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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23일 화요일

Thomas Bern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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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표4 이야기다. 스스로 'B급 좌파'라고 일컬어온 김규항 씨가 표4의 추천사를 쓴 책, 그것도 소설이 나왔다는 것. 책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소멸>이다. 김규항 씨는 이렇게 적고 있다.

 

"소멸이 나왔다. 뒤표지에 실린 내 추천사의 마지막 문장(아래 빨강 부분)이 편집 실수로 날아간 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번역도 매끄럽고, 두툼한 게 보기만 해도 좋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베른하르트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한국 인텔리들의 무딘 지성을 방증하는 일이라 생각해왔는데 이번엔 어떨지 궁금하다. 근래 지젝을 많이들 읽던데 장르가 다르긴 하지만 지적 자극으로 말하자면 베른하르트가 한 등급 위다. 1쇄가 빨리 소멸되어 아예 새 추천사를 붙일 수 있길.ㅎ"

 

김규항 씨는 자신의 추천사 가운데 빠진 부분을 강조해서 밝혀놓고 있다. 출판사 편집부가 일부러 뺀 것일까? 그냥 실수일까? 내 생각으로는 편집부가 일부러 뺀 듯싶다. 김규항 씨는 우선 '좌파'니 '우파'니 하는 단어를 아주 표나게 사용하는 사람이지만, 우리나라 출판사의 편집부는 이런 단어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독자들을 한정짓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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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지성이란 실은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 왜냐하면 지성이란 지적인 것들의 축적도 지적 행동의 조합도 아닌 ‘세계에 반응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김수영이 말했듯 여느 사람들이 제 앞의 문제에만 반응할 때 지성을 가진 사람은 세계의 문제에 반응한다. 그래서 지성을 가진 사람은 언제나, 심지어 혁명에 투신하는 순간에도, 혐오를 품고 있게 마련이다. 나는 베른하르트에게서 지성의 한 정점을 본다. 그는 우파로 하여금 제 속물성을 자인하게 하며, 좌파로 하여금 제 이상의 결핍을 보완하게 한다."

 

 

2.

출판사의 책 소개 가운데 한 대목.

 

베른하르트의 소설은 베른하르트의 삶 그 자체이다. 제국주의가 여러 대륙을 침략하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냉전이 세계를 휩쓰는 동안 유럽을 비롯한 많은 서구 국가의 작가들-소위 지식인으로 분류되거나 자처한-은 대부분 문학적 망명을 택했다. 그들은 어떻든 자기의 근거인 조국과 맞닥뜨려 모순과 회의를 깨뜨리기보다 경계에서, 제3의 지점에서 관조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베른하르트는 조국 오스트리아의 테두리 안에서 끊임없이 기득권과 갈등하고 반목하면서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작품을 통해 진실을 해부하고 고발하며 기꺼이 맞닥뜨렸다. 오스트리아 정치권의 무수한 비판과 오해 속에서, 베른하르트는 집요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조국을 가차 없이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베른하르트와 조국 오스트리아의 반목은 그가 사망하기 이틀 전 공증인을 통해 남긴 유언을 통해 잘 드러난다.

 

“내가 쓴 것은 모두 저작권법의 유효기간 동안 오스트리아 국경 내에서 공연되고 인쇄되거나 낭독되는 것을 금한다.”

 

3.

 

이 책을 펴낸 출판사인 현암사는 <소멸>이 <비트겐슈타인의 조카>나 <옛 거장들>과 함께 3대 대표작이라는 규정하고 있지만, 이런 규정은 적절치 않다는 것을 덧붙여 둔다. 그냥 우리 출판사에서 이 작가의 다른 주요한 작품 2권이 더 나와 있다고 소개했으면 더 좋았다. 베른하르트의 작품은 그래도 꾸준히 소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국내에 번역된 작품으로는 위의 작품 이외에도 <혼란> <습관의 힘, 영웅광장> <원인> <호흡> <벌목꾼> 등이 있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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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homasbernhard.org/

 

http://en.wikipedia.org/wiki/Thomas_Bernhard

 

Often criticized in Austria as a Nestbeschmutzer (one who dirties his own nest) for his critical views, but highly acclaimed abroad, Bernhard is seen by many as a genius.

 

His work is most influenced by the feeling of being abandoned (in his childhood and youth) and by his incurable illness, which caused him to see death as the ultimate essence of existence. His work typically features loners' monologues explaining, to a rather silent listener, his views on the state of the world, often with reference to a concrete situation. This is true for his plays as well as for his prose, where the monologues are then reported second hand by the listener.

 

His main protagonists, often scholars or, as he calls them, Geistesmenschen, denounce everything that matters to the Austrian in tirades against the "stupid populace" that are full of contumely. He also attacks the state (often called "Catholic-National-Socialist"), generally respected institutions such as Vienna's Burgtheater, and much-loved artists. His work also continually deals with the isolation and self-destruction of people striving for an unreachable perfection, since this same perfection would mean stagnancy and therefore death.

 

"Es ist alles lächerlich, wenn man an den Tod denkt" (Everything is ridiculous, when one thinks of Death) was his comment when he received a minor Austrian national award in 1968, which resulted in one of the many public scandals he caused over the years and which became part of his fame. His novel Holzfällen (1984), for instance, could not be published for years due to a defamation claim by a former friend. Many of his plays—above all Heldenplatz (1988)—were met with criticism from conservative circles, who claimed they sullied Austria's reputation.

 

Heldenplatz, as well as the other plays Bernhard wrote in these years, were staged at Vienna's famous Burgtheater by the controversial director Claus Peymann, who was often criticized for staging contemporary plays at that temple of high art.

 

Even in death Bernhard caused disturbance by his, as he supposedly called it, posthumous literary emigration, by disallowing all publication and stagings of his work within Austria's borders. His heirs, however, have since allowed this from time to time.

 

5.

http://www.tau.ac.il/GermanHistory/schmidt-dengler.htm

 

Wendelin Schmidt-Dengler(University of Vienna)가 쓴 평론 "Thomas Bernhard: The Portrait of the Author as an Artist of Exaggeration"의 첫 대목에서 인용한 베른하르트의 글들은 마치 오늘의 한국 현실을 이야기하고만 있는 듯하다.

 

I’d like to begin with a quote which has a very contemporary ring to it: “Day in , day out we have the feeling that we are governed by a hypocrisy-ridden and deceitful and mean government which - to top it all off - is just about the dumbest government one could imagine (…) and we think there is nothing we can really do about it, that all we can do is look on and see how this government gets more deceitful and more hypocrisy-ridden and meaner by the day.” Now that observation may sound very recent, but, in fact, it is from the year 1985 and spoken by a figure in Bernhard’s novel Maitres Anciens (Alte Meister). “There are more Nazis in Vienna now than there were in ’38 – “ Nor is that of recent origin. It is taken from Bernhard’s 1988 play Heldenplatz or Heroes Squ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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