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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4일 수요일

마음껏 읽고 뛰게 하라!

     *사진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83035.html, 김정효 기자의 사진임.

 

외고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외국어 고등학교 문제는 단순히 외국어 고등학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논란이 거듭되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고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설립된 학교가 아니라, 입시를 특수하게 준비하는 학교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안종오 선생(포항제철중학교 교사)은 외고와 관련한 난맥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적으로 정리하여 말하고 있다.

 

나름대로 글로벌 인재육성이라는 명분하에 설립된 전국 30여곳의 외국어고등학교(외고)가 지난 대입에서 수능성적 상위 30개교 중에서 26개교나 되고, 수도권 외고입학생 중에서 84%가 영어듣기시험, 구술면접 등을 위해서 특목고 전문학원에서 불가피하게 사교육을 받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초.중학생 사교육의 40%가 영어이고, 중학교 성적우수생은 외고에 가게 되고, 그들의 80% 이상은 외국어계열의 대학에 가는 것이 아니고, 많은 수가 단지 명문대에 입학해서 법조인이나 심지어는 다수가 의사가 되기도 하는 등, 외고에 관련된 불합리한 결과들이 속출한다. 수월성교육에 기여하고 글로벌인재를 육성한다는 본래의 설립취지를 무색하게 한지는 오래다. 수도권의 대부분의 명문 외고가 사립이어서 그런지 외고준비 사설학원과의 유착관계, 과열경쟁, 과다홍보. 파행적인 학사운영 등 외고입시를 둘러싼 난맥상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적 망국병인 사교육을 없애고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 개혁을 이루는 것이 우리의 교육 현안이라는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근 사교육의 중심에 서 있는 외고 폐지 문제와 고교혁신방안이 이제 교육계의 당면과제가 되고 있다. (외고 개혁, 더 이상 미물 수 없다, 경북일보 2009년 11월 3일자)

 

어떻게 해야 하나.

 

안종오 선생도 칼럼에서 지적하듯이, 너무나도 복잡해진 고교 유형을 좀 단순화할 수는 없는 것인가하는 생각을 우선 해보게 된다. 외고, 과학고, 전문계고, 마이스터고, 자율형 사립고, 자립형 사립고 등. 현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무슨무슨 고등학교가 너무나도 많아졌다.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목적으로 왜 생기는 것인지 혼동을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 자율형 사립고와 자립형 사립고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 구분이라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이런 질문을 던졌을 때, 교육정책 담당자도 과연 제대로 설명해낼 수 있을 것인지 궁금하다.

 

조금 문제를 넓혀서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이 그 자체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기보다는 결국 입시에 종속된 교육과정이라고 생각하는 데서부터 문제가 시작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2009년 11월 2일자 중앙일보의 칼럼이 눈에 들어온다. 조윤제 교수(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의 '읽고 뛰게 하자' 는 제목의 칼럼이다. 조윤제 교수는 이 칼럼에서 우리나라 중등교육의 개선 방안으로 딱 두 가지를 제안한다. "학생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붙이는 것"과 "체육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하루 학습시간에서 두 시간을 떼서 한 시간은 독서지도, 다른 한 시간은 체육시간으로 돌릴 수는 없을까. 이는 공교육이 아니면 할 수 없다. 그 땅값이 비싼 강남의 중·고등학교 운동장은 텅 비어있고 이웃 사설학원의 작은 방 속에 책상을 다닥다닥 붙여놓고 밤늦게 앉아있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움과 함께 어른으로서 책임과 부끄러움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윤제 교수와 마찬가지로 나도 어른으로서 책임과 부끄러움을 통감한다. 나아가 조 교수는 중등교육의 목적은 지식습득뿐 아니라 인격의 함양과 장래 사회인으로서의 기본 소양을 가르치는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니까 단순히 외고를 어떻게 폐지하고 일반고로 바꾸느냐, 외고의 선발방식을 바꾸느냐 등등 외고 자체의 개혁방안에 대한 논란이 거듭되고 있지만, 문제의 본질은 '중등교육의 목적'을 우리 사회가 다시금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조 교수의 제안에 동감하는 바다.

 

법치국가는 경찰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격(國格)은 홍보나 경제성장만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중등교육은 미래 한국사회의 기풍과 국격을 정해 나가는 것이다. 만약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책 읽는 습관을 익히고 스포츠를 통해 건강한 신체뿐 아니라 자기통제와 협동의 습관을 익힌다면 지금의 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미래 한국에 대해 낙관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교조가 바로 이런 운동에 앞장서면 어떻겠는가. 그리고 기왕에 정부가 재정확대 정책을 편다면 중·고등학교 도서관을 신간 서적들로 가득 채울 수는 없을까.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면 미래 한국뿐 아니라 현재의 한국도 위대한 나라다.

 

그런데 과연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일어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마음껏 읽고 뛰게 하라! 우리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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