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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6일 월요일

4 11 총선평가 토론회

2012년 4월 16일자 한겨레 4·11총선 평가 토론회 “보수는 진화하고 있는데, 야권은 ‘도로 참여정부’” 기사를 발언자에 따라 편집해 보았다. 이 토론회는 2012년 4월 15일 한겨레신문사 3층 청암홀에서 ‘한국 정치 어디로 가나’를 주제로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소장 이창곤)와 복지국가민주주의싱크탱크(운영위원장 김호기)가 함께 마련한 토론회. 사회는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논의를 살펴보면, (1) 4 11 총선 평가, 야권 패배를 보는 시각, 야권연대는 성과를 거둔 것인가, 정권심판론의 한계, 안철수 원장은 대안인가 등등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고성국(정치평론가)
1. 선거 직후 많은 언론이 새누리당 압승 또는 승리, 야권 패배라 하면서도 토 달듯 새누리당 ‘수도권 참패’라고 썼다. 수도권만 놓고 볼 때 새누리당이 엄청나게 패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112석 가운데 43석은 6:4다. ‘대패’란 표현은 부적절하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득표로 따지면 새누리당이 7석가량 되는 게 객관적 수치인데 6개월 만에 상당히 약진한 것이다.
2. 충청·강원 유권자들은 대선 전초전으로 더 많이 생각한 것 같다. 야권의 정권심판론 대신 새누리당의 미래 선택론이 상당 정도 충청·강원과 영남권에서 먹혔다.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부와의 관계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다. 이는 야권 지지자와는 상관없다. 아무리 차별화하려고 해도 야권 지지자들은 쇼라고 할 거다. 하지만 중간층은 다르다. 새누리당이 더 야당 노릇을 한다고 할 때, 중간층에게 ‘박근혜’와 ‘이명박’은 달라 보인다. 그러면 그 전략은 성공이다.
3. 민주당은 민심을 제대로 못 읽으면서 수권정당 모습을 잃었다. 김용민 논란을 보면, 산골벽지에서도 다들 인터넷 한다.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도 이번엔 김용민 때문에 투표해야겠다고 나서면서 보수 세력이 결집한 것이다. 12월 대선도 정권심판론의 연장선에서 치르면 이길 수 있다고 하던데, 총선에서도 제대로 안 먹혔는데 대선에서 어떻게 이기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4. 새누리당은 박근혜의 ‘보완재’ 성격을 가진 새 지도부를 고민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번 총선에서 약점이라고 지적된 수도권, 중간층, 20~40대 세대에게 호소하는, 그들의 표를 가져올 사람으로 지도부를 꾸리는 방안이다. 원희룡, 남경필, 정두언 등을 지도부에 앉혀 당무는 그들에게 맡겨 욕을 먹더라도 1표라도 갖고 올 보완재를 만들고, 박근혜는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하는 것이다. 선거 직후에 박 위원장이 당 정상화를 얘기하면서 지도부 구성을 언급하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5. 안 원장은 이상한 사람이다. 투표율 70%가 되면 미니스커트를 입고 춤추고 노래하겠다고 했는데, 해볼 만한 목표를 제시하고 ‘올인’하듯 진정성을 가지고 나서야 한다.
6. 문재인 상임고문은 본인이 당선됐다는 긍정적 면이 있지만, 야권이 이 지역에서 5~6석, 적어도 3~4석은 할 줄 알았는데 사실상 혼자 된 것은 한계다. 피케이(PK·부산경남) 여론을 등에 업고 대선에 나서기엔 이번 총선 결과는 2% 부족하다.
7. 야권이 12월 대선에서 이겨서 정권을 되찾으려면 새누리당과 박근혜를 좀더 연구해야 한다. 오늘 토론에서 진지하게 박근혜에 접근하고 박근혜 강점과 약점에 천착하고 새누리당의 잠재적 역량에 대해 적극 평가하고, 말하자면 지피지기의 지피에 해당하는 부분을 진지하게 접근한 분 안 계신 데 놀랐다. 이 정도 패배에도 아직 정신 못 차렸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김형준(명지대 교수)
1. 새누리당의 수도권 완패다. 단독 과반이 되었으니 새누리당 총선 승리라는 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다만 이건 반사적 승리, 위험한 승리다. 축구로 비유하면 새누리당 유효 슈팅이 하나도 없는데 이겼다. 민주당 자살골로 ‘1:0’이 된 결과다. 의석수로는 새누리당이 이겼으나 내용으로 보면 역대 최악의 선거다. 박근혜 위원장이 수도권 친박계 후보 지역으로 최소 11곳에 힘을 썼으나 명확한 한계를 보여줬다. 불안한 승리다. 집권 여당이 거야견제론을 얘기한 것을 처음 봤다. 여당이 두려움을 줬지 희망을 주지 못했다. 여기에 김용민 막말 파문이 있어 반사적 승리의 성격이 굉장히 강했다.
2. 야권연대는 철저히 보수결집을 가져왔다. 그럼에도 수도권에서 한계가 드러난 거다. (지역에서)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착시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위원장식 쇄신과 공천이 민주당보다 잘됐다는 착각, 실제 박 위원장 집권을 정권교체로 보는 시각이다. 여기에 야권연대의 양면성이 더해진 것이다.
3.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자명한 사실은, 야권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이외의 대안은 없다는 것이다. 야권연대가 갖는 이중성 때문에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후보가 나와야 한다. 정치 경력이 있건 없건 기존의 진보 및 야권 세력과 함께 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다. 지금은 새누리당이 민주당 등 야권보다 더 역동성 있다. 안 원장이 나선다면 박근혜를 상대로 ‘올드(낡음) 대 뉴(새로움)’의 구도를 짤 수 있다. 우리는 끊임없이 ‘뉴’를 선택해왔다.

