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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5일 목요일

시국미사 이후 현 시국에 대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입장

<11월 22일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불법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 이후 현 시국에 대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입장>

저항은 믿음의 맥박이다
"수치를 당할 자는 바로 그들이다"(이사야 66, 5)

1. 권력에 저항할 때마다 역사는 교회에 무거운 대가를 요구해왔다. 피로 얼룩진 순교역사가 이를 단적으로 입증해준다. 그러나 불의에 대한 저항은 우리 믿음의 맥박과 같은 것이다. 시련은 교회의 영혼을 정화하고 내적으로 단련시켜준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가시밭길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하느님나라를 꿈꾸며 살아가는 우리 사제들에게는 그것이 기쁨이며 당위다.

2. 봄부터 국가기관의 불법적 선거개입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각계각층의 요구가 빗발쳤다. 종교계도 마찬가지였다. 전국의 모든 교구가 나서서 문제의 국정원의 개혁을 기도할 정도로 이 사안은 한국천주교회의 무거운 근심거리이기도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또한 진상규명과 재신임 확인 등 합당한 정화의 과정을 통해 떳떳한 대통령으로 거듭 나길 바란다고 충고한 바 있다(국정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 2013.9.23). 하지만 대통령은 원칙에 충실했던 검찰총장과 수사팀장을 몰아내며 수사를 방해하였고, 국정원이 작성 유포한 수백만 건의 대선개입 댓글이 드러났어도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오히려 부정선거를 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이른바 ‘종북몰이’의 먹잇감으로 삼았다.

3. 지난 11월 22일 천주교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기도회는 민주주의의 토대가 뿌리째 뽑혀나가고 있는 현실에 위기감을 느끼며 근본적 개선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대통령과 각료들, 여당은 강론의 취지를 왜곡하고 거기다가 이념의 굴레까지 뒤집어씌움으로써 한국천주교회를 심히 모독하고 깊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안타까운 일이다. 양심의 명령에 따른 사제들의 목소리를 빨갱이의 선동으로 몰고 가는 작태는 뒤가 구린 권력마다 지겹도록 반복해온 위기대응 방식이었다. 여기에는 신문과 방송의 악의적 부화뇌동도 한 몫을 하였다. 분명 한국 언론사에 치욕스럽게 기록될 사건이다.

4.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주장한 전주교구 사제단의 요구를 존중하며 이를 사제단의 입장임을 밝히고자한다. 이미 개신교, 불교, 원불교에 이어 천도교까지 관권 부정선거를 고백하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결단”(천도교선언문)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사회와 종교계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불통과 독선,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

5. 선거부정의 책임을 묻는 일이 설령 고난을 초래하더라도 우리는 이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사제는 하느님을 체험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람이다. 이 체험은 오직 십자가의 삶 안에서만 가능하다."(사제의 고백과 다짐) 시대의 불의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면 이는 사제의 직무유기요 자기부정이다. 최근에 나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첫 권고문 '복음의 기쁨'이 누누이 강조하듯 교회의 사목은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일이다. 사제는 바로 그 일의 제물이다.

6. 대림절은 새 하늘 새 땅을 기다리며 참회하고 속죄하는 정화의 시기다. 이 은총의 때에 다시 한 번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여당의 전면적인 회심을 촉구한다. 언제든, 누구에게나 닥칠 역사의 심판을 생각하며 약자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오늘의 참담한 행실을 뼈아프게 돌아보기 바란다. 유신독재의 비참한 결말은 모든 집권자에게 뼈아픈 교훈이다.

7. 불의에 맞서는 일에서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모든 사제와 수도자 그리고 교우들에게 오늘의 어두움을 이겨낼 기도를 부탁드린다.

2013년 12월 4일
대림절 제1주간을 보내며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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