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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2일 월요일

북유럽의 학교(중)

'한겨레21'의 시리즈 기사. "북유럽의 학교"라는 기사를 스크랩한다. 교육 문제는 우리 사회의 근본문제다. 오늘도 가평에 가면서 계속 교육 문제를 논했다. 스크랩하는 순서가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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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8.html

 

가장 약한 학생을 지원하라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영재’보다 ‘배려하는 교육’을 내세우는 핀란드,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의 건강한 수업시간

 

“우리나라에 영재교육은 없다. 아주 똑똑한 천재를 키우는 것보다 뒤처진 아이들을 함께 이끌고 가야 한다는 게 우리의 정책이고 원칙이다.”(마리아 타우라 핀란드 미래위원회 위원장)

 

“뛰어난 학생이 아니라 가장 약한 학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 의미의 평등과 형평성이 핀란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다. 평등이란 어떤 지역에 살더라도 동등한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요우니 발리예르비 핀란드 이베스퀼라대학 교수)

»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어린이들이 점심식사를 마친 뒤 식판을 정리하고 있다.

집 같은 분위기, 이주 학생엔 모국어 교육

실제로 그랬다. 우리가 방문한 핀란드종합학교(초·중등학교)에서 이런 핀란드의 교육적 특성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방문한 헬싱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는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친환경 학교다. 학생 친화적인 건물을 짓기 위해 디자인 공모전까지 거쳤다는 목조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어두운 북유럽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 디자인의 핵심 목표는 가정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사투 혼칼라 교장은 설명한다. ‘돌봄과 공동체를 위한 공간으로서의 학교’라는 이 학교의 교육관을 디자인에 반영해달라는 교사들의 요구에 따른 건물이라는 것이다.

유치원에서부터 9학년까지 모두 420명의 학생들이 있는 이 학교에서 눈에 띄는 것은 건물만이 아니었다. 학습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외국인 어린이들이 함께 공부하는 이 학교에선 장애아나 외국인 또는 뒤떨어진 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남달랐다.

 

핀란드에선 1970년대 이래 장애아와 비장애아 등 모든 차이를 가진 아이들을 통합해 교육하는 게 교육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이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인격적 자존감과 학습을 위한 흥미와 동기, 앞서는 학생과 뒤지는 학생 간의 인격적 교류가 교수나 학습의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교육학적 관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안승문 웁살라대학 객원연구원은 지적한다. 그러나 장애아와 비장애아의 완전한 통합으로 가기까지 아이들의 상황을 섬세하게 살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참관했던 7∼9살 집중장애아들을 위한 수업에는 장애아 10명을 위해 정규교사 1명과 보조교사 2명이 배치돼 있었다. 이 반 아이들은 30분간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블록 쌓기 등 집중훈련에 좋은 놀이를 한다. 장애아를 위한 교실에는 아이들이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도를 낮추기 위해 전등에 가림막을 씌워놓았다. “아이들의 집중도가 향상되면 정규반에 보내기 시작해 점차 수업 시간을 늘려간다”고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특수반 담임 교사는 설명했다. 이 반의 미러는 상태가 좋아져 하루 5시간씩 정규반에 가서 수업을 듣는다. 정규반으로 가는 것은 아이들의 상태를 봐서 교사가 부모와 상의해 결정한다. 특수교육 대상자 역시 교사가 학부모와 협의해 정하지만, 중증 장애가 있는 학생이라면 병원의 진단을 받아 지방자치단체에 추가예산을 요구할 수 있다.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배려 또한 남달랐다. 8∼9살 아이들이 수학을 공부하는 한쪽에서 탄자니아 출신인 토미는 모국어를 공부하고 있었다. 모든 아이들에게 똑같은 교육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정신에 따라 핀란드에선 외국계 학생들에게 모국어 수업을 제공하도록 돼 있다. 일반적으론 각 자치단체 교육청에 등록된 모국어 교사들이 학교를 방문해 수업을 하지만, 학생 수가 아주 적은 경우엔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기도 한다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했다.

