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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도서관법 제정을 앞두고

도서관법 제정을 앞두고

동아일보 1962.04.15 기사(칼럼/논단)

 

도서관법 제정을 앞두고

-해결되어야 할 법안의 문제점

 

엄대섭

 

우리의 도서관법은 실로 난산이다.

 

그러나 5.16 후의 정세는 크게 변화하였다. 혁명 후 최고회의와 문교부는 도서관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과감하게 입법을 서두르게 되었다. 꿈 같은 일이다.

 

과거 도협에서 7년간 회기마다 입법을 건의하여 유산을 거듭해오던 도서관에 비로소 서광이 비치게 된 것이다.

 

법안은 그동안 관계부처의 심의를 거쳐 현재 몇 조항의 문제점을 조정 중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 때에 다소의 참고가 될까 하여 법안의 문제점을 구명하는 바이다.

 

1. 국립도서관법을 별도로 제정하는냐 일반도서관법에 포함하느냐.  2. 사서자격을 문교부장관이 관장하는냐 국립도서관장이 관장하느냐.  3. 공립도서관의 열람료를 받느냐 받지 아니 하느냐.  4. 재정면에 난관이 없겠는가.  이상의 4개 조항이 문제점이 아닌가 추측된다.

 

첫째, 국립도서관법은 별도로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도서관계의 공통된 견해이며 기왕의 법 초안도 이러하였다. 그 이유는

 

첫째로 국립도서관의 기능에 상부한 조문을 갖추려면 일반도서관법보다 오히려 더 많은 법조문이 필요할 것이며 기구 예산 업무 등의 조문설정에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니 긴급한 일반 도서관법 제정이 지연될 우려가 크다.

 

둘째로 여러 외국의 국립도서관장은 적어도 별정직 공무원인데 우리나라에서는 29종(금 4월 5일 현재)이나 되는 일반공무원에도 끼우지 못하고(국립박물관장은 1급) 2급공무원으로 냉대받고 있는 실정이니 이와같은 인식단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도 먼저 일반도서관법을 제정하고 다음에 국립도서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의 사견으로서는 만약 당국에서 종합법을 제정한다는 견지에서 국립도서관 조문을 포함한다면 그 명칭과 기능은 현재의 국립도서관을 명문으로 보장하고 관장을 일급공무원으로 규정하며 일반도서관 업무 외에 납본, 국제도서교환, 종합목록 및 국가서목의 편간, 그리고 도서관요원양성소(구 국립도서관학교의 부활) 및 도서선택위원회의 설치, 이상을 조문으로 규정하는 정도로 하는 것이 현명할 줄 안다.

 

도서관요원양성소는 대학 도서관학과의 고급 사서 양성과는 달리 앞으로 급속도로 증설될 공공도서관의 실무요원을 확보하는 데 그 주안을 두어야 할 것이며, 도서선택위원회는 외서 구입의 적정을 기하기 위하여 각 전문 분야의 적임자로 구성하여 제한된 예산으로 효과적인 집서를 기도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서 자격은 어느 나라에서나 대학 또는 대학원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자와 동등 이상의 자격자에 대하여 주무부장관이 인정 또는 고시를 거쳐서 부여하는 것이니 도서관학과 사서의 직능을 이해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문교부장관이 관장하는 당연한 일임에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셋째, 공공도서관의 열람료를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문제는 아직도 우리나라의 식자층에서 공공도서관을 수지사업인 양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분들에게는 2차대전 후 세계 여러 나라의 공공도서관의 비약적인 발전상이 믿어지지 않을 것이나 오늘날 일반 국민에 봉사하는 공공도서관에서 열람료를 징수하는 곳은 한국뿐이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면 이들 여러 나라에서 공공도서관의 열람료를 폐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공도서관은 사회교육을 위한 의무 교육 시설이다"라는 관념이 보편화했기 때문이다.

 

공공도서관의 열람료를 폐지하자는 것은 도서관계의 오랜 현안이었으나 이미 경주시립도서관에서 솔선 실시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혁명 후는 최고회의도서관을 일반국민에게 무료개방하게 되었으니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공공도서관의 열람표 폐지는 문제될 시기가 지난 것으로 안다.

 

넷째, 재정에 대한 염려인데 이 또한 실정을 모르는 데서 오는 기우에 불과하다. 공공도서관의 연간 경비를 개산(槪算)한다면 먼당 40만환, 읍당 80만환, 군당 100만환, 시당 200만환, 특별시의 구 및 도당 500만환으로 가능하다.

 

건물 문제에 있어서는 읍 면립은 대출 위주로 경영하기에 읍면회의실를 겸용할 수 있으며 이것은 이미 성공하고 잇는 것이다.

 

시 군립은 구 교육구 및 교육위원회의 청사를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편의가 문교부로부터 시달되고 있는 줄 안다.

 

특별시와 도는 계획만 서면 건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각급 공공도서관의 내부 시설비는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일년 경비 정도로 구비할 수 있으니 가난한 우리나라에서도 무리없이 마련할 수 있다. 

 

학교도서관에 있어서는 대학은 대학설치기준령으로 이미 모든 대학에 설치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 또한 시설기준령으로 각기 재정능력대로의 학교도서관을 마련하는 과정에 있다.

 

국민학교는 교실 완비에도 힘겨운 우리네 실정에 맞도록 우선 낭하(廊下) 또는 창고 구석을 이용하여 독서하는 도서실이 아니라 도서관교육을 위한 도서실을 설치하자는 것이니 재정적인 염려가 있을 수 없다.

 

서상(敍上)한바 우리나라의 도서관법은 결을 근거로 도서관을 시작한다는 것보다 이미 설치되고 또 설치단계에 있는 도서관의 설치와 사서직을 보장하자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도서관이 특수층의 상아탑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의 도서관은 만민의 공동서재요, 학교의 심장이요, 사회의 두뇌로서 필수불가결한 시설인 것이다.

 

도서관법규가 완비되어 인구 2천명 또는 3천명 당 1개 도서관을 가진 선진국을 말할나위도 없거니와 이웃 일본만 해도 전후 일반도서관법, 학교도서관법, 국립국회도서관법을 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국가재건의 토대가 되는 효율적이며 현실적인 도서관법 제정을 촉구하는 바이다.(전 도서협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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