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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9일 월요일

2012년 12월19일, 그 이후

손호철(서강대, 정치학) 교수의 칼럼. 2011년 12월 19일자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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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시절’은 끝나는 것일까? 그렇다. 정확히 1년 뒤인 내년 12월19일이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주도해온 ‘어둠의 시절’이 끝날 것인지, 아니면 5년 더 계속될 것인지가 판가름난다.

물론 이명박 정부가 민심을 잃었고, 한나라당도 죽을 쓰고 있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것이 한국정치인 만큼 안심하기는 이르다.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뛰어들지, 누구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들의 홍삼게이트 등으로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경선제로 바람을 일으켜 재집권에 성공한 새천년민주당과 노무현의 실험처럼, 박근혜 의원과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을 통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12월19일이 아니라 그 이후이다. 물론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이 보여주듯이 새 ‘민주정권’이 또다시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사회적 양극화와 반서민의 상징이 되어서는 정권 획득의 의미가 별로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초석을 깔아놓았고 이명박 정부가 꽃피운 신자유주의에 종말을 고하고 새로운 체제를 추구하지 않는다면,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양극화와 민생파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그럴 경우 성난 민심은 2007년 대선처럼 다시 한번 ‘민주세력’을 향할 것이다. 즉 ‘집권=민심이반에 따른 정권 상실’이라는, 신자유주의에 의한 한국정치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내년 총선과 대선을 위해 반한나라당연합을 구성하는 것, 이를 통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20 대 80, 아니 1 대 99의 양극화 사회를 만드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민주통합당 등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진솔한 자기성찰과 반성이다. 사실 지금도 사회적 쟁점이 되어 있는 쌍용차를 중국에, 먹튀 논쟁이 되고 있는 외환은행을 무리하게 론스타에 매각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였다.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핵심적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진보진영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비판하면서 ISD를 포함한 한·미 FTA를 추진했던 것도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 진보진영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과 손을 잡고 비정규직 확대 법안을 날치기 통과시킨 것도 노무현 정부였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정도를 제외하곤 옛 민주당과 친노세력은 제대로 된 자기반성과 대국민사과를 하지 않은 채 ISD에 결사반대하는 등 갑자기 입장을 표변했다. 민주통합당도 과거에 대한 자기비판이 전혀 없이 강령만 번지르르하게 좌클릭해 출범했다. 이처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기회주의적 변신에 대해 누가 신뢰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민주통합당은 진솔한 자기반성에 기초해 대안적 정책들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탈당파라는 ‘진보세력’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유주의세력’이 연합한 새로운 정파연합당인 통합진보당,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국민참여당과의 합당 덕으로 본의 아니게 유일한 ‘순수 진보정당’이 되어버린 진보신당 역시 각각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한편으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반한나라당 정책연합을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내년 대선을 단순히 정권탈환을 위한 정치연합의 실험장이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21세기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모델에 대한 치열한 논쟁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년 12월19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쩌면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물론 이기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이기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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