» 핀란드 교육제도

무학년제·집중학습으로 ‘속도 조절’

특별한 배려를 받는 것은 장애아나 외국인 어린이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연령대 정규반 수학 시간. 교실에는 듬성듬성 빈자리가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담당 선생님은 일부 뒤처진 아이들을 다른 선생님이 집중지도를 하러 데리고 나갔다고 설명했다. 교실 밖을 나오니 특수교육 담당 선생님이 아이 4명에게 열심히 동전으로 수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었다. 이렇게 뒤처지는 아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니 국제학생평가에서 하위 수준의 성적을 거둔 학생의 비율이 가장 낮을 수밖에 없다.

이렇듯 학생들의 처지를 배려하는 유연한 대응이 가능한 이유는 교사들에게 주어진 자율성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가 정한 교과과정을 따라야 하지만 학교는 자체 교육 내용을 조직할 자유가 있다”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한다. 이에 따라 이 학교가 학생들에게 최상의 학습 여건을 만들어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은 무학년제도다. 각 학생은 자신의 학습 내용과 학습 속도를 선택할 자유를 갖는다. 다만 그런 선택을 통해 9학년을 마칠 때에는 국가가 정한 교육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교사 2~3명이 팀으로 수업

“무학년제도란 핀란드의 발명품이 아니라 이미 1930년대 미국과 스웨덴에서 시작됐다. 모든 아이들은 배울 능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전진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게 이 제도의 철학”이라고 설명한 혼칼라 교장은 핀란드에선 1990년대 이래 이 제도가 확산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무학년제도에 따라 학생들은 각각 개별화된 학습목표를 갖게 되며, 그 목표는 교사와 학생 그리고 부모의 3자 대화에서 결정된다. 교사와 학생은 수시로 합의한 목표에 도달했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목표에 미달했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학습 방식을 적용하는 등 다시 목표 달성을 위한 도전에 나선다.

무학년제의 유연한 학습이 가능하려면 교사들의 협력이 긴요하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에서 우리가 참관한 어느 교실에도 선생님 혼자 있는 곳은 없었다. 늘 두세 사람이 함께 팀을 구성해 가르쳤다. 정규교사 외에 별도로 뽑은 보조교사들이 있지만, 정규교사가 다른 교사의 수업에 보조교사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실에는 혼자 뒤처진 아이는 없다. 한 교실 안에서 대부분의 아이가 수학을 공부하더라도 한쪽에서 탄자니아 출신의 어린이가 모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것 역시 이런 팀 티칭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 학교에서는 팀 티칭을 통한 선생님들 사이의 협력 못지않게 교사와 학생 사이, 학생과 학생 사이의 협력을 중시한다. 학습그룹을 서로 도와주는 방식으로 구성하도록 한다. 이 학교가 중시하는 학습 방식이 모둠 수업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따라 학습 속도는 빠르기도 하고 늦기도 한다.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함께 갈 수 있게 배려하는 게 교육이다. 우리는 개별 학생이 아닌 모둠을 학습의 기본 단위로 삼는다. 모둠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배우는 일은 사회화 과정에서도 긴요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혼칼라 교장은 설명했다.

이 학교가 유치원생과 초등 1·2학년생들을 한 건물에 배치한 것도 같은 뜻에서다. 유치원생들은 초등학생들과 함께 지냄으로써 자연스레 학교생활에 적응하게 되고, 초등학생들은 동생들을 돌보는 등 공동체적 삶을 배우게 된다.

» 산수 과목에서 뒤처진 아이들을 특수교사가 따로 데리고 나와 가르치고 있다.

