹은 '신자유주의의 파국'을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보수신문의 이러한 보도에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광우 금융위원장. 그 과도함은 무엇인가. 그것을 꿰뚫어보아야 하리라. 그 핵심은 클라인도 지적하듯이 카지노 자본주의의 중심에 있는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구제금융, 사실상의 국유화(nationalization)를 단행하지만,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미국 시민을 위해서는 그 어떤 정책도 취하지 않는 미국 정부의 행태에 그 힌트가 있는 듯싶다. <식코>의 마이클 무어가 전하듯, "손가락 봉합에 6천만원 들어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질문.


 

------------------------------

Free Market Ideology is Far from Finished

 
 
Whatever the events of this week mean, nobody should believe the overblown claims that the market crisis signals the death of "free market" ideology. Free market ideology has always been a servant to the interests of capital, and its presence ebbs and flows depending on its usefulness to those interests.

During boom times, it's profitable to preach laissez faire, because an absentee government allows speculative bubbles to inflate. When those bubbles burst, the ideology becomes a hindrance, and it goes dormant while big government rides to the rescue. But rest assured: the ideology will come roaring back when the bailouts are done.
The massive debts the public is accumulating to bail out the speculators will then become part of a global budget crisis that will be the rationalization for deep cuts to social programs, and for a renewed push to privatize what is left of the public sector. We will also be told that our hopes for a green future are, sadly, too costly.

What we don't know is how the public will respond. Consider that in North America, everybody under the age of 40 grew up being told that the government can't intervene to improve our lives, that government is the problem not the solution, that laissez faire was the only option. Now, we are suddenly seeing an extremely activist, intensely interventionist government, seemingly willing to do whatever it takes to save investors from themselves.

This spectacle necessarily raises the question: if the state can intervene to save corporations that took reckless risks in the housing markets, why can't it intervene to prevent millions of Americans from imminent foreclosure? By the same token, if $85bn can be made instantly available to buy the insurance giant AIG, why is single-payer health care – which would protect Americans from the predatory practices of health-care insurance companies – seemingly such an unattainable dream? And if ever more corporations need taxpayer funds to stay afloat, why can't taxpayers make demands in return – like caps on executive pay, and a guarantee against more job losses?

Now that it's clear that governments can indeed act in times of crises, it will become much harder for them to plead powerlessness in the future. Another potential shift has to do with market hopes for future privatizations. For years, the global investment banks have been lobbying politicians for two new markets: one that would come from privatizing public pensions and the other that would come from a new wave of privatized or partially privatized roads, bridges and water systems. Both of these dreams have just become much harder to sell: Americans are in no mood to trust more of their individual and collective assets to the reckless gamblers on Wall Street, especially because it seems more than likely that taxpayers will have to pay to buy back their own assets when the next bubble bursts.

With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talks off the rails, this crisis could also be a catalyst for a radically alternative approach to regulating world markets and financial systems. Already, we are seeing a move towards "food sovereignty" in the developing world, rather than leaving access to food to the whims of commodity traders. The time may finally have come for ideas like taxing trading, which would slow speculative investment, as well as other global capital controls.

And now that nationalization is not a dirty word, the oil and gas companies should watch out: someone needs to pay for the shift to a greener future, and it makes most sense for the bulk of the funds to come from the highly profitable sector that is most responsible for our climate crisis. It certainly makes more sense than creating another dangerous bubble in carbon trading.

But the crisis we are seeing calls for even deeper changes than that. The reason these junk loans were allowed to proliferate was not just because the regulators didn't understand the risk. It is because we have an economic system that measures our collective health based exclusively on GDP growth. So long as the junk loans were fuelling economic growth, our governments actively supported them. So what is really being called into question by the crisis is the unquestioned commitment to growth at all costs.
Where this crisis should lead us is to a radically different way for our societies to measure health and progress.

None of this, however, will happen without huge public pressure placed on politicians in this key period. And not polite lobbying but a return to the streets and the kind of direct action that ushered in the New Deal in the 1930s. Without it, there will be superficial changes and a return, as quickly as possible, to business as usual.

This article first appeared on
The Guardian.
 
