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09년 2월 27일 금요일

허병섭과 김진홍

너무 똑같으면서도 너무 다른 두 목사 이야기

김진홍의 '창대' 신앙과 허병섭의 '밀알' 신앙

 
 

 

김종희 (jhkim) 

 

너무 닮은 두 사람

 

두 사람이 있다. 둘 다 1941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68세다. 둘 다 경상도의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둘 다 20대에 서울로 올라갔다. 둘 다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되었다. 둘 다 젊은 시절 빈민가에서 목회했다.

 

1970년대 초 이들이 목회했던 곳은 넝마주이, 창녀, 거지, 막노동꾼, 깡패, 장애인들이 뒹굴고 살던 신설동, 중랑천, 청계천의 빈민가였다. 다 같이 사용하는 변소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기다란 줄이 아침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었다. 혈기 왕성했던 30대 초반 시절, 둘은 한편으로는 넝마주이로, 다른 한편으로는 성직자로 이들과 더불어 살았다.

 

  
1970년대 청계천 하류 일대는 무허가 판자집 집성촌이었다. 그 뒤로 새로 짓는 건물들이 보인다. 박정희가 추진한 산업화, 근대화의 일그러진 모습이다. 이 사진은 당시 구호 활동을 했던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가 찍어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의 일부다.
ⓒ 노무라 모토유키
청계천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알

 

허병섭은 1971년 목사가 되어 군목 생활을 한 뒤, 1974년 중랑천과 청계천에서 빈민들과 같이 살았다. 서울시에 의해 청계천 무허가 판자촌 강제 철거 작업이 진행되자, 이번에는 산으로 올라갔다. 1976년 하월곡동 산꼭대기에 동월교회라는 달동네 교회를 세웠다.

 

거기서 가난한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돌보기 위해 '똘배의 집'이라는 코믹한 이름의 탁아소를 세웠다. 병든 사람들을 위해서는 무료 진료를 알선해주었고, 집 없는 사람들의 내 집 장만을 위해서 공동 주택 조합을 만들었다. 정부의 무자비한 철거 폭력이 벌어질 때는 몸으로 맞서 싸웠다.

 

이러한 그를 박정희는 빨갱이로 낙인찍었다. 1976년 서울 시경 대공분실에 끌려가서 50일이 넘도록 몽둥이로 맞고 고문을 당했다. 그 이후 연행과 구금만 20번이 넘었다.

 

전두환 시절인 1986년에는 집시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그때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독재 타도'와 '민주주의 쟁취'를 외치면서 분신하고 할복할 때였다. 그는 "왜 젊은이들이 죽어야 하나, 차라리 목사들이 희생되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분신을 기도했다. 이 일이 자극이 되어 150명의 목사들이 민정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허병섭은 시위 주동자로 찍혀서 6개월 넘게 옥살이했다.

 

  
당시 기독교 성직자들도 빈민가에 교회를 세우거나 아예 이들 안에 들어가 함께 살면서 이들에게 위안과 새 힘을 주는 일을 했다. 이 사진은 당시 구호 활동을 했던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가 찍어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의 일부다.
ⓒ 노무라 모토유키
청계천

청계천에서, 달동네에서, 차가운 유치장 바닥에서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30~40대를 보냈다. 하지만 이러한 그의 삶에 감화되어 예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1982년 이동철(본명 이철용)이 소설로 쓰고 이장호 감독이 영화로 만든 <어둠의 자식들>, <꼬방 동네 사람들>에 나오는 목사 공병수의 실제 인물이 허병섭이다. 장애인이면서 초등학교 졸업 출신으로 1988년 국회의원이 된 소설가 이철용은 5공 청문회 때 증언대에 선 전두환 얼굴에 대고 삿대질을 하면서 "살인마"라고 외쳐서 유명해졌다. 그는 허병섭이 한때 포장마차 사장이었을 때 거기서 그를 만나 예수를 믿고 장로가 되었다. 지금은 역술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장로로서 기독교를 믿고 있다.

 

영화감독 이장호는 "이동철은 내가 모르는 재야 운동권의 골수들을 끊임없이 내게 소개했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이가 바로 도시 빈민 선교로 봉사하고 있던 허병섭 목사였다. 이동철에게 신앙의 눈을 뜨게 한 장본인이다. 그분이 하루는 수줍은 말투로 '좋은 영화만 있다면 극장이 바로 교회의 역할을 하므로 목사가 따로 필요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만나면서 교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싹텄다. 그 후 <어둠의 자식들>, <낮은 데로 임하소서>, <바보 선언>, <과부춤> 등 계속해서 내 영화에는 허병섭 목사가 던진 기독교적 화두가 깊이 작용했다"고 <씨네 21>에서 회상했다.

 

학생 운동을 하다가 강제로 끌려간 강원도 어느 부대에서 허병섭과 인연을 맺은 양국주(열방을 섬기는 사람들 국제 대표)는 그를 이렇게 기억했다.

 

"허병섭이 최전방에서 군목으로 지내던 시절, 당시 중위 봉급이 2만 원이었는데, 1만 원은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고, 나머지로 담배와 껌을 사들고 병사들을 만나러 다녔다. 전역 후에는 포장마차 사장이 되었다. 다음날 장사할 몫을 떼어내고 남은 걸로 동네의 일용직 노동자, 부랑자들에게 공짜로 뜨거운 오뎅 국물과 소주를 먹였다. 내가 제대한 뒤 사업을 해서 돈을 좀 만지게 되어서 허 목사에게 20~30만 원씩 건네주면, 으레 술 먹고 싸우다가 유치장에 들어간 사람들 빼내오는 일에 쓰는 듯했다."

 

군목이 병사들에게 복음은 안 전하고 담배를 전하다니. 성령에 취하도록 하지 않고 술에 취하도록 만들다니. 저주하고 내쫓아도 시원치 않을 무당을 교회에 불러 함께 예배하지 않나, 노가다 판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이랑 어울려 술 먹고 담배 피우고 화투판을 벌이지 않나. 그러더니 결국은 사고를 쳤다.

 

허병섭은 1988년 기장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했다. 기장에서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그는 동월교회에서 평신도와 평등하게 사역하는 교회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종교 성직자보다 평신도 신분으로 자신의 신앙을 올바르게 지키면서 살아가는 게 훨씬 힘들다는 교인들의 고민에 공감했다. 또 노동자와 함께 구속됐을 때 경찰이 목사에게는 존칭어를 쓰고 노동자에게는 욕설과 위협을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목사라는 지위와 신분 때문에 받는 특혜를 괴로워했다.

 

목사직을 버린 다음 막노동판에서 노동자들과 어울리면서 미장질을 배웠다. 2년 뒤에는 일용직 건축 노동자들의 공동체인 '건축 일꾼 두레'라는 조직을 만들었다. 건축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엄청난 이윤을 챙기는 중간 하청업자에 의존하지 않고, 건축주와 건축 노동자 간의 직거래를 텄다. 그로 인해 발생한 차액의 이윤만으로도 빈민 노동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건축 현장에서 빚어지는 온갖 비리와 모순을 없애려고 했다. 이 모든 변화를 통해 건축 노동자가 노동의 객체가 아니라 노동의 주체가 되도록 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그는 한계를 느꼈고, 실망했다.

 

"민중은 돈을 벌기 위해 노동력을 상품으로 내놓아야 하며, 노동력을 팔아서 잘살아보려는 시장 경제 논리는 경매장의 아수라장 속에서 인간을 초라한 상품으로 전락시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노동자들과 뒹굴 때 품었던 생각이다.

 

"그런데 이 신념이 차츰 깨지기 시작했다. 도시 빈민의 문제는 빈민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화와 산업화라는 사회 구조가 도시 빈민을 그렇게 만들어간 것이라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이런 사회 구조를 바꾸는 일을 하기에는 내 힘이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연에 몸을 던졌다." 2000년 <신동아> 5월호에 쓴 글 일부다.

 

도시 빈민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한계를 느꼈다. 동시에 자기의 한계도 느꼈다. 그래서 더 근원적인 문제에 천착하기로 했다.

 

  
무주 진도리 산골에서 농사지으며 생태적 삶을 실천하던 허병섭, 이정진 부부가 올해 1월 연이어 갑작스레 뇌 손상을 입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병명을 알지 못한 채 2개월이 다 되도록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 허병섭
허병섭

1996년 무주로 내려갔다. 마을 이름은 진도리(眞道里). '예수님이 길이고 진리고 생명이다'라는 말씀을 담고 있는 땅 이름이라서 더 좋다 했다. 여기서 농사지으며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꿈꾸면서 살았다. 농약 쓰지 않고 오리와 우렁이를 풀어 짓는 유기 농법을 실험했다.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씨앗이라는 생명은 미생물들과 함께 살기 위해서 자신을 분해하고 해체하면서 스스로를 부식시킨다. 주변 미생물들과 치고받고 먹고 먹히면서 생명을 만들어낸다. 나는 이를 '밀알 노동'이라 말하고 싶다.

 

씨앗 하나가 얼마나 작은가? 그런데 거기에서 수백 수천 개의 열매가 맺힌다. 땅속 미생물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다. 그러나 이들이 얼마나 많은 생명을 일으키고 있는가? 작은 자의 노동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노동은 밀알 노동이고, 자신을 분해하고 희생한다는 뜻에서 밀알 노동이다.

 

성서의 '한 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구절에서 밀알 노동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도 육체 노동, 몸의 노동, 밀알 노동으로 시골의 일상을 수놓고 있는 것이다." (<신동아> 2000년 5월호)

 

올해 1월에는 2만 평 가까이 되는 땅을 마을 공동 재산으로 내놓았다. 옛날에 교회에서 받은 돈과 이리저리 마련한 돈을 모아 5000만 원으로 산 땅이다. 하지만 그는 "잠시 빌린 것일 뿐 내 땅이 아니다"며 그걸 자연환경국민신탁에 맡겼다. 여기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자연도 보존하고 마을 주민의 소득도 높이는 산촌 마을 자립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서 대안학교인 푸른꿈고등학교와 온배움터(전 녹색대학)에 관여했으나, 총장이라는 직함보다 공동 대표, 공동 교사라고 불리길 좋아했다.

