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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16일 금요일

경영행위

우석훈 박사의 칼럼은 읽다가 '경영행위'라는 단어가 새롭게 다가온다.

"내가 진짜 문제라고 보는 건, 수요예측의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에 따른 긴급 대응, 즉 경영행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조금 긴 칼럼이다. 하지만 정말 우석훈 박사'만'이 쓸 수 있는 칼럼이라고 생각된다. (아래 글에서 강조 표시는 인용자가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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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17일 오후 4시 8분, GS 칼텍스, 제일모직 등이 모여 있는 여수산업단지에 20분간 전기 공급이 중단되었다. 그날 오후가 전기 사용량이 피크로 가면서 뭔 일이 터져도 터질 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한 날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여수공단으로 가는 송전로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물론 한전에서는 사고였다고 해명을 했는데, 마침 그날 저녁 한전이 전기를 꺼야 하면 어디를 끌까, 울산, 포항? 울산에는 정몽준이 있고, 포항은 형님이 계시는데, 같은 포스코 내에 있는 광양도 손대기 어려울 거고, 여수 정도 끄지 않겠나, 그런 얘기들을 주변 사람들하고 했던 적이 있다.

우리나라 전기체계는 원거리 송전에 의한 통합 그리드(grid) 체계라는 걸로 움직인다. 전기 공급은 5개 발전사들이 각각 맡지만, 그걸 한전에서 하나의 망으로 송배전하고, 그때그때 생산된 전기를 전력거래소에서 구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부산 고리 1호기라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가 부산만 가는 게 아니라 압구정으로 갈 수도 있다. 이런 중앙형 그리드의 반대는 분산형 그리드이다. 통합하면 전국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어서 편하기는 한데, 시스템상 전력이 부족해지면 이론적으로는 전국이 동시에 정전이 될 수도 있다. 위험을 분산시킬 수가 없어서, 시스템 전체가 과부하라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게 이 시스템의 특징이다. 화력발전소 큰 곳 하나가 갑자기 사고가 생기면 그 부족분을 다른 발전소가 추가생산하기 위해서 가동률을 높이는데, 그러다 보면 노후 설비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기도 하는 등 위험요소가 급격히 증가해서 순차적으로 전국이 모두 정전이 될 수도 있다. LA 등 지역차원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고 그걸 '블랙아웃'이라고 부른다.

평상시에는 효율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위기 시에는 인위적으로 시스템에 개입해서 어딘가로 가는 전기를 차단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는 정치와는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것만큼 정치적인 영역도 없다. 만약 이번 보궐선거에서 손학규가 분당에서 승리하고, 민주당이 유력한 집권세력으로 부각되지 않았다면, 아마 오늘 순환정전 대신, 광주나 전주의 어떤 지방 공단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이 벌어지고, 대신 일반인들이 전기 공급이 제한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장은 누군가의 전기 사용을 중단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디를 먼저 끌 거냐? 이거야말로 지독하게 정치적인 결정 아닌가? 지난해에는 우연히도 사고가 나주었는데, 오늘은 사고 난 데가 없다. 그러니까 그럼 공평하게 지역별로 30분씩 끊자,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 아닌가?

블랙아웃은 원래는 전기 민영화와 함께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민간 발전회사는 진짜로 수익 논리에 따라 움직이니까 낙후 지역에 배전 관계에 대한 유지보수를 게을리하게 되고, 이럴 때 낙진이나 산불 같은 사고가 일어나면 통합 그리드 전체가 위험해지게 된다.

한전 민영화는 이번 정권에서 공약으로 가지고 있던 '선진화' 프로그램의 일부였지만, 한국의 전기체계는 전국이 통합망이라서 도저히 민간에서 관리할 수가 없다. 그럼 발전부문만이라도? 일년에 몇 번씩 위기관리 상황에서는 전국의 모든 발전소가 하나의 통합 시스템에서 최대치를 발휘해야 겨우겨우 넘어가는 건데, 민간 회사가 무슨 수로 통합 시스템에서 같이 연동되겠는가? 민영화 논리는 한국 시스템의 특수성 앞에서 나올 수가 없는 얘기인데, 그 사람들이 상황을 애초에 잘 몰랐다. 정권 잡자마자 민영화 얘기는 쏙 들어갔다.