이철희(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1. 민주당이 진 선거란 점에 동의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로 진 게 아니라, 민주당 입장에선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었고, 바뀌어야 한다고 했으나 못 고쳐서, 즉 할 일을 하지 않아 ‘깨진’ 선거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2. 민주당은 ‘반엠비’, ‘엠비는 나쁘다’에만 머물렀다. 앞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거냐를 얘기해야 하는데 실패했다. 졌으면 절절히 아파하고 책임을 통감해서 동정도 불러야 하는데, 민주당은 별로 안 아파하고, 아픈 시늉도 잘 못한다. 그래서 국민이 더 아프다.
3. 대선 구도는 지역별로도 봐야 한다. 충청권에 대선주자가 없으니 충청 기반 대선후보는 박근혜다. 자유선진당이 퇴조하고 박근혜가 등장하니 민주당으로선 충청을 빼앗긴다는 전망이 가능하다.
4. 민주당이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면, 누가 와도, 안철수가 나가도 득표율은 제한적이다. 안철수든 김두관이든 문재인이든 그 사람들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려면, 담는 그릇이 좋아야 한다.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
1. 의석수 변화로 보면 민주통합당(80→127)과 통합진보당(7→13)의 약진, 새누리당(162→152) 선방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야권의 패배, 새누리당 승리로 평가하는 것이 온당하다. 선거 이전 여당은 100석으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 야당은 야권연대만 하면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지만, 실제 선거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박근혜 위원장이 ‘신뢰’와 ‘변화’의 이미지를 결합시키면서 상당수 유권자들에게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바뀌면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2. 새누리당 승리의 원인을 따질 때는, 새누리당이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전위로 영남이라는 인구 절대다수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구조적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새누리당, 재벌, 영남, 조중동, 대형 교회 등 한국 사회 기득권 세력의 카르텔이 유감없이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 선거에 나타난 새누리당의 득표율은 이 카르텔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치에 가깝다.
3. 민주통합당의 총선 전략은 심하게 말해서 존재하지 않았다. 반사 이익만 기대하는 무능한 집단이었다. 야권의 패인은 투표율 저하였다. 특히 20~40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가 낮았다. 야당의 공천 실패, 정권심판론 피로증, 야권의 대선후보 부재, 야권의 정책대안 쟁점화 실패 등이 원인이다. 김용민 막말 파문은 결정적 변수는 아니었을 수 있다.
4. 대선은 회고적 투표가 아니라 전망적 투표이다. 후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총선 때보다는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형성된 ‘박근혜 대세론’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실제 대선에서도 박근혜 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총선 이후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이명박 대통령보다 막강해졌다.
5. 안 원장은 훌륭한 사람이고 저도 일정 부분 존경하지만,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야권에 후보가 없으니 그에게 기대는 사람이 많고, 정치적 영향력도 막강하다. 하지만 정치를 직접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패배한 민주당은 연말 대선에서도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 총선 패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대선후보 부재였던 만큼, 앞으로 정치적 활로를 ‘대선후보 세우기’에 맞춰야 한다.