 

미약한 시작, 창대한 나중

 

30살의 전도사 김진홍은 허병섭처럼 청계천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어울렸다. 1971년 세운 활빈교회가 사역의 중심이었다. 이곳에서 '배달학당'을 만들어 청소년을 교육하고 '배꽃어린이집', '장미어린이집'이라는 탁아소를 만들어 어린이들을 돌봤다. 주민자활회, 의료봉사회 등을 조직해 빈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애썼다.

 

  
30살의 전도사 김진홍은 71년 청계천에 활빈교회를 세우고, 탁아, 교육, 자활, 진료 사역을 했다. 이 사진은 당시 구호 활동을 했던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가 찍어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의 일부다.
ⓒ 노무라 모토유키
청계천

 

때로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 같은 좌절감, 과연 하나님이 살아 계신가 하는 낙망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믿었다.

 

"나는 청계천 둑 위를 걸으며 상상했다. 지금 예수님께서 서울에 오신다면 어느 곳부터 방문하실까? 분명 세종로나 명동 같은 곳은 찾지 않으실 거다. 이 악취 나는 청계천을 찾으실 테지.

 

예수님은 지금 내가 걷고 있는 둑길을 걸으며 말씀하실 거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판자촌 주민들이여, 다 모이시오. 내가 여러분들을 푹 쉬게 하는 동민 위안의 밤을 열어드릴 것이오. 그렇게 말씀하시고 예수님은 밀가루 다섯 포대와 동태 두 마리로 청계천 주민들을 배불리 먹이실 것이다." (김진홍의 자전 소설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박정희는 장기 집권을 위해 1972년 10월 유신을 선포했다. 반대 운동이 격렬해지자 대통령 긴급 조치라는 걸 발동했다. "유신 헌법을 반대하거나 개정하는 운동을 하면 징역 15년 형에 처한다"는 기막힌 명령이었다.

 

김진홍은 1974년 1월 유신 헌법을 반대하는 시국 기도회를 연 죄목으로 다른 목사, 전도사 5명과 함께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김진홍, 이해학 전도사가 주동자로 찍혀서 15년 형을 받았는데, 그나마 13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당시 이들의 변론을 맡았던 한승헌 변호사는 "피고인들은 성서적 진리에 따른 신앙적 결단으로 유신 통치와 긴급 조치를 반대하는 것이며, 그것은 크리스천의 사명이라고 의연하게 말했다"고 했다. 그는 이들 성직자들에게 감명을 받고 교회에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한승헌 변호사는 사람을 잘못 봤다.

 

김진홍은 2004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민주 투사도 아니고 운동권도 아닌데, 어쩌다 줄을 잘못 서서 징역을 살았다. 어영부영 콩밥을 먹게 되었다." 보수 세력을 설득해야 할 때는 이렇듯 자신의 과거를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대로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데모하는 이들을 비난할 때는 자신의 과거 투쟁 경력을 내세웠다. "나도 한때는 민주화 운동을 한다고 데모도 하고 징역살이도 하고 매도 맞아 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민주화 운동 하던 때에는 민주주의라는 절대적 가치를 지키려면 운동의 내용도 민주적인 원칙을 지키면서 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민주화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1976년, 청계천 철거 작업이 강행되자 허병섭은 산으로 올라갔다. 반면 김진홍은 경기도 남양만으로 집단 이주를 했다. 현대판 출애굽을 이끄는 한국판 모세였다. 여기서 시작한 것이 두레 공동체 운동이다. 허병섭과 김진홍의 인생이 극명하게 갈리는 시점이기도 하다.

 

두레 운동이 때로는 실패를 맛보기도 했지만, 김진홍은 이때부터 '잘나갔다'.

 

그가 청계천 시절을 바탕으로 1982년에 쓴 신앙 수기 <새벽을 깨우리로다>는 24년이 지난 2006년에 100쇄를 넘겨서 30만 권이 넘게 팔렸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세계 각 나라 언어로 번역되었고, 1989년에는 자신이 주인공이 된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가 쓴 자전 소설, 만화, 설교집, 묵상집은 수십 권에 이른다. 이메일로 보내는 '아침 묵상'을 받아보는 사람은 10만 명이 넘는다.

 

1995년 적십자사 봉사상 금장을 받았고, 1996년 모교인 계명대에서 명예철학박사가 되었다. 1998년에는 미국 프린스턴신학교에서 잠시 교수도 했다. 2001년에는 미국 킹칼리지 명예신학박사가 되었고 그해 계명대학교, 계명문화대, 계명유치원, 동산의료원을 운영하는 계명기독학원 이사장도 했다.

 

소심하고 수줍음 많은 허병섭이 막사이사이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나 이를 고사하는 바람에 같이 빈민 운동을 했던 제정구가 후에 그 상을 받게 된 것과는 딴판이다.

 

두레 공동체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 세계 곳곳에 세워져 있다. 미국에 있는 땅이 1000만 평방미터가 넘고, 미얀마의 땅은 3000만 평방미터에 이른다. 세계 곳곳의 두레 땅만 한데 모아도 웬만한 도시 하나는 세울 법하다. 해외와 국내에 각각 8개씩의 교회를 세웠다. 두레 공동체가 만든 대안학교, 복지센터, 문화센터 등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는 다단계 사업에도 손을 댔다. 김진홍은 "하나님 다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며, 자본주의는 성경적 윤리가 낳은 자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두레교회 성도들에게 '지금 두레내츄럴에 투자하면 10년 후에 큰 빛을 볼 수 있다'고 권유한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주식 투자를 권한 이명박은 김진홍의 이 말에서 힌트를 얻었을지 모른다.


  
71년 청계천에 세운 활빈교회와 비교할 수 없이 큰 활빈교회(두레교회)가 36년 뒤인 2007년 경기도 구리에 세워졌다.
ⓒ 뉴스앤조이
김진홍

김진홍은 1997년 경기도 구리에 구리 활빈교회(지금의 두레교회)라는 교회를 세웠다. 10년 뒤인 2007년에는 예배당에 5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4층짜리 새 교회를 건축했다. 1971년에는 무허가 판자촌에 가마니 깔고 교회를 세우더니, 36년 뒤에는 권력과 유착해 특혜 시비를 일으키면서 교회를 세웠다. 입당 예배에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욥기 8장 7절에 나오는 성경 구절로 만든 장식용 현판은 신장개업한 동네 중국집보다 창대해질 대로 창대해진 두레와 김진홍에 어울린다. 그가 목사라고 하니, 이 구절은 하느님이 하신 말씀이 아니라 수아 사람 빌닷이 욥에게 한 말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의 창대해진 입지는 보수 집단을 하나로 묶고, 한국 사회를 박정희 시대와 같은 암흑기로 되돌리는 데에도 모세와 같은 몫을 톡톡히 했다. 이라크 파병 지지, 한반도 대운하 지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지지, 수도권 이전 반대 등은 준비 운동에 불과했다.

 

시장 경제 체제를 절대적으로 숭배하는 물신주의는 그의 지금 성공을 뒷받침해준 과거 고난의 시절마저 부정하게 만든다.

 

"미국의 경우는 만일 데모하는 도중에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면 현장 사살까지 허용한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는 경찰을 폭행하는 경우에 강제 연행을 하여 엄한 실형을 내린다. 한국 경찰로서는 꿈같은 이야기다." 목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믿기 어려운 이 논리대로라면, 그는 1974년 즉결 처형을 당했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대기업, 엘리트, 부자는 본받아야 할 대상이지, 규탄하거나 싫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들은 국민들이 지향(指向)하여야 할 사람들이고 대상이지, 지양(止揚)하여야 할 사람들이거나 대상이 아니다.

 

삼성이 과연 나쁜 기업인가?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건희 회장이 나쁜 사람인가? 신문 보도에 의하면 어느 정당에 소속된 한 국회의원이 지금 해외에 나가 있는 이 회장을 체포해 올 체포조를 만들자는 말을 한 것 같은데, 과연 그렇게 할 성질일까?

 

나는 삼성그룹이 무슨 나쁜 일을 하였는지, 혹은 어떤 법을 어겼는지 모른다. 그러나 설령 어떤 부문에 하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다룰 성질은 아니라 여겨진다. 우리 사회는 법치 사회이다. 잘잘못은 사법 기관에서 다룰 일이고, 신문 지상에서 매도하거나, 그룹의 회장을 체포조 운운할 성질은 전연 아니라 여겨진다.

 

듣건대 삼성의 수출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20%라 하고, 납세액이 전국의 5%가 넘는다 한다. 그리고 요즘 같이 청년 실업자가 날로 늘어나고 있는 판에 많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고 있다. 나는 그런 삼성이 몹시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삼성의 이 회장이 훌륭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체포조를 만들자는 발상까지 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있다니 퍽 놀라운 일이다." (김진홍의 '아침 묵상')

 

김진홍은 자신이 이렇게 말한 사실은 기억하고 있을까. 몇 번을 읽어도 위아래 두 개의 글에서 드러나는 상반된 가치관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

 

"새벽을 깨우는 일이 나의 사명이다. 어둠에서 잠자고 있는 민중들에게 새벽을 알리는 사명은 위대한 사명이다. 이를 위해 일생을 살아야 한다. 한밤중에 잠들어 있는 한국 교회에 새벽이 다가옴을 알려야 한다.

 

가난과 질병에 잠들어 있는 청계천 판자촌의 6만 형제들에게도 새벽을 알려야 한다. 가난한 자들의 아픔을 모른 채 호화로운 주택에 잠들어 있는 부자들에게도 새벽을 알려야 한다. 나는 밖으로 나가 새벽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 땡그랑 땡- 땡그랑 땡- 종소리에 일어난 듯 가까운 집의 창문에 등불이 밝혀지고 있다." (<새벽을 깨우리로다>)

 

김진홍의 창대함은 2005년 뉴라이트전국연합을 만들어 상임의장이 된 뒤, 30년 지기(知己)인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성공하는 지점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리고 정치적 역할을 다했다고 판단, 올해부터는 목회에 주력하겠다며 두레교회로 돌아갔다.

