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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7일 금요일

한국인 행복감, 세계 118위로 바닥권/한겨레 곽노필 기자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83483.html

갤럽 143개국 조사결과, 24계단 추락해 59점
파라과이 1위 등 중남미 나라 ‘톱 10’ 싹쓸이

한국인이 일상 생활 속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최저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업체 갤럽이 세계 143개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인들은 행복감 59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전체 143개국 중 118위에 그쳤다. 이는 세계 평균 71점에 크게 못미치는 점수이다. 63점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점수는 4점이 떨어지고, 순위는 94위에서 24계단이나 추락했다. 조사 시점이 2014년인 점에 비춰볼 때 지난해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우울한 사건들의 연속, 특히 지난해 장기간 온나라를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 등이 한국인의 일상 생활에서 웃음과 활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올해 한국과 같은 59점을 기록한 나라들은 터키 동쪽의 아르메니아,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의 가봉이다. 한국과 인접한 중국과 일본의 행복감은 각각 75점, 66점으로 한국보다 훨씬 높았다.
평균 71점…중국 75점, 일본 66점, 미국 79점
유엔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3월20일)에 맞춰 공개된 이번 조사는, 나라별로 15세 이상 1000명씩을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 또는 일대일 면접조사 방식으로 이뤄졌다. 갤럽이 일상적인 행복감 측정을 위한 질문으로 제시한 것은 조사 전날의 감정 상태를 묻는 다섯가지였다. 많이 웃었는지, 피로가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지, 온종일 존중받으며 지냈는지, 뭔가 재미있는 것을 익히거나 했는지, 또 하루가 즐거웠는지를 묻는 질문들이다.
행복감 지수 ‘톱10’은 모두 중남미국가들이었다. 갤럽 이미지
 갤럽이 이에 대한 답변을 점수(positive experience index score)화해 순위를 매긴 결과, 이 조사를 실시한 지 10년만에 처음으로 행복감지수 ‘톱10’이 모두 중남미국가들로 나타났다. 1위는 파라과이(89점)였으며, 이어 콜롬비아 에콰도르 과테말라(이상 84점), 온두라스 파나마 베네수엘라(이상 82점),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이(이상 81점) 차례였다.
 갤럽에 따르면, 전세계 응답자의 70% 이상이 조사 전날 즐거움, 웃음, 피로회복감, 존중감을 경험했다고 답변했다. 또 응답자의 절반은 조사 전날 흥미로운 것을 익히거나 했다고 답변했다. 2006년 이 조사를 처음 벌였을 때의 세계 평균 점수는 68점, 이후 평균점수는 조금씩 향상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가난하면서도 행복감이 높은 나라로 국민행복지수(GNH) 개념을 앞장서 주창하고 있는 부탄은 79점, 뛰어난 사회복지 시스템으로 2013년 유엔 행복보고서에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덴마크도 78점으로 각각 상위권에 올라 있다. 미국도 79점으로 아르헨티나, 캐나다 등 11개국과 함께 공동 15위를 기록했다.
행복감지수 톱10.
행복감 지수 하위 톱10.
행복감지수 세계 평균치 흐름. 갤럽
 지역별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나라들이 평균 59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점수대를 보였다. 사우디 아라비아를 제외하고 이들 지역의 나라들은 모두 세계 평균치보다 점수가 낮았다. 튀니지는 52점으로 세계 평균점수보다 20점이나 낮았다. 특기할 점은 아프가니스탄처럼 전쟁 와중에 있는 나라의 사람들도 다수가 조사 전날 웃고 지낸 사실을 전하며 행복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는 점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총점은 55점이다. 갤럽은 “이는 인간 정신의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36점이라는 역대 최저 점수로 꼴찌를 기록했던 시리아는 올해는 마감시한까지 집계가 이뤄지지 않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감정 숨기는 나라 1위 싱가포르…한국 밑에서 21번째
그러나 긍정 정서가 낮은 사람들이 반드시 부정적 정서로 꽉 차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옛 소련 국가들은 긍정감이 가장 낮으면서도 부정감도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이는 이 지역 사람들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걸 뜻하는 것으로 갤럽은 평가했다. 2012년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내지 않는 나라는 싱가포르(응답률 36%)이다. 한국도 응답률 42%로 밑에서 21번째에 해당한다. 반면 감정 표현이 가장 풍부한 나라는 필리핀 사람들로 응답률이 60%였다.

 2006년 시작된 갤럽의 행복감 조사는 GDP가 담지 못하는 것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한 것으로, 경제사정과는 상관없이 순전히 일상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을 조사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돈은 행복감에 영향을 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2010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돈은 일정한 단계까지는 행복감에 큰 영향을 주지만 연소득이 7만5천달러 이상을 넘어서면 일상의 정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과테말라의 GDP 순위는 세계 118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행복감에서는 세계 2위이다. 갤럽은 “라틴아메리카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가장 행복한 사람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엔 선정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노래 6곡
한편, 유엔은 ‘세계 행복의 날’(3월 20일)을 기념해 ‘세상에서 가장한 행복한 노래’ 6곡을 선정해 발표했다. ‘해피사운즈라이크’라는 해시 태그(#HappySoundsLike)를 통해 음악인과 음악팬들이 함께 참여한 행복노래 선정 작업에는 영국의 싱어송라이터 에드 시런과 제임스 블런트, 미국의 존 레전드, 프랑스 DJ 다비드 게타 등이 큐레이터로 참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스티비 원더의 1970년대 히트곡 <사인드, 실드, 딜리버드>(Signed, Sealed, Delivered)을 선택했으나 최종적으로 뽑히지는 못했다. 반 총장은 행복음악 선정 작업의 의미에 대해 “가난과 인권 유린, 인도주의적 위기, 기후 변화 등으로 고통받는 전 세계 사람들과의 연대를 보여주기 위해 우리는 음악이라는 만국의 언어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이 발표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노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 6곡 중 프린스의 ‘키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유튜브에서 감상할 수 있다.

 1. ‘I Got You (I Feel Good)’/ James Brown and His Family (1964)
 2. ‘Kiss’/ Prince and The Revolution (1986)
 3. ‘Three Little Birds’/ Bob Marley and the Wailers (1977)
 4. ‘(Your Love Keeps Lifting Me) Higher and Higher/ Jackie Brown (1967)
 5. ‘Independent Women Pt. 1’/ Destiny’s Child (2000)
 6. ‘Made to Love’/ John Legend (2013)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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