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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 목요일

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인터뷰/ 박기원 경남신문 기자

경남교육연구정보원은 경남교육정책 수립의 실질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경남 교육 혁신과 교육정책 연구의 거점 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혁신의 첫걸음으로 지난 2015년 3월 황선준(59) 박사를 원장으로 초빙했다.
황 원장은 교육 선진국에서 직접 교육행정을 다뤄본 스웨덴 교육 전문가로서 그간의 경험들을 한국 교육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분주하다. 황 원장으로부터 그간의 성과와 경남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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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준 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이 경남 교육 혁신과 교육정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취임 3년이 다 돼 갑니다. 어떤 활동을 했습니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직원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뒀습니다. 아이들의 교육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사업들을 폐지했고, 특히 행사성 사업, 교사와 교사 간 경쟁을 유발하는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정리했습니다. 경남 교육에 꼭 필요한 연구를 선정해 진행했고, 결과물이 경남교육 정책과 연결될 수 있도록 질을 높이는 데 노력했습니다. 직원들과 소통하는 첫걸음으로 권위주의 타파와 민주주의 직장문화를 내걸었습니다. 인간으로서의 원장과 직원 사이에 차이는 없습니다. 하나 차이가 있다면 직원들의 의견을 모아 제가 결정한다는 것뿐입니다. 조직 내 권위주의는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원장이 좋아하는 것을 직원들이 염두에 두고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일의 방향이 틀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교사의 행정업무가 과중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옵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한 해에 200~300개의 공문을 접수한다지만, 하루로 따지면 한두 개꼴입니다. 공문 없는 수요일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교사들이 체감할 정도가 아니라고 해서 안타깝습니다. 이는 공문 작성뿐만 아니라 공문에서 파생되는 업무추진과 행사, 또 업무에 따른 관리대장이나 장부 등의 작성에도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이러한 공문이 거의 없습니다. 지자체 단위에서 회의를 소집하고, 문서보다는 학교장들을 직접 불러 업무를 논의합니다. 여러 사업들을 줄일 수 있다면 공문 또한 줄일 수 있습니다. 교육부 특별교부금 사업과 교육청 사업이 많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를 줄여 나가야 합니다. 일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학교 특성에 맞는 문제를 가지고 사업을 해나가야 합니다. 정책 사업이 많다 보니 결국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는 일 외에 행정 업무에 과도한 시간을 쏟게 되는 겁니다.

-스웨덴에서 꼬박 26년을 살았습니다. 그들의 교육은 어떻습니까?

스웨덴은 1930~1940년대에 주입식·암기식 교육과 전체주의 문제에 대해 전 교육계가 심각하게 고민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주시민 교육과 보편적 평등교육을 이끌어 냈습니다. 이는 세계 1·2차 대전에서 비롯된 전체주의를 이겨내기 위한 교육적 시도였습니다. 전체주의를 이기기 위해서는 주체적 시민을 만드는 민주시민 교육이 절실했습니다.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 모든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그 답을 찾아가는 형태의 토론·토의식 수업을 도입했습니다. 이와 맞물려 평가 방식도 서술·논술형, 작문·논문을 통한 평가가 실행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1940년대 스웨덴에서는 한 학급에 공부 잘하는 아이, 못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서 반을 나누거나 수월성 교육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들의 진도와 수준에 맞게 한 명 한 명에 대해 개별화된 수업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이런 개별화된 수업은 다른 나라에서는 1980~1990년대에 와서야 비로소 논의됐습니다.

-평소 비판적 사고를 강조하셨는데, 이를 기르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비판적 사고는 모든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가령 ‘프랑스 혁명’을 공부한다면 우리나라 중학생들은 대체로 혁명이 언제 일어났는지, 혁명 주도 세력은 누구인지, 배경은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교과서로 이해하고 숙지하는 공부를 합니다. 그러나 스웨덴 아이들은 프랑스 혁명이 왜 일어났는지, 18세기 인구증가가 혁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친구들과 함께 탐구해 자신들이 찾은 답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공부합니다. 발표할 때 다른 친구들이 질문하고 비판하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지요. 이와 같이 왜라는 질문이 중요하고, 무엇이 문제인가를 고민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이런 모든 과정에서 나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가 아주 중요하게 취급됩니다.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하는 것이 교육의 근본이 되어야 합니다.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습니다.

-공교육 혁신의 목소리가 계속됐는데, 이루지 못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현재 논의되는 교육 혁신이 크게 수업혁신과 민주주의 학교문화를 세우는 일입니다. 수업 혁신에는 토론·토의식 수업, 협력 수업, 프로젝트 수업, 융합 수업 등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우리 선생님들이 어릴 때 그런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지 못했고, 교대·사대에서도 제대로 훈련받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자신이 교육받았던 형태로 또다시 교육이 이어지는 수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6년 전 도입된 혁신학교는 기존의 공교육에 대해 도전장을 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혁신학교의 민주적 학교문화와 전문적 학습공동체는 교육 선진국에서 진행해온 교육혁신과 일맥상통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혁신학교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과연 한국교육에 미래가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혁신학교의 성패는 중요합니다. 

-경남 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교육 혁신은 경남뿐만 아니라 한국 교육의 과제이며 아이들의 미래가 달린 문제입니다. 저는 교육의 가장 핵심인 교육과정, 수업, 평가라는 이 삼각형의 일체화를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구체적이고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양의 공부를 요구합니다. 사실 위주의 교육 과정을 줄여나가고 교사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의 가치와 목표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변화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앞에서 얘기했던 토론·토의식 수업, 협력 수업, 프로젝트 수업 등이 이뤄집니다. 이러한 수업방식과 잘 어울리는 평가방식으로의 변화도 필수적입니다. 평가방식의 변화 없이 수업이 변화하지 않습니다. 즉 서술·논술형 시험, 작문·논문을 통한 평가방식으로 계속 변해 가야 합니다. 이런 평가방식은 필연적으로 채점하는 교사의 주관적 판단이 어느 정도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교사의 전문성으로 인정해 줘야 합니다. 우리가 공정성을 주장하다 객관식 시험에 머물러 있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정답이 있는 문제를 푸는 문제풀이 아이로 전락된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사고력 신장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교육과정-수업-평가 부분에 혁신이 일어나야 합니다.

박기원 기자
출처 http://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23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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