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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6일 토요일

"방사능 오염 열도 일본, 진정한 공포는 지금부터"

히로세 타카시(広瀬隆)라는 작가가 있다. 이 작가의 책은 한국에도 몇 권 번역되어 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 <미국의 경제 지배자들> <누가 존 웨인을 죽였는가> <억만장자는 헐리우드를 죽인다> 등등. 가장 최근의 번역서로는 <제1권력>이라는 책이 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저자 소개가 이렇게 되어 있다. "저널리스트이자 반전.평화운동가. 1943년 도쿄에서 태어나 와세다 공대를 졸업했다. 대기업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던 중 의학서를 번역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직접 세계를 누비며 취재한 자료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분석을 펼치는 논픽션 작가로 명성이 높고, 일본에서는 '1인 대안언론'으로 불린다."

일본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발전이란 무엇인가를 탐구하기 시작하면서  "원자력 발전소가 그렇게 안전한 것이라면, 송전 선로 건설 비용이 많이 드는 지역이 아닌 전력 대소비 지역인 수도권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면 어떻겠는냐"고 지적한 <도코에 원자력 발전소를(東京に原発を)>(1981년 JICC출판국)이라는 책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 책의 개정판인 <위험한 이야기(危険な話)>를 내었고, 이 책의 발간 이후 원자력 반대운동의 논객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한다. 2010년에 간행한 <이산화탄소 온난화설의 붕괴(二酸化炭素温暖化説の崩壊)>라는 책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의 하나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열배수(熱排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원자력 발전소 반대의 입장에서 일본인들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내가 만난 글은 매우 상식적이면서도 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었다. 그 글의 제목은 "방사능 오염 열도 일본, 진정한 공포는 지금부터(放射能汚染列島ニッポン、本当の恐怖はこれから)".

이 글의 논지를 따라가 본다.

첫째 이번 후쿠시마 사고는 인재라는 것. 일본의 공영방송 NHK 등은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하는 예상치 못한 지진과 해일 때문에 후쿠시마 사고가 일어났다고 거듭 말하고 있지만 그래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도쿄전력의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라고 히로세 다카시 씨는 의문을 표한다. 예를 들어 이번 지진 쓰나미의 최대 높이가 15미터라는 추정이 나왔는데, 이는 수마트라 지진 쓰나미의 경우 가장 높은 곳은 49미터이었다 기록이나, 1896년에 발생한 메이지 산리쿠(明治三陸) 지진의 해일 높이가 38미터로 기록되어 있음을 볼 때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것은 무책임한 인재를 회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둘째 후쿠시마 사고가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해 출간한 자신의 저서 <원자로 시한폭탄>에서 정리한 바 있다고 말하면서, 이 책에서 이미 '원전지진'이라는 재해 가능성을 지적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 정말 예상치 못했다고 말한다면 그렇게 거듭 말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정말 후쿠시마 사고는 체르노빌과 같은 사고로 발전하는 것인가?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이번 사고를 미국 스리마일 섬에서 일어난 사고와 같은 레벨 5로 높였다.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 자위대나 도쿄 소방청 등의 노력으로 소강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로 더 이상의 사고로 발전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현장에서 필사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달콤하지 않다. 문제는 역시 원자로. 원자로와 격납용기가 파괴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할 위험은 충분히 남아 있다.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외부 전원이 이어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은 사태 개선의 첫걸음. 그러나 대량의 염분이 남아 있는데 정말 기계가 제대로 작동될까? 또한 현장에는 상당한 방사능이 쏟아져 있다. 그런 환경에서 작업은 힘들다고 생각한다. 시간과의 싸움, 방사선학과의 싸움.

셋째, 1호기부터 4호기까지 입은 피해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번 사고의 특징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피해를 입었다는 점. 이 점이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사고와 다른 점. 4개의 원자로 가운데 하나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1개의 원자로라도 붕괴해버리거나 재임계가 일어나 버리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는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된다. 1호기 당 50%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4기 전부 성공할 가능성은 2분의 1의 4제곱이기 때문에 6.25%의 확률밖에 없다. 1호기 당 80%의 가능성으로 생각해도 4기 모두 성공할 확률은 41%.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은 노심용융(炉心溶融) 즉 멜트다운은 섭씨 2천도 이상이 아니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프랑스의 원자력 학자들은 6백도 이상이 되면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외부에서는 모른다. 어쨌든 현장에서 냉각이 성공하기를 기도할 뿐이다.

넷째, 설계자도 없고 도면도 없는 상태라는 것.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1971년 3월 26일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난 것이다. 미국에서는 법률로 40년이 지난 원자로는 폐지하기로 결정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지난해에 원자로를 60년 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 점을 생각해보아야 한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자로를 건설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말이었을 것이다. 지금 그 당시의 기술자들은 누구 하나 남아 있지 않다. 특히 1호기는 미국 GE제품이다. 설계자도 도면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세세한 기술을 알 수 없게 된 원전을 20년이나 연장시켜 운전한다는 것은 미친 소리다. 설계한 기술진이 없어지면 원자로를 폐기하는 것이 상식이다. 원자로라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초기 설계에서 변화한 부분도 있고, 설계자밖에 모른 부분도 있다. 이 점과 관련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만이 아니라 일본에는 이처럼 무서운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이다.

다섯째,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시즈오카현의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浜岡原発).  이번 지진 이전에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큰 지진이 발생했을 때 드디어 시작되는가 하고 걱정했다. 분명히 태평양판의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국토지리원 데이터를 통해 나 같은 아마추어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수마트라 지진, 칠레 지진, 바누아투 지진, 이 모든 것이 상관관계가 있다. 오마에 곶의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에 침입하는 거대한 해저단층 위에서 서 있는 원자력 발전소다. 만약 여기서 거대한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후쿠시마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후쿠시마의 경우에는 근해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었다. 리히터 규모 9.0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기존의 기상청 진도로 8.4. 거대한 지진 에너지에 비해서는 요동에 의한 피해는 크지 않았고 피해의 대부분이 쓰나미에 의한 것이었다. 그런데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도카이 대지진(東海大地震)의 경우 한신 대지진과 같은 직하형일 가능성이 높다. 한신 대지진의 규모는 7.3. 따라서 지진 에너지만 따지만 이번 지진의 약 45분의 1에 불과했다. 그래도 그만큼의 피해를 냈다. 게다가 도카이 지방은 4개의 판이 모인 곳. 이 곳에 원자력 발전소가 서 있는 것이다. 한신 대지진 이상, 현재 예상되고 있는 수십 배나 되는 직하형 지진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후쿠시마 사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가 중요하다. 일본에서 원자로의 안전기준을 일제히 재검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3월 15일 지진 발생 4일이 지나 중부전력(中部電力) 몰래 안전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12미터의 쓰나미에 견딜 수 있는 제방을 만드는 것 같다. 후쿠시마가 5미터이니까 서둘러 나온 대책임을 알 수 있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대책이 될 리 없다. 지금 당장 원자로를 멈추고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 좋다. 전력 부족이 우려되지만 중부전력의 화력발전 시설은 충분하다. 정전보다 원자력 발전 사고가 수천 배 더 무섭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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