민영화 방침 철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나는 다시 블랙아웃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공기업과 관련한 실패는, 시장의 실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조직의 실패라는 게 있는데, 1990년대 민영화 논의가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이유 자체가 바로 조직의 실패이다. 바로 이 문제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해서, 블랙아웃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인사에 문제가 있기는 하고, 자기 측근들이나 신세진 사람들 그 자리에 앉히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다. 전두환 때 등 군화, YS 때 등산화, DJ 때 지팡이, 다 이런 낙하산 인사들을 지칭하는 말들이었다.

그렇긴 한데, 이번 정권은 진짜 이게 국가냐 싶을 정도로 국가의 사유화 정도가 심했다. 현장에서 나오는 불평들은 걸러서 듣는다고 할지라도 최근에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마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지경이다.
기관장 인사가 그렇게 비논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관리자에 해당하는 1급 처장들만이 아니라 2, 3급의 중간간부들까지도 줄 서기를 해야 한다. 요즘 한전은 엔지니어들이 모인 집단이 아니라, 공천 직전 어떻게든 줄을 대야 하는 여의도 풍속도랑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여기에 에너지 특히 전기가 가지는 특수한 속성을 이해하는 사람이 청와대에도 없고, 담당 장관은 최중경 아닌가? 도대체 외화 관리 실패로 수조 원을 날려먹은 이유로 필리핀 대사관으로 쫓겨났던 사람이 무슨 수로 이 중차대한 시점에 한전 관리감독을 하겠는가? 공교롭게도 최중경이 승진할 때마다 우리는 IMF 경제위기를 맞고, 외환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이제 지식경제부 장관? 전국적 정전 사태가 오게 된 거다.

여기까지 오게 된 데에는 지난 수년간 누적된 문제들이 있다. 통합 그리드로 운영을 하면, 그만큼 수요관리를 강화해서 수요 측 요소들을 관리해야 시스템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두 가지 문제에서 정부는 거꾸로 갔다.

첫 번째가, 가격 관리의 실패이다. 고유가 등 전기값 상승 요소는 많았는데, 이자율 대신 힘으로 인플레를 막는다는 이상한 정책을 하면서 전기값을 올리는 대신 손실금을 직접 보존해주었다. 전기값이 조금씩이라도 조정이 되어야 민간 부문에서 절전 등 기본적인 수요관리 메커니즘이 움직이는데, 이걸 힘으로 누르다 보니 오히려 산업부문에서조차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기 에너지로 다른 에너지를 대체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당연하지, 상대적으로는 그게 더 싸니까. 이런 전력 수요의 증가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 그래도 청와대 등 정부에서는 이걸 즐긴 게, 이렇게 수요 증가가 강하다고 해야 힘으로 원자력을 새로 증설할 수 있으니까, 밑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꽃놀이패라고 이 상황을 즐겼다.

두 번째는, 토건적 요소인데, 재개발과 관련되어 있다. 지난 정권부터 재개발을 강화시키면서 주상복합 등 고층 아파트로 민간 부문의 신규 공급분을 채우는 게 유행이 되었다. 이 건물들은 자연환기 대신 강제환기 즉 기본적으로는 전기로 실내 온도만이 아니라 공기질을 조절하는 방식들을 택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창문은 못 열게 하고, 그 안에서 에어컨디셔닝을 하는 거다. 40평 기준으로, 전기세 백만원 넘는 건 이제 일도 아니다. 그렇게 해야 아파트 가격이 높아진다는 건데, 집집마다 100만원 이상씩 전기를 쓰는 현 상황을 무슨 수로 한전에서 감당할 수 있나? 이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건물들은 최근 여름과 겨울에 오는 피크 값이 없이 사철 내내 일정하게 높은 수준의 소비를 보여준다. 재건축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정전의 위험성은 더 커진다. 친환경 아파트, 이런 건 그냥 하는 말이고, 한국의 고층 아파트는 생태적으로 과부하를 주는 아파트이다.

최근에 일반 업자들이 전기 대신에 도시 가스를 사용해서 에어컨을 돌리는 시설들을 새 아파트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이건 전기 대책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전기값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서 그렇다. 작년부터 아파트 가격이 정체기에 들어서면서 재건축이 활성화가 안되었다.

그래서 이 정도로 지금 버티는 거고, 정부가 원하는 대로 재건축이 활발해지고, 지금의 아파트들이 모두 고층 아파트로 바뀌면 진짜 한국의 전력 공급은 답 없다. 매월 원전을 하나씩 건설하지 않으면 도저히 감당을 못할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문제는 한전은 커녕 지경부가 직접 나서서 조율한다고 해도, 청와대의 토건쟁이들 앞에서는 하나마나한 얘기가 된다.