--------------------------------------------------
아래 글은 미국 대학도서관의 사서로 '클리오'라는 아이디를 쓰고 계시는 이의 블로거에서 옮겨온 글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세계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 의식을 보여주고 있는 캐나다 출신의 언론인인 나오미 클라인은 우리에게는 '노 로고"라는 책으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던 그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 책이  출판되고 5년이 지나서 지난 해 가을 새로 출판된 The Shock Doctrine: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 이라는 책은 전세계적으로 퍼진 자유 시장 경제 체제의 성장과 그 배경을 매우 독특한 시각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1950년대 미국 CIA 의 지원에 의해서 연구되고 개발된 고문 이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정신과 육체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강한 충격은 한 사람의 정신을 자신의 의지와는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 만들어 버릴 수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분리된 상태에서 그 사람은 완전히 어린이와 같은 백지의 상태로 돌아가고 결국 고문을 가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 사람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시점에서는 의지가 강하고 약하고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미 그 사람의 정신은 자신의 의지와는 분리된 상태로 백지처럼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이든지 시키는 대로 하고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군대 생활을 하면서 한 두 시간 계속해서 기합을 받아본 기억이 있으신 분들은 어쩌면 이해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신병 초기에 어리버리한 상태에서 혼을 빼놓을 정도로 '굴리면' 정말 문자 그대로 혼이 달아납니다. 그리고 조교가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따라 하게 되는 그런 상황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나오미 클라인이 이 책에서 말하는 충격 독트린은 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 국가 전체 혹은 하나의 계층 전체를 대상으로  확대된 일들을 의미합니다. 특히 자연 재해나 테러, 전쟁 등으로 전국이 충격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사실을 더욱 강조함으로써 국민들의 의식이 더 깊은 공황 상태로 몰아 넣고, 그 동안 정치인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기업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사회를 변화시켜 나간다는 것이지요. 보통의 상황이라면 강력한 반대를 받고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 이지만 대부분의 반대할 사람들이 이러한 충격때문에 정신이 없는 동안 소수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사회를 바꾸어 나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더 이상 손 쓸 도리가 없는 상태로 이미 사회가 달라져 있다는 것이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피해로 뉴올리언즈가 충격에 빠져있을 때 물에 잠겼던 지역의 서민용 공공 주택들을 헐어버리고 일반 건축업자들에게 고급의 주택단지들을 새로 짓게 허가한 것이나 공공 학교 시스템을 없애고 사립 학교들을 도입하는 것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쓰나미의 피해로 모든 것을 잃어버려 충격에 빠진 스리랑카 해안가의 주민들을 살던 지역에서 몰아내고 그 자리에 대규모 휴양 단지가 들어서도록 허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저자는 이러한 예를 지난 4-50년간 전세계적으로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의 배경에 있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의 이론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우리에게는 그렇게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인것 같습니다만 이 책에서는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 했던 부분에까지 촉수를 뻗치고 있는 이른바 "재난 자본주의(Disaster Capitalism)"의 모습을 낱낱이 드러내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한시바삐 번역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읽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이 책과 관련한 각 종의 인터뷰 및 리뷰들을 보실 수 있고 이 책에 사용된 각종 자료들을 인터넷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책을 읽고 궁금증이 생기는 사람들은 더 자세한 정보를 이곳을 통해  찾아 볼 수 있지요. 인터넷의 시대에 책의 가치를 더 올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나오미 클라인의 책에서 말하는 충격 요법을 지금 우리의 상황에 대입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최근에 신문 지상을 장식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는 실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가하는 장치의 하나가 아닐까요? 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는 과연 그 정도로 큰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할 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어이없는 발언들이 있고 보면 과연 이 사람들이 운하를 만들려고 하는지 조차 의심이 갑니다. 경제성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은 운하 건설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고 그것에 참여하려는 기업들 역시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국민 대대수의 관심이 운하로 쏠리도록 몇 몇 사람들이 계속해서 '바람'을 잡고 있는 동안 실제 자신들이 원하는 다른 일들을 큰 주목받지 않고 소리 소문 없이 추진하는 이들이 혹시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자신들의 이해 관계에 부합되고,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제도와 법률을 고쳐놓은 어느 날, "국민들이 그렇게 반대한다면 운하를 만들지 않겠다." 고 선언을 하겠지요. 그리고는 좋아하는 국민들을 보며 뒤에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과연 그럴까요? 잘 살펴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에 대항해서 우리 같은 일반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이 책에서 나오미 클라인은 바로 '정보(information)' 가 그러한 충격 독트린에 대응하는 우리의 무기라고 주장합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고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소수의 몇 몇이 전체 사회를 자신들의 이익에 맞도록 바꾸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회를 개혁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혁명가라고 부르던 선각자라고 부르던 분명 지도자가 필요할 겁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그 개혁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언제나 질문을 하며 제대로 된 정보를 찾는 의식있는 대중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비록 생활 속에 파묻힌  그 대중의 목소리가  밖으로 들리지 않을지라도 그 목소리들이 합쳐지는 순간이 오면 사회는 분명 달라집니다.


