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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대산세계문학총서 100권 출간 소식, 문학과지성사,

출처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22146

2014년 12월 27일, 교수신문, 최익현 기자 보도

초역·직역·완역, ‘세계문학’ 새로운 안목 제시
문학과지성사, 대산세계문학총서 통권 100권 출간

2001년 제1권 『트리스트럼 샌디』를 시작으로 문학과지성사(사장 김수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기획, 출간해온 대산세계문학총서가 최근 제99권 『옛날 옛적에 한 나라가 있었지』(두샨 코바체비치 지음, 김상헌 옮김), 제100권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루이지 피란델로 지음, 이윤희 옮김)를 선보였다. 총서는 이로써 2010년 12월 현재 81종 100권에 이르게 됐다.

기왕에 출간된 세계문학전집과 달리 대산세계문학총서는 “한국문학의 토양을 풍요롭게 하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과의 교류의 장을 넓힌다”는 대의 아래, △국내 초역 △해당 언어권의 직역 △분량에 상관없이 완역을 기본 원칙으로 출발해 눈길을 끌었다. 유럽어권과 영미권에 편향된 작품 소개에서 탈피했고, 중복출판의 관행을 지양할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원칙이 작용한다. 그 결과 현재 21개국 16개 언어로 ‘세계문학’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시기적으로는 4세기 중국 문학 『도연명 전집』(도연명 지음), 9세기 아랍 수전노들의 일화를 담은 『수전노』(알 자히드 지음)에서부터 최근의 문학작품까지 출간됐으며, 지리적으로는 영미 또는 서유럽은 물론, 중남미 최초의 멕시코 소설 『페리키요 사르니엔토』(호세 호아킨 페르난데스 데 리사르디 지음) 등의 중남미 문학, 몽골의 구비문학 연구가 인 체렌소드놈이 정리해 엮은 『몽골신화』 등의 아시아 문학,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불가리아 문학인 『발칸의 전설』(요르단 욥코프 지음) 등 동유럽 문학을 망라했다. 출간 예정 총서 목록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뿌리 깊은 사회 문제를 다룬 이지키얼 음파를레의 『2번가 아래로』 등도 포함돼 있다.

대산문학총서 기획위원회 측은 기획 의도를 계승, “국내 번역 출간물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던 중역을 철저지 배제하며 작품성과 문학적 가치를 중시해 상업성이 없거나 난해함을 이유로 번역되지 못한 작품들을 적극 발굴, 번역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산세계문학총서 2010년 선정위원에는 △영어권 조규형(고려대) △불어권 권오룡(한국교원대) △독어권 김태환(서울대) △스페인어권 송병선(울산대) △중국어권 정진배(연세대) △일본어권 윤상인(한양대) △러시아어권 이상룡(연세대) △이탈리아어권 한형곤(한국외대) 교수가 참여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조선일보, 후루이치 노리토시, 이언숙 역, 절망의 나라이 행복한 젊은이들

출처 http://book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2/27/2014122700724.html

2014년 12월 27일, 조선일보, 이한수 기자 보도



일본 젊은이들 "희망 없어서 행복해요"

990년대 이후 어려워진 日경제
비정규직·워킹 푸어 늘었지만 20대 여 75% 남 66% "행복하다"
현재를 즐기는 '사토리 세대' 등장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이언숙 옮김|민음사|386쪽|1만9500원
일하지도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니트(NEET)족', 평생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프리터', 내향적이고 도전 정신도 없는 '초식남'….

일본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불만투성이다. "요즘 애들은 문제야"라는 말은 2000년 전에도 있었다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한 듯하다. 일본 주요 신문은 2011년 '성년의 날' 사설에서 젊은이들의 행태를 일제히 질타했다.

아사히는 "전철에서 게임만 하고, 휴대전화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면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고 적었다. 산케이는 "사회는 어차피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포기해버리는 태도는 젊은이답지 못하다"고 썼다. 요즘 젊은이들은 현상을 타개하려는 도전도, 미래를 위한 분투도 없다는 비판이다.

◇"미래 불안해도 행복하다"

개인 문제만은 아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생긴 구조적 현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1990년대 이후 취업은 어려워지고 비정규직은 늘었다. 일해도 가난한 '워킹 푸어', 집 없이 PC방을 전전하는 '인터넷카페 난민'도 생겼다. 극심한 경제 불황 속에서 희망 없는 미래를 사는 젊은이들이 불쌍하다는 시선도 많다.

양극화가 심해지는 '격차(格差) 사회'에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게 정상일 텐데 정작 일본 젊은이들은 행복하다고 말한다. 2010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 20대 남성 65.9%, 20대 여성 75.2%가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고도성장기였던 1960년대 후반 20대 젊은이의 생활 만족도는 60%, 1970년대에는 50% 수준이었다. NHK 조사에서 '행복하다'는 응답 비율은 1973년에 비해 두 배로 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본‘성년의 날’(1월 둘째 월요일) 행사에 나온 젊은이들. 경제 불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현재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토픽이미지
일본‘성년의 날’(1월 둘째 월요일) 행사에 나온 젊은이들. 경제 불황 속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않기에 역설적으로 현재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토픽이미지
미래를 낙관해서가 아니다. 20대 63.1%는 '미래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자국 사회에 대한 만족도는 43.9%에 불과했다. 미국 67.6%, 영국 61.2% 등 다른 선진국에 비교하면 일본 젊은이들은 불만이 컸다.

또래들과 비슷… 상대적 박탈감 없어

미래를 불안해하면서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모순을 대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도쿄대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 젊은 사회학도인 저자 후루이치 노리토시(古市憲壽·29)는 역설적으로 '희망이 없기에 행복하다'고 진단한다. 인간이란 미래에 큰 희망을 걸지 않게 됐을 때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 젊은이들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었다. 당시 젊은이들은 장시간 노동과 힘든 경쟁으로 불행하다고 느끼면서도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다.

지금 젊은이들은 미래가 더 나아지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빈곤에서 오는 절망이 아니다. 일본 경제는 어느 시대보다 풍요롭고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다. 더 이상 경제성장을 못 하더라도 다채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중저가 브랜드 '유니클로'나 '자라'에서 옷을 사고 맥도널드에서 런치세트와 커피로 식사한다. '스카이프'로 친구와 채팅을 즐기고 밤에는 친구 집에 모여 식사를 하며 반주를 즐긴다. 굳이 큰 집이나 멋진 자동차를 갖고 싶지 않다. 또래 친구들도 갖지 못했기에 상대적 박탈감이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면 또래 정규직 못지않은 돈벌이도 할 수 있다.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들처럼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된다. 이런 젊은이들을 일컬어 '사토리(득도) 세대'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 젊은이의 미래는?

미래의 희망을 품지 않기에 행복하다는 진단은 암울하다. 그러나 젊은 저자는 기성세대의 걱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대학 졸업하고 한 기업에서 일하면서 오로지 출세를 위한 경쟁에만 몰두해 온, 취미라고는 골프나 마작 정도밖에 모르는 아버지들"이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국가 인식도 더 건강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젊은이들 98%가 '일본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과거 같은 내셔널리즘과는 다르다. '전쟁이 나면 나라를 위해 싸우겠다'는 응답 비율은 15~29세 젊은이 중 7.7%에 불과했다. 저자는 "아시아·태평양 전쟁은 일본에서만 310만명 희생자를 발생시킨 대규모 살인 사건이었다. 이런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면 국제적인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은 한국이 겪는 현상을 미리 경험하는 사회다. 책 속 이야기는 남의 나라 얘기 같지 않다.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놓아도 어색하지 않다. 논쟁적인 '젊은이론(論)'이다.

중앙일보, 8개의 키워드로 보는 2014 영화계 결산,

출처1 http://joongang.joins.com/article/221/16812221.html?ctg=17

출처2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6812220&ctg=1501




2014 키워드 '이순신'

장군에게는 1761만 관객이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의 스크린 출격은 국내 극장가의 거의 모든 흥행 기록을 갈아치 웠다. ‘명량’(7월 30일 개봉, 김한민 감독)은 역대 최고 오프닝 관객 수(68만명), 평일 최고 관객 수(98만 명), 일일 최다 관객 수(125만명) 등을 줄줄이 갱신했다. 최종 관객 수는 국내 극장가 사상 최고치인 1761만 명. 직전까지 최고 흥행작이었던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1362만 명을 크게 뛰어 넘으며 역대 열두 번째 1000만 영화가 됐다. 그 사이 100만 단위로 관객이 불어나는 속도 역시 각각 최단 기간을 기록했다.

