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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9월 6일 금요일

한겨레와 '조국' 보도 문제

한겨레가 지난 5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비판 보도를 출고한 지 4분 만에 삭제했다. 한겨레는 기사를 쓴 법조 기자에게 한겨레 논조와 맞지 않는다는 삭제 이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겨레 기자 31명은 6일 오전 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썼다. 이들은 현재 한겨레 편집국은 곪을 대로 곪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건 발단은 다음과 같다. 한겨레 법조팀 소속 강희철 기자강희철의 법조외전이라는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강 기자는 지난 5“‘우병우 데자뷰조국, 문 정부 5년사에 어떻게 기록될까라는 제목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조 후보자를 비교해 지적하는 칼럼을 작성했다.
 
이날 오후 415분 해당 기사가 인터넷에 출고됐다. 그러나 4분 후 기사는 삭제됐다. 담당 데스크는 강 기자에게 이 시기에 나갈 기사가 아니라며 기사를 무제한 보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담당 데스크는 기사가 출고될 수 없는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한겨레 논조와 맞지 않다. 둘째 한겨레의 조 후보자 보도 스탠스와 맞지 않다. 셋째 우병우는 민정수석으로 재임할 때 문제가 불거졌지만 조국은 그것이 아니기 때문에 맞비교가 적절치 않다.
 
강 기자는 구체적으로 기사 어떤 부분이 맞지 않는지 글로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강 기자의 조국 보도가 출고되지 못한 건 처음이 아니다. 강 기자는 지난해 126일에도 강희철의 법조외전이라는 코너에서 문 대통령의 조국 유임, 현명한 선택일까라는 제목으로 비판 논조 칼럼을 작성했으나 기사는 출고되지 않았다.
 
이 사태에 한겨레 기자들 31명은 6일 오전 편집회의방과 국장실 등에 대자보를 붙였다.
 
기자들은 대자보에서 조국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고 비판했다.
 
기자들은 문재인 정권에서 한겨레 칼날이 무뎌졌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문재인 정권 1기 내각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취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 장관이 지명되면 TF를 꾸리고 검증에 나섰던 과거 정부와는 전혀 달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태우 수사관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사건 등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들은 타 언론에 견줘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취재해 보도했다고 자부할 수 있느냐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혹시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기자들은 타사 기자들이 손발이 묶인 한겨레기자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일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기자들은 더 이상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기자의 이름으로 언론자유를 억누르겠다면 떠나라. 앞선 선배들처럼 청와대로, 여당으로 가라. 한겨레와 언론자유,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는 우리가 지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들은 편집국에 3가지를 요구했다. 박용현 편집국장과 국장단은 조국 후보자 보도 참사를 인정하고 사퇴하고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증팀을 꾸리지 않은 이유를 편집국 구성원들 앞에서 상세히 밝히고 편집회의 내용을 전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사 배치·구성에 현장 기자 의견을 직접·상시로 수렴할 제도 마련 등이다.
 
