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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0일 월요일

[편지]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도서관주간에/박영숙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이사장



[편지]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도서관주간에
안녕하세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의 박영숙이라고 합니다.

봄볕이 그리 환하더니 밤새 비가 오시기라도 한 것처럼 아침 공기가 차갑더군요. 
그리고... 무거웠습니다.
위로만으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 기억하는 것만으로 답할 수 없는 질문들 때문일까 싶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 목숨들을 살리지 못했는지….
그것도 모자라, 겹겹이 드러나는 모순과 문제들은 
세월호만이 아니라 이 사회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것 같은 무력감이 들게 하니까요. 

이날 하루를 특별히 기억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없겠지만
이날 하루라도 무심히 지나치지 않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지면서
어딘가 도서관에서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맞으셨을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 때문일까요. 
‘기억하겠습니다’ ‘행동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점점 나 자신을 향한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으로 행동할 것인가 하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도서관주간 한복판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으면서 어느 해보다 생각이 많으셨을 줄 압니다.
역사가 남긴 기록, 다시 역사가 될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제공하고 보존하는 것이 도서관의 역할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그 역할을 했는지, 이제 무엇을 할지.
제가 일하고 있는 느티나무도서관에서도 그랬습니다.

주말부터 도서관 앞 화단에 세워둔 솟대에 이용자들과 함께 노란리본을 매달고
1년 동안 쌓인 기사스크랩과 관련 자료들을 컬렉션으로 모으고 
지난해 도서관 입구 분향소에 빼곡하게 붙여진 추모의 글들을 다시 갈무리하여 
전시대를 마련했습니다.

컬렉션을 준비하느라 자료를 모으던 사서들이 ‘나눔문화’라는 시민단체에서 만든 소책자를 찾아내 
이용자들에게 나눠드리고 지역 단체들에도 보내기로 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이라는 제목을 단 손바닥만 한 소책자를 받아보고서야 아차, 했습니다. 
쏟아지는 기사와 정보 속에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자료를 찾기 힘들다고 아쉬워만했는데, 
도서관들이 서로 쌓은 자료를 모으고 갈무리하여 이런 자료를 만들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반성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말을 저는 그동안 참 많이도 해댔습니다.
그런데 요사이 다른 질문이 떠오릅니다.
사회에 대한 ‘도서관의 인식’은 어떠한가. 


지금 우리 도서관들은 역사를, 사회를 어떻게 장서로 담아내고 있는지, 
개개인의 삶과 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상상하는 공론장으로 열려있는지, 
공공성과 지적자유라는 도서관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는지,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도서관이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고단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쫓기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성찰하고 사유하며 비판적 사고와 긍정의 에너지를 얻도록,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하고 실천하는 시민들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지도록,
도서관이 기여할 바가 뚜렷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역할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여건을 만드는 일도 
우리들 스스로 분명하게 역할을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소책자에 담겨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야기를 옮깁니다.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평화는 전쟁이 없는 것을 넘어 ‘정의의 결과’입니다. 
정의는, 우리가 과거의 불의를 잊지는 않되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통하여 그 불의를 극복하라고 요구합니다.” 
용서와 관용과 협력을 기대하려면 여전히 먼 길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길에 도서관이 해야 할 몫을 함께 생각하면서
무거운 아침, 그래도 힘내자는 응원을 저와 우리 사서들 그리고 도서관인 여러분들에게 보냅니다.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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