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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31일 수요일

책방 세간 이야기/충남 부여군 규암면/ 김지현, 정덕재/ 오마이뉴스 2018.10.22

"저 니들은 옷 입는 거부터 우덜이랑 한참 달러."
"아따 저 사람들은 예술 하잖여."
"그럼 우리도 예술 한 번 해 볼 쳐?"


나이 지긋한 할머니 셋이 책방 '세간' 앞을 지나며 두런거렸다. 책방 자체가 낯선 것은 아니지만 시골의 한적한 거리에 들어선 책방을 기이하게 바라보는 눈치였다.
 

책방 세간 부여군 규암면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 예전에는 담배가게였다
▲ 책방 세간 부여군 규암면에 자리잡은 작은 책방. 예전에는 담배가게였다
ⓒ 정덕재

 
충남 부여군 규암면, 쇠락한 여느 시골거리와 다르지 않은 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심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통공예를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이들이 수년 전부터 허름한 가게를 하나둘 매입했다. 어느 덧 20여 군데. 한때 번성한 적이 있었지만 농촌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가면서 동네는 더욱 스산해졌다.

상권이랄 것도 없이 허름한 상황에 처한 거리에 '흑기사'처럼 등장한 사람들은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었다. 그들이 인적이 드문 오래된 거리를 찾은 이유 중에 하나는 문화예술을 통해 거리를 활성화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중에 하나가 책방 '세간'이다. 이들이 매입한 가게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로컬푸드를 중심으로 요리를 하는 음식점, 전통공예, 전통염색 등 각자의 솜씨를 바탕으로 농촌의 거리를 살려나갈 따뜻한 꿈을 갖고 있다.

소문이 조금씩 나기 시작하면서 시골 작은 책방을 찾는 이들도 하나둘 늘고 있다. 한때 담배가게였던 책방의 변신. 여기에서 벌어질 일을 상상만 해도 즐겁다. 아니,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 
  

책방 세간 내부 옛날 가게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은채 리모델링 한 책방 세간
▲ 책방 세간 내부 옛날 가게 모습을 크게 바꾸지 않은채 리모델링 한 책방 세간
ⓒ 정덕재

 

책방 '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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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새로 나온 <녹색평론> 봤는가?"
"뭐? 그게 미술책여?"
"허허, 이 사람 무식한 소리 하고 있구먼, 색깔만 들어가면 다 미술책이랴. 그럼 최인훈의 소설 <회색인>은 회색분자 미술인이고, 파묵이 쓴 <하얀 성>은 흰색 좋아하는 미술인이 사는 성인감?"

"내 파닭은 들어봤는디 파묵은 또 뭐여?"
"파닭보다는 차라리 도토리묵이라고 하지 그려, 파묵이라고 노벨문학상도 받은 많은 유명한 양반여."
"그렇구먼, 그려두 내가 아무리 몰라도 면박을 그렇게 주는 사람이 어딨댜. 근디 <녹색평론>이 뭔 책인디?"
"나두 잘은 모르는디 농사짓는 얘기도 나오고 전쟁하지 말자는 얘기도 나오고 생태 뭐 거시기헌 얘기들도 많이 나오는 책여."
"그러면 우리도 책방가서 진한 커피 한잔 찌그리면서 평론 한 번 해볼껴?"


논둑에 훌쩍 자란 풀을 깎고 난 뒤 한숨을 돌리던 이장 김씨와 60년 지기 박씨는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2시간 넘게 풀을 깎은 터라 등줄기는 땀에 흥건히 젖었다. 집에 들렀다 갈까도 싶었지만 시원한 커피 한 잔 생각에 예초기만 트럭에 싣고 책방 세간으로 향했다. 그들은 책방 앞에서 신발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들어갔다.

"이장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내 지난 주도 왔었는디."
"아, 그러세요. 제가 없을 때 오셨나보네요."
"그나저나 책방 선생은 갈수록 이뻐져."
"이장님, 요즘 책을 많이 보셔서 그런지 농담도 많이 늘었슈."
"책방 선생도 사투리가 많이 늘었슈."


'책방 선생'이라 불리는 여성은 인근에 있는 대학에서 사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책방 곳곳에는 전문가의 손길이 배어 있다.

이장과 박씨가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꼼꼼하게 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하거나 갸우뚱하는 모습은 반복적인 행동으로 나타났다. 책방에 붙어있는 방 한쪽에서 커피향이 흘러나왔다.

쉼터와 나눔터

내가 책방 '세간'을 처음 찾은 것은 지난 여름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가량 농막이 있는 부여 은산에 가지만 정작 옆 동네 규암면 소식은 어두웠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들이 별다른 소문을 내지 않고 책방을 준비한 이유는 그동안 호들갑스럽게 할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방이 문을 열고 인근의 가게들도 개업 준비를 하면서 서서히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 9월에는 책방 마당에서 처음으로 작은 프리마켓이 열렸다. 스카프와 그릇 등 그들이 직접 만든 소품들을 내놓기는 했지만 상업적으로 팔 목적은 아니었다. 이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알리려는 눈치였다. 김밥과 떡볶이 간단한 안주와 소곡주는 동네 사람들을 모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예술하는 사람이라 차림새도 다르다고 말한 할머니 일행이 책방 문을 넘어선 건 프리마켓이 열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여기있는 송정리 그림책이 저기 양화 송정리를 말하는 겨?"
"그렇댜, 거기 할마시들이 이런 그림을 그리고 책 까장 냈는지 몰랐네."
"참 신통방통하네, 늙은이들이 떡 하니 책도 내고."
"동네 사람 여럿이 만들었다고 허던디."

 

벽안에 책장 예전 시골집에는 벽장이 있었다. 벽장을 책장으로 바꾼 모습이 귀엽다. 책방 세간에는 커피와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 벽안에 책장 예전 시골집에는 벽장이 있었다. 벽장을 책장으로 바꾼 모습이 귀엽다. 책방 세간에는 커피와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 정덕재

 

부여군 양화면 송정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은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러 권의 책으로 나오고 책에 담긴 내용들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에서 전시가 됐다. 마을에는 그림책 마을 찻집도 생겨 화제의 이야기를 찾아오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같은 또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직접 펴낸 책이 책방 세간의 진열대에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동네 사람들은 마냥 신기했다.

"우리도 책 한번 내볼 쳐?"
"글도 지대로 못쓰면서 책은 무슨 언감생심여?"
"내가 맞춤법은 자주 틀려두 글씨 하나는 잘 쓴다니깨."
"글씨 틀리게 쓰면 챙피헐 텐디 책을 어치게 낸댜?"
"글씨도 글씨지만 뭐 쓸 내용이 있간디?"
"내용이야 열 권도 더 나오지, 비 오는 날 소나기 내려서 빨래 걷는디 논둑에 매놓은 소가 도망가지, 소 잡으러 가다가 지게 다리에 발이 걸려 지게 넘어지지, 이런 얘기만 해두 책 열장은 나오겄네."
"그렇게 말할 것 같으면 내가 팔남매 키운 얘기는 8권도 더 나오겄네."


책방에 진열된 책 한 권을 놓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인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온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더니, 설탕 듬뿍 넣은 커피 한 잔 달라면서 방으로 올라갔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족히 3시간 이상은 수다가 이어질 기세였다.

책방에서 책만 팔던 시절은 지나가고 있다. 지역에 따라 책방은 쉼터이자 나눔터이고 서로를 끈끈하게 만드는 하나의 네트워크가 되고 있다. 때로는 새로운 스토리를 무한생산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올 하반기 그리고 내년 쯤 책방 '세간'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다양한 가게들이 문을 열면, 우리는 문화의 힘으로 끌어당기는 발길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발길이 북적거리면 더욱 좋고, 끊일 듯 끊이지 않은 고요한 발자국이어도 좋을 것이다. 시골 책방의 분주함은 새로운 즐거움이고 고요함은 익숙한 기다림이기 때문이다. 규암면 자온로 82번지, 허름한 거리에 있는 책방 '세간'에 가면 세간의 이야기가 웅성거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대전에서 발행하는 잡지 '토마토' 10월호 실렸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0978

우리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 걸까? /김지훈 한겨레 기자, 2018.10.28

우리는 왜 독서를 해야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인문학적 측면이 아니라 과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8차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읽기의 과학, 왜 책인가’를 주제로 다뤘다. 지난 3월부터 올해 말까지 매달 모두 10차례 열리는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하는 행사로, 이번 포럼에선 국외 학자들이 특별히 참여했다.

발표자로 나온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진화학·과학철학)는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과 달리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집단 학습을 통해 이전의 발견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텍스트가 출현함으로써 문명 축적이 가속화됐고, 독서는 문명 축적의 엔진으로 작동했다. 독서력은 집단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상대방을 평가할 때 유능함만이 아니라 따뜻함 또한 평가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능력이 자신을 해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유능함만이 아니라 독자들에게 따뜻함도 제고한다. 그러므로 책을 읽는 사람은 타인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사카이 구니요시 일본 도쿄대학 교수(뇌생리학)는 “언어는 표현의 한계 때문에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상상력을 동원해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독서를 통해 여러 가능성을 고려해 사안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훈련을 하게 되고, 이렇게 훈련된 뇌가 다른 상황에서도 사고력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읽으면서 우리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생각을 할 여유 없이 너무 빨리, 많이 읽는 것은 좋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얻는 정보는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할 때가 대부분이라 우리는 독서를 통해 이를 보완해야 한다.”

레이먼드 마 캐나다 요크대학교 교수(심리학)는 그동안의 연구들을 종합해 독서의 효용을 주장했다. “독서에 관한 수많은 연구를 종합해봤을 때 독서, 특히 소설 읽는 사람들은 더 높은 학력과 취업률, 연봉, 대인관계 능력을 가지며, 더 긴 수명을 누리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마거릿 머가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스코완대학교 교수(교육학)는 자녀나 학생들을 독서로 이끌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했다. “독서를 숙제나 시험과 결부시키기보다는 즐거운 경험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같이 서점에 가는 등 함께 책과 관련한 활동에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다. 특히,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아이들이 독서를 하길 원한다면 어른들이 독서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67686.html#csidxca5eff5bf4db666b4021c46efd4ad15 

[구혜영의 이면]박용진, 과감한 전환/ 경향신문2018.10.30

요즘 정치권 인사들을 만나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대박’을 터뜨렸다는, 대체로 비슷한 평가였다. 10월5일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이후 비리 유치원 명단 공개(12일), 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부 종합대책 발표(25일).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 이후 정부가 20여일 만에 제도로 응답한 보기 드문 경우다. 
‘박용진현상’은 사안 자체부터 인화성이 높았다. 기득권과의 정면 승부였다는 점에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유치원 문제는 육아, 교육, 복지를 포괄하는 ‘헬조선 프레임’과 맥이 닿아 있다. 여성들의 삶을 옥죄는 핵심고리이기도 했다. 내 아이를 위해 ‘을’을 자처했던 부모들의 분노는 또 얼마나 컸나. 이런 문제를 다뤄야 할 교육위원회는 유난히 높은 전문성을 요구받는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엉켜 있는 상임위다. 민주당 지도부는 박 의원의 문제 제기 후 사흘이 지나서야 입장을 발표했다. 박 의원의 고군분투를 ‘똘끼’ 정치인의 무모한 돌파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슈의 파괴력, 분노의 조직화, 기득권과의 싸움이 정치적 성공으로 이어졌다면 좀 더 정교한 해석이 필요하지 않을까. 국정감사 기간 내내 ‘박용진현상’을 들여다봤던 까닭이다. 그 자리엔 정당과 국회의 전환이 꿈틀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박 의원의 첫 자서전 제목은 ‘과감한 전환’이다. 
국회의원들은 시민(국민), 정의를 외친다. 정작 이런 소명이 정당을 통해 어떻게 실현되는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 정당의 언어는 ‘계파’ ‘진영’으로 통할 뿐이다. 정당을 배타적 권력 쟁취의 도구로 삼아 온 후과다. 박 의원은 ‘진짜 권력’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차등과세 부과를 끌어냈지만 정무위에서 밀려났다. 스스로 “무계파, 비주류 출신인 죄”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일부 주류 쪽 의원들은 “다 알고 있는 문제다. 운이 좋았지 뭐”라며 박 의원의 성과를 깎아내리는 데 급급했다. 
정당은 정권획득을 위한 결사체지만 평소엔 갈등해결을 위한 조정기관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념보다 사회경제적 균열이 정당 정체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범진보의 맏형을 자처해 온 민주당조차 기득권 앞에선 자유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박 의원은 “민주당 소속 진보교육감들도 유치원연합회 위력 앞에 무너지더라. 최근 2년간 아예 감사를 포기한 곳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박 의원의 질주로 정당이 변하고 있다. 계파와 진영이 난무했던 자리에 시민(정치하는엄마들, 시민감사관 등)들이 올라섰다.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지만 유권자의 약 30~40%는 투표에 불참한다. 이번을 계기로 이들 중 상당수가 정치 안으로 들어왔을 거라 짐작된다. 사립유치원의 폐원 압박에 공동육아로 대응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졌다. 정당이 사회적 기반을 구축하게 된 것만 해도 반가운 일이다. 여기에 “삶과 밀착된 문제를 해결하면 새 질서가 만들어지고 지지도 받게 된다”는 공식까지 추가된다면 정당정치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정권교체 후에도 국회는 청와대와 행정부에 종속된 ‘반응 정치’로 일관했다. 소득주도성장, 개헌, 최저임금 등 굵직한 현안은 청와대와 정부가 주도했다. 국회는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를 놓고 추상적 담론 경쟁에 빠졌고, 양당제와 다당제의 선악을 매기느라 바빴다. ‘국회=비생산적’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여의도에서 차기 대선 후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들린다.
국회가 박 의원의 질주로 달라지고 있다. 국회발 의제가 나온 지 20여일 만에 온 나라가 움직였다. 2013년 누리과정이 실시된 이후 교육관료들의 직무유기, 짬짜미 감사 등 묵은 적폐가 민낯을 드러냈다. 국회는 유아교육이라는 공적 가치에 관한 한 대표성을 인정받게 됐다. 촛불 이후 주요 의제에 직접 참여하는 게 낫다는 시민들이 늘었지만, 살다 보면 내 권리를 위임하는 간접 참여도 괜찮겠다는 시민들도 많아지는 추세다. 선거제 개편 논의도 사회적 신뢰가 뒷받침된다면 속도가 빨라질지 모를 일이다. 이 정도면 국회 정치의 전환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겠다.
박 의원은 2000년 이후 10여년 동안 진보정당 깃발을 펄럭이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외쳤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2011년 진보정당 울타리를 넘어 거대 정당 광장으로 건너왔다. 한쪽은 배신자, 또 한쪽은 비주류로 낙인찍었다. 진보정당 시절 모두가 독자집권을 외칠 때 홀로 연립정부를 주장했고, 민주당에 와선 배후세력 없는 설움 속에 끊임없이 자기 존재를 증명해야 했다. 늘 “1회초 등판만 하고 내려오는 것 아닌가” 가슴 졸여야 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안되는 삶이란, 생각지도 못한 삶이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 정치라고 다르겠는가. 진보정당은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하고 있고,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주류가 주류로 올라선 역사라며 자랑스러워하지 않나. 박용진, ‘과감한 전환’을 응원한다.
원문보기: 
https://goo.gl/vKcuN6

