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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12일 금요일

"조선왕조실록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은 '인민'"/ 김갑수/ 윤성효 오마이뉴스 기자

<자주인을 위한 진짜 조선 역사> 저자 김갑수 작가가 "진짜 조선역사에서 진보를 배우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김 작가는 지난 11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경남지역공무원노동조합협의회, 경남미래행정포럼 등 초청으로 강연했다.

"조선 역사가 왜곡됐다"고 한 그는 "조선 역사에 대해 잘못 알고 있기는 보수건 진보건 같다"고 했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였다"고 한 그는 대표적으로 조선왕조실록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조선왕조실록은 한문으로 되어 있는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남북 모두 번역에 엄두를 못 내다가, 북이 먼저 하고 남이 뒤에 완역했다. 그러나 한문 투성이라 한학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해독하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김갑수 작가는 "조선왕조실록을 읽으면서 그 전에 우리가 배웠던 조선 역사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특히 신진학자들이 그랬다"고 했다.

자주성을 강조했다. 김 작가는 "조선이 바로 나인데, 조선을 아주 나쁜 거라 규정하면 자존심이 설 수 없다. 그러니까 관심을 서양으로 가져가고, 특히 유럽을 그렇게 봤다"고 했다.

그는 "조선 왕조 역사 518년을 부정하면 자존은 없게 된다. 우리는 민족을 벗어나서 살 수 없다. 이민을 가도 민족은 따라 다닌다. 민족과 나의 관계는 부부관계보다 더 심각하다. 민족과는 이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우리 것을 폄하하게 되면 남의 것을 크게 보게 된다. 그렇게 하면 자주가 생기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는 "역사에 있어서 우리는 독일과 프랑스를 우러러 보는데, 그렇게 하면 자주가 안된다"며 "박근혜를 나쁘다고 욕하면 되는데, 왜 메르켈(독일 총리)은 훌륭하다고 하느냐. 일본 식민 사관의 원조는 원래 유럽 제국주의 사관이다"고 했다.

그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서울대 교수로 있을 때인 2016년 촛불을 두고 '명예혁명이 본격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명예혁명'이라는 말부터 어폐가 있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의 교수가 명예혁명이라고 했다면 그 말이 어디서 온 것인지는 알아야 할 것"이라며 "17세기 영국 '명예혁명'을 말한 것인데, 그때는 암흑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시기를 '명예혁명'으로 기록해 놓은 영국 역사책은 없다. 영국의 양심 세력들이 역사를 바로 잡자고 해서 용어를 '영국내전'으로 바꾸었다. 촛불을 '명예혁명'이라 표현한다고 해서 우리의 자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영국을 실제보다 멋있게 본다. 상대를 실제보다 멋있게 보는 것도 문제지만, 자주적이지 못한 사람의 잘못은 자기를 더 낮추어 보는 것이다"고 했다.


"일본이 만든 조선전사를 갖고 조선 재단"

일제 이야기를 했다. 그는 "일본은 우리를 식민지화하기 위해 엄청나게 공부를 하고 왔다. 일본은 확인된 책만 20만권을 불태웠고, 자료를 다 감추었다"며 "조선총독부가 중심이 되어 조선사편수회와 식민사학자를 대거 기용해 조선역사를 새롭게 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인들이 조선 역사를 쓰는 데 걸린 시간은 21년간이었고, 그래서 조선전사 33권을 발간했다"며 "일제강점기 때 배운 사람들, 좌우를 막론하고 일본이 만든 조선전사를 갖고 조선 역사를 재단해 왔다"고 덧붙였다.

김갑수 작가는 "우리는 전통적으로 시끄러운 나라다. 대단히 논쟁과 토론이 발전했던 나라다. 우리나라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말은 식민사관이다"며 "원래 조선 사람들은 논쟁을 잘했다"고 했다.

일제가 만든 <조선전사> 33권에 의거해 우리가 배운 조선에 대한 오해가 수없이 많다고 한 그는 대표적으로 '10가지 의문'을 열거했다.

그것은 "조선은 봉건제였다?", "조선 건국은 혁명이 아니라 반란, 쿠데타였다?", "조선 지식인은 대부분 모화와 사대주의자였다?", "중국에 조공을 한 조선은 속국이었다?", "유학, 특히 조선 성리학은 역사 발전을 정체시켰다?", "조선은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할 나라다?", "조선의 정치가들은 당파싸움을 일삼았다?", "세종, 이순신, 실학자들 말고는 조선 역사에서 자랑거리가 별로 없다?", "조선은 남존여비, 계급차별의 지독한 신분사회였다?", "일본은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조선은 근대화를 하지 못해서 망했다?"다.

"조선은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할 나라다?"

이들 중에 그는 "조선은 임진왜란 때 망했어야 할 나라다?"는 말을 사례로 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조선 건국은 1392년, 임진왜란은 1592년, 조선 패망은 1910년으로, 조선 왕조는 518년 이어져 왔다.

그는 "중국은 300년을 넘긴 왕조가 없다. 11세기 이후 500년 왕조를 이끈 나라는 조선 이외에 없다"며 "한 국가 체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오래 갔다는 것은 운이 좋았다고, 외침이 적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무엇인가 건강한 점이 있었다고 보는 게 정상이다"고 했다.

그는 "임진왜란은 승전한 전쟁이다. 조선이 고생하기는 했지만 승전했기에 그 뒤에도 나라가 존속되었던 것이다"며 "일본으로 돌아간 침략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바로 죽었고, 자식들도 다 죽었다"고 했다.

또 그는 "가령 우리 할아버지가 102살까지 살았다 치자. 아버지가 '할아버지는 너무 오래 살았고, 50살 때 암이 왔을 때 죽었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맞나. 그 논리나 임진왜란 때 조선은 망해야 한다는 말이나 같다"고 했다.

단어 '인민' 이야기도 했다. 김 작가는 "'인민'이란 말을 써야 한다. 조선왕조실록에 제일 많이 나오는 말이 '인민'이고, 그 다음이 '백성'이며, '민중'이란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며 "제헌헌법에도 '인민'이란 말을 썼다"고 했다.

김 작가는 "나를 부인하면서, 내 조상을 부인하면서, 내 조상을 실제보다 깎아내리면서 우리의 자주를 마음 속에 가질 수 있겠느냐"며 "프랑스는 역사 청산을 잘했는데 우리는 잘 못했다는 'B급 역사'를 가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역사는 B급이고 유럽 역사는 A급이라는 생각은 잘못이다. B급으로는 역사를 주도할 수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프랑스만큼 사람을 많이 죽인 나라도 없다"며 "그런데 우리는 '프랑스 대혁명'이라 해서 '대'자를 붙이고, 영국은 '명예혁명'이라 한다. 그러면서 '광주'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일제 식민사관 등에 의해, 조선 역사 왜곡의 핵심은 조선에 있어 최선은 은폐하고 차선을 부각시켰던 것", "조선의 주류는 나쁜 놈으로 만들고 비주류를 도덕적으로 만드는 것이 조선 역사 왜곡의 핵심"이라 했다.

그는 "일제 식민사관은 조선 역사에서 세종대왕과 이순신의 '하나'를 높이는 것으로 해놓고 다른 주류는 다 나쁜 것으로 만들어 놓았다"며 "임진왜란의 승리는 당시 조선 선박의 우수성에다 수군의 뛰어남, 거기다 탁월한 명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김시민, 권율과 의병장들도 이순신과 동급이라 본다"며 "한 사람만 보니까 경제 발전도 박정희가 다 한 것처럼 말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94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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