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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7일 월요일

"차라리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라"

이정환 씨가 전하는 김광수경제연구소 공개 세미나에서의 김광수 소장의 강의 내용.

 

"엉터리 통계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 없다." "엉터리 통계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단지 이런 내용만이 아니라, 경제 현실에 대한 문제 제기는 현임 정부에 대한 따가운 비판이다.

 

"한국 경제를 30년 동안 분석해 왔는데 정말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2일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렸던 김광수경제연구소 공개 세미나에서 김광수 소장은 "엉터리 통계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 수가 없다"면서 "정부는 완전히 거꾸로 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호된 비판을 쏟아냈다. 직설적이면서도 명쾌했던 이날 김 소장의 강연은 왜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지 그 비결을 가늠하게 했다.

"우리나라 제조업 산업생산은 이미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상품 수출입 동향을 보면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10% 이상 감소한 상태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품목별로 봐도 마찬가지다.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자동차는 여전히 -20% 수준이고 선박은 여전히 감소 추세, 기계장비와 광학장비는 전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광물성연료는 -20% 이상 급감한 상태다."

 

김 소장은 "제조업 산업생산이나 평균가동률이나 모두 믿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이 안 되는데 생산이 늘어난다? 그럴 수가 있나. 실업률 통계도 의심스럽긴 마찬가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실업률은 올해 6월 4%까지 갔다가 10월 들어 3.4%까지 줄어들었다. 취업자 수도 9월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 김 소장은 묻는다. "주변을 돌아보라. 실업자 천지다. 그런데 실업률이 3.4%밖에 안 된다고? 취업자 수가 늘어났다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김 소장은 "정규직을 희망하는 일용직과 임시·비정규직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률은 15%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고 주장한다. 전산업 평균임금은 지난해부터 하락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가계소득도 지난해부터 정체상태다. "실업률이 줄어들고 있는데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임금이 줄어드는 건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통계가 심각하게 잘못됐다는 의미다. 이런 엉터리 통계로 정책을 세우니 계속 엉터리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희망근로? 청년인턴? 돈을 쏟아 부으니까 일시적으로 취업자 수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다. 국민을 우습게 아는 거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좋다. 기업이 살아야 국민도 산다. 그런데 살릴 놈을 살려야지, 무턱대고 퍼주기만 하면 어떻게 하나. 경제가 뭔가.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다. 핵심은 소득이다. 그런데 사람 자르고 임금 깎으면서 경제가 살아나기를 바라나?"

 

"이명박 정부의 위기 해법은 환율을 끌어올리는 거 밖에 없었다. 900원 하던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았는데 임금은 묶여 있거나 깎였다. 장바구니 가벼워지지 않았나? 국민들은 상대적으로 구매력이 줄어들었지만 상대적으로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고 수출로 재미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경제 살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기업이 뭐 때문에 있나. 기업은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임금이 늘어나고 소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회복은 없다."

 

엉터리 통계가 불러온 정책 오류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데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다. 정부는 이를 두고 "지표경기와 체감경기가 다르다"고 말하지만 김 소장은 "그런 건 한국에만 있는 말"이라고 잘라 말한다.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이런 엉터리 통계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소장은 한국경제의 최대 걸림돌이 가계부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 기준으로 가계 금융기관 대출금은 819조원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78% 가량이 예금은행 대출이다. 반면 저축성 예금은 631조원 밖에 안 된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뭔가. 김 소장은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여유로운 소비를 할 수 있으려면 가계가 은행에 주는 이자보다 받는 이자가 많아야 하는데 2001년 이후 뒤집혔다"고 지적한다.

 

"2000년 이전에는 순이자 소득이 1조5천억원 정도 됐는데 2002년부터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2007년에는 -24조원, 지난해에도 -22조원이나 됐다. 올해는 -12조원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대출금리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국민들이 돈 벌어서 은행에 갖다 바치고 있다는 말이다. 부동산 투기해서 은행 이자 내는 것만 자그마치 GDP의 4% 수준이다. 이게 건강한 경제라고 할 수 있나."

 

환율 역시 변수다. 김 소장은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원화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소장은 대외 순채권이 2007년부터 급감해 2008년 순채무국으로 전락한 사실에 주목한다. 김 소장은 "최근 들어 다시 순채권 상태로 반전했지만 외부 충격을 받으면 민간부문의 달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정부 재정지출에 의한 일시적인 경기회복은 한계가 있을뿐더러 그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정부 총지출은 301조원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50조원씩 100조원이 늘어난 셈인데 이게 대부분 희망근로와 청년인턴, 하천 및 도로 정비사업, 4대강 사업 등에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다. 김 소장은 "일시적 실업대책 또는 소득보전 수단이거나 대규모 토건산업이라 성장잠재력에는 크게 기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00조원이면 GDP의 10%다. 그런데 이게 대부분 다 재정적자다. 차라리 그 돈을 그냥 국민들에게 나눠주면 어떨까. 1억원씩 주면 100만명에게 줄 수 있다. 1천만원씩 주면 1천만명에게 줄 수 있다. 4대강이니 뭐니 그런 거 그냥 헬리콥터에서 돈 뿌리는 것보다 못한 짓이다. 문제는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적자재정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으며 순채무 상태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게 미래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다. 순수출과 건설투자 증가 덕분이지만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및 재고투자는 여전히 침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자력에 의한 회복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다. 김 소장은 "머지 않아 부동산 거품이 꺼질 것이고 어마어마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부동산 거품을 부추기는 대규모 토건산업을 즉각 중단하고 실질적인 일자리와 소득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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