그나마 대체에너지로 분산형 시스템을 조금이라도 보완적으로 추진한다면 상황이 최악은 피할 수 있는데, 말만 녹색성장이지, 이 분야에서 현 정부가 한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것 아닌가? 땅 생기면 아파트 지어야지, 거기에 무슨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게 들어가겠냐?

외부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는 '패시브 하우스' 논의가 외국에는 있지만, 강제 공조를 기본적으로 하는 주상복합형 아파트에서 그런 건 아예 적용할 수가 없다. "손수건만 사용해도 지구를 지킨다"가 한나라당 환경 보호 수준이니, 고층 아파트의 건물 공조와 에너지의 문제, 그런 건 의제로도 올라와보지 못했다. 기후변화협약 대응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본질이 화석에너지 감축을 통한 에너지 정책인 것 같지만, 거기에서 얘기하는 배출권 거래제는 공무원 영역 다툼이 진짜 본질이다.

이렇게 몇 년을 오다 보니, 이제 한국의 전기 시스템은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지경이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수요관리 없이, 공급이 급진적으로 늘어날 요소만 잔뜩 있는 셈이다. '핵 마피아'는 이 상황을 즐겼는데, 이 정도면 원전으로도 감당 안 된다.

자, 기본은 이렇고. 여름철 피크는 지난 9월에 일이 터졌으니, 올 겨울은 어떻게 넘어갈까? 아마 그들도 올 겨울에 잘못하면 블랙아웃이 올 거고, 그 때 일 터지면 정권 위기가 될 테니, 절대로 그런 일 없어야 한다고 일제 점검을 철저하게 한다고 한 건데, 사고는 늘 예기치 않은 곳에서 오는 법. 위기관리 매뉴얼에 있는 말, 틀린 게 하나도 없다.

분산형 시스템의 강화, 대체 에너지 강화, 에너지 가격체계 전환, 민간 및 산업부문 수요관리 장기계획 수립, 이런 건 다음 정권에서 할 일이다. 현 정권은 워낙 토건이 강하고, 건설사 영업만 알았지, 전기, 가스, 수도, 홍수예방 – 여기에 눈 치우기까지 – 이런 정부가 국민들에게 기본적으로 해야 할 공공 서비스에 대해서는 아예 마인드가 없는 사람들이라서 아파트 공급을 위한 획기적 대책, 이런 걸 할지 몰라도 진짜 국가의 인프라 관리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당장 지식경제부 장관부터 발전회사 사장들까지, 국가를 자기 친구들 곗돈 모임으로 전락시켜 버린, 국가 기구의 사유화 현장을 좀 보시라. 여기에 에너지 수요관리를 맡고 있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지난 달의 이사장 선임까지. 전두환 시절에 그가 내려 보낸 장군들은 무능했을지는 몰라도 국가를 위해서 중책을 맡고 있는 사명감이라도 있었다.

산업 부문의 정전은 기계적으로 얘기하면 돈이 크더라도 보상은 가능하다. 그러나 민간 부문은 다르다. 예비발전 체계가 갖추어진 건물들이 많아서 미리 알려주기만 하면 문제를 상당히 완화시킬 수 있는데, "누가 책임질 거냐?", 이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지 못해서 무통보 단전을 감행한 것 아닌가? 병원에 응급환자가 있다고 하면, 이걸 살인행위에 준하는 짓을 한 거다. 단기적으로는 불랙아웃을 막기 위해서 제한 송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데에는 동의할 수 있지만, 그게 그냥 아무 데나 자기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마구잡이 단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진짜 문제라고 보는 건, 수요예측의 실패 자체가 아니라 실패에 따른 긴급 대응, 즉 경영행위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이다. 어제 저녁에라도 다음 날 수요 급증이 예상되면, 9시 뉴스에 앵커에게 부탁해서 "끌 수 있는 에어컨은 내일 좀 끄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한 마디만 했어도 오늘 같은 일은 피해갈 수 있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정도의 자발적 협조도 거부할 정도로 개인주의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력거래소에 무슨 권한이 있겠는가? 그들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 한전? 지금 사장도 공백상태이고, 있었어도 이런 긴급 사태에서 그들이 뭘 하기는 어렵다. 최대 주주이자 사실상 지배주주인 정부에서 넋 놓고 수년째 전력 정책을 방치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어떠한 경영행위도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전날 국민들에게 협조 요청하고, 당일 날, 예를 들면 한 시간 전이라도 정전 구역을 알려주면 최소한 엘리베이터에 누군가 갇히는 이런 난리는 피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전, 단수, 가스공급 중단, 도시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되지만 어떤 정부도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안전 공급을 장담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정전 조치를 내리면서, 어디에서 언제, 그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차별적으로 당하는 이 상황이 과연 정상적인가? 통보도 없이 그런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제 정신인가? 한전의 실실적 경영권자는 최중경 장관이다. 그리고 그렇게 대통령 친구들과 보은 인사로 장수들의 자리를 채운 건, 청와대의 인사라인 아닌가?