 

  
김진홍은 30년 지기이자 기독교 장로인 이명박을 지지한다고 대통령 선거를 위한 특별 기도회(뉴라이트 기독교 연합 주최)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이명박이 대통령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나 교회를 위해서나 유익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다.
ⓒ 뉴스앤조이
김진홍

너무 다른 두 사람

 

두 사람의 공통점은 참 많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 서울 상경, 신학 공부와 목사, 빈민들과 어울림, 민주화 운동과 감옥살이,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진 삶, 대안적이고 생태적인 공동체 만들기, 수많은 사람들이 받은 감화와 변화, 심지어는 첫 번째 아내와 헤어지고 재혼한 것까지.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김진홍은 30여 년 전 악취 나는 청계천에서 미약하게 시작했으나, 지금은 번듯하게 변신한 청계천에서 창대하게 변신했다. 하지만 당시 그가 거닐던 청계천 둑길에 오셨던 예수님이 이명박과 김진홍이 함께 거닐고 있는 지금 청계천 둑길에 오실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목사로서 특혜가 부끄럽다며 목사직을 버리고 농촌으로 돌아간 허병섭은 차가운 1월 화려한 도시의 어느 길목에 쓰러졌다가 발견되어, 한 달이 넘도록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일주일 먼저 쓰러진 아내를 간호하다가 극심한 스트레스와 체력 저하로 갑자기 뇌에 손상이 온 것은 아닐까 의심할 뿐, 원인도 모른 채 한 달이 넘도록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화려함과 창대함은커녕 비참하고 초라한 노년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30년 전 청계천에서 예수의 십자가는 죄인들의 친구, 위로, 희망의 상징이었다. 번듯하게 변신한 청계천에 예수가 다시 오실까. 이 사진은 당시 구호 활동을 했던 일본인 목사 노무라 모토유키가 찍어 한국 정부에 기증한 것의 일부다.
ⓒ 노무라 모토유키
청계천

 

30여 년 전 청계천에서 사셨던 예수님은 지금 어디서 누구를 만나려 할까. 이 시대의 참된 목사를 찾아보기를 원하는 수많은 죄인들은 지금 어디서 누구를 만나려 할까. 나는 한 알의 작은 밀알이 되어 죽고 썩어지려 하나, 창대하고 화려하게 번성하려 하나.

 

(원문출처: 오마이뉴스)

소나무언덕2호작은도서관

2009년 2월 26일(목) 오후 3시, 잠실3동 자치회관 2층과 3층에서 '소나무언덕2호 작은도서관'의 개관식이 열렸다.

 

작은도서관의 위치는 송파구 잠실동 44-4(잠실3동 자치회관 2관 2층). 규모는 329제곱미터(약 100평)이며 열람석 51석과 1만여권의 장서를 구비하고 있다.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공간, 종합자료실, 일반열람실이 갖추어져 있다. 전화 424-0083. 지난 2월 송파어린이도서관 직원들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 작은도서관의 개관을 위한 준비도 동시에 이루어졌다.

 

송파구청의 김영순 구청장은 이대 정외과를 졸업한 여성 정치인이자, 정무2차관 등의 행정경험과 함께 여성과 가족 부문의 다양한 경력을 쌓아올린 분이다. 듣기로는 서울특별시의 25개 자치구 가운데 유일한 여성 구청장이라 한다. 아토피 없는 송파 잠실 어린이집의 사례는 김영순 구청장의 모성적 구정의 한 사례일 터인데, 이는 다른 자치구에서도 빠르게 벤치마킹해 갔다고 한다. 김영순 구청장을 직접 뵈었을 때, 도서관에 대해서도 다른 자치단체장보다 선진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나는 느꼈다.

 

소나무언덕1호(*소나무언덕이란 송파라는 한자어를 풀어놓은 것이다. 소나무언덕1호는 2008년 1월 16일 개관. 송파구 풍납동 401-1, 쌍용아파트상가 3층에 소재. 장서 약 9.500권, 전화 475-0266)나 2호, 그리고 앞으로 건립될 소나무언덕 작은도서관 들을 송파어린이도서관과 연계한 분관형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도 구청장의 의지일 것이다. 어제 이 도서관의 개관식에 참석하여 김영순 구청장의 인사말에 이어 주민들께 축사를 드렸다. 나는 축사도 축사이지만, 도서관이 지식과 정보의 나눔, 그리고 배려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주민들께서 도와주시기를 부탁하는 말씀을 올렸다.

 

아래 사진은 내 똑딱이 사진기로 찍은 몇 장의 사진이다. 어린이들이 벌써부터 몰려들었다고 하는데, 조금주 사서가 모아놓고 책을 읽어주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경아 사서가 말하자면 분관장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주민들의 모임 공간, 특히 어르신들의 모임 공간을 1층에 마련했다는 데 여기서 여러 가지 형태의 학습과 토론 모임이 이루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본다. 다만 영유아와 어린이 열람실이 2층에 있기 때문에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엄마들과 아이들이 불편한 것이 흠이라면 흠이라고 느껴졌다. 문을 나서면 바로 아파트 단지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활 친화형의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주민들에게 사랑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날 개관 특별 프로그램으로 한선학(고판화박물관장) 선생의 '우리 전통책 만들기', 이나경 사서와 조금주 사서의 '사서 선생님이 읽어주는 그림책' '헬로 북스, 영어야 놀자' 등이 진행되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www.pbase.com/al309/image/27461520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라는 말은 영어로 된 표현 'bull in a china shop'를 번역한 말이다. 무슨 뜻인가. 구글 검색을 통해 찾아보니 이런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 또는 '다른 사람의 계획을 뒤집어엎는 사람'. (참고 http://esl.about.com/library/glossary/bldef_95.htm, Definition: someone who is clumsy; someone who upsets other people's plans )

 

 

이 표현이 <창작과비평> 2009년 봄호에서 브루스 커밍스와 백낙청 선생의 대담에서 나온 표현이라고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이 전하고 있다. 그 블로그 기사를 옮겨놓는다.

 

----------------------------------------

 

 

 

근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한국 전문가인 시카고대 브루스 커밍스(1934년생) 석좌교수가 이명박 정권에 대해 한마디 했네요. 오늘 배달돼온 창작과 비평 2009년 봄호에서 커밍스 교수는 백낙청 편집인과 대화를 통해 이명박 정권의 교과서 개정 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튜브에서 짜낸 치약을 다시 튜브로 넣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이에 대해 백낙청 편집인은 이렇게 맞장구를 칩니다.

"진정한 실용주의자는 짜낸 치약을 다시 튜브에 넣으려고 하지 않지요."

 

이 정권의 대북강경노선에 대해서도 한심하다는 듯 이렇게 조롱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대통령이 어떤 종류의 조언을 받고 있는지가 때때로 궁금해지는데, 왜냐하면 그는 부시가 강경노선에서 선회하여 북한과의 관계를 재개하는 바로 그 시점에 강경노선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좀 더 적나라하게 풀어쓰면, "대체 어떤 멍청한 참모의 코치를 받고 있는지 참 한심하다"는 뜻입니다.

커밍스는 또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 데 대해서도 이렇게 비웃었습니다.

"이명박씨는 처음 취임했을 때 자신이 한 언사들에 대해 여기 한국보다 워싱턴에서 더 많은 지지를 기대했을지 모르지만, 그건 아주 단견입니다. 왜냐하면 워싱턴에 있는 그런 사람들 대다수는 이젠 나이가 꽤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퇴할 테니까요. 그들이 오바마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는 이명박씨가 캠프 데이비드나 다른 곳에서도 어쩌면 그토록 부시한테 잘 보이려고 했는지 궁금했어요."

 

백낙청, "이명박은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백낙청 편집인은 웃으며 "그건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지요"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불도저'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CEO 이미지도 사실은 엉터리라고 평가합니다.

"나는 이명박씨가 성공적인 CEO라는 또다른 이미지도 의심스럽다고 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현대그룹에서 정주영 회장 밑에 진짜 CEO는 존재하지 않았지요. 공식적인 직함이 뭐든 그들은 오직 한명의 슈퍼CEO 휘하에 있는 총괄운영자(COO)일뿐이었습니다. 이명박씨는 불도저(bulldozer)라는 자기 별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제가 보기에 그는 정주영씨가 운전하는 불도저였고, 그런 운전자가 없어진 지금 그는 영어 표현으로 bull in a china shop, 즉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 같은 인물이지요.(웃음)"



'도자기 가게에 들어간 황소'는 뭘까요? 휘젓고 다니면서 좌충우돌 접시나 깨는 고삐풀린 황소을 말하는 거겠죠?

이렇게 고삐풀린 황소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낙청 편집인은 "개인적으로 이제 나는 이명박 정부가 자진해서 변할 거라는 희망을 아예 포기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커밍스 교수는 "그러니 그가 바뀔 수 있도록 외부에서 강제해야겠군요", "저는 그런 일이 어차피 일어날 거라고 봅니다"라는 말로 대화를 마칩니다.

정치와 서민의 갈망

여론조사의 결과를 전적으로 믿기는 쉽지 않다. 질문의 내용이 이미 답을 예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어떤 답이 나올 것인지 예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국정치의 현실에서 저소득층이 '강부자 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점은 많은 여론조사의 결과를 통해 지속적으로 드러난 사실이다. 왜 그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한겨레21의 최성진 기자가 2009년 2월 20일자 제748호의 기사를 통해 이를 분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계급배반의 역설'이라고 치부해버릴 수 없는 문제다. 정치는 서민들의 갈망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

 

MB의 든든한 지지층, 저소득층 [2009.02.20 제748호]

국정운영에서 가장 후한 점수를 줘… “매우 역설적이지만 한국에서는 일반적인 현상”

 

이명박 정권을 비판할 때 흔히 ‘강부자 정권’이라는 표현을 쓴다. 서울 강남의 땅부자 정권이라는 뜻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정책을 보면 ‘강부자 정권’의 면모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해 강남 부유층의 숨통을 트이게 해줬다. 금산분리 완화와 공공부문 민영화도 거대 기업과 일부 부유층에게만 혜택이 집중되는 정책이다. 비정규직법 완화와 최저임금제 개악 시도, 교육 자율화 등은 반대로 저소득층의 경제적 부담을 더욱 증폭시킬 전망이다.

» <한겨레21> 여론조사 결과 저소득층에서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가장 높았다.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나 정치인에게 지지를 보내는 현상을 흔히 ‘계급배반’이라고 한다. 서울 상계4동 양지마을 전경. 한겨레 김명진 기자

못했다, 저소득층 49%-고소득층 59.4%

서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복지예산은 어떻게 됐을까? 대부분 크게 후퇴했다. 올해 기초생활보장 예산은 7조1427억원으로, 7조2716억원(추가경정예산 포함)이던 지난해 예산보다 1289억원이 줄었다. 장애인 수당도 지난해보다 413억원이 감소했다. 고령자를 위한 노인 돌봄 서비스 예산도 크게 깎였다.