미디어오늘은 5일과 6일 박 국장에게 수차례 연락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겨레 관계자는 후배 기자들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대화 자리를 만들어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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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편집국장 이하 국장단은 ‘조국 보도 참사’에 책임지고 당장 사퇴하라>
<한겨레>가 부끄럽다.
5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비판하는 ‘강희철의 법조외전’ 칼럼이 ‘국장의 지시’란 이유로 출고 이후 일방적으로 삭제된 것은 현재 <한겨레> 편집국이 곪을대로 곪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에 불과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뒤 <한겨레>는 도대체 뭘 했는지 묻고 싶다.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가 관급공사를 수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그의 딸이 의전원에 두 번을 낙제하고도 장학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보도됐을 때도 <한겨레>는 침묵했다.
2017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한겨레>의 칼날은 한없이 무뎌졌다. 인사청문회 검증팀은 문재인 정권 1기 내각 이후 단 한 번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취재가 아닌 ‘감싸기’에 급급했다. 장관이 지명되면 티에프를 꾸리고 검증에 나섰던 과거 정부와는 전혀 달랐다. 검증팀을 꾸리지 않는다는 수뇌부의 무책임한 결정 때문에 다른 매체의 의혹 보도에 <한겨레>는 무참하게 끌려다녔다. 후보자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도, 잘못된 의혹 제기에 대한 추가 취재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법조팀의 선후배들은 의혹 제기 기사를 쓸 때마다 기사가 일방적으로 톤 다운 되고 제목이 바뀐다고 호소한다. 디지털부문에는 심심찮게 ‘현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는 <한겨레> 공식 sns 계정으로 바이럴하지 말라’, ‘특정 기사는 <한겨레> 프론트 페이지에서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려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조국 의혹을 정리하겠다는 영상팀의 발제를 에디터가 직접 자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30대, 정치를 말하다’(가제)라는 토요판의 커버스토리 기사 역시 ‘국장의 지시’라는 이유로 미뤄졌다. 조국 후보자 반대 집회에 참석해 청년들의 박탈감에 대해 발언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
현 정권이 들어선 뒤 <한겨레>가 그간 보도했던 내용을 복기해보자.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로 불거진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폭로 사건 등 현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들은 타 언론에 견줘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취재해 보도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유는 무엇이며,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가? 혹시 ‘적극적으로 취재해서 보도하면 안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타사 기자들은 손발이 묶인 <한겨레> 기자들을 공공연하게 조롱한다. 내부에서는 <한겨레>가 ‘신적폐’ ‘구태언론’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민주당 기관지'라는 오명을 종종 들었지만, 이 정도로 참담한 일은 없었다.
박용현 편집국장 뿐만 아니라 국장단의 책임도 함께 묻는다. 국장단은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하지 못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방기했다. 주니어 기자들 사이에서는 “인사청문회 티에프가 있었다는 얘기를 마치 도시전설처럼 듣고 있다”는 자조섞인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과연 이런 보도 참사가 일어나기까지 에디터의 역할은 무엇이었나. 타사 보도를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다가 관련 출입처에 있는 기자에게 “너무 안 썼으니까 한번 모아서 쓰자”는 것이 에디터가 할 말인가? 조 후보자의 행위 중 “과연 위법이라 할 수 있는 행위가 있느냐”는 데스크의 질문은 “절차적 불법은 없었다”는 조 후보자의 변과 비슷하다.
‘합법’의 울타리 안에서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에게 주목해온 <한겨레>가, 사회적 공정성과 정의를 외쳐온 <한겨레>가, “위법하지 않으니 기사화하기 어렵다”는 변을 하고 있다. 일말의 부끄러움조차 느끼지 못하는 국장단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
