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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31일 목요일

후쿠시마에서 서울까지, 체르노빌에서 스톡홀름까지

서울에서 후쿠시마까지 1240킬로미터.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뿜어져 나온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가고 있다는 데 대해 우리 시민들은 그나마 안도감을 느끼다가, 지난 며칠 사이, 안도감은 불안감으로 바뀌고 말았다. 바람만 믿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한 정보와 안심할 수 있는 대처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언론들을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거듭해서 '안전하다' '안심하라' '위험이 없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그 말들을 믿어도 되는 것일까. 신뢰는 거듭 깨져 나가고 있다.

 '안전하다'는 말은 '안전하지 않다'는 말로, '안심하라'는 말은 '조심하라'는 말로, '위험이 없다'는 말은 '위험하다'는 말로 새겨들어야 할 듯싶다. 불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원전은 안전하고,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성 물질도 우리나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식의 기사를 거듭 보게 된다(보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1년 3월 31일자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의 기사 "일 원전 인근 바닷물, 해류따라 흘러와도 한국까지 수년~수십년… 그 사이 희석돼".  
한양대 이재기 교수(원자력공학과)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인접한 스웨덴에서 첫해 우유를 포함한 음식물 섭취로 인한 방사선 피폭량은 평균 0.07m㏜였다"며 "이는 스웨덴 국민들이 1년간 일상생활에서 받는 자연 방사선(평균 6m㏜)의 1.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체르노빌 원전 간 거리는 우리나라와 일본 간 거리와 비슷하다. 수산물도 마찬가지다. 한양대 제무성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이번에 우리 대기 중에 검출된 방사성물질이 비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고, 그것을 섭취한 어류를 우리가 먹는다고 가정해도 40만년을 먹어야 평소 1년간 수산물로 섭취하는 자연방사선량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염된 바닷물을 통한 수산물 오염 가능성도 작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영호 박사는 "일본 동쪽 바다의 구로시오해류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물질이 바닷물에 유입된다 해도 한반도 연안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기자는 아주 열심히 전문가들을 인터뷰해서(이 짧은 기사에만 '무려' 3명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자연방사선량에 불과하거나 영향이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럴까?

아래 내용은 커먼드림스 2011년 3월 24일에 리트 골드스타인(Ritt Goldstein)이 쓴 '후쿠시마 방사선: 몇 가지 불편한 진실(Fukushima Radiation: Some Difficult Truths)'이라는 글을 바탕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스톡홀름에서 약 160㎞ 동북 방향으로 떨어진 가블레(Gävle, 체르노빌에서 1,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라는 도시가 있다. 1986년 4월 28일부터 29일까지 이 지역에 폭우가 내렸다고 한다. 그 전날 27일 가블레시에서 가까운 포르스마크 원자력 발전소에서는 갑자기 방사선 경보기가 울리고,  원인불명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지만, 28 일이 되어서야 소련 당국이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26일에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공표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20년 후,  <미국의료산업저널(American Journal of Industrial Medicine)>이 공개한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4월 28일부터 29일에 내린 폭우에 체르노빌에서 방출된 세슘137의 5 %가 스웨덴에 퍼부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영향으로 암 사망자수가 1,000명 이상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숫자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국립보건연구소 자료 보기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2007년 미국의 한 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asearch)는 체르노빌의 방사성 물질이 스웨덴의 어린이에게 미친 영향을 조사한 바 있는데, 이에 따르면 태아 상태에서 전리 방사선(ionizing radiation)에 피폭되면 이전에는 안전한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던 방사선 수준에서도 인지능력이 손상된다고 한다.  

골드스타인은 몇 년 전 가블레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아름다운 호수 옆의 호반의 마을에서 살았는데, 누구도 호수의 물고기를 먹으려고 하지 않고 수영도 하지 않으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다.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난 지 20년이 된 2006년 스웨덴 텔레비전(SVT)이 방영한 프로그램의 제목은 "체르노빌은 아직도 매일 가블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Chernobyl still affects Gävle every day (Tjernobyl påverkar ännu Gävle-vardagen).

방사선 물질의 영향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The effects of radiation proved lasting.) 이런 내용은 국제원자력기구의 2003-2005체르노빌 포럼 보고서그린피스의 리포트를 통해서 잘 알 수 있다. 뉴욕타임스 2011년 3월 23일자 기사 에 따르면 사람들이 인지하는 수준 이상으로 일본의 오염은 심각하다.

1986년 체르노빌 사건 때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은 180톤. 게다가 플루토늄은 없었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는 2000톤, 게다가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연료인 MOX를 연료로 쓰고 있는 원자로(3호기)가 있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후쿠시마에서 서울까지 너무 멀어서 한반도로 날아오는 방사성 물질의 영향은 미미할 거라고? 왜 그런 기사를 계속 내보내는 것인지, 그 의도는 무엇인지 우리는 곰곰이 따져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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