‘강부자 정권’과 서민 사이의 거리는 이렇게 멀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이 2월6~7일 서울 시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배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평가를 묻는 질문에서 이 대통령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준 계층은 저소득층이었다(도표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구당 월소득 25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가운데 42.9%는 이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못했다고 본 사람은 49%였다. 반면 월소득 251만~400만원 구간에서는 33.3%의 응답자가 잘했다고 대답했고, 62.7%가 못했다고 지적했다. 401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들도 ‘잘했다’가 33.5%, ‘못했다’가 59.4%였다. 조사 결과를 요약하면, ‘서민이 강부자 정권의 가장 든든한 지지층’으로 나타난 것이다.

 

저소득층은 이명박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교육정책과 종부세 완화, 미네르바 구속 등 거의 모든 평가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 견해를 보였다. 양대웅 나우리서치 이사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양극화 심화 이후 저소득층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현 정부가 종부세를 완화하고 복지 지출을 축소해 저소득층의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한번 형성된 여론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더 많이’ 지지하는 흐름은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겨레>가 1월31일 전국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월소득 20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42.3%)에서 평균(34.8%)보다 높았다. 200만~400만원(33.3%)과 400만원 이상(31.4%) 계층에서는 잘한다고 대답한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정치인이나 정당에 표를 주는 행위를 흔히 ‘계급배반’ 투표라고 한다.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비정규직법과 최저임금제 개악을 시도하는 이명박 정부에 지지를 보내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계급배반 투표는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지역구가 서울 노원병이었다. 총선 직전인 3월24일 한국방송 여론조사에서 당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32.6%)는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25.6%)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월소득 1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 홍 후보(34.7%)가 노 후보(13.3%)보다 높았다.

» 월평균 소득별 이명박 정부 평가

과거 보수 정권은 민생고를 해결했다

지난 수년간 진보개혁 진영을 가장 당혹스럽게 만든 부분도 바로 ‘계급배반의 역설’이었다. 한성욱 진보신당 부집행위원장은 “저소득층이 자신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서민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한나라당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매우 역설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매우 일반적 현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계급배반’의 역설이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역사적 경험에 원인을 돌렸다.

“서민의 시각으로 볼 때 보수 정권은 자신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 즉 민생고를 해결해줬다. 박정희 정권은 어쨌든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줬고, 전두환 정권은 물가를 잡아 생계 부담을 줄여줬다. 진보개혁 세력은 민주화를 실현해줬을지 몰라도 정권을 잡은 10년간 양극화가 심해졌다. 서민들은 아직 그들을 ‘나라 말아먹은 세력’으로 보고 있다.”

택시 운전을 하는 강아무개(50대 중반)씨도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2월11일 만난 강씨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5년 전부터 개인택시를 운전하고 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하루 12시간씩 운전대를 잡는 그의 한 달 수입은 200만원 안팎이다. 강씨는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에게 많은 기대를 했는데 그들이 집권한 기간에 생활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일자리도 갈수록 줄어 아파트 경비 자리라도 얻으려면 얼마나 경쟁이 치열한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씨는 “우리 같은 서민이 살기에는 요즘 너무 어렵다”면서도 세계적인 불황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기대만큼 경제를 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올 하반기가 지나면 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적 능력과 학력·연령의 상관관계도 중요하다.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연령은 높고 학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고 본다. 이번 <한겨레21> 여론조사에서도 50살 이상에서는 250만원 이하 저소득층(47.1%)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연령별 국정운영 지지도에서 50살 이상(55.8%)은 19~29살(18.8%)이나 30~40대(26.1%)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학력별로도 중졸 이하(57.4%)와 고졸(32.2%) 및 대재 이상(30.2%)이 확연히 나뉘었다. 홍형식 소장은 “저소득층은 대개 연령이 높고 학력이 낮기 때문에 인권·민주화·평등·분배 등 진보적 가치를 제대로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며 “반면 보수 정당이 강조하는 선진화와 법질서, 경제성장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이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보 수준이 낮은 유권자’(LIV·Low Information Voter)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LIV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부족하면서도 강한 정치혐오증을 지니고 있고, 반면 투표장에는 꼬박꼬박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교육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 LIV로 분류된다. 미국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5분의 3인 7500만 명을 LIV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김윤재 변호사는 “미국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더 많이 갖고 있는데 남부의 백인 노동자가 공화당을 더 많이 찍는 이유도 LIV와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며 “정책적 측면만 주목한다면 계급배반 현상을 LIV로 설명할 수 있지만, 아울러 정치인과 정당이 자신들의 정책을 충분히 홍보하지 못한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10월 원혜영 원내대표(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민주당 당직자들이 종부세 폐지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오히려 저소득층이 종부세 완화에 가장 높은 지지(56.3%)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강재훈 기자

성장 이데올로기의 환상

서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유를 전적으로 그들의 ‘오해’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저소득층을 위해 제대로 역할을 해본 경험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주간(정치학 박사)은 서민의 이 대통령 지지를 ‘계급배반’으로 이해하는 견해에 반대했다. 여론조사는 언제나 정치적 조건을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박 주간의 주장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결과나 여론조사 결과를 시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정당이 형편없으면 유권자의 선택도 형편없을 수밖에 없다. 진보 정당이 대안이라고 생각됐다면 서민이 보수 정권을 더 많이 지지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 저소득층과 노동자가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치의 중심은 대개 중산층이었다. 게다가 정당 분포 자체가 보수 편향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정치 성향이 보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서민층의 보수화를 사회 안전망의 축소와 연관지었다. 한 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놓은 사회 안전망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보니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가장 안전하고 보수적 선택을 하는 역설적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게다가 과거 박정희 정권을 통해 성장에 대한 환상을 품게 되면서 서민층이 사회 안전망 확대를 통한 탈출보다 성장주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민이 진보개혁 진영을 대안세력으로 여기지 않고, 진보개혁 정당은 서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악순환’이라고 표현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정당의 경우 시의원이나 구의원 활동을 통해 구체적 성과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그런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는 것이 우 대변인의 말이다.

“서민이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것은 정권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먹고살기 힘드니 경제를 살려달라’는 표현으로 보고 싶다. 우리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노동자와 서민에게 주장하고 싶어도 당장은 힘든 게 사실이다. 현재의 정치 구도만 탓할 게 아니라, 진보 정당 스스로 끊임없이 실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special/special_general/24383.html



2009년 2월 26일 목요일

학습하고 성찰하는 사회

2009 신년 대담]“경제위기 근본 성찰하고 학습하는 사회 되기를”

 

ㆍ한국사회를 말하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68)는 성찰하고 학습하는 사회를, 장회익 서울대학교 명예교수(71)는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사는 자유로운 세상의 도래를 이야기 했다. 두 교수는 지난 29일 경향신문 회의실에서 신년 대담을 갖고 새해에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기에는 새해 전망이 너무 어둡다. 그래도 두 교수는 그런 비관을 낙관으로 돌려 놓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신영복 교수-장회익 교수 대담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왼쪽), 장회익 서울대 명예교수




사회(이대근 정치·국제에디터)=새해 소망을 말하기가 꺼려질 정도로 한 해의 전망이 어둡습니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똑바로 가야 한다는 꿈을 포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회익 교수(이하 장회익)=마음놓고 사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활,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 말입니다. 그러나 갈수록 경제가 나빠지고, 생존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실제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신영복 교수(이하 신영복)=새해도 다사다난할 것 같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래도 새해가 근본적인 것들을 성찰하고 학습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곤이지지(困而知之)’라고, 곤경을 겪고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IMF와 같은 많은 곤경을 겪었지만 곤경을 겪고도 깨닫지 못하는 ‘곤이부지’(困而不知) 상태인 것 같습니다.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통틀어서 학습하는 한 해가 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사회=왜 바라는 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하십니까. 곤경을 겪고도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장회익=교육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일제시대부터 억압적 교육이 이뤄졌고, 그 이후에도 내용만 조금 달랐지 사고력을 길러주지 못하는 교육이 계속됐습니다. 생각이 경직돼 기존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어려움이 있어도 그냥 그 자세로 버티고, 새로운 것이 와도 그 자세로 버티고…. 그렇게 교육받은 사람들이 그것이 바른 길이라고 생각해서 다음 세대에도 같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신영복=교육문제는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한 사회의 성격을 분석할 때 그 사회의 인텔리 충원구조, 즉 의사결정 그룹이 어떻게 재생산되는가가 대단히 중요한데, 우리 사회의 경우 교육이 창의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사회 지배구조가 오래되고 완고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문제를 완고한 지배구조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생각하고 있지, 창의성을 기르기 위한 열린 교육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능력·열린 사고·사회적 역량이 축소되고, 위기에 대한 대응도 좁은 틀에서 이뤄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사회=2008년은 사회 분열과 대립의 해였습니다만, 새해에도 나빠지면 나빠졌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이미 여당의 무더기 법안 처리 강행 입장이 여전한 것을 보면, 한국사회의 대결과 갈등이 해결되기는커녕 점점 더 심화될 것 같습니다.

장회익=지금 상황은 8년 전 9·11 테러가 일어난 이후 미국의 상황과 닮아 있습니다. 부시 대통령은 9·11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펼치며 세계를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고 이분했습니다. 그 결과 엄청난 재앙이 일어났고, 미국 사회도 약화됐으며 그 정책은 결국 파탄이 났습니다. 우리 정부가 딱 그 모습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그때는 문제가 테러였다면, 지금은 경제한파입니다. 경제한파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데, 이것이 가진자를 위한 전쟁, 기득권을 위한 전쟁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일부 기득권층에만 유리하게 만들고, 나머지 모든 것은 내팽개치는 방식으로 가고 있습니다. 교육, 정치, 경제, 언론, 외교, 남북관계 등 모든 면에서 잘못가고 있습니다. 힘으로 밀어붙여서 당분간은 표면적으로 승리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부시가 몇년 후 바닥난 것처럼 결국 실패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신영복=우리사회는 직선적 대립으로 파국을 답습해왔습니다. 현재 여야 정치 집단끼리의 타협이나 소통을 기대하기 어렵고,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단색적인 흑백좌우와 같은 논리가 극복되기 어렵습니다. 현재는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당파적 입장을 유일한 코드로 밀고가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과거회귀적인 대응형태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갈등 속에 승패가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단기적인 것이고 길게 보면 우리 사회의 역량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당분간 국민적 합의나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제3의 신뢰집단을 기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사회=경기 침체 때문에 새해 화두 역시 경제살리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어떤 경제살리기인지, 누구를 위한 경제살리기인지에 대한 고민은 빠져있는 것 같습니다.

