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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2일 월요일

세대출판

2011년 9월 2일 국립중앙도서관은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도서관과 출판계의 상호 발전과 협력' 세미나를 개최한 바 있다. 이 자리는 김기태 교수의 사회, 표정훈 출판평론가, 곽철완 교수, 최성구 팀장, 오혜영 사무관 등이 발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표정훈 출판평론가가 발표한 ‘최근 우리 출판계 동향과 전망’ 발표를 요약 정리한 내용을 <프링팅코리아> 2012년 1월호(통권 115호)에서 임남숙 차장이 정리한 것.

2012년은 정치의 해, 불안정성의 해
2012년은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모두 있는 정치의 해다. 내년 초부터 각종 언론매체를 중심으로 현실 정치 담론, 선거담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진보-보수 이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책 이슈 논쟁과 후보 인물 논쟁이 당연히 포함될 것이다. 이에 따라 넓은 의미의 사회과학 도서에 대한 수요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현실정치에 쏠리는 눈길이 느는 만큼 책에 주목하는 눈길은 아무래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2년정도 ‘남성독자들의 귀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남성 독자층이 정치 사회담론으로 쏠릴 가능성도 커진다.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한 출판시장의 흐름을 여성 독자들이 주도하는 추세는 여전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교보문고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내 도서 구매자 가운데 남성과 여성이 각각 39.7%와 60.3%를 기록했다. 2009년도 남성 구매자 비율이 36.8%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록 3% 정도 증가했지만 이러한 증가가 계속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외적으로 볼 때도 2012년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모두 정권교체기를 맞는 해다. 경제 위기감과 맞물리면서 전체적인 전망이 불투명하고 불안전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불투명성과 불안정성이 2012년의 특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출판계와 개별 출판사들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불안한 전환기일수록 오히려 안심입명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는가 하면 불안정하고 불투명한 현실의 구조를 좀 더 분명하게 파악하고 싶다는 욕구가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예 현실도피적인 자세로 임하는 경우가 늘 수도 있다. 불안에 대처하는 자세는 사람마다 제각각이겠지만 그것이 어떤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스트셀러는 그런 큰 흐름과 조응한다.

전자책 시장 가능성의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기반 마련 과제
2012년에도 전자책의 시장 가능성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들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지원에만 의존하려다가는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유통시스템, 인터페이스, 관련제도 등 모든 측면에서 소비자(독자) 친화적으로 접근하면서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수익모델과 시스템을 정착시켜나가는 과제가 전자책의 시장 가능성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2012년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다. 특히 정부의 정책적 지원노력과 민간 부문의 시장 가능성 현실화 노력이 성공적으로 접목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가라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다.


시대적 전환기의 징후들이 가속화되는 현실
저출산고령화 추세 가속화,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 1인 가구의 급속 증가, 88만원 세대라는 말로 대표되는 청년 일자리 문제, 소득 양극화 문제, 여기에 미국과 유럽 재정위기에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불안 상황지속 등의 국내외적 추세와 징후들은 출판계에 위기일 수도 기회일 수도 있다. 출생, 진학, 취업, 결혼, 자녀교육, 노년, 죽음으로 이어지는 생애주기의 고리를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불안감이 각 세대마다 커진다면, 출판은 일종의 세대출판의 경향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다. 예컨대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세대출판의 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한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적 욕구와 필요, 이해관계 등을 바탕으로 한 책도 가능할지 모른다. 생애주기 연결고리의 취약성과 각 세대별 불안요인에 착안하는 출판기획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최근 우리 사회가 겪는 여러 징후들을 통틀어서 시대적 전환기의 징후라 한다면 개별 출판사들은 이러한 징후에 예의주시하고 그것이 출판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하게 읽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정치사적으로 보면 이른바 87년 체제, 즉 87년 민주화운동의 산물로 개정된 헌법과 정치사회 기조가 25년간 이어져 내려오다가 일대 전환의 움직임을 맞이하는 때가 바로 2012년이 될 것이다.