현장에서 조국 보도에 대한 항의가 제기될 때마다 ‘밀실’과 같은 유리방에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도 묻고 싶다. ‘50대 진보 기득권 남성’을 대변하기 위한 신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대해 국장단은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 있는가. 50대 남성에 의한, 50대 남성을 위한 신문을 만들어오며 일각의 ‘절독’요구에 흔들릴 정도로 독자층을 취약하게 만든 건 국장과 국장단 자신들이다.
국장과 국장단의 무책임한 결정은 ‘무능력’도 함께 남겼다. 제대로 된 검증을 못해본 탓에 검증의 기본 작업인 등기부등본 한 번 떼어본 적 없는 주니어 기자가 허다하다. 10년 뒤, 20년 뒤에 권위적인 정부가 들어선다면 지금의 주니어 기자들이 <한겨레>의 존재감을 증명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가. 당신들은 조국을 지키는 게 아니라 ‘해사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후배 기자들이 취재역량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선배 기자들의 정무적 판단으로 무참히 짓밟았다. 후배들에게 왜 이런 연판장을 돌리지 않느냐고 물었던 선배들은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더 이상 “우리 땐 이런 취재도 했지”라는 말은 하지 말라. 이는 “회사 내 세대 착취”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대체 어떤 ‘절독’이 두려운가. 안일한 보도를 비판하는 독자도 적잖다. “정론직필 해야 할 <한겨레>가 어쩌다 관제언론이 되었느냐”는 전화를 받는 일도 있었다. 특정 집단의 독자 의견만 ‘선택적으로’ 대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30 취재원들은 “우리가 이렇게 분노하는 것 <한겨레>에 나갈 수나 있겠어요? <한겨레>는 정권 비판 제대로 못하지 않나요?”라고 의구심을 표한다.
30년 전 <한겨레>의 창간사를 다시 읽는다.
“한겨레신문은 결코 어느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절대 독립된 입장 즉 국민대중의 입장에서 장차의 정치·경제·문화·사회문제들을 보도하고 논평할 것이다.”
그토록 강조하는 ‘한겨레의 논조’가 대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정권에 따라, 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검증 기준과 수위가 변하는 것이 바로 ‘한겨레의 논조’인가. 일부 ‘586 진보 기득권 남성’의 목소리만이 <한겨레>가 말하는 ‘국민’인가.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 지도층의 위선을 어떤 언론보다 앞서서, 날카롭게 비판해온 것이 <한겨레>가 고집스럽게 지켜온 논조 아니었나. 정치, 경제 권력에서 독립된 언론이라는 것이 창간 이후 그토록 자랑스럽게 목소리를 내온 ‘송건호 정신’ 아닌가.
한 때, 우리에게 ‘한겨레’는 ‘저널리즘’과 동의어였다. 우리는 오늘 ‘한겨레’의 존재 이유를, ‘저널리즘’의 가치를 함께 잃었다. 검찰개혁에 대한 보도도, 공정한 인사 검증도 <한겨레>가 할 일이다.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조국 지키기’에 나서지 말라.
절망적인 마음으로 이 글을 써내려가는 이유는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한겨레>를 바꿔보기 위해서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언론으로서 역할을 다 하자는 것이다.
더 이상 우리를 부끄럽게 만들지 말라. ‘기자’의 이름으로 언론자유를 억누르겠다면 떠나라. 앞선 선배들처럼 청와대로, 여당으로 가라. <한겨레>와 언론자유, 그리고 당신들이 말하는 정의는 우리가 지키겠다.
이에 우리는 요구한다.
1.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는 <한겨레>의 보도 참사다. 박용현 국장과 국장단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스스로 직에서 사퇴하라.
2. 문재인 정부 출범 뒤 검증팀을 꾸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편집국 구성원들 앞에서 상세히 밝혀라.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힌 뒤 후속 질문을 받아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를 조속히 마련하라.
3. <한겨레> 기사가 언론 본연의 역할과 괴리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일부 에디터들로만 구성된 독단적인 편집회의다. 편집회의 내용을 전면 투명하게 공개하고, 기사 배치와 구성에 대한 현장 기자들의 의견을 직접적·상시적으로 수렴할 수 있는 제도를 당장 마련하라.
2019년 9월 6일
권영진 고한솔 권지담 김미향 김민제 노지원 박다해 박수지 박윤경 박준용 배지현 서영지 신민정 신지민 오연서 옥기원 이재연 이주빈 이지혜 임재우 장나래 장예지 장필수 전광준 조성욱 조윤영 채윤태 최민영 최예린 현소은 황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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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중