장회익=이번 기회에 우리가 경제에 대해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경제가 혼자 따로 놀아서는 안됩니다. 바탕에 생태를 깔고, 사회·정치 문제 속에서 경제가 어떤 자리를 차리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경제만 따로 떼서 잘되게 하자는 것인데, 요즘 전세계가 경제난의 열병을 앓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생각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경제의 바탕은 생산이겠지만, 생산의 바탕에는 생태가 놓여야 합니다. 생태적 건전함 속에 생산이 이뤄지고, 이것이 경제로 연결돼야 하는데 지금껏 생태라는 이 바탕을 도외시해왔습니다. 또한 빈부격차가 너무 벌어져 어려운 사람은 너무 어렵고, 있는 사람은 너무 많아서 낭비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대한 반성도 부족해요. 이번 기회에 경제를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영복=현 정권이 경제살리기를 선거공약으로 걸고 압도인 지지를 받아 집권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물론 경제를 살려야겠지만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학습하는 게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경제를 왜 살리는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데, 마치 사람들을 경제 살리기의 수단으로 삼아버리는 거꾸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경제살리기가 유일한 목표가 되면 그 사회의 욕망구조가 굉장히 천박해집니다. 자연과 생태, 인간적 관계가 폐기되고 물질적 욕망만으로 사회가 천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사회=경제의 바탕에 생태가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장회익=아주 간단합니다. 경제하면 성장이 따라붙는데, 지구는 절대 성장을 못합니다. 지구 반경이 1m도 더 커지지 않습니다. 그 바탕 위에서 우리가 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지구가 한없이 넓다, 가서 개척만 하면 된다’는 식의 전근대적 생각에 사로잡혀 지구를 파괴하고 생태질서를 교란시킵니다. 생태질서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유한한 자원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보존해가느냐의 바탕 위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성장논리로 갖다대니까 안된다는 거죠. 우리 생활이 나아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라, 자연에 최소한의 손을 대면서 거기에 열리는 과실을 갖고 살아가야 한다는 거예요.

신영복=
성장 신화에 매몰돼 있습니다. 근대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 신화, 자연 파괴, 독점화, 식민주의화, 패권화의 과정을 겪었습니다. 이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성장입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문화적 각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금융시스템의 파괴가 미봉적으로 수습되더라도 또다시 반복되고 이런 과정을 몇차례 반복할 것입니다.

사회=그런 면에서 한국인들은 성찰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아직도 생태에 대한 인식이 낮고 성장 만능 논리가 팽배해 있습니다.

장회익=그것이 경쟁사회의 특징입니다. 경쟁이라고 하는 것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많이 가지려 하고, 앞서면 앞설수록 더 앞서야겠다는 것입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을 하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역설이 일어납니다. 경쟁 사회에서는 일단 낙오해 직장에서 잘리기라도 하면 체제 안에 설 자리가 없어집니다. 그러니까 체제 안에 있어도 불안하고 부족하게 느끼면서 살아갑니다. 사회 안전망이 확충되고 함께 잘 사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사람들이 적절한 수준에서 마음 놓고 자기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경쟁에 빠진 이유는 과거에 그렇게 함으로써 어려운 상황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는 개발신화, 성장신화에 젖어 있기 때문이죠. 사회를 정상화시켜야 할 앞선 사람이 제일 앞에서 경쟁을 독촉하고 있고, 국민들은 거기에 그냥 따라가고 있습니다. 경쟁체제라는 것은 우리가 따라가야 할 체제가 아닙니다. 독인데, 독인 줄 모르고 좇고 있습니다.

“성장만 좇지말고 인류 평화·생태 ‘큰 꿈’ 가져야”

신영복·장회익교수가 지난 29일 경희궁터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철훈기자>


신영복=자본주의 사회는 필연적으로 경쟁 사회입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자기 주체를 무한히 강하게 만들기 위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을 필연적으로 하게 되고, 이것이 독점, 팽창, 패권주의로 달려나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큰 톱니바퀴에 물려있는 작은 톱니바퀴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큰 톱니는 천천히 돌아도 되는데 작은 톱니바퀴는 더 속도를 내고 더 치열한 경쟁에 내몰리죠. 우리나라를 신자유주의 세계 질서에서 중상위라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중하위예요. ‘이렇게 사는 게 아닌데’라는 통절한 반성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달려가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당장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리자는 주장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근본적 상황을 성찰하는 지혜를 모아나가는 게 필요해요.

사회=토건 사업 중심의 인프라 건설에 거대한 예산을 투입하게 되어 있습니다. 한나라당 대표도 전국을 공사장으로 만들자고 했습니다.

장회익=가장 우려스럽고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의 흐름대로 자연을 살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땅을 파고 물길을 바꾸는 식으로 살리겠다고 하는 것은 반생태적 발상이죠. 토건업은 없어져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요. 극단적으로 말하면. 땅에 손을 대지 말고 살아야 합니다. 토건업에 인력을 투입해서 상당한 인력이 토건업에 종사하게 되면 작업이 끝나도 그 인력을 위해서 또 다른 일을 만들어야 합니다. 결국 생태계를 대규모로 파괴하는 것입니다. 국민이 힘을 합쳐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신영복=두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회간접자본, 건설·토목을 중심으로 한 경기부양정책은 극히 단기적인 처방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자연파괴라는 고비용으로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있어요. 두번째는 순수한 경제정책적 효과로 봤을 때, 토목중심 경기부양책은 일회적이고 고용창출 효과도 크지 않고 투자유발 효과도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라는 겁니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계속 되는 것은 건설자본의 파워가 상당히 세기 때문입니다. 현 정권을 이끄는 사람들의 사고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경제마인드에 머물러 있어요.

사회=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생태주의적 관점이 결여돼 있었습니다. 세계 13대 경제 대국에 어울리지 않게 기후변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매우 낮습니다. 왜 그렇다고 보십니까.

장회익=우리가 후진국 콤플렉스에 빠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뒤처졌다, 앞선 나라를 빨리 뒤쫓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우리가 지구의 주인, 세계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못해요. 세계 평화문제와 생태 문제를 생각하지 못하고, 남보다 뒤처질까봐, 조금 앞서나가면 누가 뒤따라올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어요. 마음이 좁은 거죠. 자칭 경제대국이라고 하면 마음도 같이 커져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인류가 공멸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생각을 뼈저리게 못해요. 그런 의식도 부족하고 스스로 생각하게끔 하는 교육이 없는 것도 원인입니다. 생각도 남의 생각을 끌어다가 누군 이렇게 생각한다면서 외우다 보니 앞서 내다보는 시각이 부족해요.

신영복=우리의 경제사회적 위기 구조를 보면,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과거 산업화 시대에 이미 깔려진 성장구조의 레일 위를 달려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GDP의 75%가 대외부문으로 굉장히 높습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도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했습니다. 앞으로도 미국과 FTA를 맺고 한배를 타겠다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큰 톱니바퀴에 물린 작은 톱니바퀴처럼 가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적 대책을 세우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결국은 극히 단기적인 처방, 아주 표면적인 문제들을 막는데 급급한 상황으로 끌려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사회=이명박 정부도 녹색성장을 주장하지만, 녹색은 없고 성장만 부각됩니다. 녹색성장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십니까.

장회익=
속은 절대 건드리지 않고 겉에 녹색칠만 한 형국입니다. 녹색 산업에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보는데 현 정권은 그렇게 하는 것 같지도 않아요. 경제가 어려울 수록 제일 중요한 것은 약자를 보살피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데, 현대 산업이 첨단화될수록 기계가 인력을 대체해 사람의 일은 줄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을 적게 하고 일자리를 늘리면 됩니다. 아주 간단한 계산이죠. 그런데 구조조정을 한다고 사람을 더 밀어내고 소수만 일하게 합니다. 그나마 일하는 사람도 경쟁 때문에 혹사 당하죠. 그러지 말고 하루 8시간 노동할 것을 하루 6시간 하고, 4시간 하고 나머지 시간을 유용하게 쓰면 됩니다. 일자리를 나눠서 낙오하는 사람 없고, 어려운 사람들이 최소한도의 생활을 유지토록 하면서 남는 시간은 좀더 유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신영복=경제를 내수중심에 중소기업을 기반으로 한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경제발전이 바로 고용으로 이어지고 경제발전이 곧 복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한 사람이 10만명을 먹여살리는 기술이나 인재를 키워내자고 하는데, 굉장히 비인간적인 발상입니다. 10만명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거죠. 우리가 잘못된 욕망구조 속에 매몰돼 있긴 하지만 그래도 인간적 삶과 인문학적 가치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대문 화재 현장에 꽃을 갖다놓고, 그 속에 서려있는 역사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을 보면 우리사회 심층으로는 인문학적 문화가 튼튼히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싶은데, 그런 성찰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한국인들이 행복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장회익=꿈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일부 역행을 할지라도 길게 보면 역사는 앞으로 갑니다. 사람들의 의식 심층에는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는 느낌이 공감대로 깔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념을 잃지 않고,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계기를 각자 자기 자리에서 만들어나가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늘 합니다. 큰 목표는 크게 잡고, 작은 목표는 작게 잡자고. 인류 문명 전체를 위해 우리가 뭘 할 것이냐는 문제는 크게 생각하고 거기에 맞는 역량을 스스로 쌓아나가되, 작은 일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욕구를 갖자는 것입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에 직결되는 것만 최소한 대로 하고 나머지는 큰 가치를 위해 투자하자. 그런 신조로 살다보면 각자 할 일이 나타나고 개인적, 사회적, 전인류적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요.

신영복=저는 개인적으로 어려움을 견디고 이겨내는 화두로 ‘석과불식’(碩果不食)을 이야기합니다. 늦가을에 과실 하나만 달려있는 나무, 추운 겨울 삭풍 속의 한그루 나무는 역경과 고난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창의성과 희망은 그런 역경에서 나옵니다. 그 과정의 첫째는 엽락(葉落), 잎사귀를 떨구는 겁니다. 거품을 거둬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잘못된 욕망과 환상을 청산하는 것이죠. 두번째가 채로(菜露)입니다. 나무의 줄기와 가지가 선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거죠. 그렇게 우리나라의 경제·정치·사회가 어떤 것인지 근본을 직시한 뒤 가장 소중한 것을 키워내는 것입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인간적 가치입니다.

