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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14일 목요일

구미시 북스타트 발족식

2009년 5월 11일 월요일 오후 2시. 구미시립도서관에서 북스타트 발족식이 열렸습니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여러 일정을 준비하느라 시간이 없었습니다만, 구미시로 향하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는 게 제 일이니까요. 구미시에서 열심히 북스타트를 도입하고자 일해온 사서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고, 구미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어머니들도 만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로서는 구미시는 도서관이나 독서문화 활동과 관련해서는 초행이라서 설렘도 없지 않았습니다.

 

구미시립도서관의 류상훈 사서담당님이나 최희경 사서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북스타트를 도입하고 북스타트 발족식을 준비하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구미시의 남유진 시장님께서 발족식에 참석하기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만, 시장님께서는 역대 경제부 장관님들께서 구미시에 오시는 관계로 북스타트 발족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민병조 부시장께서 참석하시어, 구미시에서 북스타트가 발족한다는 선언문도 낭독하고 아가들에게 그림책도 직접 읽어주었습니다.

 

구미시립도서관의 지하1층, 원형으로 만들어진 강당에는 발디딜 틈도 없이 아가들과 엄마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열심히 사진을 찍는 분이 있어 인사를 했더니 북스타트 자원활동가를 자처한 금오유치원의 이진우 원장님이라고 자신을 소개합니다. 북스타트 자원활동가 가운데에는 남성 분이 흔치 않은데 어떻게 자원활동을 하시게 되었는가 여쭈었더니 대학원에서 아동복지를 공부할 때 북스타트에 대한 연구를 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회가 되면 이진우 원장님의 연구 결과를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강당의 앞자리에는 퓨전국악을 연주하는 '시밀레' 팀이 발족식을 축하하기 위해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력이 상당했습니다. 발족식이 끝나고 물으니 대구 권역에서는 프로젝트 공연팀으로 꽤나 이름이 알려져 있는 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반가웠습니다. '씨밀레'가 무슨 뜻이냐고 하니 '영원한 친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찾아보니 어떤 분이 자세하게 설명하기를 "이 낱말에 대하여 국립국어연구원과 한글학회에서 출처를 알 수 없을 뿐더러 순 우리말이라는 증거도 없고 학술적으로 어원이 밝혀진 것이 없어서 명확히 답변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 이탈리어로 '씨밀레(simile)'는 악보에서 '먼저 연주한 부분과 같이 연주하라'는 뜻이라 합니다. 말하자면 음악용어로 '변함없는 우정'을 강조하기 위해 음악동아리를 표현하는 말인데, 이것이 와전되어 '영원한 우정'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이 분들의 연주가 발족식 전체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것은 '시밀레' 팀한테는 칭찬이겠지만 북스타트 발족식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영유아들과 함께 도서관을 찾은 엄마들한테는 식이 길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천북스타트 자원활동가 분들이 북스타트 활동을 시연해주기 위해 일부러 구미시립도서관을 찾아주셨는데, 저한테 3시간이나 차를 몰고 와서 또 두어 시간을 기다려서 북스타트 시연을 하게 되었다고 하소연을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최희경 선생님께 저도 "아이고, 첫술에 너무 욕심을 많이 내셨네요"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아마도 구미시 공공도서관의 역사상 영유아들과 젊은 엄마들이 이 날처럼 많이 찾은 것은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욕심을 앞섰던 것이겠죠. 특히 내년에 북스타트를 더욱 알차게 하기 위해서 예산도 확보해야 하는데, 마침 시장님께서도 참석하신다 하니 구미시립도서관의 여러 선생님들께서 할 수 있는 한 한껏 준비를 하려고 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이런 군소리, 쓸데없는 소리이겠습니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 북스타트 발족식을 준비하실 때 조금 참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아기와 함께 도서관을 찾은 엄마들이 즐거워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준비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너무들 고생이 많았습니다. 저는 기차 시간이 예약 되어 있어 바삐 도서관에서 물러나올 수밖에 없어서 송구스러웠습니다.

 

구미시는 인구 약 40만 명이 거주하고, 주민들의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아주 젊은 도시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금오산이 있고, 구미국가산업단지가 있고,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젊은 도시답게 사람들의 눈빛이 빛이 났습니다. 구미시의 북스타트가 잘 뿌리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현재 도서관은 교육청도서관 1개관과 함께 시립도서관 4개관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 날 북스타트 발족식이 열린 곳이 바로 형곡본관이고, 인동분관까지 시에서 직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나머지 2곳인 선산도서관과 봉곡도서관은 최근에 시설관리공단에 위탁운영을 맡겼다고 합니다. 또 최근에 청소년 도서관의 건립을 준비하고 있어서 내년 쯤이면 모두 6곳으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 날 도서관에서 만난 몇몇 분들께서 중소도시 가운데서 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곳이라고 구미시를 소개하시었습니다. 민병조 부시장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도서관문화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렇지 않다고 말씀 드려야 하는데 이야기가 길어질 듯하여 조심스러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구미와 같은 도시의 도서관 인프라에 대한 생각들을 정책 담당자 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갈길이 멀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도서관 위 아래 층을 오르내리면서 도서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런 사진까지 여기에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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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도서관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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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립도서관이 91년 12월 13일부터 93년 9월 9일까지 풍림산업 주식회사가 공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표지석입니다. 지하1층 지상4층, 연면적은 8,253제곱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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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찾은 유모차부대. 구미시립도서관에서는 '유모차주차장'을 따로 마련해서 주차장 관리인까지 세심하게 배치했습니다. 번호표를 나누어주시고 나중에 찾아가실 수 있도록 배려하셨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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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의 구호는 'yes gumi'. 한글문화 관련 단체에서는 이 도깨비 같은 영어 표어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그 시초가 되었던 것이 바로 'Hi, Seoul'입니다. 아마도 한창기 선생 같은 분이 살아계시면 옛날 <뿌리깊은나무>와 같은 잡지에서 '볼 만한 꼴불견'이라는 아주 작은 꼭지에 연속물로 싣었을 내용입니다. 정말 저로서도 이런 영어 구호는 요령부득입니다. '하이 서울' ? "예스 구미" ! 어쩌면 북스타트라는 영어말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일 수도 있다 생각하니 등골이 시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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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안고 온 엄마들의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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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국악 팀인 '씨밀레'의 공연. 노래가 참 맑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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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조 구미부시장께서 구미시에서도 북스타트가 발족하게 된다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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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에 북스타트를 도입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쓴 최희경 선생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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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북스타트 자원활동가 분들께서 멀리 구미시를 찾아서 직접 북스타트 활동을 시연해주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구미시의 도서관 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몇 장의 사진들입니다.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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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시의 시 이름은 거북이 꼬리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인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부시장님께도 여쭈어 보았는데, 설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형곡본관이 위치한 곳은 구미시 중에서도 신시가지인데 도시를 개발할 때 이곳의 형상을 거북이 등짝처럼 만들어서 구글어스로 찾아보면 그 형상이 잘 드러난다고 합니다. 재미있는 생각입니다.하지만 나중에 구미시를 빠져나올 때 기사 분의 말씀으로는 "그래서 구미시에 처음 오시는 분들은 교통을 헤매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시민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 일, 어려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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