지금껏 1000만 영화는 20~30대 관객이 흥행에 불을 붙이고, 여기에 중장년 관객이 가세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명량’은 달랐다. 개봉 첫 주부터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노년층까지 극장에 쏟아졌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이순신 장군이 주인공이라는 점은 흥행에 불리한 요소로도 예상됐지만, 개봉 직후부터는 여러 세대를 고루 불러모은 배경으로 풀이됐다. 

‘명량’의 배급사 CJ E&M의 윤인호 팀장은 “기존에 이순신을 다룬 소설이나 TV 드라마가 일대기를 그렸다면, ‘명량’은 명량 대첩이란 극적인 사건 하나에 집중한 점이 폭 넓은 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고 말했다. 15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해상 전투 장면을 장장 61분간 펼친 전략적 선택 역시 돋보였다.

특히 열세가 뚜렷한 상황에서 승리를 이끌어내는 이순신의 모습은 리더십에 대한 사회적 열망과 맞물렸다. “무릇 장수된 자의 의리는 충(忠)을 향해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는 대사는 지난해 연말 개봉한 ‘변호인’(양우석 감독)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못지않은 울림을 낳았다.

‘명량’의 흥행과 함께 올해 8월의 관객 수는 역대 월별 최고치인 3221만 명까지 치솟았다. 그중 절반 가량인 1553만 명을 ‘명량’이 모았다. 퓨전 사극 ‘해적:바다로 간 산적’(8월 6일 개봉, 이석훈 감독, 이하 ‘해적’) 역시 8월 관객 702만 명, 최종 관객 866만 명의 큰 성공을 거뒀다. 두 편 이상의 영화가 동반 흥행하는 쌍끌이 흥행은 최근 여름 시장에서 반복된 현상인데, 한달 관객 수가 3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올해 8월이 처음이다. 
올여름은 이른바 빅4로 불리는 대형 투자·배급사 네 곳이 모두 흥행 대결을 벌인 점도 특기할 만하다. CJ E&M의 ‘명량’,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쇼박스의 ‘군도:민란의 시대’(7월 23일 개봉, 윤종빈감독, 총 477만 명), NEW의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감독, 총 147만 명)가 그 주역이다. 이 중 ‘해무’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다른 세 편이 12·15세 관람가의 액션 블록버스터 사극인 데 반해 극한 상황에 처한 인간의 악마성을 그린 ‘해무’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박우성 평론가는 “청소년 관객의 방학 시즌인 8월에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 관객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월별 관객 수는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4월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연간 관객 수는 지난해(약 2억1335만
명)에 이어 무난히 2년 연속 2억 명을 돌파했다.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20대 배우의 바람이 분다

2014 키워드 '주연의 발견' 

20대 배우 가뭄에 시달리던 영화계에 모처럼 단비가 한껏 내렸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아울러 20대 주연 배우들의 활약이 여럿 번득였다. ‘수상한 그녀’(1월 22일 개봉, 황동혁 감독)의 심은경(20)과 ‘해무’(8월 13일 개봉, 심성보 감독)의 박유천(28)을 비롯해 독립영화에서는 ‘한공주’(4월 17일 개봉, 이수진 감독)의 천우희(27), ‘족구왕’(8월 21일 개봉, 우문기 감독)의 안재홍(28), ‘거인’(11월 13일 개봉, 김태용 감독)의 최우식(24)이 주목할 만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몇 년간 20대 배우가 첫 주연을 맡아 활약한 사례가 드물었던 것과 대조된다. 

그동안 2011년 ‘완득이’(이한 감독)의 유아인(28), 2012년 ‘늑대소년’(조성희 감독)의 송중기(29)와 ‘은교’(정지우 감독)의 김고은(23), 2013년 ‘은밀하게 위대하게’(장철수 감독)의 김수현(26)과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홍상수 감독)의 정은채(28)가 명맥을 이었다.

첫 주연 영화로 올해 두각을 나타낸 20대배우들은 상복도 푸짐하게 누렸다. ‘수상한 그녀’에서 몸은 20대 처녀이지만 마음은 70대 할머니인 오두리를 열연한 심은경은 백상예술대상 여자최우수연기상을, ‘한공주’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한 17세 여고생의 내면을 서늘하게 그려낸 천우희는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해무’에서 어선 전진호의 막내 선원 동식 역을 맡아 뚜렷한 존재감과 안정적 연기력을 보여준 박유천은 대종상 신인남자배우상을 받았다. 또 ‘거인’의 최우식은 TV 드라마에서 보여준 밝고 명랑한 이미지와 달리, 기댈 곳 없이 자란 청소년 영재를 인상적으로 연기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다. 이들의 활약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천우희는 ‘카트’(11월 13일 개봉, 부지영 감독)에서 대형 마트의 20대 비정규직으로 등장한 데 이어, 2015년 개봉할 ‘곡성’(나홍진감독)과 ‘손님’(김광태 감독)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족구왕’에서 족구를 사랑하는 복학생을 연기한 안재홍 역시 2015년 기대작인 시대극 ‘도리화가’(이종필 감독)에 출연한다. 

올해 이같은 수확을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한동안 영화 창작의 중심에서 밀려나 있던 20대가 원톱 주연으로 여럿 등장해 영화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고 말했다. ‘수상한 그녀’의 임지영 프로듀서는 “20대가 주연하는 젊은 기운의 영화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것”이라며 “기회를 얻은 신인들이 성장하여 중견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이 곧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knjesus@joongang.co.kr



2014 키워드 웃는 남자, 우는 남자 

희비 엇갈린 남자 영화

이른바 남자 영화, 남성성 강한 캐릭터를 앞세운 액션·누아르·스릴러·드라마 등은 최근 한국 영화의 주요한 흐름이다. 올해도 역시 흥행의 명암은 작품마다 갈렸다. 먼저 봄에는 ‘끝까지간다’(김성훈 감독)와 ‘표적’(창감독)이 장르 성격에 제법 충실한 완성도로 연이어 흥행 안타를 쳤다. 두 편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점도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표적’을 배급한 CJ E&M 한응수 과장은 “호쾌한 액션과 악을 응징하는 이야기에 관객이 호응했다”고, ‘끝까지 간다’를 홍보한 퍼스트룩 신보영 팀장은 “촘촘한 이야기와 흡인력 높은 연출이 흥행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어 여름에는 ‘신의 한 수’(조범구 감독)가 바둑과 액션을 조합한 독특한 구성으로 주연 배우 정우성의 흥행력을 다시 확인시켰다. 가을에는 전형적인 남자 영화는 아니지만 박해일·유연석을 투 톱으로 내세운 ‘제보자’(임순례 감독)가 관객을 모았다. 황우석 사태라는 실화를, 탄탄한 드라마와 스릴러적 구성으로 풀어내 비수기 극장가에서 비평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반면 초여름에는 제작비나 화제성에 비해 저조한 흥행 성적에 그친 남자 영화가 여럿 나왔다. 이 중 ‘우는 남자’(이정범 감독)와 ‘황제를 위하여’(박상준 감독)를 두고 황진미 평론가는 “서사의 개연성이 부족하고 감정이 과잉됐다”고 패인을 지적한다. 여성성을 지향하는 남자의 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한 ‘하이힐’(장진 감독)도 흥행 고배를 마셨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액션은 강렬했지만 과도한 플래시백 때문에 속도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가을에 개봉한 ‘나의 독재자’(이해준 감독)는 김일성의 대역 배우라는 극적인 소재로 부자 관계의 애증을 그렸지만 역시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젊은 세대는 김일성을 모르고, 중장년층 세대는 김일성에 대한 원천적인 거부감이 있다”면서 “김일성을 따라하는 아버지라는 소재에 공감할 관객층이 적었다”고 분석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2014 키워드 '에로영화'

VOD 주름 잡은 ‘젊은 엄마’

에로영화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올해(12월 21일 기준) 극장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224편 중 에로영화는 45편이나 된다. 2011년 6편, 2012년 8편은 물론이고 지난해 37편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최근 2년 연속 에로영화 개봉 편수가 부쩍 늘어난 배경에는 IPTV·디지털케이블TV를 비롯한 부가 판권 시장의 급성장이 자리한다. IPTV는 운영사마다 작품 선정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극장 개봉이 조건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대부분의 에로영화는 형식적이나마 극장 개봉을 거치는데, 부가 판권 시장의 흥행 수입이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 부가 판권 시장에서 인기를 누린 ‘젊은 엄마’가 좋은 예다. 이 영화는 지난해 8월 한 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5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IPTV·디지털케이블 TV 영화 VOD 시장에서는 올해 1~9월 사이 총 8만여 건 이상의 이용 횟수를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매월 집계하는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에 서도 9월 기준으로 12위까지 올랐다.