“선행학습은 금물, 괜히 산만해지죠”

모둠을 중시하는 핀란드에선 선행학습을 금물로 여긴다. 헬싱키에 사는 한국 동포 곽수현씨는 선행학습을 시켰다가 학교에 가서 골칫거리로 전락했던 한 동포의 아이를 예로 들었다. “다른 핀란드 아이들은 1시간 걸려 푸는 문제를 5분 안에 다 풀곤 나머지 시간에 친구를 괴롭히고 산만해져 결국 문제학생으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선행학습이 아이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모둠의 분위기를 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핀란드종합학교의 저학년 단계에선 언어 교육만큼이나 집중력 교육을 중시한다. 집중력이 미래의 학습 능력을 좌우한다고 보아서다. 라토카르타노가 집중장애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특별 배려라 할 만큼 신경을 쏟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고 집중장애 담당 특수교사는 설명한다. 그런 교육이 아이뿐 아니라 앞으로 핀란드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는 것이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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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7.html

 

대학 가려고 학원 다닌다고?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특화과정·무학년제 통해 전공 선택·대입 대비 스스로 하는 핀란드 인문계 고등학생들

 

엘리나는 핀란드 수도 헬싱키 인근 소도시 야르벤파에 위치한 야르벤파고등학교 2학년이다. 우리 방문단이 이 학교를 찾았을 때 엘리나는 미술실 한구석에서 데생 연습에 여념이 없었다. 얼핏 보기에도 상당한 데생 수준에서도 짐작이 갔지만, 역시 미술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있단다. 미술 실기 지도를 받기 위한 사설학원이 있는지 물으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게 뭐냐고 되묻는다. 핀란드에선 사교육이란 말이 그처럼 낯설기 때문이다. 헬싱키에서 8년째 살고 있다는 한국 동포 곽수현씨도 “제가 영어가 부족해 학원을 찾아봤는데 찾을 수 없었다. 결국 헬싱키 시 당국에서 제공하는 성인학습 과정의 영어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그게 상당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 야르벤파고등학교 미술실에서 만난 엘리나는 미술대학에 가는 데 학교 공부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학교·지역 예술센터에서 미대 준비

엘리나 역시 학교 미술 시간에 배우는 것 이외에, 빈 강의 시간 틈틈이 미술실에 와서 스스로 연마하는 것이 미술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의 주된 방법이다. 더 필요하다면 지역사회가 제공하는 예술센터 등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럴 필요까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야르벤파고등학교가 음악과 미술에 대한 특화과정을 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이처럼 학교마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종합학교에서 의무교육을 마친 학생들은 핀란드 내 고등학교 가운데 5곳에 우선순위를 매겨 지원할 수 있다. 각 자치단체 교육위원회는 지원자들의 종합학교 졸업 성적과 지원율 등을 감안해 학생들을 배정한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마다 경쟁률이 다르다. “우리 학교는 인기가 있는 편이어서 경쟁률이 5~6 대 1이 될 정도로 꽤 높다. 2008학년도 우리 학교의 커트라인은 10점 만점에 8.08이었다”고 에스포 소재 포요이스 타비올라고등학교의 토이니 라우타마키 교장은 밝혔다. 에스포에는 10여 개의 고등학교가 있고, 이 학교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학교도 있단다. 그러나 그는 “그렇다고 학교가 성적순으로 서열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각 학교별 특성화 과목 역시 아이들의 중요한 선택기준이 된다”고 덧붙였다. 야르벤파의 음악과 미술처럼 포요이스 타비올라는 드라마와 미디어학이 특성화 과목이어서 이 분야로 진출을 꿈꾸는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라우타마키 교장은 자랑했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가 채택한 무학년제가 고등학교에선 일반적으로 적용되고 있었다. 타비올라나 야르벤파 모두 그랬다. “과거에 학급은 30명으로 구성된 항구적인 반이 있었다. 개인적인 능력과 상관없이 경우에 따라선 다 아는 내용도 함께 들어야 했다. 그러나 무학년제 채택으로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속도와 목표에 따라 수업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고 라우타마키 교장은 설명했다.

 

학생들은 의무과목과 선택과목을 조합해 자신의 시간표를 만들고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2년에서 4년 사이에 학교를 졸업하게 된다. “보통 70% 정도는 3년 만에 졸업하고, 4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10% 정도, 그리고 2년 만에 졸업하는 비율은 아주 낮아 3~5%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야르벤파고등학교의 유카 오텔린 교감은 말한다. 이러니 학생들은 동료가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하며, 뛰어난 학생은 뛰어난 대로, 좀 늦는 학생은 늦는 대로 자신의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다. 우리처럼 특수목적고나 수준별 수업 등 모두에게 상처 주는 제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수월성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 원형 공간을 중심으로 회랑식으로 배치된 야르벤파고등학교 내부 모습.