나는 최중경 장관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이 상황은 올 겨울에도 또 겪게 될 일이고, 멀게 보면 내년 여름에도 다시 겪게 될 일이다. 그 기간 동안에 무슨 수를 쓰더라도 발전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기술적 대안도 없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이번 정권에서 전력 부분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적 블랙아웃, 요즘 한전 표현대로 하면 '광역 정전'이 벌어지지 않게, 어렵지만 비상 관리를 성공시키는 것이다. 최중경 실력으로는 그 최대 악몽이 현실이 된다.

다른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고층 아파트에 안 살고, 어쩔 수 없이 살게 되었을 때에는 저층을 떠나지 않았다. 내가 '에너지 밥' 먹은 게 이래저래 합치면 10년이 넘는다. 앞으로 점점 더 한국도 블랙아웃의 현실화 쪽으로 가게 된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장기 전망이다. 전기가 없다면! 이 공포가 점차적으로 일상의 현실이 될텐데, MB 정부와 함께 그게 너무 빨리 구현이 되었다. 어쩔 수 있는가? 그런 자들에게 국정을 우리가 맡겨놓았으니 말이다.

내가 권고할 수 있는 건, 일단 최중경 장관이 물러나고, 엉망진창이 된 한전 그룹의 고위층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청와대 인사라인을 경질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이 바로 시민 한 명 한 명의 삶이 걸린 전기공급 체계를 자기 친구들 복덕방처럼 만든 장본인이 아닌가?

민영화, 원전 추가 증설, 고층 아파트를 통한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증대, 이렇게 한나라당이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던 전력부문 대책을 고장난 축음기처럼 외치고 있어서는 올 겨울, 그냥 넘어가기 어렵다.

여름에 더운 거야 참으면 된다고 하지만, 겨울에는 무슨 수로 버틸 거냐? 그렇다고 작년 여름에 그랬던 것처럼 피크 타임에 운 좋게 여수 공단 같은 데서 갑자기 사고가 나는 요행수를 바라면서, 올 겨울을 그렇게 나기가 어렵다.

현 정부는 전력수급에서 장기대책, 단기대책, 다 틀렸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은 일단 물러나고, 지금부터라도 고유가 시대, 에너지 고비용 시대에 적합한 장기계획으로 전환과 단기 대응체계를 같이 운용해야 한다. 최중경 솜씨로는, 그리고 현 발전사와 유관기관 체계로는 올 겨울 못 넘어간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한 겨울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언제든지 1주일씩 가는 장기 광역정전에 노출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어떻게 최중경 장관에게 맡겨놓고 밤에 잠을 청하라는 말인가?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공급부족에 의한 정전 사태, 이건 인재다. 사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최소한 관리체계의 전환이라도 해야 한다. 한국에서 1주일 전기공급이 중단되면, 반도체 등 한국 경제를 버텨온 중추산업도 버틸 거라고 보장할 수 없다. 잠깐의 단전이었으니, 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한전의 발표, 그 정도로 정책당국이 생각하고 있다는 게 더 무섭다.

자 물러날 사람들은 물러나고, 상황의 시급성에 비추어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재점검하지 않으면, 올 겨울은 일상이 공포가 된다.

"일단 장관부터 물러나시고… "
내가 해줄 수 있는 한 마디는 그거다.

전기 공공성, MB 정부는 여기에서 실패한 거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물러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그러니 장관이라도 물러나고, 정책 기조에 전반적인 전환을 하는 수밖에 없지 않나? 안 그러면, 올 겨울에도 또 그냥 한전에서 아무 데나 차단 스위치 내리게 된다. 마지막 오퍼레이터들이 무슨 죄가 있겠나,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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