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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동아일보 선정 2014년의 책 10

출처 http://news.donga.com/3/07/20141220/68647710/1

동아일보 선정 2014년의 책 10

팍팍한 경제 상황을 반영한 듯 올해 인기를 끈 책은 ‘자본’과 관련된 책이었다. ‘21세기 자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선정위원 31명으로부터 11표씩 받아 공동 1위를 기록했다. 피케티 책은 ‘책의 향기’가 아닌 일반 문화면에 소개됐다. 9일 서울 송파구청 로비에 책을 쌓아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어린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올해 우리네 삶은 더 팍팍해진 걸까. 동아일보가 선정한 올해의 책 목록에선 자본주의의 폐해와 소득 양극화, 소통의 문제 등을 파헤친 묵직한 책들이 대거 선정됐다. 대표적인 예가 ‘21세기 자본’이다. 증세 논란과 맞물려 집권여당 대표가 이 책을 언급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화제가 됐다. 함께 선정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나 ‘세상 물정의 사회학’도 현 자본주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들이다. 또 ‘단속사회’와 ‘소년이 온다’에서는 소통 부재와 역사의 단절이라는 한국 사회의 병폐가 도마에 올랐다. 그 대신 문학은 퇴조했다. 지난해엔 올해의 책 10권 중 4권을 소설이 차지했으나 올해는 2권이었다. 올해의 책은 출판계와 학계 전문가 31명에게 5∼10권의 책을 추천받아 선정했다. 》

21세기 자본

올해의 책 중에 가장 파급력이 컸던 책이라 할 만하다. 자본 수익률 증가 속도가 노동 수익률 증가보다 빨라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올 초 세계적 붐을 일으켰다. 9월 한국어판 출간과 저자의 방한을 전후로 책 내용에 대해 학자들 간에 논쟁이 불붙기도 했다. 피케티 논쟁을 정리한 책(피케티 패닉)도 나왔다 또 ‘자본’ ‘마르크스’ 등 관련 도서가 잇달아 출간돼 88만 원 세대, 하우스푸어, 양극화 심화와 같은 현실이 이 책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다. 

이중섭 평전

미술평론가·미술사학자인 저자는 문헌 기록 150여 종을 망라해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서양화가 이중섭(1916∼1956)의 실체를 그렸다. 어떨 때는 과대평가됐다고 하다가 어떨 때는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양극단에서 벗어나 ‘이중섭의 거의 모든 것’을 충실히 담았다. 20세기 걸작으로 꼽히는 ‘소’ 시리즈를 남겼지만 가난과 외로움에 찌든 유랑 생활 끝에 마흔 나이에 무연고자로 요절한 극적인 삶이 시리게 다가온다. 이중섭의 생애별 작품도 살펴볼 수 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자본주의의 병폐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일본 시골빵집 주인의 이야기다. 일본 오카야마(岡山) 현 내 인구 8000명인 시골마을 가쓰야마(勝山)에 차린 저자의 빵집은 여러모로 유별나다. 인공발효 효모인 이스트를 쓰지 않고 천연효모와 유기농 밀로만 빵을 만든다. 목∼일요일만 가게를 열고 이윤은 전부 직원들과 나눠 갖는다. 지은이는 자본을 부패하지 않고 증식만 하는 이스트에 비유하는 등 건강한 빵을 만드는 과정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적절하게 엮어낸다. 


투명인간


압축성장 시대, 각박한 세상을 힘껏 살았지만 투명인간처럼 소외된 가장들을 기리는 서글픈 노래. 주인공 김만수 가족은 일제강점기 할아버지가 사상 문제로 고초를 겪다 숨진 탓에 집안이 몰락해 가난하게 산다. 큰형은 명문대에 진학해 집안의 기대를 받지만 베트남전 고엽제 후유증으로 숨진다. 만수는 일찍 가장이 되어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만 돌아오는 건 비난과 외면뿐.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란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사회문화적 전개 과정을 탐사한 결과물이 담겼다. 종이 생산부터 책값 책정까지 당시 책 인쇄와 유통 방식을 자료 사진과 그림을 통해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저자는 최초의 금속활자 발명, 한글 창제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출판 독점으로 조선이 출판 강국이 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도 담았다. 저자는 “읽히지 않는 책은 책이 아니다. 책은 인쇄되거나 그 외의 복제 과정을 거쳐 확산되지 않는 한 존재 가치가 떨어지는 법”이라고 일갈한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

국내 대표적 인문학자인 저자가 문학 철학 경제학 사회학 수학 생물학을 넘나들면서 이성과 마음의 문제를 파헤쳤다. 현대 문명이 사람만 위하는 인간 중심주의에 갇혀 방황하고 있고 성찰을 통해 마음의 깊이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제언이다. 난해하지만 77세 학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이 구절을 기억하자. “사람은 누구나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것은 자신의 마음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으로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속사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사이버 세계의 교류는 사람들의 관계를 보다 돈독히 할까. 그러나 SNS에선 현실 속 타인의 고통이나 이슈엔 무감각한 채 자기가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취할 뿐이다. 저자는 현실은 끊고(斷) 사이버세계는 잇는(續) ‘단속’의 개념으로 한국 사회를 풀이한다. 불통을 치유하는 건 경청(敬聽)이다. 경청은 말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말문을 여는 말 걸기까지 포함된다. 남을 이해하려는 주체적인 관계 맺음을 화두로 제시한다. 


세상물정의 사회학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사회학이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보자. 세상 물정을 핑계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거나 자신의 이익을 탐닉하진 않았는지, 세상 물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의 얘기에 귀를 쫑긋 세웠거나 처세술 책을 붙들고 살진 않았는지, 소비를 위해서라면 영혼이라도 팔아치울 기세로 덤벼들지는 않았는지…. 팽창과 성장에 눈이 멀어 괴물 같은 짓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 물정을 모르는 저자가 들려주는 25가지 이야기가 담겼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혹함을 다시 되살렸다. 계엄군에 희생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돕던 중학교 3학년 동호와 주변 인물들이 당시를 증언한다. 동호는 친구 정대가 한 병사의 총에 맞아 숨지는 걸 목격한다. 그러고는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라고 묻는다. 1970년생인 작가는 당시 열 살로 서울 수유동 언덕배기 집에서 광주 소식을 처음 접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는 인류 탄생 이후 폭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20세기가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음을 증명한다. 우리가 현시대를 폭력적이라고 느끼는 건 실제 폭력이 늘어서가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폭력을 손쉽게 접하기 때문이다. 역사상 최악의 폭력 사건은 8세기 중국 당나라 때 안녹산의 난과 이로 인한 내전으로 당시 중국 인구의 3분의 2인 3600만 명이 희생됐다. 지은이는 민주주의와 이성, 인도주의, 과학을 토대로 인간 본성의 선한 천사를 끄집어내면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

강문종(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 김경집(인문학자) 김기봉(경기대 사학과 교수) 김기중(더숲 대표) 김석근(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종갑(건국대 영문과 교수) 김학원(휴머니스트 대표) 김형찬(고려대 철학과 교수) 김호기(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백경학(푸르메재단 상임이사) 백원근(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신정근(성균관대 동양철학과 교수)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이권우(도서평론가) 이명학(한국고전번역원장) 이인식(지식융합연구소장) 이정모(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문학과 지성사 대표) 표정훈(도서평론가) 하응백(문학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미화(출판평론가)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현산(고려대 명예교수) 


김상운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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