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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19일 화요일
'일종의 일본식 전시 동원'
조나단 폴락의 <출구가 없다>(아산정책연구원, 2012년 12월 10일)를 넘겨보았습니다. 번역자가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로 되어 있는 게 이색적입니다. 북한과 핵무기, 국제안보와 관련된 책입니다. 참고로 아산정책연구원이란 곳은 한승주, 함재봉, 이인호 씨 등이 원장이나 이사장을 역임한 곳. 보수적인 관점을 견지하는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조금 싱겁기도 합니다. '핵 무장 국가 북한'의 전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불안하다는 것, 북한에서 중대한 변화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두고 봐야 한다는 것. 이런 정도의 내용은 지금 한반도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체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주목할 만한 점은 북한의 핵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을 천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읽으면서 저자의 통찰력이 눈에 띄는 대목이 몇 군데 있었는데, 북핵의 역사적 기원으로 김일성 시대의 특징을 살펴보는 내용 가운데 한 대목.
찰스 암스트롱의 의견이라 합니다. Charles Amstrong, <Necessary Enemies: Anti-Americanism, Juche Ideology, and the Tortuous Path to Nomalization>에 나오는 것을 저자가 길게 인용한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종의 일본식 전시 동원'은 꼭 북한만의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보았습니다.
"한국전쟁의 결과로 '미국식 제국주의'는 사실상 북한의 주적이 되어 버렸다. 역설적인 사실은, 북한의 대미 전쟁이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의 일본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군국주의적이고 전시 동원적인 체제를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지도자를 신적인 존재로 숭배하는 문화, 불가분의 유기적 국가-민족, 이후 고국을 미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결사대'에 대한 묘사까지...... 이 모든 것이(무의식적일 수도 있겠으나) 일종의 일본식 전시 동원과 연관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 체제의 여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전시 동원은...... 일본의 식민지 군국주의 형태는 유지하되 완전히 일본스럽거나 식민지적인 내용물은 모두 제거했다. 심지어 '자력 갱생'과 '주체성'과 같은 북한의 가장 유명한 경제 및 외교 정책 슬로건조차 일본의 전시 슬로건과 동일하다."
http://uskoreainstitute.org/publications/working-paper-series/north-korea/foreign-relations/necessary-enemies-anti-americanism-juche-ideology-and-the-tortuous-path-to-norm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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