 

원문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812311659065&code=940100


도서관과 민관협력

도서관 건립과정과 운영에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할 터인데 아직도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구체적인 삶과 행복보다는 어떤 다른 의도를 가지고 도서관을 건립하는 것은 아닐까?

 

인천광역시 부평구는 어린이도서관 신설 계획을 내놓았다. H건설의 기부로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부지가 문제다. 구청의 구상과 주민들의 생각이 다르다. 특히 부평구는 전국 어느 곳보다도 민간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어린이도서관이 산재해 있는 곳이다.

 

주민의 자발성과 참여,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균형적인 도서관문화 발전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도서관의 신설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

 

원문출처: http://www.b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11061

 

“또 삼산동?” 어린이도서관 신설 논란

어린이도서관협의회, “타당성 상실한 탁상행정…정치적 의도?”
이익성 구의원, “특정지역 문화ㆍ체육시설 집중은 균등발전 저해”

 

[279호] 2009년 02월 12일 (목) 17:48:21 한만송 기자  mansong2@hanmail.net

 

부평구가 부평어린이도서관을 삼산동에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대해 지역의 균등발전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구청장의 정치적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부평구는 삼산동 후정초등학교 앞 390-2번지 1048㎡의 부지에 40억원을 들여 지하1층, 지상 3층 규모의 ‘부평어린이도서관’을 건립하겠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어린이도서관 신설 사업은 H건설이 인천시에 200억원을 기부할 의사를 밝혀 추진됐다. 인천시는 40억원 규모의 공공도서관을 부평구를 비롯한 5개 자치구에 신축할 예정으로, 이 사업을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왔다.

 

부평구는 지하1층에는 시청각실ㆍ공연장ㆍ문서보존실ㆍ기계실 등이 들어서고 지상1층에는 아동열람실ㆍ모자열람실ㆍ디지털열람실을 마련하고, 지상2~3층에는 연속간행물실ㆍ아동열람실ㆍ일반열람실ㆍ문화교실ㆍ회의실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평기적의도서관과 연계해 각종 운영프로그램을 공유할 계획으로, 6월 착공해 12월에 완공할 계획이다.

 

민간기업의 기부로 공공도서관이 건립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문제는 부평구가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당장 확보 가능한 부지만을 논하며 삼산동에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데서 비롯되고 있다.

 

부평구는 박윤배 구청장이 취임한 2002년 이후 부지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각종 문화ㆍ체육시설을 갈산ㆍ삼산ㆍ부개3동에 집중적으로 신설해왔다.

 

갈산동의 부평국민체육센터, 부개3동의 부평기적의도서관, 삼산동의 부평역사박물관과 삼산 월드체육관 등이 박 청장 취임 이후 신설된 시설이다. 이밖에도 청소년수련관이 삼산동에 건립 중이며, 부평구노인복지회관과 민방위교육장도 삼산동에 신설될 예정이다.

 

이에 최근까지 4ㆍ29 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저울질했던 박 청장이 차기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 집중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지역사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평구는 구의회에 보고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어린이도서관 신설 계획을 밝혀 구의회로부터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다른 신설 부지 정말 없나?

어린이도서관은 이용 층이 대부분 유아이기 때문에 지역에 골고루 분포해 접근성을 강화해야하는 시설이다.

하지만 삼산동 인근인 부개3동에 이미 부평기적의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삼산동에는 이미 시민단체 또는 임차인대표회의 등에서 운영하는 신나는어린이도서관ㆍ삼산4단지 여울문고ㆍ광음문고ㆍ누리보듬 마을문고ㆍ인표어린이도서관이 운영 중이다.

반면, 십정동과 청천동, 경인전철을 경계로 남부권역인 부평2ㆍ6동과 부개1동 등은 이러한 시설이 취약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부평구는 부지 확보가 가능한 지역이 삼산동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평구 관내 건축 가능한 1000㎡이상 국유지와 구유지 현황에 따르면, 삼산동 390-2번지 이외에도 십정동 93-1번지, 부개동 501-8번지 등 부지확보가 가능한 지역은 10여 곳에 이른다.

삼산동 어린이도서관 신설 계획을 언론보도를 통해 알게 된 구의회도 부평구의 결정이 타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익성 구의원은 “부평구 관내 공영 부지가 부족한 만큼 사용해 신중함이 필요하다”면서, “갈산ㆍ삼산동에 비해 낙후된 부평남부권역이나 십정동 등에 어린이도서관이 유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평구에 주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조진형 국회의원과 상의해 부평남부권역과 십정동지역의 국ㆍ공유지 현황을 파악한 후 어린이도서관 신설을 추진해 균형적 지역발전을 이루는 방향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진섭 인천시의회 의장과 최만용 시의원도 삼산동에 어린이도서관을 신설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부평구가 균형적 지역발전을 위해 다른 부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는 “부평구는 전국적으로도 민간에서 설립한 어린이도서관이 많이 분포하고 있음에도 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아 시민단체와 주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도서관들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실정”이라며, “어린이도서관은 대형화가 아닌 소규모로 골고루 분포해야 하고, 지자체가 그 네트워크를 구축해주는 역할이 필요하지 전시행정으로 보기 좋고 크게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부평구 담당 공무원은 “여러 오해도 있을 수 있지만, 시에서도 2018년까지 인구 6만명 당 어린이도서관 1개소를 신설할 계획으로, 각종 재개발구역 내에도 일부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구가 확보할 수 있는 부지 중 타당성을 여러모로 조사했지만, 삼산동 이외에는 대안이 없는 처지”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땅을 가져오라고 말하고 싶다”며, “청천동에 문화사랑방이 들어설 예정이고, 십정동에 문화예술회관도 들어선다. 일부의 문제제기는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 공무원은 “부지 선정의 권한은 부평구에 있고, 우리(=시)는 부평구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면서, “현재는 (부평구가) 올린 부지와 사업계획서를 검토만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부평구는 작은 도서관 활성화 차원에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주민센터ㆍ재개발구역 등에 작은 도서관 22개를 신설할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산곡4동 주민센터와 십정2동 주민센터에 설치했으며, 5월경엔 부평2동 희망천노인정에 문을 열 예정이다. 아울러 내년까지 부평1동 주민센터ㆍ부평6동 주민센터․갈산1동 주민센터ㆍ부개구립어린이집에도 작은 도서관을 설치할 계획이다.

 

 

▲ 2006년 3월 10일 문을 연 부평기적의도서관의 개관식 장면.

--------------------------------------------

 

인천 부평구 어린이도서관 40억원 건립 투명성 논란

 

인천시 부평구가 어린이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도서관 이용자인 구민과의 소통도 없이 행정편의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어린이도서관협의회 부평지부 부평구 민간 작은 도서관 모임(이하 민간작은도서관)은 24일 성명을 통해 부평구가 40억원 규모의 어린이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전체 구민에 대한 공청회 한번 없이 행정 편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앞서 기존 민.관.학교 도서관 분포현황과 시민들의 욕구 및 참여를 보장한 방안과 운영방식이 마련돼야 하나 정보공개는 물론 건립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부평구가 계획하고 있는 도서관 건립예정지역은 도서관이 잘 꾸며져 있기로 이름난 3개의 초등학교와 주민자치센터 규모의 민간도서관 2곳, 아파트 도서관이 운영되는 것으로 건립계획에 앞서 기존도서관 및 민간 작은도서관의 연계방안을 모색, 활동이 보장되고 조화되는 장기적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하나 도외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 작은 도서관은 부평구가 진정 구민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려 한다면 공공작은도서관 건립과 민간작은도서관 활성화 방안을 별개로 진행할 것이 아니라 서로 돕고 교류하는 장기적 발전 모색을 위해 민관 공공도서관 및 민간 작은 도서관의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할 것과 민관이 소통할 수 있는 도서관 정보정책위원회 같은 상설 기구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부평구 관계자는 “현재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어린이도서관 건립계획은 기업체가 기부체납 조건으로 협의 중에 있기 때문에 아직 정보를 공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협의가 이뤄지면 의회의 의견수렴과 건축위원회 등을 구성,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영화 기자 , 한국디지털뉴스, 2009.02.24

2009년 2월 25일 수요일

인문학 강의

오늘은 완전히 스크랩으로 블로그 포스트를 채울 모양이다. 또 다른 기사 하나. 주간한국의 가사다.

 

원문출처: http://weekly.hankooki.com/lpage/coverstory/200902/wk20090224125246105430.htm

 

------------------------------------------------------

 

고전강의, 골라듣는 재미가 있다


 

정재계 인사들 '지혜의 향연' 등모여 위기 탈출 해법 찾기 위해 '열공'
일반 대중은 '작은 대학' 등 찾아 세상과 인생에 대한 이해의 폭 넓혀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

대다수 인문학 연구가 그렇지만, 고전은 대학의 상아탑 안에 머물러 있었다.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전 강의와 세미나는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이 운영하는 '문예아카데미'정도가 전부였다. 그러나 인문학 위기론이 대두된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다시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전을 강의하는 기관이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동서양 고전 강의 기관과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 CEO 고전 삼매경

고전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은 각 기업의 CEO를 비롯한 정재계 인사들이다.
2005년부터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진행하는 '메디치 21'을 시작으로 각 기업의 인문, 예술 강연모임이 늘어났다. 이에 서울대 인문대학에서는 사회지도자를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2007년부터 신설했다. 정식 명칭은 '최고 지도자 인문학과정(AFP, Ad Fontes Program)'.

메디치 21이 근작을 바탕으로 한 인문, 예술 강연이라면 서울대 인문학 강연은 고전 텍스트를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권영민 국문과 교수가 '한국문학과 한국인'을 가르치고, 허남진 철학과 교수가 '퇴계와 율곡'에 관해 설명한다. 이주형 고고미술학과 교수는 '불교미술의 특징'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총 18주 과정의 이 수업은 1,00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싼 강연이지만, 인기가 높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을 비롯해 이건영 빙그레 사장, 이낙영 SPP조선 회장 등이 이 과정을 들었다. 배철현 최고지도자 과정 부주임 교수(종교학과)는 "올해 봄 40명 모집 인원에 응시자는 두 배를 훌쩍 넘어 47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인기 이유에 대해 배 교수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 인문학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고전은 인문학적 사고의 밑바탕이 된다"고 말했다.