김호기(연세대 교수)
1. 정권 심판론은 이미 2010년 지방선거,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두차례 작동했다. 피로감이 있다. 오히려 충청, 강원에선 지방선거 당시 야권이 박빙으로 이긴 곳인데, 이후 이들 단체장에 대한 심판론이 작동했던 측면이 있다.
2. 새누리당의 승리 요인으로 박근혜 리더십,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보수적 공론장(보수매체)의 지지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첫째가 영남권(67석)의 견고한 지지이고, 이념구도의 이동에 따른 중도통합의 효과도 컸다. 기존 보수층은 결집한 대신, 야권연대가 상대적으로 ‘좌경화’한 것으로 보이면서 중도세력은 야권 지지를 주저했다. 이것이 중부권의 승패를 갈랐다. 새누리당이 이슈 전선에서 승리했다.
3. 새누리당이 영남권 67석의 견고한 지지를 받으며 이를 싹쓸이하면, 수도권에서 아무리 잘 해도 제1당 되기는 어렵다. 선거 막바지에 김용민의 막말, 김형태의 성추행, 문대성의 표절 등 3가지 사건이 논란이 됐다. 이를 다룬 언론의 태도를 보면 <한겨레>, <경향>은 균형 맞춰 보도하려 한 반면, 조·중·동은 너무 편향적으로 보도했다.
4. 이념구도가 안정화되고, 지역 변수가 상존하는 상황인데다, 총선 속의 대선이 살아 있는 등의 구조적 요인이 있었다. 여기에 리더십의 부재나, 공천 난맥상, 심판론의 한계 등도 작용했다. 김용민의 막말은 보수층 핵심코드인 친미, 기독교, 고령인구의 문제를 다 건드렸다. 보수적 유권자가 보기엔 상당히 기분 나빴을 것이다.

한귀영(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1. 2010년, 2011년 선거는 무상급식 등 복지가 의제로 등장한 사실상 최초의 선거다. 복지-반복지의 전선에서 보수층 내 균열 조짐까지 나타났지만, 박근혜 위원장의 새누리당이 복지 이슈에 적극 대응하면서 여야간 차별성이 약화됐다. 민주당의 공세 이슈가 공격을 받는 이슈로 전환됐다. 보수는 진화했지만, 민주당은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2. 무상급식 논란 이후 복지, 경제민주화 등의 정책이슈는 있었지만,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기존의 낡은 틀을 대체해 지금까지 정치로부터 배제되었던 서민, 사회적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균열축을 만들어내야 했다. 복지 이슈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무상보육 등 ‘무상’만 강조할 뿐, 구체적 실행프로그램이 부실했다. 박근혜식 복지와 차별화되기 어려웠고, 말만 앞세운다는 평가에, 재원 문제 등으로 오히려 여당의 공격을 초래했다.
3. 야권은 ‘도로 참여정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일대일 구도 만들어도, 참여정부를 넘어서지 못하면 어렵다는 얘기다. 정치개혁을 넘어 사회·경제적 의제의 제시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준비되어야 한다. 반면 보수는 진화하고 있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쇄신 노력이 이를 보여준다.

오건호(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1. 18대 국회 의석수에 견줘 야권이 약진했기에 심각한 패배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는데 동의할 수 없다. 야권 참패다. 이번엔 야권의 도약에 유리한 사회정치적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번 총선은 민심의 진보화를 의회권력 내에 제도화하여 향후 진보적 입법화의 인프라를 갖추는 과정이어야 했으나, 향후 4년간 진보적 입법화가 어려워졌다.
2. 야권연대는 적절한 대응이었다. 그러나 야권연대의 근거가 ‘엠비심판론’에 머물러버렸다. 엠비 심판의 배경인 먹고사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경제적 혁신 욕구에는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다음엔 무상의료를 적극 검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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