에로영화는 부가 판권 시장 중 모바일 VOD에서 더욱 강세다. 모바일 IPTV 업계 중 최다 실시간 채널(80여 개)과 최다 콘텐트(7만여 편)를 보유한 올레tv모바일(유료 가입자 130만여 명)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비스한 영화 가운데 매출 10위권에 오른 에로영화가 두 편이나 된다. ‘맛’(무삭제판, IPTV 2월 개봉, 경석호 감독)은 당당히 4위에, ‘밀애’(7월 24일 개봉, 김인규·김민준 감독)는 7위에 올랐다.

참고로 극장가 화제작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이 1위를, ‘인간중독’(5월 14일 개봉, 김대우 감독)과 ‘황제를 위하 여’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올레tv를 운영하는 KT 문지형 과장은 “전체 영화 매출에서 에로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레tv에선 5% 미만이지만, 올레tv 모바일에서는 10%까지 치솟았다”고 전했다. 

주요 시청자 층도 흥미롭다. 올레tv모바일에서 주로 에로영화가 포함된 ‘19금 성인영화’ 카테고리의 시청자층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이 63%로 앞서지만 여성도 37%나 된다. 세대별·연령별로 세분하면 40대 남성(23%)과 30대 남성(20%)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30대 여성(18%)과 40대 여성(11%)이 차지했다. 이어 50대 남성(10%), 20대 남성(6%), 20대 여성(5%) 순으로 나타났다. 영진위 국내진흥부 양소은 연구원은 “TV보다 모바일에서 에로영화 이용 건수가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콘텐트 접근이 쉽고 개인적인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에로영화의 제작 편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제작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젊은 엄마’의 연출자이자 제작사 밀크픽처스 대표인 공자관 감독은 “주로 6㎜ 캠코더로 촬영했던 2000년대 중반과는 달리, 최근엔 고가의 렌즈나 카메라를 사용해 제법 영화적 느낌을 살린 에로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순제작비가 보통 1억원 규모인데, 요즘은 2억원 이상 투입되는 작품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초 ‘전망 좋은 집’(2012, 이수성 감독)이 IPTV·디지털케이블 TV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게 에로영화의 부가 판권 시장 형성에 큰 자극이 됐다”고 설명했다. 영진위 집계에 따르면 ‘전망 좋은 집’은 2013년 한 해 15만7000여 건의 이용 건수를 기록, 지난해 IPTV·디지털케이블TV 영화 VOD 이용 순위 중 60위를 차지했다. 에로영화로는 유일하게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린 인기작이다. 최광희 평론가는 “비디오 대여점 시장이 붕괴된 뒤 한동안 활로를 찾지 못하던 에로영화가 IPTV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며 “최근 에로영화가 많이 만들어 지면서 시장이 과열된 상태이지만 꾸준한 수요 때문에 시장 자체는 서서히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석희 기자 mulderfox@joongang.co.kr 

영화 `겨울 왕국` 스틸컷


2014 키워드 '렛잇고'

‘겨울왕국’ 보고 또 보고

디즈니의 새로운 공주 애니메이션 ‘겨울왕국’(1월 16일 개봉, 크리스 벅·제니퍼리 감독)은 세계적으로도 수많은 관객을 사로잡았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고, 전 세계에서 13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 수입을 올렸다. 애니메이션 중 역대 1위, 실사영화까지 합해 역대 5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공주와 왕자의 로맨스 대신 공주 자매의 우애에, 왕자가 구해주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를 구원하는 공주들의 활약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은 물론, 어린 시절 디즈니의 전성기 작품을 보고 자란 젊은 여성 관객까지 사로잡았다. 배급사 디즈니의 정고은 대리는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이 즐기는 장르라는 기존 인식을 뒤집고 성인까지 관객층이 확대됐다”고 말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더빙판·자막판·싱어롱 버전, 2D·3D 등 여러 방식으로 재관람하는 열풍도 흥행을 부추겼다. 인기는 극장 밖으로도 이어져 IPTV에서 개봉하자마자 유례없는 이용 횟수를 올렸다. 국내 IPTV 중 최다 가입자를 보유한 올레tv가 11월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영화는 역시 ‘겨울왕국’이다. OST, 특히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곡 ‘렛 잇 고(LetIt Go)’의 인기도 폭발적이었다. 

방송 음원 집계 사이트 챠트코리아에 따르면 개봉 직후인 2월 한 달 동안 기록된 라디오 방송 횟수만 341회다. ‘겨울왕국’의 흥행 돌풍은 2000년대 들어 드림웍스에 밀려 고전하는 듯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흥을 알렸다. 디즈니·픽사를 이끄는 CCO 존 라세터는 지난 10월 한국을 방문 해 “‘겨울왕국’은 디즈니를 치유해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디즈니는 ‘겨울 왕국’의 뮤지컬 제작을 추진하는 한편 ‘겨울왕국’ 뒷이야기를 담은 6분짜리 단편 ‘겨울왕국 피버’(크리스 벅·제니퍼 리 감독)를 2015년 3월 북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실사판 드라마도 만들어졌다. 여러 동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TV 드라마 ‘원스 어폰 어 타임’(2011~, ABC) 시즌4의 주인공으로 ‘겨울왕국’이 채택돼 지난 9월 미국에서 방송을 시작했다.

윤지원 기자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스틸컷



2014 키워드 '아트버스터'

다양성영화의 메가톤급 흥행

올해 다양성영화 시장에선 최근 보기 힘들었던 대형 흥행작이 여럿 나왔다.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3편이나 됐다. 지난해에는 이런 성적을 낸 다양성영화가 전혀 없었고, 2012년에는 ‘피에타’(김기덕 감독, 60만 명) 한 편뿐이었다. 먼저 올 3월 개봉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웨스 앤더슨 감독)은 77만 명이 관람하며 예술영화(Art Film)와 블록버스터(Blockbuster)를 합친 신조어 ‘아트버스터’의 위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어 ‘원스’(2006)를 만든 존 카니 감독의 신작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여느 상업영화로도 ‘대박’이라고 할 만한 342만 관객을 동원했다. 전체 외화 흥행 순위 9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성적이다. 

영화에 출연한 그룹 ‘마룬 5’의 보컬 애덤 리바인이 직접 부른 OST ‘로스트 스타즈(Lost Stars)’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외화만 흥행 홈런을 친 것은 아니다. 11월 말 개봉한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진모영 감독)의 폭발적인 흥행이 그 예다. 다양성영화에서 이런 대형 흥행작이 나오는 배경에는 달라진 배급 규모가 있다. CGV아트하우스 이원재 과장은 “개봉 전부터 흥행 가능성이 엿보이거나, 개봉 후 관객 점유율이 높아지면 일반 상영관까지 적극적으로 내주는 추세”라고 전한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186개에서 개봉해 최대 스크린 수가 806개까지 늘어났다. 올해는 특히 밝고 따뜻한 감성을 내세운 다양성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 

‘비긴 어게인’홍보를 맡은 올댓시네마 김태주 실장은 “액션·스릴러·판타지 등 장르적 특징이 두드러지는 상업영화 대신 ‘비긴 어게인’ ‘그녀’(스파이크 존즈 감독) 등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성영화를 찾는 관객이 많았다”고 말한다. 

김나현 기자

영화 `인터스텔라` 스틸컷


2014키워드 '크리스토퍼 놀런'

놀런도 놀란 ‘인터스텔라’ 1000만 관객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가족애 SF ‘인터스텔라’(11월 6일 개봉)는 한국 극장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아바타’(2009, 제임스 캐머론 감독) ‘겨울왕국’에 이어 외화로서는 세 번째 1000만 관객 고지에 이르렀다. 12월 21일까지 관객 수는 993만 명이다. 할리우드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인터스텔라’의 한국 흥행 수입은 7100만 달러로, 전 세계 흥행 수입의 11.2%를 차지한다. 북미(27%), 중국(19.2%)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성적이다. 인구 규모로 따지면 사실상 한국에서 가장 흥행이 잘된 셈이다. 미국에서는 개봉 첫 주부터 한 번도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한국에서는 개봉 직후부터 4주 동안 1위를 지켰다. 