 

강력한 충격을 주는 것 이 외에도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또  혼란시킬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의식이 언제나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그대로 믿지 말고 언제나 의심하고 생각하고 또 고민하며 그렇게 자신과 사회의 모습을 제대로 살필 줄 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한 한 국가를 몇 몇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익대로 이끌어 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통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는 많은 분들의 중요성도 바로 이런 면에서 찾을 수 있을 것같습니다. 의심나는 일을 파헤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취재를 하고 글을 올리는 사람도 훌륭하고 그 글에 대해 미심쩍은 부분을 지적하고 토론을 하는 사람들도 훌륭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게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는한 우리 사회의 미래는 밝습니다.


 

* 아래에는 이 책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는 다큐먼터리를 올려 봅니다. 저자의 홈페이지에 가시면 더 많은 자료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 사용된 이미지는 저자의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
나오미 클라인의 <노 로고>에 대한 서평은 신기섭 씨의 블로그에서 옮겨온 것이다.
 
2006년 07월 10일 18:02

 

 

나오미 클라인(Naomi Klein), <노 로고(No Logo: Taking Aim at the Brand Bullies)>, 정현경, 김효명 옮김, 중앙M&B, 2002.

올해 나이 36살인 캐나다 출신 언론인 나오미 클라인은 반세계화운동 진영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다. 대학도 채 졸업하기 전 캐나다 유명 신문 <글로브 앤드 메일>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으나, 주류 언론이 원하는 것과 자신의 관심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편안한 길을 포기한다. 작은 진보 잡지로 옮긴 이 여성은 전세계를 누비기 시작했다. 5년 동안 노동착취 기업들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한 결과가 30살 때 내놓은 이 책이다. 한국어판엔 엉뚱하게 '브랜드파워의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었는데, 이 때문인지 크게 주목받지 못한 것 같다. (현재 일부 온라인 서점에선 품절로 나온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에 대해 클라인은 “과대 마케팅과 공공 장소가 사라지는 문제에 대한 내 관심과 노동조건 악화에 대한 관심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것들이 기업 이데올로기로 연결된다는 걸 깨달았지만 기사로 쓰기에는 너무 큰 주제였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한다. (Brian Palmer 등이 편집한 책 Global Values 101, Beacon Press, 2006, 108쪽)

이 책은 네 부분 곧 '노 스페이스(공간이 없다)', '노 초이스(선택의 여지가 없다)', '노 잡스(일자리가 없다)', '노 로고(로고는 없다)'로 나뉘어있다. 공간이 없다는 건, 나이키나 엠티비(MTV) 같은 기업들의 브랜드가 문화와 교육까지 온통 침투해 들어와서 공공 장소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건, 기업간 합병과 거대 기업의 탄생, 기업의 검열이 문화적 선택의 폭마저 박탈하는 현상을 말한다.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는, 기업들의 비정규직화, 업무 외주화로 변변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걸 지칭한다. 로고는 없다는 부분은, 반기업 운동을 다룬다. 기업 광고를 패러디하고 비꼬는 문화 행위, 노동착취 거대 기업에 대한 항위와 저항 운동, 지역 사회의 반기업 움직임 등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화에 대한 저항 움직임들이 자세히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세계사회포럼 개최에 즈음해 들불처럼 번진 반세계화운동에서 '역사의 종언'이 종언을 맞았음을 느낀다고 쓰고 있다. 이 운동은 중심이 없고 일관된 전략이 없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하나의 세상 안에 여러 개의 세상'을 추구하는 운동이다.

1993년 4월2일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는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값싼 브랜드들에 맞서기 위해 말보로 담배가격을 20% 인하하겠다고 발표한다. 이 사건은 브랜드의 시대가 가고 가격 경쟁의 시대가 온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브랜드의 시대가 열리는 걸 상징한다. 상품을 위한 브랜드의 시대가 가고, 브랜드가 진정한 상품이며 표면상의 제품은 브랜드의 첨가물에 불과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나이키, 애플, 바디숍, 캘빈 클라인, 디즈니, 리바이스, 스타벅스가 이 시대의 주역들이다. 나이키는 운동화를 파는 게 아니라 그 자체가 스포츠이고, 애플은 컴퓨터를 파는 게 아니라 컴퓨터는 '다르게 생각하는' 행위의 부가물이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고 커피의 낭만 곧 따뜻한 공동체의 느낌을 판다. 바디숍은 화장품 가게가 아니고 자연과 하나되는 건강함을 구현하는 장소다.