2018년 10월 29일 월요일

강사법과 관련하여 몇 가지 글 모음/2018.10.31 정리 + 2018.11.28 보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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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페이스북에서  2018. 8.8



강사법 개정안은 지난 7월 13일에 공청회를 마치고 현재 여론 수렴 작업을 하고 있으므로 얼마 안 있으면 국회로 이송될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강사의 신분보장(교원신분 부여와 학교의 부당행위 시 소청심사위에 제소 가능), 직업안정성 제고(공개채용, 3년까지 재임용 허용하며 그 이상은 학교측과 자유계약 ), 처우개선(방학 중 강사료 지급,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으로서 이것이 법제화되면 대학 강사들에게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추가되는 재정문제 등을 가지고 학교나 재단 측과의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같지는 않으므로 국회의 의안 심의 과정에서 어떤 돌발사태가 벌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학교나 재단, 교육부, 국회에 대한 지속적 압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일부 교수님들의 참여로 <강사법 시행을 위한 교수모임>이 발족했습니다. 참여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앞으로 시위나 언론 기고 , 성명서 등을 통해 강사법 시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가입을 원하시는 교수님들은 저에게 페메로 연락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시위에 동참하실 분들도 환영합니다. 또 강사분들 가운데 강사법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저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불만도 좋습니다. 의견 수렴과정에 잘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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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곤 페이스북에서 2018.9.3
대학강사 제도개선 협의회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 전문대교무입학처장협의회,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국회와 교육부 추천 전문가 등 12명이 참가하여 모두 18차 회의를 열어 합의안을 만들었다. 

공청회는 7월13일 서울교대에서 16차에 이르는 동안 합의 된 내용을 가지고 진행 되었다. 공청회 이후 제출 된 의견을 수렴하여 두 차례 더 논의를 진행하여 8월8일 최종적으로 합의 개정안을 마무리 했다. 8월 28일이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협의회 위원들을 면담하고, 9월 3일 교육부에서 설명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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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개정안은 강사법의 보완적 성격으로 개정안의 주된 내용은 강사의 신분보장(강사 교원지위 부여, 교원 소청심사권을 인정한다), 직업안정성 제고(공개채용, 1년 이상 임용을 원칙으로 하되 3년까지 재임용 허용하며 그 이상은 학교측과 자유계약 ), 처우개선(방학 중 강사료 지급, 4대보험 가입, 퇴직금 지급), 기타 복리후생 권고이다.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 논의 합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법적 지위는 강사에게 교원지위 부여 한다.
•임무는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 연구 한다.
•임용기간은 1년 이상 임용 원칙으로 하고 두 차례의 재임용을 보장하며 그 이후는 계약당사자의 자율로 한다. 법률에 명시된 제한된 사유에 한해 예외를 허용 한다.
•임용절차는 공개임용을 원칙으로 하고, 전임교원의 임용절차와 달리 심사절차 및 심사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간소화 한다.
•신분보장은 계약기간 중 의사에 반하는 직권 면직·권고사직 제한 및 불체포 특권 보장하고 교원소청심사권을 보장 한다·
•교수시간은 강사와 겸·초빙교원 등의 교수시간은 매주 6시간 이하를 원칙으로 하되 초빙교원은 주 9∼12시간으로 한다.
•교원확보율은 강사는 전임교원 확보율에 포함하지 않고, 교원확보율에도 포함하지 않는다.
•겸·초빙교원 등은 고등교육법 제14조 및 제14조의2에 포함하지 않고, 제17조에서 제14조의2 제1항 및 제2항 준용 한다.
•강사 처우개선은 방학기간 중 임금 지급 한다. 퇴직금 지급 한다.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는 강사에게 직장건강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 촉구(교육부, 보건복지부 등에 건의)
•기타 복리후생: 연구실, 휴게실, 주차권, 도서관 사용 등 복리후생을 권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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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성명서 2018.9.6--

오늘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진행된 <강사법 개선안 국회 통과 촉구 강사·대학원생 단체 합동 기자회견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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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개선안 국회 통과 촉구 강사·대학원생 단체 합동 기자회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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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는 강사-대학-국회 추천 위원들이 합의한 2018 개선 강사법령안을 즉각 입법하고 2019년 1월1일에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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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깊은 적폐의 온산, 대학을 바로잡지 않고서 한국 사회의 개혁을 말할 수 없다. 대학의 본령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이 나라의 미래 또한 암울하다. 우리가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투쟁을 멈출 수 없는 건 우리와 다음 세대의 삶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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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원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 지난 50여 간 대학 교육의 상당부분을 책임져 온 강사 등 교원에게 정치·학문·사상의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강사에게도 다양한 교과목 개설권과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그 첫 단추로 강사를 포함하여 모든 교원들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 그래야 학문재생산 기반이 튼튼해지고 학문절벽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고등교육의 질이 지금보다 향상될 수 있다. 학생에게는 양질의 교육을, 국민에게는 삶의 질을 높이는 지식공유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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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각자의 방식으로 대학의 올바른 개혁과 진일보한 교원정책 수립을 위해 가열차게 싸워왔다. 특히 원래 교원이었던 강사의 교원 법적 지위 회복 또는 더 나은 방향으로의 교원 권리 쟁취를 위해 수없이 많은 투쟁을 해 왔다. 이 과정에서 2011년에 제정된 (유예)강사법을 두고 2015년부터 서로의 주장이 수년 간 충돌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8년 3월부터 18차례에 걸친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우선적으로 강사 등 비전임교원들이 처한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데 뜻을 모았다. 강사-대학-국회 측이 동수로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협의회가 만장일치로 합의한 강사법 개선안 시행과 이후의 활동 방향에 극적 합의한 것이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의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및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강사법 개선안 시행 입장을 분명히 하며 하나의 목소리로 요구하게 된 것은 그 자체로서 대학교원노동자 투쟁의 역사에서 크나큰 전진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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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기까지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2003년 서울대 故 백준희, 2008년 건국대 故 한경선, 2010년 조선대 故 서정민 선생 등 잘못된 대학의 현실을 비판하며 유서를 남기고 자결한 분들과 함께, 대학자본에 맞서 싸우다 먼저 쓰러져 간 故 이강복 전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조선대분회장 등 많은 분들의 뜻을 기려야 할 때이다. 더 이상의 안타까운 희생이 없도록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하여 미흡하지만 ‘거대한 전환을 위한 일보 전진 교두보 마련’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그동안 발목을 잡아왔던 상처를 이제는 치유하려 한다. 우리가 뜻을 같이 할 때 미래는 긍정적으로 구성된다고 본다. 소탐대실(小貪大失) 하지 않고 좌고우면(左顧右眄) 하지 않으며 대학의 올바른 개혁과 올바른 교원 정책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더 나은 대학과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전진할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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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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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국회는 / 강사법 개선안/ 입법하고 / 시행하라!
하나. 국회와 / 정부는 / 강사법 예산 / 확보하라!
하나. 강사에게 / 제대로 된/ 교원지위 / 보장하라!
하나. 강사에게 / 고용안정 / 생활임금 / 보장하라!
하나. 강사에게 / 강좌개설 / 의사결정권 / 보장하라!
하나. 강사에게 / 연구비와 / 연구공간 / 제공하라!
하나. 강사에게 / 퇴직금과 / 방학임금 / 보장하라!
하나. 국회는/ 강사법 개선안/ 2019년 1월/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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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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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
/민주노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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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대 “강사법 도입 시 약 640억원 필요, 답 없다”3일 강사법 개선안 발표…

임금 관련 규정, 임용 규정 등 논란
전문대학 “행‧재정 부담 대폭 증가, 개선안 수용 어렵다”
“왜 미리 강사 처우개선 나서지 못했나” 자조적 시선도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3일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가 강사법 개선안을 발표했다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 1년 이상 임용 보장, 방학 중 임금 지급 등이 포함된 개선안에 대학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특수성과 교육 방향, 재정 여건이 고려되지 않았다며 강사법에 거센 비판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문대학들은 강사법 개선안 도입 시 추가 예산 소요와 행정부담 증가, 강사 확보의 어려움 등이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또 결국 강사법 개선안 시행으로 교수와 강사, 학생이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시간강사 처우 개선은 반드시 이뤄져야 했던 만큼 대학들이 선제적으로 개선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전문대, ‘예산 비상’ = 강사법 개선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방학 중 임급 지급 △퇴직금 지급 △건강보험 적용 △연구 공간 제공 등으로 인한 대학의 재정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전문대학들은 등록금 수입 감소와 경상비 증가로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강사법 개선안으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예상된다며 개선안 도입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는 14일 ‘강사제도 도입(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전문대학 의견서’를 내고 “전문대학은 정부의 정책에 따라 10년간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 입학정원 감축에 따라 등록금 수입 감소, 대학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구성비가 매년 증가해 등록금 대비 61%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문대교협이 의견서를 통해 밝힌 개선안에 따른 추가 소요예산 추정액은 총 736억원이다. 이는 방학 중 임금 지급과 건강보험료, 퇴직금 등을 포함한 비용으로, 전문대교협은 “강사료가 5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총 639억5000만원의 강의료 추가 예산뿐만 아니라 인상분에 대해 방학 중 임금 및 보험료, 퇴직금 등에서 추가 예산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교육비, 장학금을 매년 늘리는 등 교육비 환원율은 163.9%까지 높아져 대학의 재정여건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강사법 개선안은) 감당할 수 없는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정부의 예산 지원책은 미비해 부담은 오롯이 대학에만 지워진 상황이다. 7월 13일 열린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개선안 공청회에서 오양현 순천제일대학교 교무처장은 “대학과 강사에 대한 지원 예산확보나 재정지원에 대한 대책은 없으면서, 강사들에 대한 요구를 대학 측에 모두 넘겨버려 대학 재정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예산확보 및 재정지원의 안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예산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공식적으로 제기됐음에도 이번 개선안에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만 있을 뿐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들어있지 않아 향후 지원 방안 마련이 가능할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가 기재부에 제출한 2019년 예산안에서 강사법 관련 예산은 지원 근거 부족을 이유로 전액 삭감된 상황이다.

이에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관계자는 “지원 근거가 없어 예산이 삭감됐다면 지원 근거 마련을 위한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지원 예산 확보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협의회 및 전문대학 관계자 전체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려고 한다”고 말했다.

