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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18일 수요일

2015라이프치히 도서전 소식/오마이뉴스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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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 이유진

지난 12일부터 나흘 동안 독일에서는 '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열렸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전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관'을 운영하며, 안중근 의사가 사형 당할 당시 입었던 옷을 재현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 기자도 라이프치히 도서전 현장을 찾았다.

라이프치히 도서전 국제홀의 중심부에는 한국관이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사)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가 주최한 한국관은 '한복'을 주제로 한 전시로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시 내용이 어렵고, 독일어 정보가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관 입구에도 독일어는 없었다. 한글과 한문, 영어로 한국관 간판을 달았다. 한국관 내에는 고문헌, 사진집, 단행본 등 한복 관련 문헌 200여 종을 전시해 놨는데, 고문헌과 한문이 혼용된 도서가 많아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전시된 책에 대한 영어 및 독일어 설명이 없어 대부분의 현지 방문객들에게는 무의미한 도서 전시였다.

다른 나라의 부스는 그 나라의 현대 문학이나 번역 도서, 신간 등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았다. 각국의 언어로 된 도서를 전시할 때는 독일어로 된 관련 설명을 덧붙였다. 부대 행사도 작가의 낭독회와 통역이 어우러졌다. 한국관에서는 주독한국문화원에서 제공한 독일어로 된 한국 도서 이외에 한국관의 중점 테마를 접할 수 있는 독일어 콘텐츠는 거의 없었다.

이틀 연속 한국관을 찾은 에스터 레츨라프-미쓰씨는 "전시회장은 아름다운데 독일어로 된 정보가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영어로 된 것이 있지만 이곳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나이가 든 사람들은 영어를 모르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통역 없이 한국어 강연... 유학생에게 "통역 좀 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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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라이프치히 도서전 한국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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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4일 한국관 강연회는 통역 없이 한국어로만 진행됐다. 한국관 운영 주체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의 이기웅 이사장과 무형문화재인 구혜자 침선장, 문화평론가 이인범 교수의 강연이 있었지만 통역이 없어 참석자들 모두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참석자들을 더 당황하게 한 것은 주최 측의 태도였다. 행사 관계자는 "독일인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 몰랐다"며 참석한 유학생들에게 "옆에 앉아서 통역을 좀 해 달라.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느냐. 그것도 못하면 한국인이 아니지"라며 다그쳐 빈축을 샀다.

통역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강연이 지연됐고, 그나마 앉아있던 현지 방문객들도 하나 둘 자리를 떠 민망한 상황이 연출됐다. 결국 행사 관계자를 제외하고 열 명 남짓한 인원이 행사장을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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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세계 각국에서 마련한 낭독회 및 강연. 현지 언어와 독일어로 함께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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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에 참석했던 한 유학생은 "한국 관련 행사라고 왔는데 통역을 하라며, 그것도 못하냐며 다그치는 바람에 불쾌해져 일찍 자리를 떴다"며 "주제도 역사적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 어려웠다. 한국인이 봐도 어려운데 누가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지, 누구를 위한 행사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국인 방문객은 "바로 옆에서 낭독회와 강연을 하고 있는데 판소리 공연을 해서 주위에서 시끄럽다는 불만을 듣기도 했다"며 "독일에서 열리는 도서전인데, 이 나라의 언어와 행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서전이자 유럽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도서 축제로 평가 받는다. 이곳의 한국관 운영 주체인 국제문화도시교류협회는 2022년까지 운영 계획을 세워놨는데 매년 5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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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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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3일 일정으로 라이프치히 도서전 찾았다"
[이모저모] 독일 연방정부도 부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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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14일 라이프치히 박람회장 중앙홀에 몰린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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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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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북쪽의 작은 도시 오스나브뤼크(Osnabrük)에 사는 리자 슈톨체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라이프치히 도서전을 찾았다. 기차로 5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지만 딸과 함께 2박3일 여정으로 짐을 쌌다.

"어떤 새로운 책이 나왔는지 궁금하고 작가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잖아요. 사람들도 많고 흥미로운 행사도 많아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통행이 불편한 것만 고치면 완벽할 것 같아요."

라이프치히에서 차로 30분이 걸리는 보르나(Borna)에서 온 뤼디거 페히너에게 이 도서전은 가장 큰 '문화행사의 날'이다.

"제가 사는 도시는 너무 작아서 문화를 즐길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그래서 늘 이곳에 와요. 다양한 책과 볼거리, 누릴 수 있는 게 많습니다."

책을 즐겨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 '책'이란 단어에서 오는 편견들이 있다. '정적인', '지루한', '어려운' 같은 형용사들이다. 매년 봄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는 도서전에서는 이런 형용사는 찾을 수 없다. 책이 만들어내는 온갖 종류의 문화를 즐기다보면 이 도시의, 이 나라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 책의 모든 가능성

지난 14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주말을 맞아 몰려든 방문객들로 앞으로 움직이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책이 아닌 방송국 스튜디오다. 독일 공영방송국 ZDF 프로그램인 'das blaue Sofa(푸른 소파)'를 촬영하는 곳이다. 독일의 주요 TV와 라디오 방송국 스튜디오가 곳곳에 설치돼 볼거리를 만든다. 작가나 전문가들을 초청해 문학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실제로 방영된다. 미리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앉기는커녕 출연자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좋다.

전시회장 부스를 꾸리는 주체는 '책'에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분야를 아우른다. 문학이나 인문 사회 분야는 물론 아동 도서부터 연령대별 교육 도서, 외국어학, 전공 도서와 법전, 악보와 지도까지 다양하다.

도서 출판 시장의 새로운 주체로 떠오른 전자책 관련 부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아마존에서는 셀프 퍼플리싱(Self Publishing, 자가출판)을 주제로 삼아 관련 강의와 토론을 진행했다. 책과 관련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독일의 주요 신문사들도 목이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이트(Die Zeit)와 타츠(TAZ)는 스튜디오를 만들어 문학과 사회 정치 관련 테마로 작가와의 시간을 마련했다. 정기구독자를 모으기 위한 홍보도 빠지지 않는다. 쥐드도이체 짜이퉁(Süddeutsche Zeitung)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짜이퉁(Frankfurter Allgemeiner Zeitung) 등 신문사 대부분이 부스에 다양한 태블릿을 설치, 모바일 신문을 보여주며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라이프치히대학 도서학과와 구텐베르크 마인츠대학은 독일의 도서와 인쇄, 출판 역사에 빠질 수 없는 대학 기관이다. 이들과 북아트 등을 주제로 한 여러 예술 대학들의 참여도 방문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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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라이프치히 도서전. 독일 연방정부가 마련한 프로그램과 홍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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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연방정부가 꾸린 코너도 인기가 좋았다. 우리나라도 치면 '청와대' 부스인 셈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독일 통일 25주년'을 주제로 당시 다큐멘터리 감독 등 통일의 '목격자'들과 프로그램을 꾸렸다. 연방정부의 대변인도 초청(?)해 방문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정부에서 발간한 여러 정보성 책자와 홍보 책자는 금세 동이 났다.

독일의 시민 정치 교육을 담당하는 독일연방정치교육센터(bpb)는 게임을 통해 책, 지도, 카드 등 기념품을 나눠주는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모든 연령층의 호응을 얻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은 문학뿐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예술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져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축제였다. 특히 함께 진행된 '만화 전시회'에 참여한 이들의 코스튬플레이가 뒤섞여 더 다채로운 분위기를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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