'상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파는 이 전략은 기업의 광고와 영업 활동 그 자체를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게 만든다. 엠티비는 단순 음악방송이 아니라 전세계에 민주화와 자유,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을 전파하는 전령이 되고, 나이키는 스포츠의 도전정신 그 자체다. 나이키는 심지어 국가를 대신해 케냐의 육상 선수 2명을 선발해 스키를 훈련시켰고 실제로 겨울철 올림픽에 출전시켰다.(78쪽) 스포츠의 순수함을 극도로 밀어붙인 나이키는, 자신들이 신화의 주인공으로 창조해낸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이 독자적인 브랜드로 탈바꿈하자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반발하기에 이른다.

“조던이 출연하고 팔크가 제작한 영화 <스페이스 잼>은 조던이 하나의 브랜드로 출발하는 것을 축하하는 파티였다. 이 영화에는 조던의 여러 후원 기업들을 위한 광고가 담겨 있었는데(예를 들면 “자 마이클, 보여주자구. 자네는 핸스 옷을 걷고 나이키 신발 끈을 묶어, 위티스와 게토레이도 챙기고 말야. 우리는 나중에 먹을 빅맥을 준비할테니까!”라는 대사가 있다)...”(83쪽) “나이키의 오랜 광고인 짐 리스월드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스페이스 잼>은 성공적인 상품화가 우선이며 영화는 두 번째다. 그러니까 결국은 많은 제품을 팔자는 생각인 것이다”라고 불평했다. 이는 예술과 상업 사이에 전통적으로 내포된 관계를 완전히 뒤집는, 문화의 브랜드 만들기에서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다시 말해 한 신발 회사와 광고 대행사가 한 할리우드 영화가 자신들이 만든 광고의 순수성을 더럽혔다고 화를 낸 것이다.”(84쪽)

이런 브랜드화는 통일된 기획으로 상점 전체 또는 쇼핑몰 전체를 꾸미는 전략으로 번진다. 나이키 세상, 디즈니 월드 등등. 그리고 이는 마을 전체를 자신들의 상품으로 꾸미는 데까지 이른다. 의류업체 루츠는 자사 제품이 구석구석 자리잡고 있는 브랜드화한 리조트를 건설했다. 디즈니는 플로리다주에 광고에서 해방된 디즈니 타운을 건설하기에 이른다. 광고에서 해방됐으나 디즈니의 완벽한 통제를 받는 도시, 이는 정신분열 또는 환상이다.(192-195쪽)

삶 자체가 브랜드인 이런 기이한 현실은 저항을 부른다. 그리고 제3세계 노동착취 공장에서 만든 상품이라는 부속품으로 치장되는 게 폭로될 때, 그 저항은 더욱 커진다. 이 저항은 우리도 익히 안다. 노동운동가들의 나이키 공격, 맥도날드 거부 운동 등등을 말이다. 하지만 또 다른 저항이 있다. '문화 방해'가 그것이다. 애플의 사과 로고가 해골로 바뀌고,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를 일으킨 엑손 발데즈호 사건을 '잘못될 때도 있다. 새로운 엑손'이라는 광고판이 상기시킨다.(325쪽) 펩시의 광고 음악을 마구 변조한 <디스펩시(Dispepsi)>라는 음반까지 등장했다.(332쪽)

그러나 기업들은 이런 문화적 저항까지 서슴없이 광고에 수용하려고 한다. 나이키의 노동착취 문제가 떠들썩하던 1999년 나이키는 유명한 소비자 운동가 랄프 네이더에게 광고 출연 제의를 한다. “네이더가 에어120 운동화를 들고 “신발을 팔기 위한 나이키의 파렴치한 시도”라고 말하면 2만5천 달러를 지급한다는 것이었다. 나이키 본사에서 네이더에게 보낸 편지는 “소비자 권리 보호에 앞장서고 계신 네이더 씨께서 우리에게 가볍게 잽을 던졌으면 합니다. 이는 매우 나이키다운 광고라고 생각합니다.”...”(348쪽)