■ 학사운영도 ‘난감’…“직업교육 특성 반영 안됐다” = 강사 임용절차 규정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강사법 개선안에 따르면 강사의 1년 이상 임용을 보장하고 신규임용을 포함한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했다. 이에 직업교육의 특성상 산업 환경과 수요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중요한 전문대의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현재 전문대들은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산업체 재직자를 겸임·초빙교수로 임명해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문 3년간 재임용 절차를 보장할 경우 산업 변화에 따른 유연한 강사 임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산업체 재직 강사 확보 자체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겸임·초빙교수들에게도 1년간 임용 기간이 정해진 것이 도리어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에는 겸임·초빙교수 직을 기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전문대학 학사운영 관계자 A씨는 “강사법 개선안을 보고 우리 대학 겸임교수들이 먼저 ‘법이 바뀌면 회사 눈치가 보여 강단에 설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1주일에 6시간씩 1년간, 심지어 재임용이 될 경우 3년간 출강한다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사에게 교원과 동일하게 학생을 교육·지도하고 학문을 연구하도록 한 것 역시 현실에 맞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교내 상시 근무를 하게 돼 있는 정교수와 달리 강사들은 강시 시수도 교수들에 비해 적을 뿐 아니라 학교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학생을 지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사법 개선안을 준수하려면 강사들을 관리하기 위한 전담 직원이 추가로 필요할 만큼 행정적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전문대학 학사운영 관계자 B씨는 “최저임금 문제, 연구실 문제, 규정에 따른 강사 임용, 평가를 통한 재임용 절차 처리 등 강사 관련 대응해야 할 문제가 많아 이 문제만 전담할 직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 강사법 대응 ‘응급처치’… 교수‧강사‧학생에 고통 떠넘기나 = 강사법 개선안이 국회에서 의결될 경우 대학들은 2019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 이에 대학들은 강사법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전문대학들에서는 재정 부담을 덜기 위한 방안으로 △전임교수의 책임 시수 확대 △온라인 과정 확대 △강의 전담 교원 활용 △졸업학점 축소 △1학점 1시수제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전임교수가 담당하는 과목이 늘고 졸업학점 축소 등으로 수업이 줄어드는 등의 몇몇 조치들은 실행될 경우 결국 교육의 질 저하와 학생들의 학습기회 축소, 강사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대에서는 강사가 현장 중심의 교육을 위해 투입되는 만큼 강사의 입지 축소가 곧 실무 중심의 직업교육 약화를 의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들이 강사법으로 인한 부담을 학생 및 교수, 강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학 내에서는 먼저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 C씨는 “전임교수도 중요하지만 시간강사가 없으면 대학이 유지될 수 없다”며 “학교들도 강사들을 위한 제도 마련을 시급히 했어야 했다. 여태까지 강사들의 처우 개선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도적인 방법을 통해서든 대학 스스로의 노력으로든 강사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한국대학신문(http://news.unn.net)  2018.09.20 https://goo.gl/ni2J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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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o Kim 페이스북에서 2018.10.3
강사법 시행 앞두고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진다. 학교에서 가능한 한 전임교수들이 모든 과목을 가르치라 한다. 요즘 초등학교도 그렇게 안한다. 우리 학과에는 광고나 출판편집 등 딱 한 학기 그 분야의 전문 시간강사에게 의뢰하는 강의들이 있다. 그런데 시간강사 수를 무조건 줄이라 하면 그런 과목들은 당분간 폐강 시킬 수밖에 없다. 학생들을 위해 다양하게 개설했던 과목들을 강사법 때문에 전임교수들이 맡을 수 있는 엇비슷한 과목들로 개편할 수는 없다. 또 그렇게 해고되는 시간강사들은 어쩌란 말인가. 교육부는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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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페이스북에서 2018.10.25

강사법 합의안....그러나 역시 강사들에겐 재난이 될 거 같습니다. 요즘 매주 학교에서 회의를 합니다. 강사법 때문입니다. 합의된 강사법은 방학 때의 임금, 퇴직금 등을 주게 되어 있고 보통은 6학점 이상 강의를 못 주게 하여 대량 해고를 동반한 '선별'을 막으려 했지요. 그러나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지난 학기 대략 550명 정도의 시간강사가 강의했는데 예산 등의 사정을 이유로 150명으로 줄여야 한답니다. 제가 속한 학부는 교양과목 강의를 위해 대략 150여명의 시간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50명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전공학과는 0명으로 줄이라고 한 것이니 많이 봐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강의 수 줄이는 데 한계가 있는데


어찌 줄일 것인가? 일단 전임교수의 강의를 늘리랍니다. 초과강의를 하라는 거죠. 또 하나 중요한 방법은 대형강의로 확장하는 겁니다. 40명 하던 거 80명으로 늘리면 1인당 강사 2명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강의실이 작아서 문제인데, 아마 벽을 터서 만들어줄 모양입니다. 덕분에 건설업계가 돈 벌게 생긴 거죠. 그래도 사실 줄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교양선택과목 강의를 접어야 할 듯합니다. '필수'과목으로 9학점을 채워야 하니, 그냥 그거나 해야죠. 시간강사 사정 어려운 거 배려해서 만들고  애써 합의한 법인데 주어진 예산 안에서 강사를 채용해야 하는 학교 입장에선 이렇게 대응할 수 밖에 없는 면도 있다 싶습니다. 아마 사립대학은 더할 겁니다. 전임교원의 강의를 늘리고 대형강의 늘리는 것....



학생들의 교육환경? 그건 지금 얘기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강사들의 문제를 고용안정성 문제로 접근해서 그런 것이겠지만 지금 합의한 법은 1년단위 계약에 3년 재계약 보장이랍니다. 그러니 시의적인 강의, 남 다른 강의를 한 분을 채택하려 해도 1년, 6학점을 주어야 합니다. 게다가 채용하면 3년을 가야 하니, 3년간 매 학기 일정한 과목을  강의할 수 없으면 강의를 부탁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번에 채용 안되면, 아마 다들 3년 뒤를 기다려야 할 겁니다. 



또 하나 맘에 걸리는 건, 강사를 공개채용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개채용, 공정하고 좋지요. 그럼 이제는 강의 경력이나 연구실적 등이 없는 새로 졸업하거나 수료한 분들은  강의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공채의 공정성 기준은 강의 경력을 요구하는데 새로 진입하는 분은 경력이 없으니 시작할 수 없고 시작할 수 없으니 계속 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죠. 실적을 보태봐야 크게 달라질 게 없을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서도 대학원을 가고 박사학위를 받고 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입시생 줄어 문제가 된 학부보다 먼저 대학원이 문을 닫는 상황이 닥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한 달 남짓 뒤면 이 난감한 상황이 시작됩니다. 다음 학기 강사배정을 하려면 강사 공채를 시작해야 하니까요. 강사 사정 어려운 거 배려해서 만든 법이지만 다행히 채용되어 3년간 안정된 강의를 하시게 될 분들에겐 다행이지만 우리 학교의 경우 잘려나갈 70% 정도의 강사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게다가 시간강의마저 하기 어렵게 될 신입 '강사'들... 더 난감한 것은 이로 인해 저 같은 사람은 그토록 싫은 초과강의해야 하고 학생들은 대형강의에, 축소된 과목 등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합니다. 좋은 세상 만들고 싶다고들 만든 법일 텐데 세상은 왜 점점 이렇게 나빠져가는 것인지.... 시간강의 하시는 분들, 강사 노조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을 덮칠 이런 문제를 알고는 계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등교거부 하는 학생도 아닌데, 아, 정말 점점 학교 가기 싫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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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승 페이스북에서 2018.10.25
저와 꼭 같은 생각을 한 분이 계셨군요강사법은 우리 대학과 대학원에 재앙을 가져다 줄 겁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로 만드는 법이라 하더라도, 현실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소수 강사의 '교원 지위 인정'을 위해, 다수의 강사들이 대학 강사 자리에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배들을 보는 대학원생들은 이제 공부할 의욕을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거의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제가 소속한 대학과 학과에서도 이미 강사들의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내년에는 아마도 현재의 반 이상의 강사가 강의를 얻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이 어처구니없는 프로세스를 중단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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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호 페이스북에서 2018.10.25
강사법 합의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학교육 현장을 비틀어버렸다는 데 있다.
강사법 발의와 더불어 몇 차례의 유예를 거치면서, 대부분의 대학은 강의의 체질구조를 개편하는 데 주력했다. 문제는 이게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었다는 데 있다. 강사법으로 인해 닥쳐올 재정압박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교양 강좌를 7~80명 이상이 듣는 대형강좌로 통폐합하고, 비전임교원이나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늘려서 교원 1인당 담당 학생 수가 대폭 늘어나게끔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아닌 대학생들. 같은 액수의 등록금을 내면서도 받게 되는 교육 서비스의 질은 크게 하락하는 셈이 되었으니, 실질적으로는 등록금이 대폭 인상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정부가 법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막은 상태에서 강사 개별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이 되었으니 강의 환경을 열화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차 떼고 포 뗀 상황이니 당연한 귀결이다.
물론 강사의 생계보장 문제는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대학이나 학생들로 하여금 일방적인 출혈을 강요하면서까지 확보되어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어차피 대학이나 학생들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장기적으로는 강사들도 살아남을 자리가 없다. 생태계가 유지가 되어야 그 안에서 학생이든 강사든 대학이든 살아남는 것이지, 생태계 자체를 뒤틀어버린 상태에서 돈 몇 푼, 지위 보장 몇 년 받는다고 해봐야 그게 특정 시점에 혜택을 받을 소수를 제외하고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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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광 페이스북에서 2018.10.26

지금 진보나 민주를 말하는 교수들이 바로 할 일은 강사법 개선안에 대한 푸념이나 외면이 아니라 다음의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대학별로 발표하고 대학본부에 직접 압박을 가하며 의사결정권 또한 행사하는 것이다.
1. 강사법 개선안 시행과 정부 예산 배정 촉구
2. 전임교원 강의시수 증가 반대 및 거부
3. 강사 외 비전임교원 채용 축소(어지간한 비전임교원은 강사로 임용하면 된다)
4.최대수강인원 수 증대나 폐강기준 완화로 인한 교육환경 파괴 중단
5. 졸업이수학점 축소와 교양이수학점 축소로 인한 대학 본연의 임무 포기 중단
6. 적립금, 중복투자금, 불필요한 신축건물비, 기타 가용 예산 모두를 활용한 강사 처우개선 예산 확보
7. 학과 또는 범주별 강사 총량제 거부
8. 강사법령 개선 합의안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비롯된 가짜뉴스 생산 중단
예)
 ㅡ신규강사 채용 불가라는 오해(강의 경력이 있어야만 채용할수있다는 식의 인식).
ㅡ3년 자동계약이라는 인식(재임용절차를 보장하므로 기준 충족하고 별문제없어야 재임용됨. 자동은 아님. 조건충족하면 계약 보장해줘야 하는 게 당연함.)
ㅡ기존 강사만 임용될 수 있다는 인식(퇴직도 하고 전임도 되고 다른 직업을 찾기도 하고 개인사로 쉬기도 한다. 또한 본교 대학원 쿼터제, 지역쿼터제 등 다양한 임용기준을 정할 수도 있다.)
9. 성명서 등의 내용을 정부와 국회 교육위 의원들에게 11.7까지 대학별로 발송
여기서 직접 할 일을 하라. 연대하고 실천하지 않는데 어찌 민주나 진보를 입에 올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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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페이스북에서 2018.10.27

우연찮게 대학에 대한 서평 포스팅을 올리기 직전 며칠만에 접속한 페이스북에서 드디어(...) 강사법 재개정안을 둘러싼 우려와 논쟁이 오가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젠 무의미한 말이지만, 수개월 전 강사법 재개정안 합의안 연대발언을 갔던 순간부터 주변에 강사법 재개정안에 따른 여러 여파에 대한 대응책을 어떻게든 준비하지 않으면 정말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거라고 주변에 이야기해 왔다. 유감스럽게도 입법부-교육부-연구재단-대학연합체-강사·원생노조 등이 함께하는 논의 테이블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만약 강사법을 하느냐 마느냐, 노조가 성급했냐 아니냐, 대학이 나쁘냐 아니냐를 두고 책임과 잘잘못을 따지는 게 우리가 진행할 수 있는 논의의 전부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최악이다. 만약 그게 우리 연구자들이 지닌 능력의 최대치라면, 솔직히 그런 집단은 망해도 할 말이 없다. 

강사법 재개정안에 대해 각 대학이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는 이미 대략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강사고용의 수는 줄어들 거고,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는 늘어날 것이며, 공개채용과정이 도입되면서 기존 전임교원의 업무는 늘고 아마 몇 가지 당황스러운 기준이 도입되면서 학문후속세대의 난이도는 올라가는 전망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획재정부에서 대학을 대상으로 한 추가 예산배정을 거부한 데다가 (대입과 직업교육 정도를 제외하면) 고등교육에 대한 이해도·관심사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정권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 사태가 다르게 전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거기에 대학구조조정이랑 학령인구수 감소가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점이 오면 부작용이 더욱 극대화될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문제를 고용대란 정도로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 그보다 결코 덜 중요하지 않은 측면은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될 때 한국 고등교육의 질,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생산하는 지식의 질과 양 모두가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는 데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과제가 하나 있다면 다음과 같다. 강사법 재개정에 따른 부작용과 그 규모를 가능한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상태가 무엇인지 합의하며(시간강사를 교원으로 규정할지, 비교원으로 규정할지, 혹은 또 다른 법적 신분을 만들지 등등은 비교적 기초적인 질문이다), 마지막으로 전자의 상황에서 후자로 이행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안을 계속해서 찾고 적용해보는 프로세스다. 