아이맥스 관람 열풍도 놀라웠다. 아이맥스 상영관의 표가 일찌감치 동나 인터넷에 암표까지 등장했다. 아이맥스 상영관을 보유한 멀티플렉스 체인 CGV 김보람 대리는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객석 점유율은 평균 74%로 올해 아이맥스 상영작 중 최고치”라고 전했다. ‘인터스텔라’의 아이맥스 상영은 12월 2일 종료됐다가 관객 요청에 힘입어 8일부터 이틀간 전국 11개 상영관에 재입성했다. 놀런 감독을 향한 국내 관객의 특별한 애정도 흥행을 부추겼다. 

‘배트맨 비긴즈’(2005) ‘다크 나이트’(2008)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로 이어지는 ‘다크 나이트’ 3부작과 ‘인셉션’(2010)을 통해 국내 관객 사이에 크리스토퍼 놀런감독의 견고한 팬덤이 생겼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다크 나이트’ 3부작으로 놀런 영화의 품질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 상태에서 ‘인터스텔라’는 개봉 전부터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냈다”며 “개봉 이후에는 과학 이론에 대한 풍성한 담론이 쏟아져 관객을 극장으로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전작부터 이어져온 가족애를, 하드 SF영화(Hard SF·정밀한 과학 묘사가 돋보이는 SF영화)에서 깊이 있게 다룬 점도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윤지원 기자

영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스틸컷


2014 키워드 '마블'

진격의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 영화, 그중에도 마블 만화가 원작인 영화는 올해 극장가에서 골고루 흥행 성공을 거뒀다.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조 루소·안소니 루소 감독)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브라이언 싱어 감독)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마크 웹 감독) 같은 속편은 물론, 원작과 캐릭터 모두 낯선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제임스 건 감독) 역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속편의 성공에는 마블의 ‘따로 또 같이’ 전략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 김봉석 평론가는 2년 전 ‘어벤져스’(2012, 조스 웨던 감독)의 국내 흥행 성공을 중요한 계기로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 원래 인기가 많았던 아이언맨에 더해 이 영화에 함께 등장한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 다른 마블 캐릭터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 관객이 마블 유니버스(마블 스튜디오의 수퍼 히어로들이 공유하는 가상 세계)에 친숙해졌고, ‘어벤져스’에 나온 캐릭터의 개별 시리즈 영화 역시 ‘볼 만한 수퍼 히어로 영화’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일례로 ‘어벤져스’ 이전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 1편인 ‘퍼스트 어벤져’(존 조스톤 감독)가 51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친 반면, 올해 개봉한 2편 ‘캡틴 아메리카:윈터 솔져’는 396만 명이 관람했다.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역시 마블 브랜드에 힘입어 ‘엑스맨’ 시리즈(2000~ ) 사상 가장 큰 흥행 성공을 거뒀다. 마블이 ‘어벤져스’ 시리즈의 속편인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년 개봉 예정)의 일부 장면을 지난 4월 서울에서 촬영한 것도 마블 브랜드와 캐릭터에 대한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층 높였다. 

김나현 기자

2014 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책 10권

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412262129455&code=960205

2014년 12월 26일, 경향신문, 정원식 기자


[2014 경향신문 선정 올해의 책]먹먹한 세상에 ‘죽비’를 들고, 갈 길을 들려주다

‘단군 이래 불황’이라는 출판계의 한숨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난달 21일 시행된 새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 판매가 더욱 부진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복합적인 사고와 통찰력을 소망하는 이들에게 책은 대체불가능한 지적 근력의 원천이다. 한 해 동안 경향신문에 소개된 책들 가운데 시의성·충실성·참신성·화제성을 평가해 오래 곁에 두고 읽을 만한 책 10권을 선정했다.


▲ 단속사회…엄기호 지음 | 창비
살아남으려 자신을 착취하는 시대상 적확히 해부

올해 서점가에는 한국 사회의 단면들을 해부한 ‘○○사회’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단속사회>는 그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하다. 저자는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는 뜻의 ‘단속(斷續)’ 개념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을 해부한다. 사람들은 한편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과잉연결’돼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취미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차단한다. 그 결과는 ‘공적인 것’의 소멸이다. “낯설고 모르는 것과 부딪치고 만나며 경험을 확장하고 갱신하고 통합하며 자신의 삶의 서사적 주체가 되려는 개인의 성장은 불가능해졌다. 그 대신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면 미친 듯이 자기를 소진해가고 그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무기력하게 널브러지는 것을 무한반복하게 된다.” 저자의 이 말은 공적 합의를 통한 미래 전망 모색이 불가능해 보이는 사회에서 개인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착취하는 시대상을 적확하게 요약하고 있다. 관계의 단절은 곧 사회의 붕괴임을 강조한다.


▲ 21세기 자본…토마 피케티 지음·장경덕 외 옮김 | 글항아리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핵심적 모순’임을 실증

올해 초 미국 서점에서 이 책이 동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출간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학자들은 물론 정치인들까지 저자 토마 피케티 교수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을 내놨고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와 증세 문제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지난 9월 저자의 한국 방문을 정점으로 <21세기 자본>은 ‘피케티 현상’을 낳았다. 820쪽에 달하는 경제 서적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자본주의의 핵심적 모순이라는 그의 주장은 새롭지 않다. <21세기 자본>은 이 익숙한 이야기를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3세기에 걸친 자료 분석을 통해 실증했다는 점에서 강력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저자가 주장한 누진적 소득세 강화나 글로벌 자본세 도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다. 그러나 충실한 자료 분석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결합한 완성도 높은 저술은 아카데미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큰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모범적으로 입증했다. 


▲ 바른마음…조너선 하이트 지음·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가치의 다원론… 진보에게 도덕적 기반 확충 조언

지난여름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싸가지 없는 진보>는 진보의 오랜 딜레마를 건드리며 적잖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문제의식은 ‘진보의 문제는 능력이 아니라 품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데, 조너선 하이트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싸가지 없는 진보>보다 먼저 출간된 이 책에서 비슷한 주제를 더 깊이 다뤘다. 저자는 가치의 다원성을 주장한다. 사람은 심정적으로 설득되지 않으면 논리적으로도 설득되지 않는다. 진보가 흔히 빠지는 ‘바름’에 대한 강박은 “세상에는 하나 이상의 도덕적 진실이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만든다. 진보주의자는 희생자들의 피해와 고통, 공평성 여부에 도덕적 가치를 둔다. 반면 보수주의자들은 충성심, 권위 같은 것들에 도덕적 무게중심을 둔다. 저자는 진보에게 도덕적 기반을 좀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는 미국 진보주의자들에게만 해당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인류학, 심리학, 뇌과학, 진화론 등 다방면의 연구를 아우른다.


▲ 사회주의 100년 1·2…도널드 서순 지음·강주헌 외 옮김 | 황소걸음
좌파들이여, 서 있지 말고 다시 사회변혁을 꿈꾸라

책은 ‘20세기 서유럽 좌파 정당’의 100년 역사를 다룬다. 서유럽 좌파 100년 역사는 지속적인 쇠퇴의 역사다. 저자는 “(사회주의자들은) 자본주의와 경제성장, 그것이 줄 수 있는 번영이 필요하지만 자본주의는 사회주의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로 현재 좌파가 처한 어려움을 요약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만히 있는 게 답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좌파 정당들은 수세에 몰린 채 새로운 비전을 거의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방어 전략은 일시적일 때만 통한다. 정치의 핵심은 이기는 것이지 가만히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 역사학자 도널드 서순은 2년 전 출간된 5권짜리 <유럽 문화사>로 이름을 알렸다. <유럽 문화사>에서 입증된 매끄러운 문장력과 방대한 주제를 명쾌하게 풀어나가는 그의 능력은 1·2권 도합 1800쪽에 달하는 방대한 저작 <사회주의 100년>에서도 빛을 발한다. 2008년 출간된 제프 일리의 <The Left 1848~2000> 이후 좌파 역사를 다룬 책으로는 최고의 역작이다.