그렇지만 무학년제로 바뀌면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학생들의 소속감과 선택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는 문제였다. “학생들의 학습목표 관리를 돕는 담임교사제를 운영함과 동시에 학교 단위로서 소속감을 키우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한다”고 야르벤파고등학교 앗소 타이팔레 교장은 설명했다. 이 학교 건물 역시 이런 고민의 소산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학급이 없으면 공동체 의식이 사라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학생들이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 선생님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보장되면서도 협동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고자 했다. 이런 구상에는 교장은 물론 교사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70%는 3년 만에 졸업, 나머지는 2~4년

그래서 학교 가운데 학생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원형 공간(아레나)을 중심으로 두고 거기서 5개의 회랑이 뻗어가도록 건물을 만들었다. 보통 때는 식당으로 사용되는 아레나는 음악·드라마·예술 등의 공연장으로도 변신해 학생들이 공동체의 소속감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된다. 공간이 이렇게 열려 있으니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간의 소통 역시 활발하다. 수업 외에 음악·예술·스포츠·드라마 등 특별활동이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각 회랑은 역사회랑, 과학회랑, 예술회랑 등 전공 과목별로 나뉘어 있어 인접 분야 교사들 사이의 협업이 쉽게 이뤄질 수 있다. 또 각 회랑의 앞쪽에는 컴퓨터 등이 비치돼 있어 수업이 없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인터넷 등으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오후 시간에도 많은 학생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학습에 전념하고 있었다. 튜터라는 명패를 달고 우리를 안내한 한넬에게 한국 학생들은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 지쳐 보이는데 이곳 학생들은 밝아 보인다고 했더니 “공부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 궁금한 것을 탐구해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다”고 답했다.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입학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일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 시험은 봄·가을에 두 번 치러진다. 학생들은 한 번에 필요한 시험을 다 볼 수도 있고, 3번까지 연달아 나눠 볼 수도 있다. 먼저 본 시험 결과가 흡족하지 않으면 재시험을 볼 수도 있다. 단순히 학생들을 서열화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필요한 실력을 갖추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목적임을 알 수 있는 제도다. 대학 진학률은 평균 45% 정도지만, 핀란드에선 어떤 수준에서라도 다시 공부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에 대학 입시에 목숨을 걸지 않는다고 헬싱키 거주 한국인 아티스트인 안애경씨는 말한다.

야르벤파·에스포(핀란드)=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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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6.html

 

직업교육은 ‘옴니아’로 통한다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산업지역 에스포의 거대한 직업학교,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기술 익히는 학교

 

핀란드의 직업교육 역시 남달랐다. 이 나라 최대 기업 노키아가 위치한 산업지역 에스포에는 옴니아란 거대한 직업교육 기관이 있다. 쏟아지는 눈이 북구의 겨울을 실감케 하는 1월 하순, ‘옴니아’라는 명패가 걸린 건물 앞에 도착했다. 대로 건너편에도 옴니아란 이름이 붙은 건물이 여러 채 있는 등 규모가 엄청났다. 육중한 문을 밀고 들어서자, 상점이 먼저 눈에 띈다. 모자나 티셔츠, 문방구 등 소품에서 드레스까지 다양하게 전시된 상품은 이 학교 학생들이 만든 것이란다.

이 학교 국제홍보 담당자인 마리트 자렌킬라는 우선 옴니아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학교 소개를 시작했다. 영상의 첫머리에는 “모든 길은 옴니아로 통한다”고 씌어 있었는데, 이 말은 전혀 빈말이 아니었다. 우리 식의 실업고등학교에서부터 성인을 위한 직업교육까지 통합돼 실시되는 곳으로, 누구라도 일자리를 찾기 위해 숙련된 기술을 익히려면 옴니아를 통하면 되는 것이다.