이런 이야기가 무척 단순하고 상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나는 진정한 현실주의자라면 우리가 아직 이러한 프로세스를 진행할 논의기구조차도 제대로 확보하고 있지 않다는 것부터 인정해야만 한다고 진지하게 말하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그 정치경제적 발전에 비할 때 고등교육을 다루는 기구들의 역량과 경험이 현저히 낮은 편이며, 한국사회가 어떤 대학(원)을 만들고자 하는지에 대한 담론 역시 슬프지만 그리 정교한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한국은 그냥 대학원생 개개인을 주로 미국 대학원에 맡기고 완제품인 박사취득자를 재수입하는 형태로 이 문제를 회피해왔는데, 이제 진짜로 그런 수준의 떔질로 답이 안 나오는 규모의 문제상황이 오고 있고, 이번 강사법 재개정안 논쟁은 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어떤 방향으로든 제도와 지식생태계를 다시 세팅하는 방법으로밖에 풀 수 없다. 강사노조들의 책임을 따지고 대학과 강사들이 서로 싸우는 과정도 각각의 국면에서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그걸로는 희생은 희생대로 크고 문제는 문제대로 안 풀릴 게 뻔하다--우리 사회는 이미 그런 경험을 너무나 많이 해왔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현 대통령을 선출할 때 우리 모두가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중요한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풀지 않는 게 아니었던가? 이런 문제를 제도적으로 풀어가는 기초적인 방식은 논의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행위자들이 빠르게 테이블을 만들고 정책개선안을 계속해서 만들고 적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다(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을 최소화하는 안전장치도 같이 적용해야 한다).

이번 일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일의 반복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다른 무엇보다도 나와 내 동료들의 운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오늘의 교훈 하나를 덧붙이자. 정규직 교원들, 특히 테뉴어 받은 교수들은 강사법/대학원생 문제를 다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안타깝지만 나는 별 관계없는 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강사법 재개정안 논의에서 잘 드러나듯, 이젠 이런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교수들의 업무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걸 좀 깨달으셨으면 좋겠다. 

가령 교수 10명, 강사 10명이 인당 두 과목씩 담당하는 학과가 있다고 가정할 때, 강사 수가 5명으로 감소하고 그 과목이 다 전임부담으로 돌아간다면 전임교원들의 업무량은 기존의 2과목에서 3과목으로 1.5배로 상승한다. 교수임용과정이 교수들에게도 얼마나 골치아픈 일인지는 잘 아실텐데, 이제 매년 대규모의 강사공개채용업무도 해야한다. 연봉은 하나도 안 오르는데 말이다. 마찬가지로 얼마 뒤에 진짜로 대학구조조정 들어가서 대학들이 그대로 박살나기 시작할 때 교수들의 교육연구환경이 그대로 보전될 거라는 착각은 안 했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강사와 대학원생들의 문제이니만큼 교수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 솔직히 말해, 나는 정권이 추가적인 재정지원도 안 해줄 거면서 등록금을 지금처럼 묶는 행위는 정말로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등록금 인상을 막아놓고 지지율 관리를 할 거면 대신 대학에 재정지원을 해라. 재정지원을 안 해줄 거면, 적어도 사립대는 등록금을 어느 정도는 풀어놓는 게 맞다. 그렇다고 사학법 개정해서 사학재단이 돈 더 토해놓게 만들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 사학재단들이 진짜로 무책임하고 교육 투자를 제대로 안 하는 건 대체로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도적인 틀을 만들면 무슨 일이 뻔히 생기는지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돈줄을 막아놓으면 그 결과는 강사/교원들과 대학끼리 서로 싸우다가 학생들과 시민사회만 피해를 보고 교육부랑 교문위, 정권은 뒤에서 팔짱끼고 "ㅉㅉ 유감이네요 ㅉㅉ" 하는 구도가 뻔하지 않나?

나는 현 정권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최고의 선택지라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그들이 원하는 것처럼 반 세기 정도 계속 집권하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면 현재를 위해 미래 발전의 토대를 붕괴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싶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강사법과 대학구조조정 추이는 바로 그 길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좋든싫든 지금 가장 중요한 결정권은 당정청에 있는 게 사실인데, 이 문제를 지금처럼 외면하면서 반세기 집권 생각하는 건 정치적 대표자의 도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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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효정 페이스북에서 2018.10.25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언제나 ‘강사를 걱정하는 교수님’들의 조언이 쏟아지곤 했다. 대부분 그들의 논리는 학교에서 들은 편향된 정보를 기초로 한 것으로 대학측의 논리와 관점에서 말하고 있다.강사법=대량해고법’이라는 그런 논리들이 내부의 균열을 만들고 법안을 계속 유예시키도록 대학의 구원투수 노릇을 해왔다. 이번에는 이진경 씨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개정 강사법 합의안과 시행령을 한번 읽어나 보았는지 모르겠고, 강사들이 어떤 권리가 생기고 그것으로 어떻게 대응하고 싸울 수 있는지 ‘상상’이라도 해보았는지 모르겠다.
대학들도 대응을 한다.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제 너네 어떡하냐고, 다 죽게 생겼다고, 강 건너 불 보듯 말할 수 있는 ‘교수님’이 아니니까. 우리는. 살려고 만든 법이지 죽으려고 만든 법이 아니니까. 자기 문제가 아니니까 우리가 되찾은 권리로 무얼 할 생각인지도 모른다.
대학이 강좌수를 줄이고, 대형강좌 만들고, 대학교육을 온라인 강의으로 해결하려 하면, 그건 이미 강사법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의 반교육적 파행이며 기업-대학의 도발이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요 전임교수들에게도 부담을 전가한다. 대학의 이런 대응은 아주 부도덕하고 반교육적인 처사다. 그런데 이진경 씨는 그것을 ‘대학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할만 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대학과 맞서 싸워야할 문제를 엉뚱하게 투쟁하는 사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대체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가. 이번 합의안은 대학도 참여해서 만든 합의안이다. 강사들이 예년처럼 내부 분열로 깨어질 줄 알고 안이하게 대응하다가 강사노조가 단일안으로 협상에 대응하자 대학들이 막판에 밀렸다. 그렇게 해서 유예된 강사법보다 좀더 개선된 강사법 합의안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강사들의 입장에서야 좀더 나아진 셈이지만 대학들 입장에서는 좀더 '곤란해진' 셈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합의안이다. 합의를 지켜야 한다. 그걸 안지키면 안지키는 대상을 향해 비판하고, 사회적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지 말라고 요구를 해야지, 대학이 그걸 지킬 수 없다면서 옹호하고, 대학이 지킬 수 없는 요구를 해서 결국 강사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하는게 말이 되는가.

전국의 강사들이 내년 1월에 일제히 잘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년 1월에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회복한다. 그에 따르는 다른 권리도 회복한다. 그게 무슨 의미인 줄 아는가. 모르겠으면 열심히 생각해보시길.

대학들도 온갖 꼼수를 부리며 대응을 한다. 강사 선생님들도 대응을 하시길 바란다. 제일 첫째는 노조에 가입해서 상황을 제대로 전달 받고 자기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조직적으로 공동대응 해나가는 것이다. 혼자면 죽는다. 함께면 산다.

강사들이 법만 만들어놓고 대비를 안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저 생각이 더 웃긴다. 생각도 실천도 안하고 있던 사람은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다. 이진경 '교수님'. 학교 회의 갔다 와서 들은 이야기 옮겨 쓰지 마시고, 싸우는 강사들의 생각을 듣고 같이 돌파구를 찾을 고민을 해주시면 좋겠다. 정말로 우리를 걱정하고, 연대하여 함께 싸울 의지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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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페이스북에서 2018.10.28

이른바 합의된 강사법 시행을 두고 발생할 재난에 대해 걱정하는 글을 올렸더니 그거 갖고 시비를 하고 비난하고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네요. 이리될 거 같아서 포스팅을 망설이다가도 그래도 학교들에서 어떻게들 하려는지는 좀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올린 건데, 참 세상일이 어렵습니다.

머 이런저런 얘기들에 대해 반박하고 논쟁할 생각은 없습니다. 울화 쌓인 분들과 토론이나 논쟁하는 정말 어려운 일이지요. 일단 '너는 교수 처지니까 그런 소리 하고 있지'하는 얘기부터 깔고 나오면서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말하고 학교측을 비난하지 않고 강사법을 비판한다고 비판하는 식이니...다 맞는 말입니다.

저는 교수고, 교수 처지에서 고민하고 말합니다.
아니, 생각해보니 사실 교수들 입장에는 좀 미달하는 것 같네요. 강사들 짤리는 거 걱정하고 재난이라고 근심하는 교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교수 입장에 미달하는 건, 강사들 일부를 '관리'하는 처지라, 이번 법으로 짤리게 될 적지 않은 강사분들 처지가 안타까워서 그런 것이겠지요.

잘들 아시다시피 다들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강사분들이 강사처지에서 생각하고 요구를 하는 것처럼. 학교는 학교고, 학교처지에서 대책을 세웁니다.

유물론적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학교가 학교 입장, 경영자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걸 알고, 그 경우 어떻게 행동하리라는 걸 예측하고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나 분노나 울화가 쌓여 있는 경우에는, 냉정한 예측보다는 도덕적 비난이나, 당위적 훈계를 하기 십상이지요. 이해는 되지만, 그거는 문제를 실제로 푸는데 별로 도움이 안될 겁니다.

예상할 것도 없이 이미 학교들은 현실적인 방침들을 세워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미 썼듯이, 제가 근무하는 학교는 550명의 강사를 150명으로 줄이려 하고 있고 제가 속한 학부는 150여명을 50명으로 줄여야 합니다. 제가 속한 학부는 난리를 쳐서 90명으로 줄여보았지만, 이거 가지곤 학교측에 보고할 수도 없다고 다시 줄이라고 합니다. 잘해봐야 70명 정도 되면 다행일 거 같지요?

사립대학은 더할 게 분명합니다. 이게 강사분들에게 재난 아니면 어떤 게 재난인가요?
그렇다면 저를 비난하는, 아마도 강사법을 주도하신 것으로 보이는 분들이 답해야 할 것은
이런 사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면 강사들의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막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를 비난해도 좋고 학교를 비난해도 좋은데, 그 얘기들 끝에 꼭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강사들 해고를 막을 수 있는지 방법을 알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인데, '학교측과 투쟁하라'는, 하나마나 한 말은 제발 하지 않길 바랍니다.
그게 아니어도 제가 속한 학부는 이미 학교측 입장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욕을 먹고 있는 처지인지라 그나마 날을 세우기도 더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많은 학과의 교수들은, 여러분이 비난하는 교수 입장에 충실한 분들인지라, 우리 주장조차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건축과나 조형대 등 강사가 중요한 과 몇몇을 빼고는 대부분의 전공학과들이 다음 학기 예상 강사수를 학교 목표치에 따라 0명이라고 적어낸 터라 다른 과 교수들조차 자기들은 이렇게 노력하는데 너희는 대체 뭐냐고 하는 비난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학교 측 입장을 비난할 수만도 없습니다.예산은 정해져 있고 등록금은 아시다시피 올리기 매우 힘듭니다.정해진 예산 안에서 채용가능한 강사수가 저렇다는데, 그걸 뭐라고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할 수 있는 것은 학교측과 싸워서 강사수를 늘리는 것이지만 그래봐야 150명을 250명으로 늘릴 수 있겠습니까? 50명을 100명으로?--그렇게 해도 반 이상의 강사는 해고되게 됩니다만.

또 공개채용에 대해 올린 얘기도 그렇습니다. 공채를 하자는 이유를 몰라서 그런 얘기를 여기 올렸겠습니까?그 논점에 대해서도 강사법 주도하신 분들이 해야 할 말은 학교를 막 수료하거나 졸업한 사람들, 이른바 '학문후속세대'가 실적과 경력을 요구하는 공채로 인해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사태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공채절차를 완화하거나 한다고 해도 이는 전혀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는 사실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학문후속세대'의 강사 진입통로가 저렇게 좁아진다면
아마 대학원을 하고 학위를 받고 할 사람은 공부에 '눈이 멀어' 먹고 사는 문제는 생각할 줄 모르는 '바보'들 뿐일 겁니다(아, 이런 사람이 많았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럼 그나마 이미 학생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게 된 대학원은 더욱더 지속가능성을 잃게 되지 않을까요? 누가 얼마 전에 썼듯이, 공부를 하려면 차라리 유학을 가는 게 현명한 길이란 생각이 더욱더 설득력을 얻게 되겠지요. 대학원 없는 대학, 대학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학.... 그런 대학도 대학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폭풍을 야기하는 작은 날개짓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강사들 처지와 무관한 고민인지라 아마 또 욕을 먹을 고민이리라 싶습니다만....