▲ 깊은 마음의 생태학…김우창 지음 | 김영사
‘근원적 원근법’ 상실한 한국 사회의 부박함 질타

우리 시대의 대표적 석학으로 평가받는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사상적 행로는 ‘심미적 이성’에서 2000년대 이후 ‘마음’으로 이동했다. <깊은 마음의 생태학>은 80세를 바라보는 그가 미학과 철학, 문학과 사회, 세계와 실존의 문제를 아우르는 자신의 넓은 사유를 ‘마음의 생태학’이라는 열쇳말로 집약한 책이다. 그는 “오늘의 삶에서 우리가 잊어버린 것은 일체의 깊이에 대한 감각”이라며 ‘근원적 원근법’을 상실한 한국 사회의 부박함을 질타한다. “튄다는 말은 매우 상징적인 말이다. 깊이와 뿌리가 없는 곳에서는 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된다. 그것은 단명하고 천박한 삶의 파노라마를 이룬다.” 결론을 향해 직진하는 대신 수없이 상충하는 견해들을 모두 검토하며 자신의 생각을 신중하게 드러내는 그의 글쓰기는 여전히 까다롭고 난해한 느낌을 주지만, 지난 세월 지성의 깊이를 향해 내디딘 그의 쉼없는 걸음은 한국 지식사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아우르는 깊은 사유의 세계가 펼쳐진다.


▲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스티븐 핑커·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지금 우린,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심리학자이자 인지학자인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교수는 두꺼운 책만 내놓기로 유명한 저자다. 대표작 <빈 서판>은 901쪽,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962쪽이었다. 전작들의 성과를 집대성해 인간 본성의 과학을 밝히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1400쪽이 넘는다. 책은 ‘과거보다 현대가 폭력적이다’는 일반적인 통념을 반박한다. 우리는 흔히 1차 세계대전 당시 1500만명이 사망했고 불과 20여년 뒤에는 또 다른 세계대전이 일어나 그 몇 배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떠올리며 20세기가 가장 폭력적인 세기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핑커는 “기나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폭력이 감소해 왔고, 어쩌면 현재 우리는 종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에 직관적으로 동의하기 힘든 사람이라도 책에 등장하는 100개가 넘는 표와 그래프, 저자의 집요하고 방대한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쉽사리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려워진다.


▲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와타나베 이타루 지음·정문주 옮김 | 더숲
부패하지 않는 돈은 세계의 건강성 파괴한다

올해는 유난히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책이 풍성했다. 화제성에서는 <21세기 자본>이 압도적이었지만 가독성의 측면에서라면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일본의 오래된 시골 마을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마흔넷의 와타나베 이타루는 자신이 시골빵집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굽고 있다고 말하는 남자다. 그가 주창하는 경제는 ‘창조경제’도 아니고 ‘혁신경제’도 아닌, ‘부패(하는) 경제’다. 모든 물질은 ‘발효’와 ‘부패’를 통해 시간과 함께 모습을 바꾸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인공배양된 이스트를 사용하는 빵과 부패하기는커녕 이자를 통해 점점 몸을 불려가는 돈은 예외다. 부패하지 않는 빵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듯 부패하지 않는 돈은 삶과 세계의 건강성을 파괴한다. 자본주의와 빵을 연결하는 발상이 절묘한데 저자 자신의 체험을 발효시킨 이야기여서 조금도 억지스럽지 않고 생생하게 전달된다. 천연균을 연구하는 할아버지, 마르크스에 탐닉했던 아버지에 이은 3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 눈먼 자들의 국가…박민규 외 지음 | 문학동네
작가들이 본 세월호… 문학의 힘·존재 이유 보여줘

올해 공적 관심을 모은 그 어떤 사고도 세월호 참사보다 더 비극적이진 않았다. 김애란·김행숙·김연수·박민규·진은영·황정은·배명훈 등 문인들과 평론가, 학자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쓴 글들을 모은 이 책은 출간 일주일 만에 3만부를 찍어 종합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올랐다. 이 중 진은영·박민규 등의 글이 처음 게재됐던 ‘문학동네’ 가을호는 문학 계간지로서는 이례적으로 매진되기도 했다. 작가들은 건조한 언론 기사나 논객들의 날카로운 주장으로는 담지 못한 시민들의 참담한 내면을 작가들만이 쓸 수 있는 섬세한 언어로 표현해냈다. 작가들은 인세 전부를, 출판사는 판매 수익금 전부를 기부했다. 가격도 기존 같은 분량 책의 절반 가격인 5500원으로 매겼다. <눈먼 자들의 국가>는 문학이 갈수록 왜소화하고 문학작품의 판매가 부진한 시대에 문학의 힘과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 김연수 작가는 말한다. “역사는 스스로 나아진 인간들의 슬기와 용기에 의해서만 진보한다.”


▲ 축구의 세계사…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서강목 외 옮김 | 실천문학사
축구 예찬… 그러나 그 사랑을 돈으로 살 수는 없다

스포츠 가운데 전쟁과 가장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있는 축구는 승리를 위해 맨몸으로 벌이는 투쟁의 매혹을 아무런 윤리적 부채감 없이 체험할 수 있는 스포츠다. 전 세계 인구 6분의 1이 직접 축구를 한다. <축구의 세계사>는 1200쪽이 넘는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그 덕분에 축구와 정치, 축구와 돈의 관계에서부터 세계축구연맹(FIFA)의 부패, 한국 축구의 성과까지 다루지 않는 주제가 없을 정도로 포괄적이다. 특히 저자의 균형 감각이 돋보인다. 영국의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축구에 대한 설명 없는 세계사도 불완전하고 근대사회의 정치·경제·사회사를 보여주지 않는 축구사도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축구에 대한 사랑을 예찬하면서도 그 사랑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지 않는다. 축구를 더 깊이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든, 올해 ‘홍명보호’를 둘러싼 온갖 잡음에 짜증이 난 나머지 축구의 어두운 이면을 파헤치고 싶은 사람에게든 모두 쓸모 있는 책이다. 


▲ 여자 없는 남자들…무라카미 하루키 지음·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과도한 선인세 논란 불구하고 ‘하루키 파워’ 입증
하루키의 단편집으로는 오랜만에 출간된 책이다. 표제작을 비롯한 7편의 작품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들’ 혹은 ‘떠나보내려 하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몇 년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는 해외 저자에 대한 한국 출판사들의 과도한 선인세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지난해 출간된 그의 장편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는 발간 첫날 국내 대형서점에 독자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을 연출해 큰 화제를 모았으나 실제 판매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책을 낸 출판사가 지난해 적자를 낸 원인 중 하나가 하루키에게 지급한 높은 선인세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하루키 파워’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여자 없는 남자들>은 출간 직후 계속해서 종합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해 하루키의 위력이 여전함을 입증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작가다.

한국형 장기침체, 스타트렉 존, 박종규, 성태윤, 안동현, 이동걸, 전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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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www.hankookilbo.com/v/6b8d6574ca564f72bca8f56075de7421

한국일보 2014년 12월 30일, 김진주 기자 보도


"한국형 장기 침체 이미 시작… 스타트렉 존 온다"

전문가 5명, 2015 경제 진단


소비·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과거 11번 중 회복세 가장 미약
저금리에 가계 빚 늘어 위험, 미국 독자 성장 계속될 땐 최악
우리 경제가 과거 일본이 겪은 장기침체 국면에 이미 접어들었다는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나왔다. ‘일본식 장기침체’ 답습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지만 이미 ‘한국형 장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학자들은 또 내년 세계 경제가 각국의 상반된 경제상황과 맞물려 지금까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스타트렉 존’(영화 스타트렉에서 탐험하는 미지의 영역)이 될 것이라며 자칫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29일 홍종학(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 주최로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2015 한국경제, 디플레이션인가 장기침체인가’ 좌담회에 참석한 박종규(이하 가나다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교수, 안동현 서울대 교수, 이동걸 동국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 경제학자 5명은 최근 국내외 경제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좌담회 전문보기)
우선 국내 경기상황의 심각성. 박종규 연구위원과 성태윤 교수는 “한국형 장기침체가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위원에 따르면, 1972년 이후 반복된 11번의 경기 회복기 중 201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의 경기 회복세가 소비, 설비투자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미약한 수준이다. 박 연구위원은 “장기침체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아니라, 회복기에 못 올라가고 하락기에 뚝 떨어지는 걸 반복하면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라며 “일본 역시 1991년부터 시작된 장기침체를 1997년쯤에야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장기침체와 더불어 디플레이션 역시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도 20년 장기불황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던 시기는 절반 정도였다. 당장 물가상승률이 플러스 상태이니 디플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상황 판단을 호도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특히 안동현 교수는 “스타트렉 영화가 시작하면 ‘사람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곳으로 간다’고 얘기하는데 전문가들은 바로 내년을 ‘스타트렉 존’이라고 한다”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저성장 등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홀로 회복세에 있는 미국과 나머지 국가들 사이의 상호작용 결과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국 경제가 나머지 국가들을 견인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반대로 미국마저 나머지 나라들의 불황에 휩쓸릴 경우 최악의 상황이 올 텐데, 이 역시 가능성은 낮게 봤다. 가장 현실성이 높은 건, 미국이 여타 국가 상황과 선을 그은 채 홀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시나리오다. 이럴 경우 우리 경제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게 안 교수의 주장이다.
학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려면 근본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교수는 “가계부채 같은 구조적 취약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미국, 중국 등 경제대국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성인 교수는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년층 빈곤을 어떻게 해결하고 젊은 층의 생계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비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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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hankookilbo.com/v/3b07afe5c5124d83884ea4290a1676d8

