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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ㆍ사회학 저술 늘고 소형 출판사 약진 "뿌듯한 한 해"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 총평
한국 자본주의ㆍ밀양을 살다 수작 평가
치열한 경합ㆍ압도적 걸작 없어 아쉬움
22일 한국일보 편집국에 모인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본심 위원들이 심사를 마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욱, 백승종, 김경집, 한기호, 김석희씨. 한주형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3)
“뿌듯하다.”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의 본심 심사위원들은 심사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좋은 책이 많아서, 좋은 책이 뽑혀서 기쁘다는 뜻이다. 헤이북스, 오월의봄 같은 1, 2인이 하는 출판사의 책이 선정된 것도 축하했다. 다만 압도적인 걸작이 잘 보이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지난해 11월 1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나온 책 가운데 195개 출판사 917종이 응모한 이번 한국출판문화상에서 본심에 오른 후보작은 5개 부문 54종이었다. 이 가운데 저술-교양 부문의 공동 수상작 2종을 비롯해 6종이 최종 선정됐다.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22일 오후 2시에 시작한 본심은 예년보다 쾌속으로 진행돼 2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심사위원들이 후보작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온 덕분이기도 하지만 상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책이 적어 수상작 선정이 비교적 수월했기 때문이다.
저술-학술 부문에서 심사위원들은 경제학자 장하성의 ‘한국 자본주의’를 수상작으로 뽑으면서 이 책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질문과 제안을 높이 평가했다. 일그러진 한국 경제를 해부하고 경제 민주화의 대안을 제시한 데 대해 미디어로서 출판이 해야 할 역할, 다시 말해 사회적 비판과 새로운 공론의 장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저작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의성과 무게감을 갖췄고 한국의 주류경제학이 거의 하지 않는 작업이라는 점도 높이 샀다.
저술-교양 부문이 과학책과 사회학책을 공동 수상작으로 낸 것은 올해 출판의 경향을 압축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두 분야에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온 해이기 때문이다. 우주 가속 팽창을 다룬 천문학 교양서 ‘우주의 끝을 찾아서’와 모멸감이라는 감정을 키워드로 한국 사회를 진단한 ‘모멸감’이 나란히 뽑힌 게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유다.
번역 부문에 올라온 후보작은 풍성했고 쟁쟁한 책들이 포함됐다. 심사위원 중 번역가인 김석희씨는 1차로 골라낸 책을 원서 원문과 대조하며 검토했다. 일부 오역이나 원문의 맛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문장까지 지적하는 꼼꼼함과 나머지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거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가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편집 부문에는 잘 ‘만든’ 책이 꽤 됐다. 거기에 비해 ‘밀양을 살다’는 만듦새로는 초라해 보인다. 그런데도 수상작으로 뽑은 것은 기획을 높이 평가해서다. 송전탑 반대 싸움에 나선 밀양 할머니들의 육성을 구술로 담은 책이다. 심사위원들은 “상업성을 따지면 나오기 힘든 책“(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우리 사회의 온갖 밀양들을 보게 해줘 고마운 책”(번역가 김석희)이라고 평가했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은 그림책이 두드러졌다. 어린이에게, 청소년에게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포함한 논의 끝에 그림책 ‘진짜 코 파는 이야기’를 수상작으로 골랐다. 아동문학평론가인 김상욱 춘천교대 교수는 “어깨에 힘 주지 않고, 아이들 바로 옆에서, 계몽성 없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책”이라고 평가했고 다른 심사위원들도 동의했다.
본심 심사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백승종(한국기술교육대 대우교수ㆍ역사학자), 김석희(번역가), 김상욱(춘천교대 교수ㆍ아동문학평론가), 김경집(인문학자ㆍ전 가톨릭대 교수).