더불어 지금 강사법은 1년단위로 계약하고 3년간 재계약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럼 예산의 증액으로 여분이 생기지 않는다면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로 인한 여석을 제외하면 이번에 강사에 임용되지 못한 분들은 아마 3년 뒤에야 다시 응모할 기회를 얻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때까지 강의를 하지 못했으니  그때에는 특별히 실적을 많이 쌓은 분 아니면 다시 채용되기 어렵지 않을까요? 아마도 채용된 분과 채용되지 못한 분의 분할이  강사분들 안에 새로운 양극화로 지속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또 하나, 학교측은 이번에 채용된 강사분들은 강사노조를 만드는 게 합법화되었기에 당연히 노조를 만들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 경우 노조를 통해 강사들의 해고/대체를 막고 계약기간을 연장하리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가능성이 큰 미래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강사분들의 양극화는 안정적 강사와 무산자 강사로 이어지게 되는 건 아닌지 싶은 걱정도 됩니다. 제가 하는 걱정이 쓸데없는 걱정이고 이런 예측이 틀린 예측임을 설득당할 수 있다면 저로선 그래도 기쁜 일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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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효정 페이스북에서 2018.10.28

누가 우리의 재난인가
"강사법 합의안....
그러나 역시 강사들에겐 재난이 될 거 같습니다." (이진경)
이진경 교수의 글은 몇 번을 읽어도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글 자체가 난해한 글은 아닌데 뭔가 참 이상한 글이었다.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했다. 그러다 어떤 똑똑한 분 덕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엇이 그렇게 이상했는지.
"샘, 근데 이진경 샘은 강사가 아니잖아요? 그분은 정교수 아니예요? 그것도 바로 그 대학 과기대.."
"그렇죠"
"그럼 대학에서 강사를 자르는 사람은 누군데요?"
"그야.. 아...!"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것이 전형적인 '주어 없는 글'이란 걸. 요즘 말로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하던가.
"그러나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선 지난 학기 대략 550명 정도의 시간강사가 강의했는데 예산 등의 사정을 이유로 150명으로 줄여야 한답니다. 제가 속한 학부는 교양과목 강의를 위해 대략 150여명의 시간강사가 강의를 하고 있었는데 50명으로 줄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전공학과는 0명으로 줄이라고 한 것이니 많이 봐준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대체 '누가' 강사를 줄이라고 한다는 것일까. '-합니다, -랍니다, -한답니다.'로 끝나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주어가 없다. 굳이 유추하자면 '대학이' 겠다. 그럼 '대학'이라는 추상적 실체가 강사들을 자르는 것이고, 이 교수는 '목격자로서' 우리에게 그것을 전하고 있는 것인가.
보통 우리는 '회사가 노동자를 자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에서 노동자를 해고하는 모든 과정에는 실행 부서와 인격적 실체가 개입된다. '법인'이라는 법인격의 개념은 - 그 자체도 문제가 많지만 여기서 다룰 이야기는 아니고 - 어디까지나 관념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관념은 실재하는 사람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실제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것은 구조조정을 결정하는 이사회의 이사들이고, 이사회 결정을 집행하는 부서들이며, 기획실, 인사팀, 관리직 등 실제 조직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길게 설명할 것 없이 웹툰 드라마 '미생'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장님이, 과장님이, 부장님이, 팀장님이, 우리를 선별하고, 평가하고, 자른다.
대학에서는 그런 일들은 누가 하는가? 교수들이 한다. 저 문장들도 그렇다. '학교에선' 이라고 말하는 그 가짜 주어의 진짜 주어는 대학의 관료들이며 학교의 교수들이다. 대학 교직원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직원이 '결정'을 하지는 못한다. 저 대학의 교수들이 모여서 회의를 하고, 그 안에서 강사를 400명씩 잘라야 한다는 저런 소리들이 나왔다는 뜻이다. 그 속에 이진경 교수 자신도 있을 것이다.(글에서 매주 회의 한다고 했으니)
그런데 그의 글 어디에도 '나는' 이런 식으로 줄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사들을 자르는데 동참하지 못하겠다, 라는 그런 자기 의지나 입장이 없다. '학교에서' 자르라고 하는데 '나는' 싫다. 하지만 '나는' 방법을 모르겠다, 라는 정도의 언급도 없지 않은가. 자기 의지는 말하지 않고 대학 논리를 그대로 받아 '합니다, 랍니다'라고 전하는 건, 그건 결국 이 해고에 스스로 동의한다는 뜻이며, 하겠다는 뜻이다.
소위 '3인칭 속에 숨는 1인칭' 표현으로 대표적으로 비겁한 자기 표현 방식이다. 이 글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1인칭 주어는 마지막 문장 밖에 없다. "학교 가기 싫다."
결국 내용은 "나는 내가 잘라야할 강사를 해고할 것이다(할 수 밖에 없다)" 라는 것이고, "나는 강사 해고를 막기 위해 아무 것도 안하겠다(할 수 없다)"는 말을 저렇게 빙빙 둘러 말한 것일 뿐이다. 그런데 더 고약한 것은 그 변명을 강사법과 강사노조에 돌린다는 것이다. 결국 저 글은 해고하는 사람이 되고 싶진 않은데 '강사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의 심경 토로이다.
누가 이 교수에게 해고하라고 협박을 하는가. 칼을 들고 위협을 하는가. "대학 사정을 이해할 만하다"고 하면서 대학 편에 서서 즉 대학의 입장에서 대학의 의지를 실행하는 집행관의 역할을 '슬픈 얼굴로' 떠맡고 있을 뿐이다.
"학교 가기 싫다"는, 유일하게 주어있는 저 문장만이 이 글에서 3인칭 뒤로 숨지 않은 유일한 '이진경의 목소리'이다. '악역을 맡은 자의 슬픔'을 가볍게도 표현한.
그런데도 본인이 강사라고 하면서 자기를 자르겠다는 교수님을 옹호하고, 마치 그가 한 일이 무슨 내부고발자이기라도 한 것처럼 양심이다고 추켜 세우고, 해고를 막기 위해 싸워왔고, 싸우고 있는 강사노조를 보고 당신들이 강사법 만들어서 우리가 해고된다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편에 서있는 사람과 같은 입장이라면, '대학의 편'이다. 주어 없는 문장 덕분에 자신이 해고(하는) 당사자이면서도, 마치 상관없는 제 3자인 것처럼, 목격자인 것처럼, 전달자인 것처럼, 위장되었고 그래서 우리가 모두 깜박 속았지만 (어쩌면 그 자신도 스스로 속았을 수도 있다. 대학교수들은 평생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살아온 존재이기 때문에) 나는 이진경 교수의 글이 '대학의 스피커' 역할을 크게 한 방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강사들과 대학원생들을 불안으로 흔들었다. 대학 쪽 인사가 저런 이야기를 했으면 다들 거부감을 가지고 분노했을 이야기를 '교수가, 그것도 이진경 교수가, 강사를 위해서' 발언하니, 아이쿠 큰일 났구나, 하고 흔들린다. 악어의 눈물에 속는다. 사실 이제사 강사법에 뒤늦은 불을 지른 진원지는 이진경 교수의 포스팅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포스팅을 근거로 불안 심리를 전파히고 확산하는데 일조하는 '패배주의적 지식인들', 강사법 관련 글마다 댓글을 달면서 노조를 비난하고 대량해고 공포가설을 유포하고 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재난은 강사법이 아니라, 바로 그런 사람들이다.
우리의 재난은 해고 협박을 하는 대학들이고, 그 협박을 순순히 수용하는 교수들이고, 그들의 '말'만을 가지고 강사들이 다 죽을 것처럼 불안을 유포하는 사람들이다. 대학으로선 강사법 이후의 강사라는 존재 자체가 재난이며 혼란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들의 재난이고, 그들은 우리의 재난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재난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믿지 말자. 강사법은 재난에서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이다. 아무 것도 없었던 우리 손에 처음으로 쥐어보는 무기다.
누구의 편에 설 것인지, 서야 하는지, 고민하고, 서주시라.
대학의 편에 설 것인지, 대학과 싸우는 사람들의 편에 설 것인지,
대학 경영자들의 편에 설 것인지, 해고(당할) 노동자의 편에 설 것인지,
이진경의 편에 설 것인지, 채효정의 편에 설 것인지
('강사법 투쟁'에 한해서는)
정치적 판단과 행동은 그런 것이다. 이것은 사유의 대결이 아니라 행위의 대결이며 '지금-여기서' 어떤 행위가 필요하고 옳은가를 묻는 정치적 정의의 경합이다.
비판은 얼마든지 좋다. 정책 제안도 좋다. 환영이다. 단 자기의 자리가 어딘지 분명히 했으면 좋겠다. 나는 나의 자리에서, 대학에 맞서, 차별에 맞서, 함께 할 이들과 단결하며 싸워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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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규민 페이스북에서 2018.10.28

강사법 시행과 관련된 많은 우려의 배후에 몇 가지 미심쩍은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여서 쓴다. 첫째는 연구경력에 대한 것이고, 둘째는 강의경력에 대한 것이며, 셋째는 공개채용의 효과에 대한 것이고, 마지막은 강사법의 시행에 대한 것이다.
1. 먼저, 경력강사가 연구경력이 있기 때문에 공개채용이 벌어지면 학문후속세대보다 채용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에는 <강사 공개채용=전임교수 채용>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교수채용에서와 같이 논문 출판의 양적 평가가 공개채용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면 이런 생각은 옳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강사법은 교수임용에 비해 강사채용이 절차상 "간소화"되어야한다고만 할 뿐, 논문실적 등 구체적인 채용기준에 대해 명시하고 있지 않다. 강사를 뽑는 건 기본적으로 개별 대학의 고유권한이므로 그럴 수도 없다. 원칙적으로 강사법 입법 이후 일정기간을 두고 시행세칙과 대학별 채용내규가 정해지게 되어 있다. 현재 상황에서 교수임용의 문제가 강사 공개채용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주장은 그 주장을 하는 쪽이 증명부담을 져야 할 문제다.

2. 또하나의 문제는 경력강사들의 강의경력이 공개채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다. 대학 입장에서는 강의경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고용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경력이 충분하니 다른 대학에서도 받아 줄 것'이기 때문에 채용하지 않겠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나아가 강사가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 상황에서 이 논리는 대학의 입장에서 눈엣가시같은 경력강사들을 쫓아내는 아주 효과적인 합법적 절차로 이용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경력강사나 후속세대보다 일방적으로 낫다고 말할 수 없다. 경력은 레버리지가 아니라 디레버리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3. 공개채용은 사실상 특정한 몇몇 대학에 묶여 있는 지원기회를 확대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소위 '알음알음 인맥채용'의 문제는 경력강사건 후속세대건, 지원할 수 있는 대학과 학과의 범위가 학맥과 인맥에 따라 심하게 제한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현실적으로 '여러 대학에 지원해본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는데, 이제 그렇게 해 보자는 것이다. 단지 채용과정이 투명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경력강사와 후속세대 간에 채용경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처럼 지원 자체가 쉽고 자율적이게 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4. 마지막으로, 강사법 시행이라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곧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 경과조치 기간을 거치게 되어있으며, 강사법의 실질적 내용, 즉 시행세칙과 대학별 채용내규는 이 기간을 통해 정해질 수 있다. (애당초 그러라고 확보해놓은 기간이다) 그런데 이 모든 문제는 일단 강사법이 입법되어야지만 유효해진다. 입법 이후에야 현실적으로 따져 볼 수 있는 문제를 입법 이전으로 소급해서 입법과정 자체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다. 그런 문제를 유의미하게 제기할 수 있는 현실적 조건 자체가 바로 강사법 입법에 의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뭘 요구하고 협상을 하건 '근거'가 있어야하는데, 강사법은 바로 그 근거가 되어준다.

정리하면, 기존 경력강사들이 일반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강사채용방식이 교수채용과 다를 가능성을 간과하고있고, 강의경력이 채용에 레버리지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경력강사와 대학의 관계에 대한 나이브한 시각을 반영하며, 경력강사와 후속세대 사이에 자리다툼이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은 공개채용으로 인한 지원범위의 확대를 간과하고있다. 또한 강사법의 효과에 대한 일부 예측은 현재 입법된 강사법이 단지 강사의 지위와 채용에 대한 몇 가지 최소 조건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어떤 구체적인 내용도 없다는 점, 따라서 잘못되고 말고 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이제부터 유효하게 모색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을 놓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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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페이스북에서 2018.10.28

서울과기대 이진경교수가 페북에 강사법 때문에 과기대에서 강사 550명 가운데 400명을 짜른다고 올려서 시끄러웠는데 교육부 확인 결과 별로 근거 없는 이야기인 것 같군요. 민감한 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으니 조심해야죠. 어려운 시간강사들을 도와줄 생각을 못할 망정 잘 모르는 사안을가지고 이렇게 무책임한 행동(본인이 의도하지는 않았다 해도)으로 강사들을 불안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아래에 강사법개선협의회에 참여했던 경희대 해고강사 채효정선생님의 확인전화한 내용의 글을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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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효정 페이스북에서 2018. 10. 28

강사법 - 오해와 진실
서울과기대 강사 대량해고설 확인을 위해 교육부에 전화를 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국립대'다. 국립대의 인건비는 국가에서 지원한다. 국립대 예산은 교육부 예산에 반영된다. 100%는 아니고 70% 정도 선에서 지원해준다. 왜냐하면 국립대도 완전무상이 아니고 등록금을 받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국립대는 교수도 강사도 나라에서 월급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서울과학기술대는 수도권의 다른 사립대에 비해 시간강사 강의료도 높다. 시간당 7만5천원 정도 된다. 왜냐하면 강의료 인상 방침을 따라야 하는 '국립대'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 임금의 70%를 국고보조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사법이 시행되면, 강사법 개정을 추진한 주체이자 정책당국인 교육부가 지금까지 해오던 관할 학교의 교원 인건비 지원을 해줄 수 없다고 하는가. 아니다.