[현장메모]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2015년 한국 경제


29일 오전 내로라하는 경제학자들이 국회의사당 제1소회의실에 모였다. 내년 한국 경제를 전망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주제 자체가 이미 우울하다. ‘2015년 한국경제 디플레이션인가 장기침체인가.’ 주제 어디에도 장밋빛 전망을 찾아볼 수 없다. 경제학자들의 얘기를 들어 봤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참석자: 성태윤 연세대 교수,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안동현 서울대 교수, 이동걸 동국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가나다순)

①세계경제 흐름
▦성태윤
-저유가로 미국은 잘 나가는데 개발도상국은 위기. 러시아 등은 국가부도상태.
=세계경제가 이원화 돼있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국내 경제 사정을 반영해 이뤄져. 다른 국가들의 상황은 크게 고려되지 않아.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일정 부분 회복이 이뤄졌다면 대응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 어려워. 개별 경제주체로서 위험 관리해야 해. 하지만 개별경제주체의 위험관리 형태는 거시경제 전반으로는 취약성을 높일 것. 이 문제를 막기 위한 정부와 한국은행의 적극적 정책이 필요해. LTV DTI 완화 반대했어. 이 두 가지 완화하면 이런 정책 할 수가 없어. 금리를 대폭 인하로 인플 기대를 심어주면서 추가적인 부채가 남발될 가능성이 있어. LTV DTI를 추가로 강화하기는 어렵다고 해도 계속 유지하면서 금리로 인해 이득을 얻는 계층도 있지만 금리 부담으로 각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주택담보대출. 이들의 부담을 완화시켜야 해.
▦이동걸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저유가로 자원국의 성장동력이 떨어져 안 좋은데 미국은 잘 나간다. 양극화 지적. 미국도 그렇게 좋지 않아 사실. 성장률만 좋아. FED에서 발표하는 MEAN INCOME, 2007년 이후 평균가계소득은 떨어졌다가 2010년 이후 조금 회복. 하지만 MEDIAN INCOME은 2007년 이후 회복 안되고 있음. 가계 전반에 대해서는 소득 회복 되지 않고 있고 고소득층에서만 회복. 괴리가 있음. 이건 5분위에서는 소득 상승, MEAN과 MEDIAN의 괴리 발생. 하지만 1~4 분위 즉 나머지 80%에서는 중위 소득과 평균 소득이 계속 하락. 미국가계 대부분에 대해서는 경기회복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것. 최상층의 10% 20% 5%에 집중되고 있는 것. 결국 미국 경기 회복이 끌고 가는 것도 한계가 있다.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은 취약하다고 본다


▦안동현
=미국 경제 자체에 대해서도 상당히 좋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지속 가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국 내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2008년에 금융 부분에 있어서의 부실을 실질적으로 FED가 넘겨 받은 것. 미 중앙은행이 민간보다 효율적인지도 의문. 2007년에 FED에 자본금 대비 총 부채를 보면 22의 1. 이게 17배까지 늘어남. 일반 은행처럼 평가를 했다고 하면 이미 도산. 이걸 급격하게 줄일 수 밖에 없는 상황. 과연 그렇게 줄였을 때 미국 자체에서 민간 부분에서 소비를 통해 5~4% GDP 성장을 보일 수 있느냐는 의문. 올해 다보스 포럼 주제는 경제성장의 대부분의 몫이 일부 부자들에게만 간다는 것. 미국은 경제회복의 95%가 상위 6%. 그 정도로 시스템 자체가 문제. 너무 풀어도 실질적으로 소비 진작이 아니라 다른 시장으로 넘어감. 옛날엔 경기 회복은 조준사격. 지금은 기관총 난사해서 아무거나 맞길 바라. 우리나라도 그런 통화정책 폈었어 한 때. 내년엔 세 가지 시나리오 있다.
1. 누가 더 중력이 세냐의 싸움. 미국이 비미국을 견인하면 좋아. 하지만 쉽지 않아. BDI 지수가 역대 최저. 올해 초 약간 반등하나 싶더니 완전히 주저 앉았어. 미국은 경기 회복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 성장 견인 어려워.
2. 최악의 시나리오. 비 미국의 경기침체가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 가능성은 낮아. 미국 자체의 경기회복이 견고하지 않아. 실업률은 6% 이하. 하지만 비정규직을 제거하고 보면 여전히 23%로 나올 정도로 정말 회복인가 의문
3. 가장 가능한 시나리오. 미국은 미국대로 가고 줄을 잘라버리는 것. 어느 쪽이든 1시나리오가 가능하면 끌어가면 그래도 우리나라 경제는 올해나 작년이나 비슷해질 것. 여전히 사간은 오래가지만 이게 나아. 걱정은 같이 경기침체나 줄을 끊어버리면 상당한 충격이 오게 될 것. 이건 우려.

▦전성인
=모든 걸 감안해도 유가하락은 우리 경제에 그나마 선물이라고 본다. 내년도 세계경제 상황은 환율과 금리 정책을 어떻게 할 것인가. 내년에 만약 정부가 금리를 올린다면 어떤 이유에서건, 정신 못 차리고. 그러면 가계부채 문제가 상당히 현재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할 것. 성 교수가 강조했듯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위해서도 그 전제 조건으로 가계부채 정책을 펴야 해. 야당은 대선 때 피에타 삼법 가지고 했어. 가계부채 문제를. 안철수는 2조원의 진심펀드를 해서 파산자들이 집 팔고 뿔뿔이 흩어져야 하니까 보증금 도와주겠다고 했어. 박 정부는 가장 셌어. 20조원의 국민행복기금 조성해서 부채를 사서 최대 70%까지 빚을 탕감해주겠다고 했어. 하지만 2013년에 출범한 기금에는 정부가 1원 한 푼도 추가로 넣지 않았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회수해서 했지. 결국 채권추징기관으로 했어. 나는 내년에 진짜 공약 이수하라고 말하고 싶다. 20조원 이수하고 청산가치만큼 받고 나머지는 불태워라. 그게 애초 기금의 취지였다. 사실 금융기관 입장에서 청산가치 받으면 땡. 채무자는 그 이상 줄 수 없다. 정부가 그 사이에 약간의 돈을 넣어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해. 총량관리 이런거 말 하지 마. 이제는 그거 안하면 안될 정도로 몰렸다고 본다. 두 번째는 돈 안 걷고 뭘 하려는 생각 해서는 안 돼. 돈을 안 걷고 뭘 하는 건 젊은 세대에게 빚을 넘기겠다는 것. 돈 걷어야 해. 야당이 왜 이렇게 비겁한 지 모르겠다. 조세 얘기 나오면 바들바들 떨어. 돈을 걷어야 해. 많은 사람들이 부가세 말하지만 나는 세대 갈등을 생각하면 결국. 노년층이 경제적으로 자산계층이지만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제도가 엉망. 거의 저축을 못했어. 교육 과소비 때문에. 저축 없이 은퇴하고 극빈층 전락. 나이든 사람들은 빌딩 세 개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퇴직금 5,000만원 받고 길거리 나앉은 사람도 있어. 빈부의 격차는 청장년 층 격차보다 노년층이 더 심해. 복지를 하려면 노년층 복지가 들어가야 해. 가만 두면 세금을 올려서 하면 현재 세금을 올리면 일하는 사람에게 걷는 것. 채권은 자녀들에게 빚. 난 현재 자산가에게 택스해야 한다고 생각. 계층적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나이 든 사람들. 계층 내 소득불균형 부의 불균형 해결에도 도움이 돼. 성장 동력을 가진 청 장년층 보호에도 이게 필요. 어르신 세 등을 해서 부자에게 세금 매겨 극빈층 노인층 그 주장을 야당이 해야 해.

