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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15일 월요일

김은엽 사서의 독후감

김은엽(진영한빛도서관) 사서께서 <세계 도서관 기행>에 대한 독후감을 도메리에 올리셨네요.

 

맑은 눈동자를 가진, 가슴 뜨거운 사서인 김은엽 님은 '책읽는도시' 프로젝트를 처음 설계할 때부터 공공도서관 사서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쳤고, 시민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분입니다. 김은엽 사서의 독후감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유종필, 『세계 도서관 기행 : 오래된 서가에 앉아 시대의 지성과 호흡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10)


  일종의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책과 도서관에 관련된 책들은 조금의 의무감을 느끼며 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공자로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이거나 전공자가 아니라면 굳이 찾아서 읽을까 하는 염려 탓이기도 합니다. 보통 ‘전공 책’이라 하는 것들은 그 학문을 전공한 사람들끼리 보는 것이 문제되지 않지만, 처음부터 보여지기 위해 만들어지는 ‘책’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다룬 책은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독자 경계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책과 도서관과 관련된 사람들에게도, 그저 책과 도서관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반가운 책이 있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가장 최근의 이력으로는 지난달까지 국회도서관장을 지냈고, 이전에는 기자와 정당의 대변인으로서의 이력을 가진 유종필 씨가 세계 유수의 40여개 도서관을 여행하며 쓴 『세계 도서관 기행』 그것입니다. 세계 최초의 도서관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부터 세계 최대 규모의 미 의회도서관,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뉴욕공공도서관과 하버드로스쿨 외에도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에 이르기까지 그의 표현대로라면 ‘오랜 로망’이었던 세계의 가장 훌륭한 도서관들을 돌아보며 느낀 견문에 대해 정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는 기행서를 쓰고 싶었다는 저자의 바람처럼, 책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 있게 읽어집니다. 각 나라별로 방문한 도서관을 정리하고, ‘이야기가 있는 도서관’ 장을 두어 역사 기록에서의 ‘야사(野史)’ 쯤 되는 도서관과 관련된 뒷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군가의 유년시절과 성장배경을 알게 되면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잘 알지 못한다면 네모반듯한 건물로만 느껴질 수 있는 도서관을 훨씬 친밀감 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두 가지 말이 모두 맞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도 “보는 만큼 알게 된다”는 것도요.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하고 아무 것도 모르던 신입생 시절 한 교수님께서 “‘문헌정보학’과 나”라는 주제의 글을 써오라는 과제를 내어주셨습니다. 4년간 전공을 할 사람으로서, 이 학문이 개인적인 ‘나’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잘 생각해서 써볼 것을 주문하셨고요. 건성으로 적어 내진 않았을 텐데, 워낙에 아는 것이 없어서였는지 기억이 선명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3학년 전공시간 중에 똑같은 과제를 내어주셨습니다. 조금은 전공에 대해 알게 된 시점에서 다시 ‘문헌정보학’ 혹은 ‘도서관’과 ‘나’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를 주셨던 거죠. 공공도서관의 사서로서 일하고 있는 저에게 이 책이 다시금 그런 계기가 되었습니다. 도서관에 왜 오고 싶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도서관은 어떠해야 하는지 조금은 무뎌지거나 무감각해진 화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도서관을 단순한 건물로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그 위상을 조망하고 있거든요.

  도서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영미권 외에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가깝지만 먼 북한의 도서관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이 책의 미덕입니다. 그 사회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보고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처럼, 도서관을 통해 국가와 사회가 우선하는 가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보입니다. 맥도날드 수 보다 많은 도서관을 갖고 있는 미국은 도서관 운영비의 절반 이상을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도시를 조성할 때 학교, 경찰서, 소방서와 함께 도서관을 제일 먼저 짓습니다. 종이를 발명했고 수천 년 전부터 고유문자를 사용해 온 인류문명 발상지이기도 한 중국 역시 경제성장만을 우선했던 어느 시기를 지나 도서관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하구요.

  이미 2007년 ‘책 읽는 도시 김해’를 선포한 우리 시의 프로젝트는 특별하게 첨부된 책의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자체로서 도시 발전을 위해 제시한 장기적인 비전과 구체적인 실험에 대해 저자는 깊은 관심을 보이며 성의있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책도시’ 선포 이후 5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도서관 환경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건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차근차근 준비하고 다듬어야 할 과제가 많지만, 기꺼이 즐겁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시행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김해에서, 나아가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에 가지 않으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의 도서관 의존적인 ‘생활밀착형 도서관’이 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힘을 보태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도서관인으로 살면서 가보고 싶은 도서관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구경하면서 무척 풍성해진 것 같습니다. 성실한 자료조사와 책과 도서관 자체를 좋아하는 사심없는 진심도 느껴집니다. 얼마 전 저자인 유종필 씨가 서울의 어느 지역 구청장으로 출마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얼마 전 이 책의 출판기념회도 있었다고 들었고요. 얼른 드는 생각은 ‘그래서였을까’ 싶었는데, 책을 읽어보니 직접 발품 팔아 다니며 보고 듣고 손수 기록하고 정리한 내용이어서 모르긴 몰라도 마음속에 그린 도서관 그림은 쉬이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 지역 사정을 잘 모르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불법선거운동이 될까도 염려스럽지만, 도서관에 대한 평소의 지긋한 관심을 갖고 도서관과 관련된 개인적인 체험이 있는 지도자가 나오는 건 도서관계에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적어도 선거철에만 도서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보다는 “Leader는 Reader다”임을 보여주는 것 같거든요.  
 
  올 해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한 신입생이나 도서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 혹은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모든 분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습니다.



** 목차 **

프롤로그 인간 지성의 위대함을 만나다

이집트 세계가 축복하는 도서관의 성지
알렉산드리아도서관

영국 새천년을 도서관 복원으로 시작하는 나라
대영도서관, 영국 하원도서관

이탈리아 암흑의 중세를 구원한 금서의 제국
안젤리카수도원도서관

독일 히틀러가 남긴 분서의 교훈을 기억하는 나라
베를린국립도서관, 독일 의회도서관

프랑스 TGV와 《직지》, 딜레마에 빠진 문화대국
미테랑국립도서관, 리슐리외국립도서관

러시아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혼이 숨쉬는 도서관의 숲
러시아 과학아카데미도서관,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도서관, 러시아 민족도서관, 옐친대통령도서관, 러시아 국가도서관, 모스크바대학도서관, 성 알렉시 2세 도서관, 러시아 국립예술도서관, 사회과학연구소 도서관, 러시아 의회도서관

미국 시민의 일상과 밀착한 도서관 공화국
미국 의회도서관, 뉴욕공공도서관, 보스턴공공도서관, 하버드로스쿨 도서관, 옌칭도서관, 케네디대통령도서관

중국 도서관으로 만리장성 쌓는 나라
중국 국가도서관, 북경대학도서관, 청화대학도서관

일본 진리를 수호하는 도서관 선진국
일본 국회도서관

북한 인민의 학습을 독려하는 도서관의 현장
인민대학습당

한국 고전과 디지털이 어우러진 풍경
규장각, 느티나무도서관, 김대중도서관, LG상남도서관, 한국점자도서관, 아르코예술정보관, 종달새전화도서관, 제주 한라도서관, 우당도서관, 바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에필로그 Is Library Useless?
부록 김해의 ‘책 읽는 도시’ 프로젝트
참고문헌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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