출판시장 수요의 쏠림, 편중현상 심화
출판계 일각에서는 정의 열풍과 함께 인문사회과학도서 전반이 새롭게 각광받는 흐름이 생기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하기도 했으나, 여러 해동안 이어지는 출판 수요의 쏠림현상을 재확인해야 했다. 하나의 베스트셀러가 크게 각광받으면서 같은 장르, 비슷한 성격의 책들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은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사회적 신드롬으로까지 이어지면서도 소설 시장 전체로 보면 동반상승흐름을 낳지는 못했던 것도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의 책 소비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안전한 소비’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된다고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가 된 책에 대해서만 지극히 선별적으로 지갑을 열며, 다른 책에는 좀처럼 눈길을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란 무엇인가>를 구매한 100만 명이 넘는 독자들 가운데 과연 그 책의 상당부분을 읽은 독자는 얼마나 될까?) 일부 출판사들의 이른바 사재기 형태도 이러한 현상과 부분적으로는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른바 따라하기 출판, 즉 베스트셀러의 인기에 편승하기 위해 비슷한 책을 내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책의 다양성을 저해하고 출판 양극화, 승자독식 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책값대비 만족도와 효율성의 판단기준을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판매량이나 저자, 출판사, 브랜드 인지도로 잡는 독자들이 늘면서, 책의 탐색재적인 성격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탐색재는 컴퓨터나 가전제품처럼 그 제품관련 정보를 파악하거나 브랜드만 봐도 그 기능과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재화, 상품을 뜻한다. 반면 경험재는 직접 구입을 해서 체험을 해봐야만 품질을 파악할 수 있는 재화, 상품이다. 본질적으로는 책은 대표적인 경험재에 속한다. 그러나 책의 탐색재적 성격이 강해지면 기성 인기작가나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출판사들의 책으로 소비가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온전한 의미의 서평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또 서평매체도 극히 제한되어 있는 현실도 책의 탐색재적 성격을 강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개인 독서 블로그나 인터넷 서점 독자서평 등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일부이기는 하나 출판사의 마케팅 도구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SNS와 출판마케팅의 다양한 접목 가능성 현실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급격한 확산 및 일반화와 함께 출판마케팅에서도 SNS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2012년에는 SNS의 출판마케팅 활용의 다양한 가능성이 실험되고 또 다양한 성과가 나오는 해가 될 것이다. 올해의 특징적인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종이책 10만부 판매, 전자책은 1천부 판매, 영화화 결정. 출간 3개월만에 <7년의 밤>이 이룬 성과다. ... 김류미 은행나무 출판사 콘텐츠기획 담당자는 <7년의 밤>의 전자책 판매성공을 두고 여러 이유를 꼽았다. 종이책 판매 성과가 좋았고, 속도감 있는 문장 호흡과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 북 트레일러(책 소개 영상) 제작, 전자책 초반 200쪽을 미리보기로 공개, SNS로 책 글귀 공유 등 다양한 요인이 전자책 판매증대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류미씨는 그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역할이 가장 의미 있다고 보았다. “평소 트위터를 중심으로 책 제목을 자주 검색합니다. 책이 실제로 어떤 독자에게 어떻게 읽히고 팔리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검색하다 어느 순간에선가 트위터에서 <7년의 밤>을 전자책으로 읽었다는 글이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퍼질까. 김류미씨 설명을 들어보자.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7년의 밤> 관련 기사가 나왔을 때 독자들이 트위터로 바로 링크를 공유한다. 이미 책을 읽은 독자는 트위터에 리뷰를 남기고, 이러한 트윗은 RT와 리트윗을 통해 사람들에게 퍼진다. 그러다보면 자주 오르내리는 <7년의 밤>이란 책이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김류미씨는 이 궁금증이 입소문 마케팅으로 이어졌고 구매와 독서와 바로 이어지는 전자책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블로거닷넷 정보라. 2011.07.24.)


2012년 베이징 국제도서전 주빈국 참가
베이징 국제도서전(2011.8.31.~9.4)은 중국 출판시장의 비약적인 성장과 그 시장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전망 때문에 해마다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동도서, 실용도서, 문학도서 등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출판의 해외시장 진출과 관련하여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우리나라 주빈국 참가가 일회성 행사차원이 아니라 향후 중국 출판시장 진출을 위한 유의미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출판계 안팎의 관심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2012년은 이미 언급한 도서정가제 문제와 과도한 할인경쟁 등 여러 제도적, 현실적 문제점들의 해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편화가 출판마케팅을 비롯한 출판계 전반에 몰고 올 변화 등 매우 다양한 문제와 과제들을 풀어나가야 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우리 출판계는 그 어떤 해도 도전과 어려움 속에 놓이지 않은 해가 없었다. 출판계 안팎의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출판인들의 사회적, 문화적 책임감과 공적 합리성, 그리고 출판계 현안 해결에 공동으로 적극 나서는 자세가 요구된다 하겠다.

정리 | 임남숙 차장 sang@print.or.kr
<월간 프린팅코리아 2012년 1월호 통권 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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