그런데 굳이 현재 강사의 70%를 자르겠다고 한다. 왜?

오늘 아침 교육부 사무관과 통화하였다. 강사법이 개정되어도 국립대는 교원 임금의 70%는 당연히 국고 지원이고,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증액이 다소 되지 않겠느냐고 한다. 즉 서울과학기술대가 자체적으로 안아야할 재정부담은 지금보다 늘어난 '인상분의 30%' 정도라는 말이다. (강사임금총액의 30%가 아니라)

사실 이진경의 포스팅 이후로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이 '국립대'가 왜 그러냐는 것이었다. 국립대는 가만 있으면 정부에서 돈이 나오는데 말이다. 국립대는 교육부 우산 안에 있다. 그 우산이 자율권 침해의 명분도 되지만 적어도 재정 문제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우산이 된다. 대학 측의 주장대로 설혹 강사법이 대학재정에 부담을 주는 폭우라고 해도, 적어도 국립대는 교육부라는 우산이 받쳐준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는 부분이다. 그래서 전화를 했다. 서울과학기술대에서 교육부로 문의를 하거나 교육부 차원에서 전달된 사항은 없다고 한다. 400명을 자른다고 하는데? 하고 물으니, 어휴, 그게 어떻게 되겠어요.. 하고 웃는다. 조금 축소야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국립대들이 그렇게 안하는데 과기대 혼자만 그렇게 할 수도 없거든요. 아마 법이 개정되면 다른 학교들과 보조를 맞출 겁니다라, 고 한다. 다른 국립대에서는 어떻게 나옵니까, 하니 대부분 법안을 상세히 잘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들이 재정부담이 엄청 늘어나는 줄 알고 문의 했다가 설명하면 대부분은 이해하고 주로 재정지원을 부탁하고 끊는다고 한다. 다른 루트의 정보에 따르면 예비비로 내년도 강사법 대비 예산 배정을 이미 해놓은 국립대도 있다. 그건 학교마다 전략적 접근법이 달라서일 것이다.

그런데 서울과기대는 왜 그러는가?
교육부 담당자도 과기대가 왜 지금 시점에 총대 메고 나서서 그러는지 잘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아마 아직 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학들도 법안 내용을 정확히 잘 모르고 교수들도 이런 저런 불안만 많은 상태에서 이런 이야기도 해보고 저런 이야기도 해보고, 온갖 이야기들이 다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즉, 뭔지 모를 이 사태가 불안한 건 '교수님'들인 것이다.
아직 되지도 않은 법안을 놓고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수야 있겠지만 일단 먼저 잘라 놓고 보자는 저 발상은 문제다. 지금은 학교에서 강사법 시행에 필요한 정확한 재정추계를 하고, 예산 확보 계획을 세워야 할 때이다. 대학이 재정 지원 요청을 하려면 그 의지와 계획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맞지 않는가. 쉽게 사람 자르는 궁리를 하기 전에 말이다.
내가 볼 때는 '논의 수준의' 이야기를 마치 확정된 결정사항 처럼 옮겨 이 사단을 일으킨 장본인이 이진경 교수가 아닌가 한다. 그는 소문의 전달자가 아니라 소문의 진원지다. 나는 과기대 400명 대량해고설은 완전 가짜뉴스라고 본다. (400개 강좌개편이 왜 불가능한지는 따로 포스팅하겠다) 이것은 나중에 판명될 것이다.
국회 법안 발의후 10일간의 교육부 검토 기간을 거치게 되어 있다. 그래서 다음 주부터 교육부와 시행령과 시행 세칙 및 지침 마련을 위한 실무회의가 시작된다. 그에 따라 예산계획도 수립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채용방식이나 예산 문제도 모두 법안이 아니라 시행령과 세칙 지침에 담길 문제다.(강사법은 '공개임용을 원칙으로 한다', '방학중임금을 지급한다'라고만 되어 있다.) 하나씩 절차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아직 세부지침도 확정되지 않은 것을 가지고 마치 다 정해진 것처럼, 자신들이 아는 편향되고 협소한 정보를 전부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무책임한 불안 선동을 해도 좋은가. 왜 여기선 좌파 정치경제학의 과학적 사유가 아무 쓸모도 없어지는 것인가?
이진경 교수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부담해야할 강사임금 예산증액분이 도대체 얼마인가' 그것부터 '경제학적으로' 계산해보라. 그게 400명 잘라야 할 돈인가.
과기대 강사 선생님들은 지금 누구와 싸워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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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페이스북에서 2018.10.27

<작금의 강사법은 '대학구조조정법'!>
생각해보면, 지금의 강사법은 대학으로 하여금 강사를 줄이기 위해 교과과정마저 수정하게 하는(우리 학교는 교과과정과 교과목 등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강사 많은 교양과목은 늘려가던 추세를 뒤집어 줄이려 하며, 선택과목 역시 강사 고용형태와 관련해 줄이고 있습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게 하는 셈이니,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구조조정법'이 된 듯 합니다. 강사노조 주도 하의 대학 구조조정, 이게 올해말부터 실행될 저 법안의 실질적인 의미입니다.

시간강사 문제를 고용형태나 안정성 문제로 접근해선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듯합니다. 제 생각은 강사료를 올리는 것, 가능하면 전임교수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강사들에게 지불하도록 하는 것이 제일 낫지 않나 싶습니다.

그러면 대학 측에서도 강사 쓰느니 다른 일도 시킬 수 있는 전임 쓰지 라고 할 것이고(이게 강사노조에서 그렇게 원하는 것 아니었을까요?), 그렇게 안 해도 임금만 충분하면 강사도 할 만 하게 되겠지요.

물론 안정성이 없다는 건 힘든 일이지만, 모두를 얻을 순 없는 일이고, 그것을 얻는 게 강사들의 진입을 막는 게 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심각한 게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예산문제가 있지만, 이는 예산만 증액하면 되는 것이기에, 실질적으로는 '구조조정'을 할 기회를 대학 손에 넘겨주는 일을 피할 수 있고, 예산이야 말로 국가에 부담하도록 '투쟁'하시면 될 일입니다. 그것은 학교측도 좋아할 일이고, 교수들도 좋아할 일이며, 국가측은 어차피 세금인데다 명분도 분명해서 마다할 일이 아닙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덧붙이자면, 지금 닥쳐오는 강사들의 재난을 막는 방법은 정부나 국회를 통해서 대학이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을 일단 중지하도록 해야 합니다.현행의 강사들을 크게 줄일 수 없도록 대형강좌를 총강좌수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고, 전임교원의 초과강의 또한 일정 비율 이하로 제한하며, 인터넷 강의 등에 제한을 가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강사들의 임금을 순차적으로 올릴고 사립대학을 포함해 강사료를 국가예산으로 지원하는 법을 만들고 강사들의 임금을 순차적으로 올리는 것을 법적, 행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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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은수 페이스북 및  브런치에서 2018.10.27

지금, 대학의 또 다른 죽음이 한국에서 진행 중이다. 연구와 교육의 질을 아랑곳하지 않는 파행적 운영 때문이다.
대학의 실상은 처참하다. 국가와 결탁해 제 복리를 위한 돈을 챙기느라 학생 취업률을 사실상 첫째 평가 지표로 받아들이면서 대학은 국문과도, 사학과도, 철학과도, 수학과도, 물리학과도 없는 허깨비 같은 존재로 변태했다.
강사 처우를 개선하자는 이른바 ‘강사법’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을 보면, 지성의 운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치졸하다. 재정 압박을 이유로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고, 각종 교양 강좌를 통폐합해 학생 숫자를 수업마다 60~70명까지 끌어올리려는 등 파행 운영에 골몰하는 중이다.
질 나쁜 교육을 받을 학생 입장은 아랑곳없다. 한 대학에서는 시간강사 150명을 50명으로 줄이라고 학과들에 통보한 모양이다. 이러한 좀비 대학이 오래갈 리 없다. 아니, 오래가선 안 된다.
조만간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이 대학을 탈출하기 시작할 것이다. 선배들도 그랬다. 학문은 대학 밖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페트라르카, 에라스뮈스, 라블레, 몽테뉴는 읽고 생각하고 쓰고 책을 냈을 뿐이다. 베이컨, 데카르트, 파스칼, 홉스, 루소, 볼테르는 서신 교환, 살롱, 연구회, 독서회, 강연회 등으로 학문을 했다. 스피노자는 안경알을 갈고, 괴테는 행정문서를 만졌다. 어떻단 말인가.
학위를 따고 교수가 되려다 사유가 망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제목 '대학의 죽음' 2018.10.27

https://goo.gl/21WL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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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ah Lee 페이스북에서 2018.10.28
우리나라 대학 강의의 50-60프로 정도는 시간 강사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겸임이니 초빙이니 이상한 이름으로 돌리는 비율을 합치면 아마 훨씬 더 될거다.
그 시간 강사들은 국립대의 경우 시간당 8만원 정도, 사립대의 경우 시간당 3만원-5만원 정도를 받는다. 물론 신분 보장 못 받고 방학 4개월 돈 안나오고. 1주일 내내 보따리 장사처럼 5-6개 학교 정도 돌아야 받는 액수는 많아야 한달에 한 2-3백. 이렇게라도 강의를 맡을 능력이 되는 사람은 우리끼리 웃픈 소리로 강사재벌이라 칭하지만 저 정도 뛰려면 개인 생활 없음은 물론, 과로사를 늘 염두해둬야할판. 대부분 2-3강좌 맡는데 이걸로 생계는 불가능. 투잡 쓰리잡 뛰어야한다. (지방으로 나가는 분들은 교통비 제하면 남는 것도 없다.)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암튼 나의 경우 매학기 다른 강의를 하다 보니 두 과목을 맡았는데도 1주일 내내 강의 준비를 해야한다. 거기다 학생들이 많은 강좌는 학생들 요구에, 속 썩이는 애들에, 채점에 한학기 내내 정신이 하나도 없다.학생들은 비싼 등록금을 내며 학교 다니니 당연히 그 만큼을 요구한다. 휴강? 함부로 했다가 일난다. 겉으론 신나하는척 하지만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한다. 그 애들은 사실 죄가 없다. 왜 걔들이 시간 강사 처지까지 고려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영역이 다 그렇듯, 대학 역시 힘없는 시간 강사들의 피, 땀, 눈물 위에서 간신히 작동된다. 그 시스템의 혜택을 받는 그 누구도 1원 한푼 양보하고자 하지 않는다.
1원 한푼은 커녕 교수라는 직함도 절대로 연구소의 교수와는 나눠 가지지 않겠다고 싸우는 모습을 나는 수년간 지켜봤다.
강사법은 이런 시간 강사의 처우를 개선하고자 만들어졌고, 제한된 대학의 재정 안에서 이 법에 따라 시행될시 몇몇 강사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뿐 나머지는 다 해고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러번 유예되었다.
그래서 내 주위의 강사들은 하소연해왔다. 그냥 강사법 시행하지 말고 국립대 수준 만큼만이라도 강사료를 올려다오. 그러면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으니.그러나 대학에서 그걸 받아들일리 만무하다.애초에 시간 강사 비율이 이렇게 늘게 된 것 자체가 대학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함인데?
아무튼 이리하여 비정규직 강사노조가 딴엔 최선을 다해 처우를 개선하는 개선안을 만들었고, 이게 통과되었고 곧 시행된다. 이제 유예는 더 이상 없다.
취지는 좋으나 파이가 늘지 않은 상황에서 처우가 개선되려면 누군가는 이 영역 밖으로 퇴출되어야 한다. 초딩들도 알만한 뻔한 얘기다. 국립은 대량해고를 이미 예고하고 있고, 사립은 앞으로 방학중에도 지급해야하는 강사료 때문에 변하지 않을 총액을 12개월로 나누어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거나 다른 곳에서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비하고 있다. 뭐 이미 이 법의 시행에 대비하여 1-2년 전부터 이렇게 전환하고 있는 학교들이 꽤 된다. 내가 나가는 학교에서는 담학기부터 연구실적에 따라 강의를 배정하고 나머지는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공지메일을 보내왔다. 그 연구실적의 기준이 대체 뭔지는 아직 모른다. 엿장수 맘이겠지.
투잡 쓰리잡 뛰어야 사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연구실적이 안좋으면 자른다니. 논문 한편을 쓰려면 몇달을 고생해야하는데. 암튼 이게 현재까지의 시추에이션이다.
그리고 나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팔랑귀인 나는 이 사람 얘기 들으면 이게 맞는 거 같고, 저 사람 얘기 들으면 저게 맞는 거 같다.이게 좋은 방향인지 나쁜 방향인지 판단도 안 서고, 계속 이대로 가는 게 아닌 건 맞는데, 당장 나도 위태로우니 또 딱히 동의도 안되고.그러나 이 논란을 보며 한가지 분명하게 알게 된 건 있다. 여전히 기득권자들은 어느 것 하나 내려놓으려 하지도 양보하려 하지도 않는다는 것.결국 늘 그렇듯 불쌍한 을들끼리 박터지게 싸우게 된다는 것.그래서 나는 어떻든 이해 당사자가 아닌 누구의 말도 안 믿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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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현 페이스북에서 2018.10.28


대학, 교수, 강사
1.
모르는 사람은 통 모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소위 “강사법”. “강사법”이라 해서 강사 관련 법이 따로 만들어진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고등교육법 조문 하나 바꾸는 것이다. 그게 2011년에 처음 통과되어, 2013년 1월 1일자로 시행되기로 했지만, 새해를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012년 12월 11일에 1년 유예되었다. 2014년 1월 1일자로 시행하기로 했던 것도 다시 하루 전날인 2013년 12월 31일 유예되어 2016년 1월 1일자로 시행하기로 했다. 다시 2016년 시행을 하루 앞둔 2015년 12월 31일 시행을 2018년 1월 1일로 또 미뤘다. 그런데 다시 논란이 된다는 건, 이 역시 유예되었단 말이다. 