»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옴니아 목공과에 들어온 니나는 앞으로 실내디자이너가 되는 게 꿈이다.

인문계 졸업생·대학 합격자도 몰려

옴니아는 크게 4개의 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직업학교와 성인교육센터, 도제훈련센터, 청소년워크숍이 그것이다. 현재 이 학교에는 직업학교에 4500명, 도제훈련센터에 1500명, 성인교육센터에 1500명 등 모두 7천 명 이상이 재학하고 있다. 성인교육은 자신의 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해 스스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회사가 위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옴니아 직업학교의 유하페카 사리넨 교장은 “졸업생이 여기서 교육을 받고 나가 노동현장에 투입됐을 때 가장 우수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게 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의 희망과 노동현장의 요구에 맞춰 각 학생에게 필요한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리나 토이바넨 교사에 따르면, 핀란드에선 직업학교가 인기 있는 편이다.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의 40%가량이 직업학교를 선택하고 심지어 인문계 고등학교를 마친 뒤 다시 직업학교에 오는 경우도 있단다. 1990년대 들어 직업학교를 졸업해도 기술대학뿐 아니라 일반 대학에도 갈 수 있게 된 것이 이런 현상에 영향을 끼친 듯하다고 토이바넨 교사는 분석한다.

보건이나 미용 분야처럼 특히 인기 있는 분야에는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몰려 그 수를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20%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생들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이 학교의 건축과는 정원이 40명이지만 지난해는 160명이 지망했고, 목공과는 40명 정원에 180명이 지망해 평균 경쟁률이 4 대 1을 넘었다. 목공과의 경우, 정원의 50%는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이라고 목공과 지도교사는 설명했다. 실제로 목공을 배우고 있는 니나는 일반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이 학교로 진학했다고 한다. “목공을 실제로 해본 뒤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 같은 목공과의 안나 역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왔는데, 장래 가구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교육을 국가의 책임으로 여기고 필요하다면 새로운 기회를 보장해주는 유연한 교육 시스템이 아이들을 이토록 자신감에 차게 만드는 것이다.

» 옴니아 건축과 학생들이 만든 작은 통나무집. 학생들이 만든 집은 일반에게 판매된다.

핀란드의 직업학교는 스웨덴과는 달리 일반 인문계 학교와 완전히 분리돼 있다. 학생 선발은 이론 테스트와 교사 평가, 상담 등을 거쳐 하는데 성적보다는 선택한 학과에 대한 학습동기를 높이 산다고 안 켐파이넨 교사는 설명한다. 학생들은 3년의 재학 기간에 120학점을 취득해야 하는데 그중 90학점은 직업에 관련된 것이고, 20학점은 공통의무 과목, 나머지 10학점은 자유선택 과목이다.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온 학생들은 공통과목 등을 듣지 않아도 돼 2년 만에 마칠 수 있다.

학생들의 실습실에는 모든 장비들이 잘 갖춰져 있었다. 건축과 1학년생들이 주로 학습하는 공작실에선 일부 학생들이 창고처럼 보이는 작은 집을 짓고 있었다. 1학년생은 두 그룹으로 나눠 이론과 실습을 번갈아 공부한다. 실습은 주로 학교 내 공작실에서 기본 교육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건축을 기후조건에 맞추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야외수업을 하기도 한다. 2학년이 되면 학교가 확보한 부지에 직접 주택이나 건축물을 지어본다. 흥미로운 점은 이것이 학교의 사업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실습 과정에서 지은 건물은 일반에게 매각된다. 지난해 팔린 가격은 50만유로(7억~8억원)였단다. 물론 이 집에 대해서는 학교가 10년 동안 보증해준다. 3학년이 되면 실제 건축회사에 가서 수습 교육을 받는데, 월급을 받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면 그 회사에 취직하는 길이 열리기도 한다고 건축과 담당 교사는 설명했다.

