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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24일 화요일

말하는 건축, 제주 기적의 도서관

제주도정뉴스에 실린, 이승택/문화도시공동체 쿠키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외래교수의 글 '말하는 건축, 제주 기적의 도서관'을 여기에 옮겨놓고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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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건축, 제주 기적의 도서관

집을 짓는다는 것은 땅을 읽고 사람을 읽고 역사를 읽고 문화를 읽고 전통을 읽고나서 그 모든 것을 한데 모아 잘 저어서 유전자는 같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탄생시키는 통섭적인 행위입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가끔은 하나씩 놓치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놓치는 것이 사람을 읽는 것입니다.



땅은 현장에서 읽고, 역사, 문화, 전통은 책을 통해 읽으면 되지만 사람은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과 돈이 많이 드는 과정이어서 하고 싶어도 쉽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하는 건축가라는 영화가 만들어졌고,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울림이 큰 것일까요? 바로 그 말하는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설계한 제주 기적의 도서관이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은 큰 행운입니다.

제주 기적의 도서관을 들여다보면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스한 햇살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천장은 높아 보이지만 구조가 분할되어 있어 거부감이 들지 않고, 책을 보다 고개를 들어보면 초록색 잔디가 눈에 들어오고, 엄마의 자궁 같은 작은 공간에서 포근하게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건축물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요? 잠시 건축물을 느끼기 위해 들어간 공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어두컴컴한 저 공간은 모든 걸 다 버리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책 읽고 계신 분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조금 기다리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저곳 많은 도서관을 다녀보았지만 책이 주인공이 되어 책을 보는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도서관들을 많이 보아오던 터라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제주 기적의 도서관은 저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이 건물을 둘러보는 동안 가족 단위로 책을 보러 오는 것을 많이 보았는데 어린이 도서관으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이승택/문화도시공동체 쿠키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외래교수~





건축가 정기용 선생은 건축주만이 아닌 건물을 사용하는 사용자와 대화를 참 많이 나누는 건축가로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무주의 많은 공공건축물들을 설계하실 때도 그랬고, 다른 많은 건축물들도 지역이 가지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설계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어린이들을 위한 기적의 도서관을 설계하는 역할에 정기용 선생 외에 누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정기용 선생께서 설계한 건물을 바라보면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건축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계십니다. 영화 말하는 건축가에서도 정기용 선생이 설계는 잘 못한다는 인터뷰를 농담처럼 하시는 건축가도 계십니다. 그렇다면 좋은 설계는 무엇이고, 아름다운 건축물은 어떤 건축물일까요? 순수예술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건축은 타인과의 관계 맺기입니다.

건축은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자 편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정기용 선생은 편의성만이 아닌 더 나아가 이용에 감동을 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책을 읽더라도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하고, 동사무소에 민원을 위해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번 차를 대절해 목욕하러 가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목욕탕을 지어주는 노력을 일부러 하셨습니다. 그런 정기용 선생에게 말하는 건축가라는 남들이 가질 수 없는 그런 이름이 붙은 것입니다.

제주 기적의 도서관은 햇살이 참 좋게 보입니다. 큰 창으로 풍요로운 햇살이 들어오고, 천창으로는 가느다란 빛이 어두울 수도 있는 곳을 밝게 만들어줍니다. 어린이에게 건강한 햇살과 함께 어느 한구석도 어둡게 만들지 않으려는 배려가 엿보입니다. 그렇게 어린이들은 건강하게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공간이 재미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재미있는 책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으로 건물을 재미있게 보여주려는 노력이 참으로 소중합니다.




건축은 철과 유리, 돌, 콘크리트라는 무겁고 딱딱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차갑다는 인상을 많이 받습니다. 그런 건축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어린이들을 위한 건축물은 더욱 그렇습니다. 제주 기적의 도서관은 말하는 건축가의 따뜻한 건축입니다.

<이승택/문화도시공동체 쿠키대표, 제주대 건축학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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