그러다가 이제는 모두다 각오를 다진다. 2019년 1월 1일에는 반드시 시행하리라!!

2.
3년 전 처음 대학에 “직원”으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처음 알았다. 신문이나 방송에 겸임교수, 특임교수, 연구교수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이 실제 우리가 알고 있는 교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현재 고등교육법 제14조(교직원의 구분) 제2항은 이렇다. “학교에 두는 교원은 제1항에 따른 총장이나 학장 외에 교수·부교수 및 조교수로 구분한다.” 교수도 직급이 있는데 그게 밑에서부터 조교수(assistant professor), 부교수(associate professor), (정)교수(professor), 이렇게 3단계가 있다는 말이다. 

그럼 겸임교수니 하는 것들은 어디에 있나. 같은 법 17조(겸임교원 등)은 “학교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4조 제2항의 교원 외에 겸임교원·명예교수 및 시간강사 등을 두어 교육이나 연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자, 이게 무슨 말일까. 겸임교원 등은 교원이라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대부분의 대학은 학칙에서 법 14조의 교원을 “전임”교원이라 부른다. 자연스럽게 겸임교원 등은 비전임교원이 되는 거다. 그러나 이건 그냥 임의로 그렇게 부르는 것일 뿐, 법적으로 아무 효과가 없다. 법 17조의 겸임교원 등은 교원이 아니라는 게 교육부 등의 해석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소위 “강사법”에서 유추할 수 있다.

강사법”이란 고등교육법 제17조의 겸임교원 등의 일부로 들어가 있는 “시간강사”를 “시간”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그냥 “강사”로 해서 제14조 제2항의 교원 중의 하나로 넣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강사노조 등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라는 말이다. 그러니 법 17조의 겸임교원 등은 교원이 아니라는 당연한 추론이 가능하겠다.

3.
김민섭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가슴 찐하게 읽었더랬다. 그 무렵 누군가의 페이스북에서 그런 내용의 글을 봤다.

“시간강사에게 학회지 논문심사비만이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 전임교수들은 월급도 많이 받으면서 논문 쓸 때 마다 지원금을 받는데, 우리 강사들은 50만원, 100만원 하는 학회 논문심사비도 버겁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다. 마침 단국대 심재훈 교수께서 본인이 학장으로 있으면서 강사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도록 했다는 페이스북 글을 보고 따라했다. (좋은 글을 쓰시는 분들의 페이스북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올해 늘어난 예산 중에 얼마를 만들어 강사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게 했다. 그랬더니 전임교수들이 그러더란다. “강사들한테 줄 돈 있으면 우리한테 지원 좀 늘려주지.”

4.
참 답 없다. 자칫 또 정규직 몫 빼서 비정규직 줘야 하나, 뭐 이런, 을들끼리 갈등을 부추기는 거 아닌가 싶다만, 지금 또 페이스북에서 강사들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도 넋두리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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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Suk Lee 페이스북에서 2018.10.29

새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어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누구도 선제적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는다. 관료집단의 병폐다.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은 유치원 보조금이 이렇게 엉망으로 사용되고 부정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았을 것이다. 이미 수년간의 감사 결과를 보았을 테니까. 그럼에도 수수방관했다. 국회에서도 그 심각성을 제기하고 문제 삼았던 적이 없다.
박용진 의원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관련 단체의 압력을 무릅쓰고 이슈化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이 문제를 파헤친 공을 보좌관에게 돌렸다. 자신은 左顧右眄하지 않고 그 심각성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정치인 출신 유은혜 장관도 취임과정에 자격 논란이 있었지만, 이 문제에 정공법으로 대처하는 것 같다. 정치인이라 여론에 민감할 것이고, 어떻게 처신해야 여론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 본능적으로 잘 알 것이다.
정책 시행의 성패는 예견되는 문제점을 미리 진단하고 선제적으로 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 대학가에서 심각하게 진통을 겪고 있는 문제가 있다. 아마 내년 새학기에 거의 대란 수준으로 악화될 수도 있다. 새 강사법 시행에 따른 문제다.
비정규교원의 신분 보장과 최소한의 생계대책은 당연하다. 오히려 晩時之歎이라는 생각이다. 비정상적인 대학 교육의 정상화, 학문후속세대의 자기 성장, 더 나아가 우리나라 학문 생태계의 균형 발전을 위해 오래 전에 시행했어야 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빛과 어둠이 있다. 좋은 목적을 가진 정책을 시행하더라도, 그것을 회피하고 외면하기 위한 가지각색의 술책과 편법이 횡행한다. 전 세계에서 탈법 올림픽이 열린다면, 우리나라가 아마 금메달을 차지할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고질화된 대부분의 문젯거리는 한 마디로 탈법과 편법의 만연에서 비롯된다.
새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특히 재정이 곤란한 사립대학은 기존 커리큘럼을 준수할 경우에 예상되는 재정상의 추가 부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서 예상되는 편법과 탈법은 무엇일까. 가장 흔한 것은 전임교수의 주당 수업시수를 늘리는 방법이다. 관행상으로 대학 교수의 주당 강의는 세 강좌, 즉 9시간이다. 강의 준비를 철저히 하고 다른 시간에 연구에 집중하라는 취지다.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물론, 이를 악용해 수업 준비는 하지 않고 폴리페서, 텔레페서, 어드페서가 발호하는 것이 한국 대학가의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교수들이 놀고먹으니까 딴 짓하고, 이를 없애려면 담당시수를 늘려야 한다는 비판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렇더라도 교수들의 일탈된 행위를 보고 대학 교육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없다.
내가 재직하는 대학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주당 기본 시수를 10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면 보통 대학 강의가 주당 3시간이니까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교수가 12시간 수업을 맡는다. 이미 이전부터 교수 주당 수업시간을 늘린 것이다. 새 강사법이 시행되면 아마 이 기준을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지방 여러 사립대학들이 이런 조치를 취할 것이다.
더 나아가 퇴임교수들을 활용하는 대학도 많아질 것이다. 연금소득자인 퇴임 교수가 강사생활을 전업으로 하는 것을 법으로 막을 수는 없다. 이는 상식의 문제다. 한 두 강좌 특별한 요청으로 맡는 경우는 몰라도 강사를 새로운 직업으로 삼는다면, 공공선을 외면한 극히 이기적인 행위다. 더 나아가, 자신의 학문분야의 후속세대 앞길을 가로막는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어쨌든 대학들이 시도하려는 이런 탈법은 결국 대학 연구 여건을 황폐화 하고 학문후속세대를 좌절시키며, 궁극적으로 학문과 연구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다.
긴급하게 제안한다. 우선 교육부는 각 대학이 전임교수 주당 법정 시수 상한선을 지킬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 상한선을 지키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여러 대학 평가에서 큰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그렇다면, 새 강사법 시행에 따른 추가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대학과 정부재정이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라. 예상되는 추가부담액의 절반은 대학의 자구노력으로, 그리고 나머지는 재정지원으로 해결한다면, 국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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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의 책상물림정의의 현실, 현실의 정의송혁기 |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2018.10.30 20:30 

점점 정의를 말하기 어려워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suum cuique)”가 정의의 출발점이라고 하지만, 고도 산업사회에서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정당한 분배의 기준과 방식을 정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의 사안들을 두고 각각의 분야와 사례에 따라 정의를 향해 섬세하게 조율해 가는 과정을 지속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난 9월 초, ‘대학강사제도개선협의회’의 합의안이 발표됐다. 2011년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률이 4차례나 유예된 건 여러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서였는데, 이번엔 강사대표, 대학대표 및 국회 추천 전문가 등이 처음으로 합의안을 마련함으로써 이후 국회 의결과 정부 법령 개정 등의 절차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육의 중추를 담당해온 강사들에게 그 역할에 합당한 교원으로서의 지위와 처우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명분은 너무도 자명하다. 대학의 일원으로서 만시지탄의 부끄러움을 절감한다. 지혜를 모아 반드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다만 이번 개정안에는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있으며, 그 우려가 대학에서는 이미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이 안이 완충 장치와 예산 지원 없이 졸속으로 시행될 경우, 많은 강사들이 자리를 잃는 결과가 예상된다. 개정안의 취지와는 달리, 소수가 3년의 시한부 안정을 부여받는 대가로 다수가 그나마 해오던 강의를 빼앗길 공산이 크다. 등록금을 동결하고 교육부의 지원과 규제 시스템에 길들어 있는 대부분의 대학들로서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쌓아놓은 적립금을 풀면 되지 않느냐고들 하지만, 매년 나가는 인건비성 경비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결국 강의 수를 줄이고 전임교수 시수를 늘려서 강사를 최소화하는 길로 내몰리는 구조다. 특히 인문학의 경우 이는 학문후속세대 육성과 결부되어 있다. 신규 진입이 어려운 형태의 강사제도가 고착되면 교학상장의 강의를 통해 역량을 키우고 이를 주요 경력으로 삼는 신진 연구자들의 앞길이 막히며, 국내 대학원의 생태계에까지 근본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다.

당사자인 강사들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엄청난 구조 조정의 해일이 밀려오고 있다. 선한 의도가 반드시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다시, 정의는 무엇인가.

https://goo.gl/JBPdg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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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혁기 페이스북에서 

욕 먹을 각오하고 썼습니다. 부당한 착취를 자행해 온 대학이라는 악에 맞서서 약자의 권익을 쟁취하고 정의를 실현한다는 명쾌한 구도로만 강사 문제를 읽는다면, 이는 실상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 무엇보다도, 당장 다음 학기 강의 배정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상황입니다. 물론 대학이 재정 구조를 완전히 개혁하고 인적 구성도 쇄신한다면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그건 시간과 합의가 필요한 일입니다. 현재의 틀을 유지한 채, 별도의 완충이나 지원도 없이 바로 시행된다면 대부분의 대학이 선택할 길은 정해져 있다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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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발표문이 '정의'와 관련된 건데 주경야독으로 그거 쓰느라 요 며칠 극도의 수면 부족. 특히 어제는 거의 못 잔 상태에서 오전에 급히 써서 보낸 글이라 이제 와서 읽어보니 좀 그렇군요. 별로들 주목 안 한다면 뭐 모르겠지만, 만약 이 글이 주목된다면 꽤 험한 댓글들도 달리지 않을까 싶네요. 네, 욕 먹어도 싸긴 합니다. 교내에서 어떻게든 가능한 선에서 충격을 줄여 보려 회의 쫒아다니며 노력했으나 역부족이었고,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 싸우지도 못했으니... 그래도 대안 없는 글을 쓴 이유는, 사태의 심각성을 당사자들조차 모르는 거 같아서, 교육부와 대학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욕 먹더라도 이슈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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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 페이스북에서 2018.10.30

강사법으로 재난이 작쳐오고 있다는 말은 가짜뉴스다!!
--라고 한다네요.
아마 강사법 제정에 기여하신 분인듯한데, 여기 올린 제 얘기를 '가짜뉴스'라고 비난하신다고 하네요. 교육부에 전화했더니 무슨 소리냐고 했다고.
제가 무슨 태극기부대 노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그래도 허명보다 못한 삶을 살지 않으려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는데, 이런 모욕까지...싶지만, 사실 그거야 머....하고 넘어가렵니다.
(근데 닥쳐오는 일을 예상하지 못했다 해도, 현재 상황을 알려주면 대책을 세워야지, 원하지 않던 사태라고 '가짜뉴스'라고 비난을 하니, 목 따러 오는 사냥꾼 보고 모래 속에 머리 파묻는 타조 생각이 납니다.)