현장실습 성적은 실습 회사에서 실제 업무를 가르친 담당자가 학생들의 작업 과정을 관찰해 평가한 것과, 학교 교사와 실습 회사 담당자가 공동으로 낸 시험문제로 평가한다. 단순히 수치로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관찰·협의한 내용도 함께 평가에 포함된다. 이렇게 졸업시험에 통과하게 되면 두 종류의 자격증을 얻는데 하나는 이론 강의, 또 하나는 기술에 관한 자격증이다.

수억원에 팔려나가는 건축과 실습물

그러나 핀란드 직업학교 역시 문제는 있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취동기가 낮은 게 문제예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학습동기를 높일 것인지가 우리에게도 큰 과제”라고 사렌킬라 선생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학교가 헬싱키 같은 대도시 주변에 있다 보니 알코올이나 마약에 손대는 학생도 있고 직장을 얻으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사렌킬라 교사는 그러나 가장 중요한 탈락 이유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것이라며 학교에 들어온 지 두 달 만에 그만두는 일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렇게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20% 정도나 돼 교육청이 대책을 요구한다면서 괜찮은 방법이 있으면 가르쳐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여기나 저기나 교육은 만만한 일이 아니다.

에스포(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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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출처: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425.html

 

차이 없음’의 수준 차이 나네 [2009.02.27 제749호]
[북유럽의 학교 (중) ]
‘형평성’을 중시하는 핀란드, 한 명의 엘리트가 아니라 고르게 똑똑한 학생들이 자산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피사)을 실시한 이래 핀란드 교육이 전세계의 관심의 초점이 됐다. 2006년까지 세 차례 실시된 평가에서 모두 수위권에 속했기 때문이다. 과학이 주요 평가항목이던 2006년 핀란드는 과학과 수학에서 1위를 했고, 읽기는 2위였다.

 

물론 한국의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선 누구도 피사 성적이 한국 교육체제의 승리라고 말하지 않는 반면 핀란드에선 어디 가나 자신들의 우수한 교육시스템의 결과라고 자신 있게 자랑한다. 그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분은 아이들의 성적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고르게 높다는 점이다.

» 헬싱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모둠으로 나뉘어 수업하고 있다.

‘시골 학교 우선’ 적극적 차별정책

일반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은 사회경제적 배경과 상관관계가 높다. 피사 성적의 다양한 측면을 분석·평가한 헬싱키대학 교육평가센터의 토미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학교와 학생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피사 결과에 그대로 반영돼 있는 나라의 예로 독일을 들었다. 2006년 성적 분석 결과 독일은 학교간·학생간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에 속했다고 한다. 학교간 편차가 50%나 된 것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일제고사 성적 결과를 보면 우리도 독일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반면, 핀란드는 거의 모든 학교가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그렇다고 아주 높은 성적을 거둔 우수학교도 없었다. 이런 결과는 OECD국가들의 평균 학교간 격차가 34%인 데 비해 핀란드는 5%에 불과하다는 기존의 조사결과와 부합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이를 교육에서 평등과 형평성을 최고의 가치로 추구해온 결과라고 단언했다.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에서 보았듯이 개별 학교는 뒤처지는 아이를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개별학교 단위만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와 지자체에 대한 예산 투자에서 적극적인 차별정책을 편다. 외따로 떨어진 작은 학교에 도시 학교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하는 게 그 예”라고 요우니 발리예르비 이베스퀼라 대학 교수는 설명한다.

형평성이 교육의 가장 큰 가치로 정착한 이유는 520만 밖에 안되는 적은 인구 탓이 크다. “작은 나라가 성공하려면 교육이 유일한 수단이고, 우리는 잠재적인 재능을 잃어버릴 만큼 여유가 없다는 데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존재해 왔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말한다.

국가 통제 없이 교사 전문성 신뢰

이런 생각에 따라 국가가 학생들에게 기울이는 정성은 지극하다. 1860년대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이라는 목표를 내건 공교육이 시작된 이래 아동·청소년교육은 국가의 의무사항이 됐다. 의무교육은 물론 고등학교도 무상이어서 학생들에게는 급식과 교재비까지 제공된다. 법에 따르면 학교와 집의 거리가 5㎞ 이상인 경우에는 교통비도 지급한다. 북쪽의 라플란드처럼 인구가 희박한 지역에서는 지자체가 택시로 학생들을 통학시킨다. 이런 무상 통학지원 서비스를 받는 학생들의 비율이 22%에 이른다고 헤이키 텔라키비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연합회 국제국장은 밝혔다.