▦박종규
=저유가가 되니 우리나라에 소비자물가가 낮아진다고 한다. 가뜩이나 1%후반인데 이러다가 마이너스가 되는 게 아닌가 하며 디플레 맞으면 큰일이니 금리 내리자고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 저유가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굿 뉴스. 기름값이 낮아져서 물가 지수 하락이 걱정된다면 에너지 관련 공기업 공공요금을 더 많이 받으면 된다. 전기료를 낮추는 게 아니라 조금 들 낮춰. 공기업 부실의 주 요인이 고유가 시절에 받아야 할 것 을 안받아서 그래. 그래서 이때는 이용해서 물가지수 마이너스도 회복하고 공기업 부채도 해소. 디플레도 아무 때나 오는 게 아냐. 1900년대 이후 선진국 디플레 사레가 별로 없어. 1920년대 말 대공황 그리고 일본. 어느때나 버블이 대폭락 했을 때 온다. 국민들이 총수요가 극히 낮아졌을 때 그 때 디플레. 총수요의 지속적인 부족으로 물가가 낮아져 오는 디플레. 일본도 버블 붕괴 닛케이 정점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부동산은 15년에 걸쳐 3분의 1로 떨어져. 그 이후 오는게 디플레. 유가가 떨어져 유가지수 마이너스는 일시적인 것.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이 아냐. 디플레가 된다고 해도 금리를 낮추면 해결되냐? 우리나라는 구조상 그게 어렵다. 우리나라도 그런 구조. 금리를 낮추면 돈을 많이 빌려가서 수요를 살아나길 기대한다는 건데 금리를 낮춰도 투자 더 되겠냐고. 2008년부터 우리나라는 소득에 맞춰 소비. 옛날에는 처분가득 소득이 있으면 소비를 했는데 요즘은 안 그래. 이제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억누르고 있어. 더이상 빚을 내도 소비가 살아나지 않아. 쓸데없이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 가계부채 해소 본격화 할 때 금리를 내려야지. 탕감은 안 돼. 본인이 빚을 낸 걸 탕감을 해주는 건 안 돼.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 무분별하게 빌려준 금융기관도 책임 져야 해. 미국 더 프랭크 법을 보면 빌려주고 못 받으면 은행 책임. 빌려주고 못 받으면 은행 책임 사건에 대한 책임소재를 가려가면서 하는 게 제대로 된 정책. 빚탕감부터 먼저 얘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②한국경제 진단
▦박종규
=내년부터는 언제 어떤 위기가 올 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존재. 그래서 정말 잘해야 해. POST CRISIS. 일본식 장기침체네 뭐네 하지만 나는 '한국형 장기침체'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 장기침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느냐는 소극적인 식으로 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1972년 이후 우리나라 경기 사이클이 통계청에서 발표. 아직 최종적인 통계청 발표는 없었지만 저점이 2012년 4분기일 것. 이후 지금까지 미약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음. 2012년 4분기 이후 이렇게 경기 회복세가 미약할 수가 없어. 소비도 70년대 이래 경기 회복기에 소비가 이렇게 부진한 적이 없음. 굉장히 부진. 설비투자도 바닥. 72년 이후 11번의 경기회복에서. 경기사이클을 가볍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장기침체라는 게 어느 날 갑자기 경기가 와장창 무너지고 실업자가 쏟아지는 게 아님. 일본의 경우 올라갈 때 별로 못 올라가고 내려갈 때 세게 내려가는 미약한 사이클이 몇 번 지나가면 10년이 된 것. 일본도 장기침체가 빠진 지 스스로 몰랐어. 지나고 보니 97년 쯤 '이상하다' 하다가 알았어. 91년에 시작된 건데 4분의 3까지 갔을 때 깨달음. 경기사이클이 이렇게 미약한 우리 모습을 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 뭔가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야 해. 우리는 이미 한국형 장기침체 한 복판에 와 있다. 어떻게 하면 이걸 빠져나올 것인가 적극적으로 정책 펴나가야 해. 옛날에 하듯 하면 헤어나올 수 없다.
▦성태윤
=디플레이션이고 장기 경제침체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일본과 우리나라. 일본이 장기침체에 들어간 것을 한참 뒤에 알았다고 하지만 디플레이션도 그렇다. 상당기간 진행된 이후에 깨달음. 버냉키가 프린스턴 교수 시절 2002년도 발표한 논문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 장기적인 구조 문제와 통화정책에서 본 문제. 현재 한국에도 상당부분 의미가 있다. 통화정책과 디플에 대해 얘기할 때 구조개혁에 대해 많이 얘기해. 통화정책이 갖고 있는 의미도 잊지 말아야 해.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디플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해.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행정부의 노력도 중요. 한국은행이나 중앙은행에서는 구조 개혁 외침. 행정부 경제팀에서는 통화정책 얘기해. 구조개혁의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정책 집행자들에게 요청.

▦안동현
=내가 볼 때 2015년에는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 해. 전문가들은 내년을 '스타트랙 존'이라고 한다. 스타트랙 영화가 시작하면 '사람이 한 번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간다'고 얘기하는데 같은 의미. 미국과 비미국간에 경제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 다양성이 생길 것. 그리고 일전에 보지 못했던 저성장이 발생할 것. 지금까지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그런 상황이 올 것으로 본다

▦이동걸
=현 경제상황을 보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 내년에는 위험이 좀 더 커질 것. 글로벌 위기가 난 이후 세계적으로 우리가 이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사실 극복된 게 아무것도 없어.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재정적자와 유동성으로 인해 현상적으로는 위기를 풀었지만 잠재적 혹은 근본적인 것은 해결되지 않았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 다음에 위기가 발생하면 정부의 위기대처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때는 정말 붕괴소용돌이로 들어갈 것. 다음 위기에서는 선진국의 이용대상이 될 수도 있음. 이런 것도 감안해서 대비해야 하지만 아직 대비가 없는 게 위험요인.

▦전성인
=현재까지 나와있는 전망은 세 개. KDI 한은 국회예산정책처. 예산편성을 하느라 기재부가 짰던 전망도 있다. 그 중 한은, 기재부는 뻥튀기. KDI는 좀 짜긴 하지만 그나마 잘 맞아. 한은 기재부의 전망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 숫자 부풀리기라고 생각한다. 재작년의 작년 등을 보면 말이 되지 않아. 1~2%포인트가 차이나. 이건 전망이 아냐. 물가 예측 그리 어렵지 않아. 기재위 국회의원들은 최 부총리와 한은총재 오셔서 물어봐야 해. 이거 제대로 한 건지. 내년 전망치도 이번 전망치 보다 떨어질 것이라 장담.

③구조적 위기 분석 ㆍ대안
▦박종규
=우리경제가 여지가 없는가. 인구 고령화 문제 때문에 경제 활력이 줄어든 건 맞아. 여지가 있는데 우리가 찾아내지 못하면 안 돼. 여지가 없으면 할 수 없어. 여지가 있다고 본다 나는. 우리 경제는 활력을 잃은 가장 큰 요인은 두 가지. 구조적 원인. 하나는 임금없는 성장. 상용근로자 평균 임금이 정체. 볏단을 낫으로 자른 것처럼. 7년째 이렇게 오랫동안 실질임금 정체가 된 적이 없었다. 평균 근로자들이 7년간 살림살이 나아지지 않았어. 평균적 노동생산성은 계속 올라가. 이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08년 이후. 이걸 임금없는 성장이라고 본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가장 심각. 실질 임금 정체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노동부분을 절약. 기업 수익선 대폭 개선. 2008 9 10. 국내외적인 경제가 최악이라면서도 우리나라 기업의 처분가능 소득을 엄청나게 증대. 2006년에는 중반정도 였던게 2008 2009년을 거치면서 OECD 2위. 1위는 일본. 부동의 1위. 우리나라는 실질 임금 정체. 일본은 97년부터 하락. 가계 실질임금이 지금도 하락. 일본 경제 장기불황의 핵심. 그 돈이 실물로 흘러가지 않아서 돈 풀어도 소용 없어.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투자를 해야 하는데 안하고 배당도 안해. 이자소득은 낮아져 배당소득도 낮아져. 임금배당이자 이게 다 정체 혹은 낮아지는데 일부 기업은 눈부시게 좋아져. 서로 선순환이 안돼. 낙수효과 없어. 피케티의 잘 살고 못살고의 문제가 아니라 . 진보 보수의 이슈 아냐. 공통의 이슈. 기업들은 돈이 많아 좋다고 하고 가계는 기업이 저축한 돈을 빌려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어. 초이노믹스의 잘한 점 하나는 기업소득환류세제. 그런데 이게 좀 약해. 하지만 이게 다가 아냐.자꾸 찾아야 해. 기업들이 저축을 지나치게 많이 해. 내가 제안하는 건 기업들 소득이 자꾸 늘어나니까 이걸 운용할거잖아. 운용을 통해 얻는 소득을 법인세로 매겨서 최고 세율이 22%밖에 안돼. 기업들이 돈을 운용해야 하니까 혜택을 준다는 건데 지금은 너무 많이 줬어. 그래서 가계는 말라 죽어. 가계가 저축을 많이하면 금리 낮춰서 인센티브 줄이듯 기업들이 금융 자산을 굴려서 얻는 이익에 대해서는 영업이익과 분리해서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

