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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10일 월요일

봉사자와 주인

공공도서관의 이용자는 크게 늘어나는 데 비해 직원 수는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2006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시작한 공공도서관 야간 개관 확대로 말미암아 공공도서관의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람은 서비스를 감당할 만큼 충원되지 않는데, 서비스를 감당해야 할 시간이 늘어나는 데 따른 어려움이다.

 

공익요원이나 일용직 등 보조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역시 일시적인 대응일 수밖에 없다. 공공도서관의 지속성을 생각한다면 좀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2004년 7월부터 주5일제 근무가 법제화되었고, 2011년까지 주당 40시간 근로를 고용근로의 기본조건으로 하게 되어 있음을 생각하면, 공공도서관의 직원들의 근로조건의 열악함이 도드라져 보인다. 우리나라 도서관의 운영이 일본과 흡사해서 주말근무가 보편화되어 있고 '특근'이 일상화되어 있지만 그런 서비스를 감당하는 것만큼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도서관연구소의 두번째 연구보고서로 발간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의 합리적 운영방안 연구>(연구책임: 정현태)를 보니, 그 기저에 깔린 도서관인의 사회적 '대접'에 대한 요구를 느낄 수 있었다.

 

주 40시간제에 의한 여가시간의 증가와 출산기피로 인한 고령인구 증가 등에 대해 정부는 공공문화기반시설의 개관시간 연장사업과 다자녀출산에 의한 양육비 지원 등 각종 대응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공공시설의 이용기회를 확대하여 국민의 여가생활을 개선한다는 정책의 이면에는 정작 공공도서관 직원들을 국민의 범주에서 배제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위 연구보고서, 114쪽)

 

공공도서관 직원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도서관 직원들도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나도 적극 공감한다. 공무원들을 총정원제로 묶어서 늘어나야 할 공공서비스가 위축되는 것은 맞지 않다. 공공서비스가 늘어나야 한다면 당연히 그 서비스를 감당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야 한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고 해서 감당해야 할 공공서비스가 부실해지거나 공백이 생겨서는 안된다. 공공서비스를 비정규직 인력이 감당해서는 그 서비스의 지속성을 가늠하기 어렵다. 마땅히 지속되어야 하는 공공서비스라면 정규직으로 채용하여 그 서비스를 감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에 발간된 <공공도서관 개관시간의 합리적 운영방안 연구>는 도서관인들의 하소연이자 청원이고, '작은 정부' 기조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연구보고서의 개선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을 검토하면 '작은 정부' 기조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을 뿐더러 제시되어 있는 방안도 아주 우회적인 것뿐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이 연구보고서는 "공공도서관의 현 여건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다고 하였다.(116쪽 이하) 건물의 구조적 변경, 공익요원 확보, 일반열람실 운영 및 관리를 시설관리 부서에서 담당, 무인 예약대출 반납기 설치 및 운영 활성화, 탄력근무제 실시, 2교대 근무 실시, 휴관일과 평일 중 대체휴무 사용, 수당지급 규정 개정 등등을 나열한 뒤에야 여덟번째로 정규직원의 증원을 언급하고 있다.

 

뭐랄까? 하고 싶은 이야기와 꺼내야 할 의제는 분명히 있지만, '현 여건'을 고려할 때 차마 다 하지 못하고 있는 답답함이 느껴졌다.

 

공공도서관의 야간 개관으로 직원들의 업무량도 많아지고 있으며,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볼 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현재로서는 비정규직 인력을 충원하여 요구되는 서비스를 감당하고 있지만 이또한 역부족인 실정이다, 당연히 정규직원의 증원이 요구된다고 결론을 도출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여기에 한 가지만 더 덧붙인다면, 문제점의 외적 요인으로 거론한 '이용자 우선주의'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지적은 나를 화들짝 놀라게 만든다.

 

공공시설 서비스현장에서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이용자와 직원간의 불합리한 가정, 즉, 공무원은 봉사자(Servant)이고 이용자는 주인(Master)이라는 불공정한 관계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교화되고 교정될 필요가 있다. (116쪽)

 

이는 공공도서관을 진정 이용자로서 이용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연 공공도서관에서 그 이용자가 주인이었던 적이 있던가. 물론 이용자들 가운데 일부는 과도한 '주인행세'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시민들이 느끼는 것은 여전히 공공도서관의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도 어느 독서모임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을 열려고 하니, 곤란하다는 응답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 절차도 너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담당직원이 마치 아주 큰 청탁이라도 들어주는 것처럼 대응하더라는 것이다.

 

교화나 교정이라는 단어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금기로 여기는 단어인데, 이 단어를 쓴 위의 문장을 '이용자의 시각'에서 고쳐보고자 한다. 우리 '국민'의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아래 문장이 현실을 드러내는 표현일 것이다. 각종 공공기관에서 친절함을 강조하는 서비스헌장을 내걸어 놓아야 할 만큼 우리의 공공서비스가 진정 시민을 '주인'으로 여겨온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공공시설 서비스현장에서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이용자와 직원간의 불합리한 가정, 즉 공무원은 주인이고 이용자는 민원인이라는 불공정한 관계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화되고 교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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