또 다른 저항은 거리 되찾기 운동이다. 광장을 거대 쇼핑몰이 대신하고, 거리는 자동차 물결이 점령하고, 거리의 반문화 광고가 금지되자, 운동가들은 거리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이 운동이 전세계로 번지면서, 거리를 시민들의 축제 장소로 탈바꿈시키려는 온갖 시도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는 1999년 시애틀의 반세계화 시위, 세계사회포럼 등으로 이어진다. 이 “운동은 하나의 세계 정부를 만드는 것이 아닌, 직접 민주주의에 기반한 지역 공동체를 국제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517쪽)

통일된 전략이 없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운동은 “저항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진정으로 민주적이고 대표적인 과정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단계적 과정인가? 새로운 정치적 교리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단지 허브와 바퀴살의 혼란스런 네트워크를 통해 분명 뭔가 다른 것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유토피아와 같은 세상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세계를 위한 가능성을 보호하는 계획일 것이다. 결국 '하나의 세상 안에 여러 개의 세상'이라는 운동은 사파티스타의 뜻대로 신자유주의를 정면이 아닌 모든 방향에서 에워쌀 것이다.”(517-518쪽)

*-----*

덧붙임 1: 마이크로소프트를 미워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은 회사에 충성하는 핵심 정규직(평균 연봉 22만달러)과 이 주변의 4000~5750명의 임시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임시직 가운데 1500명은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일한 이들로, 스스로를 '영구 임시직원'이라고 부른다. 이들 임시직은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9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패소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대접하는 대신 용역업체로부터 파견받는 걸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제 공식적으로 그들의 고용주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파견업체이며, 논란의 여지는 사라졌다. 이 회사는 실리콘밸리에서 파견 노동자 사용 추세를 앞장서 이끌었다.(295-297쪽)

덧붙임 2: 미묘한 내용이 많아지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번역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아이티(Haiti)를 '아이티'와 '하이티'로 번갈아가며 적고, 엑손 발데즈(Valdez)가 '발데즈'와 '밸디즈'로 표기되는 건 단순 부주의일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이해가 안되는 구절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그래도 대강 넘어갈 정도는 된다.

 

--------------------------------------

 

 

 

 

 

참고1
출처: "미국, 30년 신자유주의의 종언"
 
'작은 정부, 큰 시장'을 모토로 하는 신자유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 '종주국'이라 할 미국이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정부의 시장 개입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강화하거나 새로 마련하는 움직임도 분주하다. 외환위기 뒤 미국식 금융자본주의를 지향해온 한국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 다음은 중앙SUNDAY 보도 전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2008년 9월 19일.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날을 미국은 물론 세계 자본주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할지 모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금융위기를 잠재우기 위해 전방위 시장 개입과 공적자금 투입을 선언했다. 이는 경제의 작동은 시장에 최대한 맡기고 정부는 게임의 룰만 잘 관리하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정신의 퇴장으로 해석할 만하다. (후략)
--------------------------------------------
참고2
 
출처:
숨가빴던 지난 1주일 제동걸린 미(美)금융패권… '신(新)자유주의'도 막 내리나
 
1980년대 이후 수십년간 쌓여온 금융자본주의의 질서가 붕괴되는 순간은 단 1주일이었다.

지난 1주간, 세계 경제는 파괴와 혼돈의 상황이었다.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금융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그 발상지인
미국에서부터 무너져 내렸다.

금융 자본주의의 꽃이라던 투자은행(IB)과 파생상품 모델은 처참히 붕괴되고, 미국 3위와 4위의 투자은행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미국의 금융패권에는 제동이 걸렸고, 폐허가 되다시피 한 월스트리트를 '정부'와 '규제'가 다시 대체하고 있다. (후략)
-------------------------------------------------------------
참고3
 
출처: “경영자·감독소홀 탓”… 위험 더 키우는 금융당국
 
미국발 금융위기를 신자유주의 또는 금융 자본주의의 종말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 모든 자동차 사고를 엔진(신자유주의) 결함으로 속단할 수 없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운전자 과실(경영자의 도덕적 해이)과 교통신호의 문제(잘못된 감독체계), 과속을 단속하지 못하는 경찰(감독기관)이 야기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이명박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2일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에서 이렇게 말하며 미국발 금융위기를 감독소홀이나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수준의 문제로 축소시켰다. (후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