▦이동걸
=97 98년도 일년동안 청와대에서 일했다. 구조조정 작업 하면서도 외국인 투자가들이 많이 옴. 이들이 오면 적어도 청와대 국장급은 만나고 갔어. 일년간 100여명 만났어. 이들이 물어보면 '아직까지 대한민국 재정은 튼튼하다 돈을 투입할 능력이 있다'고 했어. 하지만 지금은 정부도 능력이 없다. 점점 취약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져 그부분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 더 많이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것. 54페이지. 가계는 돈이 없어 못 쓰고 기업을 쓸 데가 없어 못 써. 구조적으로 개선돼야 하는 상황. 우리가 가계소득의 비중이 70~ 였는데 지금은 60% 이하. 여러 요인에 의해 경기침체. 경기가 좋아지면 뒤쳐지는 섹터가 있다. 이들이 성장 발목 잡아. 그래서 앞으로의 핵심은 기업 성장동력도 높여야 하지만 다음 핵폭탄은 가계부채. 이 중에서도 핵심은 자영업자와 고령층의 가계부채 문제. 10년 뒤에 터질 것. 시간이 지날 수록 가계들의 새로운 부채가 늘어나고 있음. 2010년에는 59.8%가 빚을 보유했는데 이후에는 더 늘어. 소득 1,2분위는 먹고살 수 없어. 부채/가처분 소득비율도 160으로 박 정부가 보지만 실상은 더 심해.
=핵심은 이런 요인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남아있어서 경제가 안 풀려. 가계소득은 늘어도 지출은 늘지 않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빚이라도 들 갖고 보자는 추세. 그래서 경제는 안 살아 나는데 저소득층의 부채는 더 심해져. 결국 국가 위기대처 능력, 재정관여 필요. 지금세대 증세에서 사용해야지 미래세대에게서 빨아들여 위기를 더 키운다면 미래세대가 위험해질 것. 기업저축 낮춰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전에 기업이 너무 많이 가져가는 것부터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게 많은 돈을 쌓은 돈이 원래 가야 할 곳에 가는 게 맞는 듯. 가계부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면서 우리 경제 밑금림에 있는 것들이 제대로 하도록 해야 해. 그게 정부의 역할.

▦안동현
=유가하락에는 국내 경제성장에 좋은 건 맞는데 어떤 변수든 움직이면 수혜 피해로 갈려. 조선업종은 치명타를 받았어.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조선업 구조조정 준비해야 해. 우리가 전 정권에서 주도적으로 했는데;... 그 때 투자한 게 지금은 부실화. 그것에 대한 구조조정도 함께 해야 해.
=가계대출은 기업환류세 노동자. 기업의 저축과 그게 임금으로 연결되지 않는 문제. 1955~1964 들은 베이비부머. 80만명. 해마다 환갑을 맞이하면서 자영업으로 넘어와. 내가 어렸을 때는 자영업이 다양. 하지만 지금은 인터넷 자본이 들어오면서 없어짐. 지금은 음식 숙박 업종밖에 없어.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드는데 그 통로를 좁혀놓았어. 예전에는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 요즘은 집을 담보로 맡기고 다른 데 돈을 써. 이 부실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기존 주택을 사기 위해 대출을 빌렸던 부분은 빨리 해결해야 해. LTV DTI 풀지 않기를 바랐음.

▦박종규
=배당소득은 세법에서 무리한 거라 생각한다. 배당소득이 2008년 이후 늘어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규모가 굉장히 작아. 최상위 소득층에게 집중됐기 때문에 이쪽으로 흘러가도 선순환 효과는 크지 않을 것. 금융소득종합과세체계까지 흔들면서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 그래도 이걸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배당을 기대하면서 주식 투자하면 증시 발전의 계기는 되지 않았을까. 고육지책. 이것마저 없었으면 안 됐을 것.

▦안동현
=배당에 관련해서는 자료가 잘못됐을 것. 펀드를 하면 개인들이 펀드를 한 게 기관으로 잡혀서 그러는데 30%들이 개인. 그래도 여전히 외국인 지분이 높아서 배당을 높이면 해외로 나가는 문제가 있어. 이게 우리가 원하는 것이냐 해도 이게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된다고 생각. 이건 일본에서는 상당히 오래 고민했어. 많은 사람들이 얘기할 때 지배구조 개선하라고 한다. 주주 의견 많이 듣도록. 임금 쪽으로 이걸 쓰게 유도하는 면에서는 비용처리를 많이 해줘서 세금을 줄여주는 인센티브 주는 ... 극단적이긴 하지만 상황이 어려우니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

▦성태윤
=세 가지. 1. 결국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이들이 장기적인 소득기반 확보하게 해야 해. 비정규직 해결 포함. 이들이 평생소득 일정 부분 확보하도록. 이 형태로 정책을 취하기 어렵다면, 실업복지 체제를 완벽하게 갖춰야 해. 그래서 기업 부담을 정부로 환원해야. 비정규직은 정규직화 혹은 노동시장을 완벽히 유연화 하되 이탈되는 사람들은 정부가 보듬어야. 둘 중 하나 선택. 어떤 걸 선택하든 추가적인 정부 세수 확보가 필요. 배당을 비롯해 자본소득에 대한 기본 과세 확대 밖에 방법이 없어. 소비세 부가가치세 논의도 있지만 결국 자본소득이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 집중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상수로 인해 발생하는 세수 포함 자본소득에 대한 세수 강화해야 해. 또한 금리인하를 포함 부채부담을 갖고 있는사람들이 여기서 벗어나도록 하는 정책까지 세 가지가 있어야 해.

▦이동걸
=두 가지. 1. 배당소득. 지금 쌓아놓고 어떻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왜 이렇게 쌓였는가부터 접근해야 해. 쌓아놓은 이유는, 대기업 이윤은 1. 근로자 임금제대로 안 주고 2. 하청업체 3. 자기 능력. 3분의 1을 경제민주화로 해결하자는 취지. 박 대통령도 그걸 주장했던 것 같은데 그게 사라졌어. 잘 사는 게 미워서 하는 게 아냐. 모든 사람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구조, 이게 경제민주화. 부동산 관련 부분에 대한 조정을 정부가 해야 해. 박 정부가 창조경제 한다고 하면서 임대 사업자 뭐라고 하는데 국내 주거도 임대업으로 해결하려는 발상 버리고 정부의 공공적인 부분을 늘려야 미래가 안정돼. 미래에 대한 불안이 주거 금융 직장에 대한 불안. 이걸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해 줘야 해.

▦전성인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하자, 자산에 대한 과세 강화하자는 얘기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세법 개정안에 대한 야당의 자세는 무엇인가. 다 통과시켜 주지 않았나. 그러니 국민들이 화가 나지. 저 사람들의 원칙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지. 노년층의 마음을 어떻게 붙잡고 젊은 층의 생계를 어떻게 확보해줄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세우지 않으면 다시 일어나기 어렵다.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상당 부분이 신용대출의 경우 그런 경우가 많아. ? 정부의 몫이 있다. 탕감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청산가치 받는 것. 정부가 들어가자는 것은 그 사람이 망가지기 전에 빨리 해결하자는 것. 어차피 은행이 받는 것은 똑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