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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4월 11일 토요일

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2009년 4월 11일 오전. 며칠 동안의 지방 출장으로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 벗이 흙으로 누워 있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벌써 12주기라니. 무덤에 절하고 술을 한 잔 올리면서 서른다섯이라는 나이는 참 젊은 나이라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고 김소진, 서른다섯의 김소진! 그이가 남긴 '불어선생(不語先生)'들은 지금도 후배 작가들이나 독자들의 머리맡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아, 머뭄도 없고 떠남도 없음이여.
자성(自性)의 본향(本鄕)으로 돌아갔음이어라.
해는 져서 달이 뜨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뵤-뵤-산새 한마리 갑션무지개 사이로 날아가누나.

 

그 묘비의 한 대목입니다. 오늘의 한 대목입니다.

무덤엔 민들레가 피어 있었습니다. 벗들과 함께 냉면으로 점심(點心)하고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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