오미환 선임기자mhoh@hk.co.kr
[5개 부문 후보작] (★표는 수상작)
◆저술(학술) 부문 11종
★한국 자본주의-경제민주화를 넘어 정의로운 경제로/장하성 지음ㆍ헤이북스
18세기 한중 지식인의 문예공화국/정민 지음ㆍ문학동네
우리 혜성 이야기/안상현 지음ㆍ사이언스북스
노비에서 양반으로, 그 머나먼 여정/권내현 지음ㆍ역사비평사
도시 인간학/김성도 지음ㆍ안그라픽스
난학의 세계사/이종찬 지음ㆍ알마출판사
배 만들기, 나라 만들기/남화숙 지음ㆍ후마니타스
지식인과 사회__스코틀랜드 계몽운동의 역사/이영석 지음ㆍ아카넷
언어적 근대의 기획__주시경과 그의 시대/김병문 지음ㆍ소명출판
시민의 탄생/송호근 지음ㆍ민음사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사전/이한섭 지음ㆍ고려대출판부
◆저술(교양) 부문 10종
★모멸감/김찬호 지음ㆍ문학과지성사
★우주의 끝을 찾아서/이강환 지음ㆍ현암사
공부 논쟁/김대식 김두식 지음ㆍ창비
세상물정의 사회학/노명우 지음ㆍ사계절출판사
간도특설대/김효순 지음ㆍ서해문집
욕망의 코카콜라/김덕호 지음ㆍ지호
자살론/천정환 지음ㆍ문학동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정재승 김대수 정용 지음ㆍ사이언스북스
생명/송기원 지음ㆍ로도스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오찬호 지음ㆍ개마고원
◆번역 부문 10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스티븐 핑커 지음ㆍ김명남 옮김ㆍ사이언스북스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ㆍ김동광 옮김ㆍ현암사
2666/로베르토 볼라뇨 지음ㆍ송병선 옮김ㆍ열린책들
앙코르와트__제국주의 오리엔탈리스트와 앙코르 유적의 역사 활극/후지하라 사다오 지음ㆍ임경택 옮김ㆍ동아시아
케인스 하이에크/니콜러스 웝숏 지음ㆍ김홍식 옮김ㆍ부키
헤겔/찰스 테일러 지음ㆍ정대성 옮김ㆍ그린비
아프리카의 운명/마틴 메러디스 지음ㆍ이순희 옮김ㆍ휴머니스트
센스 앤 넌센스/케빈 랠런드, 길리언 브라운 지음ㆍ양병찬 옮김ㆍ동아시아
해리스 버딕과 열네 가지 미스터리/스티븐 킹 등 지음ㆍ정회성 옮김ㆍ웅진주니어
숲에서 우주를 보다/데이비드 해스컬 지음ㆍ노승영 옮김ㆍ에이도스
◆어린이ㆍ청소년 부문 12종
★진짜 코 파는 이야기/이갑규 글 그림ㆍ책읽는곰
강아지와 염소 새끼/권정생 시ㆍ김병하 그림ㆍ창비
빅 피쉬/이기훈 그림ㆍ비룡소
델 문도/최상희 지음ㆍ사계절
깜박깜박 도깨비/권문희 글 그림ㆍ사계절
5대 가족/고은 글ㆍ이억배 그림ㆍ바우솔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강정연 지음ㆍ라임
우리땅 기차여행/김성은 조지욱 글ㆍ한태희 그림ㆍ책읽는곰
플라스틱 섬/이명애 지음ㆍ상출판사
호랑이, 오누이 쫓아가는듸, 궁딱!/김회경 지음ㆍ오치근 그림ㆍ우리교육
뺑덕/배유안 지음ㆍ창비
고슴도치 엑스/노인경 지음ㆍ문학동네
◆편집 부문 11종
★밀양을 살다/밀양구술프로젝트 지음ㆍ오월의봄
키워드 한국사 시리즈 전 7권/김성환 김창현 신병주 지음ㆍ사계절출판사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전 10권/서중석 등 지음ㆍ역사비평사
정원의 발견/오경아 지음ㆍ궁리
조선동물기/김홍식 엮음ㆍ정종우 해설ㆍ서해문집
민물고기 도감-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 도감/박소정 그림ㆍ김익수 감수ㆍ보리
이중섭 평전/최열 지음ㆍ돌베개
달콤한 목욕/김현균 등 지음ㆍ바람의아이들
고종석의 문장 1, 2/고종석 지음ㆍ알마출판사
조선시대 책과 지식의 역사/강명관 지음ㆍ천년의상상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 전 15권/달리 기획ㆍ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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