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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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26일 월요일
산으로 가는 ‘세계 책의 수도 인천’/백원근의 출판 풍향계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74899.html
그런데 개막식 행사를 3개월 앞두고 나온 종합계획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인천시 홍보나 일과성 프로그램들이 즐비하다. 인천시민들이 이 행사를 통해 책과 좀더 가까워지고 독서환경 인프라를 확충하며, 다른 지자체들에도 자극이 될 만한 기획이나 노력을 찾기 어렵다. 책의 문화와 산업을 키우고 시민의 참여와 자긍심을 높이려는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 소나기처럼 지나가는 일회성 국제 행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종합계획은 ‘책 읽는 문화의 생활화, 창작출판의 활성화, 인천 인문 르네상스, 책으로 교류하는 도시’라는 4대 전략 아래 45개 사업을 제시했다. 독서 생활화를 위해 가정, 학교, 마을에서 독서 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에는 책 읽는 마을 선정, 정보소외계층의 독서 지원 사업이 포함됐다. 사업 명칭들은 괜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초 지자체별로 책 읽는 마을을 공모하거나 다문화가정 방문 독서지도와 도서관 독서 프로그램 운영 등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창작·출판 활성화 사업으로 전자책 발간 지원, 저작권 교육, 온라인 마을 서재 운영, 인천문화재단의 도서 발간을 추진한다. 이런 사업들로 책 읽는 마을이 조성되고 창작·출판이 활성화될지 의문이다. ‘인천 인문 르네상스’ 첫번째 사업인 ‘고서점가 활성화 지원’에는 동인천역 인근 배다리 헌책방 골목의 활성화를 위한 환경 개선 지원 계획 대신 일회성 축제만 언급되어 있다.
인천시가 애초 유네스코에 제안한 사업들 가운데 국제서점연맹 주관 세미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워크숍으로, 장애인 전용도서관 건립은 복지관의 책 나눔터 조성으로, 북한 문학 작가와의 만남은 ‘북한에 어린이책 보내기’로 바뀌었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국제적인 약속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또한 책 생태계 관계자들과의 협력체계 미흡도 문제다. 국제 출판·도서관·서점 단체가 모여서 세계 책의 수도를 결정했고, 실제로 행사의 성과를 담보하는 것도 해당 국내 단체 및 지역 내 책 생태계 종사자들과 시민의 네트워크 구축이 관건이다. 도서관계가 10월에 전국도서관대회를 인천에서 개최하기로 한 반면, 핵심 중 하나인 출판·서점계와는 공조 체계조차 없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사무처장은 “세계 책의 수도 행사를 1년짜리 사업이 아니라 책 읽는 인천 만들기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요구를 다시 모아 풀뿌리 독서환경과 책 문화의 초석을 다지는 귀한 씨앗들이 뿌려지기를 바란다. 외화내빈을 떨쳐내야 한다.
백원근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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