최고지도자 과정을 마친 CEO들은 각 기수마다 모임을 만들어 계속 공부한다. 1기 졸업생들은 <논어>를 읽고 2기 CEO들은 주경철 서울대 교수가 쓴 현대정치사상사 <대항해 시대>를 공부한다.

성공회대 인문학습원에서도 사회 지도자를 대상으로 인문, 고전 강연을 한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 교수를 비롯해 노성두 미술사학자,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짐종엽 한신대 교수 등이 강연하는 'CEO를 위한 인문 공부'가 그것. 서울대 인문학 강좌가 원로학자와 석학 중심이라면 성공회대의 경우 진보적 성향의 소장학자들이 강사로 나선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해 12월에 끝난 1기 강연에서 신영복 교수는 '고전과 인문공부'란 주제로 강연했다.

1-<길담서원>에서는 중국 고전 원서를 공부한다
2-강남구 역삼동 파이낸스센터에서 열린 제1기 서울대학교 인문학 지도자 과정에 참가한 CEO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을 비롯해 김연배 한화그룹 부회장, 김태구 넥솔 회장(전 대우자동차 회장),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 이병남 LG인화원 원장 등이 1기 '학생'으로 인문 고전 강좌를 들었다. 2년 전 신영복 교수 정년퇴임을 맞아 각계 인사가 신 교수의 후원기금을 발족했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인문학 수업을 시작했다는 후문이다.

성공회대 인문학습원 임정아 객원 교수는 "1기 수강생들은 정식 모집을 한 게 아니라 알음알음으로 오신 분들"이라며 "2기 수강생 역시 몇몇 언론 보도를 보고 문의해 기다리신 분이 대부분이다. 공고를 통한 공식 모집은 인문학습원이 구성이 갖춰지는 3기부터"라며 뜨거운 반응을 설명했다.

한국능률협회도 인문, 예술 강연이던 '지혜의 향연'을 지난 해 4월부터 서양고전 강연으로 바꾸었고, 오는 3월에는 동양고전 강연인 '동양고전 오디세이'를 시작한다. 능률협회 회원을 대상으로 매달 한번 조찬 모임으로 진행되는 '지혜의 강연'에는 평균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몰린다. 동양고전 오디세이는 논어, 맹자, 대학, 중용 등 4서와 손자병법, 도덕경 등을 현대 경영학과 리더십 관점에서 집중하는 독특한 방식의 강연이다. 50명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진행되는 동양고전 오디세이 역시 강의 시작 전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변설화 연구원은 "지혜의 향연은 이어령 교수가 문화예술에서 창조적 모티프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강연이었다. 이제 문화와 예술에서 찾을 수 없는 창조성을 철학과 인문학, 특히 고전에서 찾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 일반인 강좌는

지도자들이 위기 해소의 방편으로 고전을 찾는 것과 달리 일반 대중들은 '치유'의 목적이 크다.

1991년 박영신(연세대 사회과), 진덕규(이화여대 정외과) 씨 등 5명의 교수가 의기투합해 문을 연 '작은 대학'은 고전 세미나로 가장 역사가 깊은 대안 교육공간이다. 이곳의 고전 강연 중 하나인 '학사일정'은 1년간의 과정으로 플라톤의 국가론, 아담스미스의 <국부론>, 노자 <도덕경>, 왕양명 <전습록> 등 동서양 고전을 공부하고 1년 후 논문을 발표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26기를 모집하고 있는 현재, 평균 15~20명이 꾸준히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작은 대학에서 강연을 들었던 대학생 장일호(27) 씨는 "고전이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작정하고 책을 잡아도 끝까지 읽기 어렵다. 이곳에서 함께 고전을 읽고 방향을 이끌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끝까지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이어 "이해의 폭이 커져서 전공 수업 들을 때 도움이 됐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옛사람들의 지혜를 통해 지금을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고전 강의 중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은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진행하는 고전 강독이다. 동양고전강독에서는 주희의 <근사록>, 왕양명의 <전습록>을 비롯해 연암 박지원의 산문 선독과 조선후기 소품문 등을 강연한다. 수유너머에서는 고전 강독 이외에도 인문 사회과학 강좌를 비롯해 문화예술 전반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 씨는 최근 이곳에서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을 강연하고 있다. 고 씨는 "<임꺽정>에는 현재 청년 실업에 대한 대안이 모두 들어있다. 강의 공지가 나가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신청했다. 20평에서 시작한 연구실이 400평 규모로 늘어난 것을 볼 때도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 씨는 이어 "연암 박지원의 산문이나 동의보감 같은 고전을 읽는다면 사람들이 지금처럼 팍팍하게 살지 않을 거라고 본다. 인생에 대해 괴로워할 때 운명적 차원에서 지혜를 나눠주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운영하는 문지문화원 '사이'는 문학·예술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 문학·예술 세미나와 심포지엄, 이벤트, 전시 등 다양한 활동과 함께 동서양 고전을 강연한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는 '논어 읽기' 기초 강좌를 비롯해 세계 고전문학 작품을 읽고 해석하는 '세계문학을 찾아서', 동양 신화를 분석한 '삼국유사와 신화의 세계'를 강연했고, 최근 북유럽 신화와 관자, 노자, 장자, 논어, 대학, 순자, 기타 중국 고전들을 분석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2~3달에 걸쳐 동서양의 고전을 소개하는 이 강좌에는 평균 8~15명의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는다.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길담서원에서도 매주 중국 고전 수업이 열린다. 성공회대 박성준 교수가 영어 원문 읽기 수업을 하고, 성균관대 김성남 교수가 중국 고전 수업을 진행한다. 10명을 기준으로 선착순으로 희망인원을 받아 진행하는 논어 수업의 회원은 고등학생부터 50세 일반인까지 다양하다. 김 교수가 중국 연수 관계로 고전 수업을 잠시 쉬고 있지만, 돌아온 후 맹자를 강연할 예정이다.

박성준 교수는 "함께 공부하다가 제 발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책을 가르친다. 이 저자의 문체를 파악하면 혼자 읽을 수 있을 때다. 모든 회원이 동의하면 다음 책으로 넘어간다. 이곳은 좋은 책을 추천하고 공부해 스스로 설수 있게 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


서울대 인문대학원 이영목 교수 인터뷰 "IFP는 역사적 인물과 이들이 쓴 고전을 공부"


서울대는 (최고지도자 인문학 과정 AFP, Ad Fontes Program)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미래지도자 인문학 과정(IFP, In Futurm Program)'을 개설했다. 미래지도자 과정은 AFP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규보, 나관중, 두보,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등 역사적 인물과 이들이 쓴 고전을 공부하는 것이 골자다.

미래지도자과정 부주임 교수인 불문과 이영목 교수에게 교육프로그램의 취지와 고전 인기 이유에 질문했다.

- 미래지도자 과정의 대상은 누구인가?

= 중소기업의 이사급이나 대기업의 부장급 인사다. 응시기간에 커리큘럼을 보고 AFP과정을 들어야 할 사회 인사들이 IFP를 응시해서 응시를 제한한 적이 몇 번 있다.

- IFP에는 고전 수업 비중이 훨씬 높다. 18주 수업 과정이 모두 역사인물과 고전텍스트로 이뤄져 있다.

= AFP의 학생들은 인생경험이 풍부한 원로급 인사들이다. 지식을 던져주기 보다 열린 사고와 토론을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이다. IFP은 강연 방식이 많다. 인문학 수업이니 자연스럽게 고전을 텍스트로 삼는다. 경험을 공유한다는 측면에서는 AFP가 더 나을 수 있다.

- 경영과 정치 등 현대 사회생활에서 인문학, 특히 고전이 각광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 이제까지 교육기관에서 인문학적인 요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깊이 있는 사고와 통찰력을 얻는데 고전만큼 좋은 텍스트는 없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문학적 창의력이 고전에서 온다. 다만 그 창의력을 실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기업을 비롯한 사회주체들의 몫이다. 때문에 최고지도자 과정이든, 미래지도자 과정이든 교육의 목적은 고전과 인문학 기초에 충실한 것이다.

-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 중에서 고전을 실생활에 응용하거나 접목시킨 사례를 본적이 있나?

= 고전은 아니지만, 나 같은 경우 AFP 강연에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볼 것인가?'란 주제로 인문학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 수업을 듣던 CEO들은 아프리카 진출에 공세적인 입장이었는데 수업이 끝난 후 그 CEO들이 '아프리카인들을 어떻게 문화적 스승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었다. 고전에 접목시킨다면 열하일기를 따라 중국을 여행하는 워크숍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으리라고 본다.

또 AFP 과정을 마친 후 몇몇 대기업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한 사람을 인재로 뽑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알고 있다.

- 앞으로 서울대에서 추가로 고전 강연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 있나?

= 2007년부터 논의해온 '동서양고전읽기 과정'이 아직 확정이 안 된 상태다. 이 프로그램이 계획 중에 있고, 서울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올해 봄 개설한다.

입력시간 : 2009-02-24 12:52:47 수정시간 : 2009/02/24 12:56:11

출판문화지수

기사 스크랩이 많아지고 있다. 글을 쓸 시간은 마땅히 나지 않고, 따로 스크랩 해놓기도 쉽지 않으니 블로그에다가 메모처럼 남겨놓는 것이다. 그런데 도움이 되는 일일까? 괜히 시간을 잡아먹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한국출판학회의 학술대회 소식이다. 이번에 한국출판학회는 "연구과제는 출판지식산업과 지식문화 수준을 측정하는 기본지표로서 출판문화지수(PCI:Publishing Culture Index) 개발을 위한 ‘국제출판유통지수 비교연구’를 수행했다는 것인데, PCI라는 개념이 우리 현실에서 어떠 의미로 활용될지 궁금하다.

 

책임연구자인 한국출판학회 이정춘 회장을 비롯해 한국출판학회 부길만 부회장,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 김포대 김경일 교수 등 총 8명의 연구자가 작년 10월부터 공동으로 수행했다 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

출판시장 규모 미국이 1위 ,한국은 42.7억달러로 7위

한국출판학회, 제20회 정기학술대회

한국출판학회(회장 이정춘)가 주최한 ‘제20회 정기학술대회’가 13일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 개최됐다.

