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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31일 목요일

‘문학나눔사업’ 존치를 주장한다--국제펜 한국본부와 한국작가회의의 공동성명서

순문학 생산과 문학출판 활성화, 소외 계층의 문학 향수권을
신장 해온 ‘문학나눔사업’ 존치를 주장한다
-국제펜 한국본부와 한국작가회의의 공동성명서


최근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정부가 기초 예술분야 지원의 일환으로 2005년부터 시행해온 ‘문학나눔사업’을 내년에 전면 폐지하고, 해당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하는 ‘우수 학술․교양도서 선정사업’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우리 문학인들은 정부의 이번 결정을 출판과 문학의 현실, 문학이 한 나라의 문화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한국문학과 문학출판계에 대한 정부의 홀대는 표면적으로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기초 예술을 시장의 논리에 맡겨놓으려는 이중적 태도로 간주한다. 문학나눔사업은 위기에 처한 한국문학을 되살리기 위한 ‘문학 회생 프로그램’으로 출발하였으며, 출판 활성화를 통해 문학 창작을 고무하는 간접적 지원 방식이었다. 특히 전국 소외 계층의 독서 시설에 문학 도서를 보급함으로써, ‘문학’과 더불어 ‘나눔’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소신 있는 순문학 생산, 신규․ 중소 출판사의 진출, 소외 계층의 문학 향수권 신장 등에 이 사업은 상당한 영향을 끼쳐 왔다. 따라서 이 사업의 일방적 폐지 결정은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지 않겠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중론이다.

이러한 여론의 반응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 23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러한 결정은 유사한 사업목적을 지닌 사업을 통폐합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며, 예산의 규모는 오히려 증액되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또 몇 개 언론사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기사화하여 마치 ‘문학나눔사업’의 폐지가 한국문학과 문학출판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결정인 것처럼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중복성 운운하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허구적 논리에 불과하다. 사업의 중복성을 문제 삼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사업의 구체적 지원 내용 가운데 일정 부분이 겹쳐야 한다. 그러나 어떤 자료에서도 그런 결과를 확인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대다수 문학인들은 ‘문학’과 ‘나눔’을 추구해온 문학나눔사업이 우수출판활동 고취 및 출판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하는 ‘우수학술․교양도서 선정 사업’과 사업목적이 동일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자가 기초 예술로서 문학을 고무하기 위한 문학 출판 지원이라면, 후자는 학술․교양 출판 활동과 산업에 대한 지원이다. 문학 출판에 대한 지원은 학술․교양 출판 산업 전반에 대한 지원의 일부로 포함될 것이 아니라, 별도로 수립되고 시행되어야만 한다.

또한 우리는 ‘우수학술․교양도서’의 주관처의 전신이 ‘간행물윤리위원회’이며 아직도 기관의 내부에 이 위원회가 존속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문학의 생명이 창작과 표현의 자유에 달렸을진대, 우수문학도서를 선정하여 보급하는 문학나눔을 ‘간행물윤리위원회’소속 기관이 시행하게 되었을 때 과연 이 자유가 보장될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문학이 빠진 문화를 상상할 수 없다. 한 나라의 문학적 수준과 성과는 그 나라 문화의 현재를 보여주는 잣대이기도 하다. 비록 문학과 예술마저 산업의 논리에 의해 판단되는 지금이지만 그러한 현실이 문학의 가치와 정신마저 온전히 장악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이 편의적인 행정적 결정을 취소하고, 그동안 우리의 순문학 생산과 문학출판 활성화, 소외계층의 문학향수권 신장에 기여한 ‘문학나눔사업’의 계속 존치를 주장한다.

  2013년 10월 30일
국제펜 한국본부 / 한국작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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