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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6일 금요일

도서관의 학술적 지위-경성도서관 낙성에 임하야

자료를 찾다가,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동아일보 1923년 7월 31일자 사설, "도서관의 학술적 지위-경성도서관 낙성에 임하야"라는 글을 찾아 읽게 되었다. 놀랍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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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23년 7월 31일 사설 “도서관의 학술적 지위”

도서관의 학술적 지위-경성도서관 낙성에 임하야

학술이 인류의 독특한 무기인 동시에 존폐의 전술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연이나 진실한 학술이라고 하는 것은 그 학술을 소지한 개인의 개성이 포함한 연후에 비로소 완전한 학술이 되리니 학술을 습득하여 자기화하지 못하면 그 학술은 자기의 속성이 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자기가 아무리 위대한 학술을 습득하였을지라도 그 학술이 자기의 속성이 되지 못하면 자기화하여 자의로 운영하지 못할지니 이러한 경우에는 그 학술을 소지한 자는 일 권의 서책이나 일 개의 기계에 불과할 것이다. 그럼으로 학술은 타인에게 취하여 학하는 동시에 자기에게서 학하여야 할 것이다. 타인의 학술을 타인의 학술 그대로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학술로 자기화하여야 비로소 기계적 학술을 면하고 인간적 학술이 될 것이다. 실은 타인에게 취하여 학술을 학하는 것은 학술 그 자체를 학하는 것이 아니라 본학술을 조성할 수 있는 조건과 요소를 문견(聞見)하는 것이다. 진실한 학교는 자기에게서 조직되고 자기에게서 발생할 것이다. 그럼으로 학교에서 선생이 학술을 교수(敎授)하는 것은 학술 그 자체를 학생에게 기계적으로 주입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학생으로 하여금 진실한 학술을 조성하기에 필요한 조건을 지도할 뿐이다. 참된 학술을 완성하기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할 뿐이다. 현대의 대학이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전문적 학술을 습득하려고 하는 인간에게 그 조건과 재료를 공급함에 불과한 것이니 재료가 풍부한 것이 그 실질에 있어서는 가장 위대한 대학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오인(吾人)의 창작은 아니지만은 진실한 대학은 도서관이라는 말을 신용하고자 한다. 그럼으로 선진국에서는 학술을 귀중히 여기는 동시에 도서관을 귀중히 여기었다. 전문학교 이상은 물론이요 중학교에까지도 부속한 도서의 설비가 부족함이 없기에 노력한다. 학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도회처(大都會處)에 급급(汲汲)하였나니 도서관은 학술의 진보와 문화의 정도(程度)를 표시하는 관(觀)이 유하도다. 조선에서는 일 개의 도서관도 체제가 구유한 자가 없었던 것은 실로 학술상으로 민족적 수치였다. 다행히 경성에서 조선인의 자력으로 경성도서관(京城圖書館)을 경영하게 된 것은 그 공로자 이범승(李範昇) 씨에게 정중한 경의를 표하지 아니할 수 없다. 금번에 공사 중이던 신관은 예정과 여히 거 이십팔일에 낙성석을 거하게 되었으니 민영휘 씨 외 일반 사회의 동정도 다대하였거니와 견인진실한 경영자의 분투노력의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그 현상은 전일 본지에 소개한 바와 여히 신간 서적이 칠천이백 구간서적이 이천삼백에 불과하다 하니 도합 일만 권에 미만하다. 차를 타국의 도서관 비하면 비교하기도 부끄러움을 불승하거니와 사물의 진보에는 역사가 있고 인간의 노력에는 한이 있는 것이라. 어찌 일조일석에 이상의 구체화를 기망(企望)할 수 있으리오. 사회 일반이 도서관의 충실에 대하여 자각이 생기고 그 필요가 절박하여 가면 경영자 측의 신고를 과히 요하지 아니 하고라도 점차 진보할 줄 믿거니와 오인은 다시 우 일궤(一簣)의 공을 바라는 동시에 일반 사회에 대하여 도서관의 의의를 역설코자 하노라. 아무리 완비한 도서관이라도 차를 활용하지 못하면 불충분한 것을 유리하게 활용함에 불급하리니 현재의 불완전한 것이라도 일반 인사가 차를 이용하고 이용하지 아니함에 인하여 장래의 성쇠를 예측할 수 있으리니 독서에 등한하여온 우리 사회에서는 시대적 요구와 인간적 가치에 자각함이 있어야 할 것이오. 학문의 권위와 도서관의 의의가 일반사회의 염두에 가일층 명료하여 가는 동시에 진실한 대학은 도서관에 있음이 구체화되기를 바라노라. (표기법은 부분적으로 수정하였음. 인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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