그렇다고 형평성만으로 핀란드 교육의 우수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교육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교사들의 전문성이다. 핀란드에서 교사는 희망자의 10%만 될 수 있을 정도로 인기직업이다. 초·중등학교 교사도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이 필요하다. 교사의 인기는 교육에 대한 교사의 자율성이 인정되고 사회적으로 존경받기 때문이라고 토이니 라우타마키 포요이스 타비올라고등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카라야라이넨 교수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 “전문 직종으로 교사들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교사들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스스로 창의적인 교수법을 연구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1992년 검인정교과서 제도가 없어지고 학교가 교육과정을 선택할 자유를 누리게 된 것과 관련된다고 발리예르비 교수는 지적한다. 그 후 학교는 교사·학생·학부모가 힘을 합쳐 스스로 교수요강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교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책임성을 갖고 교육에 임하기 시작했단다. “국가가 통제하지 않으니 교사들 스스로 좋은 학습방법을 더 열심히 연구하고 서로 나누게 됐다”고 사투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도 이를 확인했다.

덧붙여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분명한 교육철학을 갖고 일관되게 교육정책을 추진한 지도부의 존재다. 스웨덴 웁살라대학에서 북유럽 교육을 연구해온 안승문씨는 핀란드 교육개혁은 20년간 국가교육청장으로 재임하며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이끈 에르키 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교육개혁의 원칙을 지켜냈다. 그 결과 90년대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부분적인 개혁은 있었지만 평등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이념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학교 단위에서도 지속 가능한 교육이 가능한 구조다. 야르벤파고등학교 앗소 타이팔레 교장은 그 학교에서만 29년을 근무했다고 한다. 유카 오텔린 교감은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학교를 옮기는 게 드물어 교사와 학교, 공동체 사이의 일체감이 높다”고 오텔린 교감은 말한다. 교육환경의 안정성이 사회 구성원 사이의 신뢰를 낳고 이것이 다시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율 평가제도 역시 핀란드 교육의 버팀목이다. 핀란드의 교사평가나 학교평가는 결코 타율적이지 않다. “학교에 대한 평가의 기본원리는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평가의 그것과 마찬가지다. 평가는 목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교사나 학교가 먼저 목표를 정한다”고 혼칼라 라토카르타노종합학교 교장은 설명한다.

그렇게 각 학교가 목표와 달성 기준을 정한 뒤 1년에 한번 결과 보고서를 지방자치단체에 내 승인을 받으면 된다. “보고서라고 해야 15쪽 정도다. 시 학교위원회는 이 보고서를 보고 필요하면 간단한 논평을 하고 학교는 그 논평을 반영해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학교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학교위원회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혼칼라 교장이 밝힌 학교평가 과정이다. 핀란드의 평가는 문제를 지적하고 벌주기 위한 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는 텔라키비 국제국장의 발언과 같은 이야기였다.

타이팔레 야르벤파고등학교 교장은 평가가 지원으로 이어진 예를 하나 들었다. “지난해 조사 결과 우리 학교에는 좀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 즉, 학교에 더 많은 간호사와 심리학자와 상담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학교는 간호사와 상담사의 증원을 지자체에 요구했고, 지자체에서는 증원을 허가했다.”

자율적 목표, 지원 위한 평가 제도

이런 다양한 요소들이 긍정적으로 상호작용한 결과, 핀란드는 표준화를 지향하고 읽기·수리 등 문자해독 능력을 강조하며 교사에게 결과에 대한 책임성을 요구하는 세계의 일반적인 교육 사조와 달리, 유연성과 다양성을 지향하고 광범하고 폭넓은 지식을 강조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그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교육을 추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카라야라이넨 교수는 분석했다.

헬싱키(핀란드)=글·사진 권태선 한겨레 논설위원 kwont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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