 

세종대 김기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 발표에는 책임연구자인 한국출판학회 이정춘 회장을 비롯해 한국출판학회 부길만 부회장,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 김포대 김경일 교수 등 총 8명의 연구자가 작년 10월부터 공동으로 수행했다.

 

연구과제는 출판지식산업과 지식문화 수준을 측정하는 기본지표로서 출판문화지수(PCI:Publishing Culture Index) 개발을 위한 ‘국제출판유통지수 비교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며 국제출판유통지수 산출을 위한 자료수집 및 분석결과를 도출해 한국 출판문화의 유통분야 수준을 제시했다.

 

총 35개국(OECD 30개국, BRICs 4국, 대만)을 대상으로 팩스, 전화, 이메일 조사를 통해 각종 국제 통계자료를 참고한 결과 25개국 출판시장 규모에서 미국이 250억 달러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독일, 일본, 중국, 영국, 스페인 순으로 나타났으며 한국은 42.7억 달러로 7위에 올랐다. 이는 GDP(국내 총생산) 대비 시장규모로 비교했을 때 체코, 대만, 한국(0.44%) 순으로 우리의 출판 시장규모가 세계적 수준임이 입증된 결과다.

 

하지만 한국의 출판사 1곳당 매출액은 14만 달러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인쇄산업신문 :
korpin@korpin.com] [2009-02-23 : 16 Hit]

대안적 민생경제

전자우편으로 와 있는  행사 관련 소식 하나를 옮겨 놓습니다.

행사에는 참석하기 어렵겠지만, 어떤 논의가 오갈지 궁금합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그림출처: knhworld.tistory.com

----------------------------------------------------------------------------------------------

 

 

(가칭)대안적 민생경제 네트워크

136-020 서울 성북구 성북동 113-34 / 전화 (02)747-3339 / 전송(02)766-4180 / 담당: 박정운, 이규원

보 도 자 료

N E W S R E L E A S E

 

[토론회]

“경제 위기와 민(民)의 대안”

- 자립과 연대의 민생경제를 위하여

 

 

(가칭)대안적 민생경제 네트워크에서는 오는 3월 4일(수) 오후 1시,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경제 위기와 民의 대안’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현재 미국의 금융위기로부터 시작된 사상 초유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국가경제뿐만 아니라 民의 삶과 생활,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국가와 시장에 성장과 분배를 요구’하는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부와 기업에 의한 대안이 아니라 삶과 사회의 주체인 民의 관점에서 경제적 대안을 재구성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경제위기와 民의 대안’ 토론회를 마련하였습니다.

 

<발표Ⅰ>에서는 경제위기시대, 民의 대안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박승옥(시민발전 대표), 주요섭(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이 발제를 맡았으며, <발표Ⅱ>에서는 ‘대안적 민생경제의 탐색’이란 주제로 김정원(자활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임윤옥(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정책실장), 조완형(한살림서울 상임이사), 김성훈(한밭레츠 대외협력실장), 김용우(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 이경란(사람과 마을 이사), 차광주(귀농정책연구소 소장) 등이 각 영역에서의 실천 경험을 바탕으로 간단한 진단과 경제위기에 대한 실질적 대안을 다룰 예정입니다. <종합토론>에서는 자립과 연대의 경제, 호혜의 공동체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강수돌(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안치용(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등이 참석하여 토론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첨부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담당 : 박정운(녹색사회연구소 연구원) 02-747-3339 / 011-266-0415

이규원(생명평화 공명(준) 연구원) 016-9212-8283

 

 

2009년 2월 23일

주관단체 : 녹색사회연구소, 모심과살림연구소, 생명평화공명(준)

 

(가칭)대안적 민생경제 네트워크는 삶(생활)의 위기시대에 자립과 연대, 호혜의 정신에 기반한 ‘대안적 민생경제’를 논의하고, 경제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장기적으로 세계관과 생활양식, 사회경제시스템을 포함한 포괄적인 ‘民의 대안’ 모색과 이를 위한 ‘民 주도의 사회적 연대’를 준비하고자 모인 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경제위기와 民의 대안’토론회

- 자립과 연대의 민생경제를 위하여 -

 

 

■ 취지와 배경: 자립과 연대의 민생경제를 위하여

 

○ 경제위기의 해결사는 역시 정부와 기업?

 

- 경제위기의 해결사는 역시 정부와 기업인가? 공황적 경제위기에 대해 정부는 이른바 ‘녹색뉴딜’이라는 초대형 경기부양대책을 제시하고, 기업은 여기에 화답하며 노동사회환경 등에서 무한대의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 활성화를 중심으로 하는 ‘성장’ 드라이브 전략이다.

 

- 진보진영의 경우 성장 보다는 분배를 앞세우되, 역시 정부의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하며 서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과 사회적 서비스의 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사회적 안전망의 확대를 위해서도 소비 진작과 성장을 위해서도 이런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경기부양도 건설 토목보다는 그린에너지, 문화, 정보기술, 인적 자원 등 미래 지향적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그런데 이러한 경제위기의 해법은 관점과 강조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재정확대, 감세, 투자확대 등 ‘국가에 요구하고 시장에 의지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이러한 과정들이 공체와 자연생태계라는 삶의 근원적 터전을 황폐화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깊은 우려를 가지게 된다.

 

○ 삶/생활의 위기시대, ‘대안적 民生경제’를 이야기하자

- 민초들에게 경제위기는 ‘삶/생활/생명의 위기’다. 의식주와 돌봄의 위기다. 그렇다면, 民生(국민/시민/민중의 생활)을 民 스스로 꾸려내는 방안은 없을까. ‘국가 주도’, ‘시장 주도’에 대해 ‘民 주도’의 경제적 대안은 불가능할까? 현실을 지배하는 경제논리의 함정을 넘어서 삶과 사회(공동체)의 주체인 민의 관점에서 경제적 대안을 재구성할 수는 없을까?

 

- 현재의 경제적 위기를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대량실업사태와 자영업/중소기업 붕괴 등 경제적 추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생태적) ‘대 전환기’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단기적 해법은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 민생경제를 ‘民 스스로 일구는 삶 생활 경제’로 해석한다면, 미미하지만 ‘대안적 민생경제’의 움직임은 이미 존재하고 있다. 먹거리생협과 의료생협을 비롯한 다양한 협동조합들, 지역순환경제, 자활사업, 사회적 일자리와 사회적 기업, 생산자협동조합, 지역통화와 대안신용, 도시공동체운동, 귀농운동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제3섹터, 사회적 경제, 호혜 공동체 경제 등 그 이름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자립과 연대, 호혜의 정신에 기반하고 있다.

 

-이들 속에서 공황적 위기에 대한 ‘대안적 민생경제’의 가능성을 찾을 수는 없을까. 장기실직, 홈리스, 생계형 귀농, 돌봄에서 배제된 빈곤 노인 아동 등이 예상되는 현실에서 ‘요구하는 대안’이 아니라, 民 중심이 되어 ‘스스로 만들어가는 실질적 대안’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 자립과 연대의 경제, 호혜의 공동체를 위하여

 

- 물론 ‘대안적 민생경제’라 할 만한 영역은 공공부문이나 기업에 비해 턱없이 미약하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사회적 안전망이라는 것도 사각지대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사회적’ 안전망은 궁극적으로 ‘공동체적’ 안전망이 되어야 할 것이다.

 

- 또한 ‘民生’이란 말이 시사하듯 본래의 경제가 ‘이윤추구’가 아닌 ‘살림살이’를 의미한다면, 경쟁과 머니게임의 좁은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호혜(互惠)의 ‘공동체’ 논리로 전환하는 것이 절실하다.

 

- 요컨대 공황적 경제위기 시대에 즈음하여 자립, 연대, 호혜의 정신을 앞세우며 생활/생태의 장(場)인 지역을 바탕으로 각지에서 경제위기로 인한 삶/생활/생명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民 주도의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

 

- 나아가 이번 만남을 계기로 경제위기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장기적으로 세계관과 생활양식, 그리고 사회경제시스템을 포함한 포괄적인 ‘民의 대안’을 탐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 일시와 장소

○ 일시 : 2009년 3월 4일(수) 오후 1시 00분 ~ 6시 30분

○ 장소 :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

 

■ 주최와 주관 및 후원

○ 주최 : 녹색연합, 생협전국연합회, 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 귀농운동본부, 한살림

○ 주관 : 녹색사회연구소, 모심과살림연구소, 생명평화공명(준)

○ 후원 : 경향신문, 아름다운재단

 

■ 진행 일정

* 사회 : 정규호(모심과살림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재욱(생협전국연합회 사무총장)

 

13:00 등록 및 접수

 

13:30 격려의 말씀

귀농운동본부 회장, 녹색연합 대표, 생협전국연합회 회장, 자활협회 회장, 한살림 회장

 

13:50 발표1: 경제위기시대, 民의 대안을 묻는다

- 지속불가능한 한국경제, 지속가능한 녹색경제 / 박승옥(시민발전 대표)

- 경제 공황, 삶의 위기, 민의 대안 / 주요섭(대화문화아카데미 연구위원)

 

14:20 휴식

 

14:30 발표2: 대안적 민생경제의 탐색

- 사회적 일자리 및 사회적 기업, 민의 대안 될 수 있나 / 김정원(자활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 여성의 관점에서 본 경제위기 원인과 대안 / 임윤옥(한국여성노동자협의회 정책실장)

- 생협의 사회적 역할과 미래상 / 조완형(한살림서울 상임이사)

- 경제공황시대의 대안, 지역통화 / 김성훈(한밭레츠 대외협력실장)

- 욕망의 노동과 충족의 삶의 자족과 자립의 삶의 공동체로 / 김용우(원주협동조합운동협의회 지역농업위원장)

- 도시 속 마을 만들기의 경제적 접근 / 이경란(사람과 마을 이사)

- 농촌의 대안을 찾아서 / 차광주(귀농정책연구소 소장)

 

16:15 휴식

 

16:30 종합토론: 자립과 연대의 경제, 호혜의 공동체를 위하여

- 지정토론1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 지정토론2 / 안치용(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 소장)

- 지정토론3 / 최승국(녹색연합 사무처장)

- 종합토론

 

18:30 마무리 및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