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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나카무라 요시후미(69‧中村好文) 니혼대 교수/ 정재숙 중앙일보 기자

경북 포항 지진은 우리가 사는 집이 안전한가, 새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69‧中村好文) 니혼대 교수는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생각해온 건축가다.  

일본을 대표하는 주택전문건축가이자 교육자인 그는 최근 구가도시건축(대표 조정구) 초청으로 내한해 미래 도시를 위한 ‘집 이야기’를 펼쳤다. 『집을 생각한다』 『집을 순례하다』 『건축가, 빵집에서 온 편지를 받다』 등 소탈한 감각의 저서가 국내에 번역돼 독자층이 두터운 그는 한옥과 도시 재생 등 서울 일대를 둘러보는 시선 또한 따듯했다. 
  
“1978년 처음 한국에 온 이래 꾸준히 관심을 기울이며 서촌(西村)과 북촌(北村) 등을 지켜봤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옛 도심의 정취와 유적을 잘 지켜가고 있어서 놀라고 부러웠습니다. 도쿄는 재생이 없습니다. 상상 외로 일본인은 쉽게 부수고 자주 바꿉니다. 그 점에서 한국의 대도시가 훨씬 역사성과 인간성을 잘 지켜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나카무라 교수는 “화제를 불러 모은 설계로 유명해진 일본 건축가가 여럿 있지만 묵묵히 내 이웃의 집을 짓고 있는 마을 건축가가 더 많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집’ ‘아이들의 꿈이 커가는 집’ ‘손에서 자라나는 애착이 있는 집’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는 집’ 등 집이 갖추어야 할 12가지 풍경을 강조하는 그는 여기에 21세기에 꼭 필요한 에너지 절약의 문제를 추가하고 싶다고 했다.   

“20세기 인류는 무한대로 생산이 가능한양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를 쓰면서 산업화를 일궜어요. 21세기는 어떤가요. 유한할 수밖에 없는 석유 생산량과 기후변화 등을 보면 어떤 에너지로 미래 삶을 일궈가야 인류가 살아남을 것인가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결국 아끼고 대체하는 개인 차원에서의 자각과 생활 습관 변화가 없다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초 고령사회, 1인 가족, 제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 등에 따른 집의 성격을 고민하면서 그는 자기 자신이 먼저 실험대상이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집 정리를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건축가는 원룸 구조로 설계한 집으로 기억된다’는 명언에 따라 소유물을 하나씩 없애면서 ‘산속에, 무인도에, 혼자 산다면’이란 가정을 세우고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했다.  

"내 나이에 이르면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 없어요. 가능한 버리고, 작게 만들고, 꼭 필요한 것만 가짓수를 정해뒀어요. 이를테면 책은 딱 100권으로 압축했더니 책방에 나가서도 한 권 사는데 여러 번 망설이게 되더군요.”       
  
나카무라 교수는 “내가 평소 마음을 평안하고 즐겁게 하는 편인데 요즘 화가 나고 불편한 상태”라고 했다. 2011년 일본 대지진의 아픔이 여전한데도 채 10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는 2020년 여름올림픽을 열겠다며 국민을 고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젊은 건축학도들에게 “오감을 활짝 열어 현장에 서서 공기를 들이마시고 땅을 밟으며 손으로 만지고 스케치하는 자기만의 것을 만들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일본인은 옛집 쉽게 부수는데, 한국 대도시는 유적 잘 지켜
출처 http://news.joins.com/article/22139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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