사실 저도 가까뉴스였으면 좋겠습니다....
교육부 관계자에 전화로 확인했다고요?
(그렇게 확인한 분으로 보이는데, 제게 이름도 밝히지 않고 문자를 하나 보냈더군요. 다음과 같이
"혹시 강사법 관련하여..교육부 담당자가 전화드릴 수 있습니다..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랜 논의 끝에 만들어진 법이라...쉽지 않네요..."
이렇게 무례한 분 부탁을 들어줘야 할까요?^^)
근데 확인할 거면 왜 교육부에 전화를 합니까? 학교에 해야지.
강사수는 지금 학과와 교무처 간에 줄다리기 하고 있는 중인데, 교육부가 뭘 압니까?
교육부가 알았을 때는 이미 다 끝나서 보고한 뒤일 테니,
대학에선 구조조정을 시작한 뒤일 것이고,
이미 짤린 강사들 피눈물이 흐르고 있을 때일 겁니다.
그래도 못 믿겠다, '가짜뉴스'인 거 같다 할 분들을 위해 제가 받은 메일을 하나, 관련 없는 것은 삭제하고(첨부파일도 빼고) 여기 올립니다. 10월25일 11시24분 수신 메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공유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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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는 24일 회의에서 취합된 강사 소요 현황입니다.
1. 현재 90명에서 50여명 선으로 조정이 필요합니다. 일괄적으로 영역별 ?%를 줄이는 방법은 아직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2. 각 영역에서는 어제 회의에서 언급한대로 아래의 사항들을 참조하시어 재조정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강좌수 감소
2) 수강인원 증가
3) 전임교수들의 책임시수는 필수교과목, 선택교과목은 초과강의
4) 강사는 50명중 [ 30명은 6시간, 20명은 9시간 기준 ]
10얼 26일(금) 오전 까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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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염치를 아는 대한민국의 대학이 되기를
경향신문 2018.10.31 칼럼

나는 대학에서 나온 사람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요란하게 대학을 그만둔 사람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글을 쓰면서 강의하고 연구하던, 내 청춘을 갈아 넣은 그 공간에서 스스로 나왔다.
'지방시’라는 줄임말로도 알려진 그 책이 나왔을 때, 대한민국에서 젊은 연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시간강사의 처우가 어떠한가, 하는 것이 화제가 되었다. 그때 언론은 “맥도날드에서 알바하는 젊은 교수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면서 나의 이야기를 다뤘다.
나는 실제로 대학에서 6~8학점의 강의를 하면서 지역의 맥도날드 직영점에서 월 60시간의 물류상하차(메인터넌스) 일을 했다. 단순히 용돈을 벌고자 하거나 관심을 받고자 해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그때 서른두 살이었던 나는 대학에서 계속 강의하고 연구하고 싶었다.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는 내가 돌이 갓 지난 아이를 비롯한 한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실존적인 방편이었다. 그것으로 나는 대학이 보장해 주지 않는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고, 나의 노동을 사회적으로 증명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내가 대학에서 쫓겨났다고도 하고, 나에게 과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누군가는 대학 문을 박차고 당당하게 나왔다고도 한다. 둘 다 사실이 아니다. 지방시라는 책이 화제가 되고 그때 사용한 ‘309동1201호’라는 가명의 주인이 나(김민섭)라는 사실을 내부 구성원들이 먼저 알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이상 이전처럼 평범한 연구자로서 존재할 수 없을 것임을 알았다. 무엇보다도 강의실과 연구실이 대학에만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마음먹기에 따라서 대학 바깥의 누구든 나의 지도교수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을 얻었다. 그때 나는 대학에서 나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동안 가혹한 방식으로 자신을 증명한 선배들이 있었다. 예컨대 유서라든가, 법적공방이라든가 하는 자신의 몸과 삶을 상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SNS 공간에서 고백의 서사를 기록해 나간 거의 최초의 연구자였다. 이것이 대단히 특별하거나 잘난 일이었음을 증명하고픈 것은 아니다. 다만 달라진 시대는 어떻게든 한 공간의 평범한 인물을 추동해냈을 텐데, 무수한 지방시들 중 내가 무작위로 끌어올려졌을 뿐이다. 글을 쓰는 동안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해 주어 고마워” 하고 말하는 많은 젊은 연구자들을 만났다. 덕분에 나만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한 세대의 지금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확신이 언제나 있었고 계속 나를 고백할 용기를 얻었다.
최근 ‘강사법’이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1년 이상 고용 보장, 건강보험 보장,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 지급 등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담은 법이다.
2011년 12월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아직도 그 시행이 유예되고 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대학이 시간강사를 해고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많은 내부구성원들이 여기에 저마다의 의견을 더하고 있지만, 대학에서 나온 지 이제 정확히 3년이 된 나도, 전직 지방시로서 굳이 말을 보태고 싶다. 
아마 강사법이 시행되든, 다시 유예되든 대학에서는 그에 대비하기 위한 여러 편법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대학은 원래 위법은 잘 저지르지 않아도 온갖 편법을 동원해 온 집단이다. 200명씩 수강하는 대형강의를 편성한다든가, 교양필수 강의를 온라인 강의로 대체한다든가, 졸업학점을 낮추어 전체 강의의 수를 줄인다든가, 정규직 교수의 책임강의시수를 몇 학점씩 올린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시간강사를 이전보다 덜 고용할 것이다. 시간강사 당사자들도, 그 여파가 자신에게 미칠 것을 두려워하는 정규직 교수들도 모두 대학의 대응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이 모든 것이 생존의 문제가 된다. 
그런데 그 이전에 진리의 상아탑이라든가, 지성의 전당이라든가 하는 단어로 스스로를 한껏 포장한 지금의 대학이, 거리의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보다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기를 바란다. 그에 더해, 거기에 영합해 그동안 편안하게 강의하고 연구해 온 정규직들이 조금은 부끄러워해 주기를 바란다. “강사들은 이제 많이 해고될 거야, 우리 학교는 절반을 감축한다고 하더라, 강사법에 찬성하는 게 과연 정의로운지 고민해 봐” 하고 권위적인 말을 보태고, 교수회의에서 논의된 말들을 생중계하는 대신 자신이 지금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훨씬 생산적인 일이다. 
“학문후속세대가 이제 강의조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 모 교수는 자신의 대학에서 강사 공채를 할 때 그 후속세대를 위한 쿼터를 넣을 것을 제안하면 되겠고, “비용이 필요하니 현실적인 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한 모 교수는 그 재원을 마련할 것을 자신이 속해 있는 대학과 정부에 촉구해야겠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 구조 안에서 착취를 당해온 이들에게 책임을 묻고 조롱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에 나는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라는 한 문장을 써 두었다. 강사법의 시행 여부보다도, 우선 염치를 아는 대한민국의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
https://goo.gl/3ccS9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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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대량해고를 즉각 중단하라!

지금 우리 대학을 비롯하여 전국의 사립대학들이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지난 15일에 국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한 ‘시간강사 처우개선법’ 때문이다. 이 법은 처음으로 대학과 강사, 정부 3자가 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개선을 합의한 ‘협치 모델’이다. 한국 비정규교수 노동조합의 임순광 위원장을 중심으로 여러 선생들이 빨리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며 농성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왜 이런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동안 한국 대학은 시간강사의 착취를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다. 박정희 독재 정권은 그들에게서 교원의 지위를 박탈하여 공론장에서 배제하였고, 대학당국은 절반의 교육을 떠맡기면서도 그 대가는 교수의 1/10만 지급하였다. 신자유주의 체제에 들어 대학이 시장에 완전히 포섭되어 교육의 가치보다 이윤을 더 추구하면서 이는 더욱 극대화하였다. 진리는 교환가치로 대체되고, 지성은 효율성 앞에 무너져 내렸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선생의 표현대로, 대학은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면서도 햄버거 가게보다 더 사람을 위하지 못하는” 장이었다.

이에 맞서서 강사들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과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투쟁하였고, 2010년에 조선대 강사였던 서정민 선생이 죽음으로 저항하였다. 이후 강사와 정부 사이에 오랜 줄다리기가 행해지다가, 결국 시간강사 처우개선법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내년 8월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교원심사 소청권을 인정하며, 3년간 재임용 절차와 4대 보험을 상당한 정도 로 보장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하고 퇴직금도 주어야 한다. 부족하나마 모두가 이 땅의 시간강사들이 오랜 동안 염원하던 것이다. 이 법은 원안대로 시급히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대학을 비롯하여 전국의 사립대학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학교마다 편차는 있지만, 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시간강사 제로’를 목표로 평균 절반 가량의 강사를 해고하고 그 자리를 전임과 겸임교수로 대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서 그치지 않고, 개설과목과 졸업필수 이수학점 줄이기, 전임교수의 강의시수 늘리기, 폐강 기준 완화, 대형 강의와 온라인 강의 늘리기 등 여러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는 단지 시간강사의 직업을 박탈할 뿐만이 아니라 학문생태계를 붕괴시키고 대학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하는 어리석은 행위다. 강사들은 겨우 1천만 원 내외의 연봉을 받으며 갖은 수탈을 당하면서도 단지 학문탐구가 좋아서 형극의 길을 감내하는 학문 후속세대다. 또 현재의 대학원생 대다수가 이를 감수하겠다고 나선 이들인데, 이로 이들조차 불안감에 떨고 있다. 더불어, 이수학점을 줄이면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을 접할 기회를 잃게 되고, 현재의 강의시수도 임계점인데 여기서 더 늘리면 교수는 학문탐구에 심한 지장을 받는다. 

문제는 돈이다. 사립대학이 지속적으로 감축해왔음에도 현재 시간강사는 7만 5천여 명에 달한다. 새로운 법을 적용하여 방학 중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하려면, 실질적으로 2∼30억 원의 재정이 더 필요하다. 전체 사립대학의 누적적립금이 8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한양대 2017년 누적적립금 1천 185억), 1년 예산에서 0.01% 정도 더 소요되는 것을 빌미로 사립대학들이 강사의 해고와 교육개악을 자행하는 것은 스스로 교육기관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10년에 걸친 대학등록금 동결 이후 단지 1억 원일지라도 추가 재정 손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학교 당국의 주장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은 어렵지 않다. 정부가 ‘사립대 강사 처우개선 예산’을 마련하여 ‘강사고용유지’를 조건으로 대학에 지원하면 문제는 간단히 풀린다. 허수를 제외하고 계상하면, 실질적으로 700억 원이면 충분하다. 전체 예산은커녕 교육부 예산 75조 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껌값’이다. 국립대에는 1천 123억 원을 예산안에 배정했지만, 사립대학에는 기획재정부가 사립대학에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그렇지 못하였다. 

이는 단순히 인건비 지원 차원이 아니다. 흄볼트의 말대로 “대학은 미래의 유토피아를 선취하는 곳”이며, 대학의 미래는 그 사회의 미래다. 대학의 진리가 사회와 국가, 다음 세대로 전수되며 나라와 사회, 문명을 발전시켜 왔기에, 유럽 국가의 흥망은 대학과 비례하였다. 이에 우리는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정부와 국회가 혜안을 가지고 이번 사태가 가져올 영향을 직시하고 대학의 약자인 강사들을 배려하여 이들을 위한 예산을 편성하는 용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미래가 사라진 곳이 바로 디스토피아다. 우리는 ‘진리욕구의 실천도량,’ ‘양심과 비판지성의 보루’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다시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을 복원하기 위하여 이제라도 우리가 대학과 학문생태계의 붕괴를 막는 실천에 나선다. 강사들 또한 어려운 상황임은 알지만, 두려움과 불안, 소시민주의에서 벗어나 조직화하여 저항할 것을, 대학 구성원 모두가 이에 적극 연대할 것을 요청한다.

1. 정부와 국회는 사립대학 강사 처우 개선 예산을 즉각 편성하고 통과시켜라!
2. 본교를 비롯하여 사립대학들은 강사 대량해고 작업은 물론, 이에 수반하여 진행하고 있는 강의시수 늘리기 등 다양한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
3. 교수, 강사, 직원, 학생 등 대학구성원 모두가 연대하여 강사 대량해고와 교육개악을 저지하자!

2018년 11월 28일

지성의 전당으로서 대학을 지키려는 한양대 교수 일동
고보형, 고운기, 김미영, 김병철, 김용수, 김용헌, 김태용, 김호영, 김희근, 노삼영, 류수열, 류웅재, 문수현, 민찬홍, 박규태, 박성호, 박조원, 박찬승, 박찬운, 방승주, 백두진, 서경석, 신중진, 안성호, 양철수, 오수경, 오영근, 오병근, 오차환, 유대현, 유성호, 유진, 윤성호, 이광철, 이도흠, 이석규, 이승수, 이인호, 이준형, 이현복, 이훈, 임미원, 임상훈, 전성우, 정대호, 정병호, 정철, 조성문, 최형욱, 탁선미, 황성기, 허선(이상 가나다순 5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