<한겨레 젊은기자들 성명의 의의>

한겨레의 젊은 기자들(7년차 이하)이 성명을 냈다.(왜 7년차 이하인지는 의문이었는데, 10년차인 내 동기는 아예 연락을 못 받았다고.. '안 젊은 기자'로 분류돼 충격이란 후문..) 

이 성명이 어떻게 공론장에서 소비될지 어느 정도는 예측이 된다. 이 성명의 핵심 주제인 '편집권의 공정한 행사'가 아닌, 진영주의의 입장에서 '그래서 조국 비판에 무뎠구나', '그럼 근거 없는 의혹제기에 동참할려고? 잘 막은거네' 등의 의견이 더 득세할 것이다. 모든 사안을 조국 지지와 비판이라는 프리즘으로 보려는 시각은 이 정국에 피할 수 없는 상수다. 또 이 언론혐오의 시대에 이런 움직임 모두를 그저 혐오하고 폄하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성명의 핵심 주제를 눈여겨 볼 사람들이 있을거라 믿는다.

이 성명의 핵심은 조국 논란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정하는 그 의사결정 방식이 위계적이고 일방적이란 것이다. 조국 검증취재팀을 만들어 그를 비판하는 기사들이 쏟아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오히려 근거없는 의혹제기들을 팩트체크하는 톤의 기사들이 다수였을 수 있다. 그건 검증취재팀을 만들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런데 아예 검증취재팀을 만들지 않는다는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그건 어떻게 평가해야할까.

나는 2012년 한겨레에 입사하고서 1년여간 가장 많이 한 일이 '장관 후보자,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증취재'였다. 검찰 출신인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박근혜 첫 내각의 김종훈, 김병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기사들을 숱하게 썼다. 당시 한겨레에선 이들 후보자 검증취재팀을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더 나아가 정말 낙마시키려는 목적으로 검증을 하는건가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탈탈 털었다. 나 역시 취재하면서 몇몇 후보자가 부적격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공감대가 취재하면서 자연스레 확산되기도 했다. 몇몇 후보자에 대해선 '그만둔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취재하잔 의지를 서로 다지기도 했다. 그때의 기사들에 대해 나름대로 신중하게 취재하고 집필했다는 생각을 가지곤 있지만, 당시 후보자가 보기엔 어땠을진 잘 모르겠다. 분명 억울한 부분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무위원에 대한 검증취재팀 자체가 만들어진 적이 없다는 소식을 이 성명을 통해 알았다. 주로 이명박근혜 시절에 기자를 한 나로서는 정말 새롭고 놀라운 소식이다. 이렇게까지 다른 잣대가 가능하구나..

최근에 이진동 전 조선일보 기자, 전 TV조선 사회부장을 만났다. 내가 미디어오늘에 쓴 칼럼을 보고 그가 연락을 해왔다. 그는 내 칼럼에서 '조선일보가 삼성X파일 사건에서 '정재계 불법자금 모의 및 유착'이라는 프레임을 '국정원 불법도청'이란 프레임으로 되치기했다'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프레임 대결을 목적으로 불법도청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이 보도를 막으려했지만, 본인이 그 반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그가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쓴 책 '이렇게 시작되었다'에는 TV조선 내에서 국정농단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기 위해 정무적인 고려를 얼마나 치밀하고도 치열하게 했는지가 담겨있다. 이왕 만난 김에 하고 싶은 말을 나는 그에게 했다. 

"저라고 한겨레의 모든 가치에 찬성하진 않지만, 그래도 보수언론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한겨레에선 취재를 못해서 기사를 못 쓰지, 취재를 하고도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보도하려고 그렇게까지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말을 왜 했을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의문이 든다. 그 말에 자신이 없어진다. 이제 한겨레 기자도 아닌 내가..

아래 성명은 나와도 아주 약간 관련이 있다. 사실 나보단 변상욱 YTN 앵커와 훨씬 관련이 깊다. 한겨레신문 토요판에서 '30대가 말하는 정치'라는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다룬다고 하며 LAB2050과 바꿈이 만든 청년정치간담회에서 이런 대화를 나눠보자고 제안했다. 지난 6월부터 '세대균형'을 의제로 내세우고 있는 우리로선 반가운 제안이었다. 기획 자체가 '30대'여서 우리도 기존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았던 각 정당의 사람들까지 섭외해 나이대를 30대로 맞췄고, 8월 23일 저녁 8시에 한겨레신문 사옥에 모였다. 나로서는 꼭 1년 만에 전 직장 방문이었고, 조금은 설렜다. 제주에 사는 내가 급하게 휴가철 비싼 비행기표를 구해 서울에 왔지만, 별 불만이 없었다. 난 그 간담회의 사회를 봤고, 미숙한 사회에도 불구하고 뜨겁고 진지한 이야기들이 세 시간 동안 쏟아졌다. 밤11시반쯤 혼자서 공덕동 족발골목에서 순대국밥으로 저녁밥을 먹으면서도 그 뜨거웠던 대화를 기억하며 뿌듯해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된다. 그 간담회에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참여한 청년정치인이 다음날 변상욱 YTN 앵커에게 '수꼴 마이크'로 지목된 것이다. 나도 그날 지목된 사람이 바로 전날 우리 간담회 참석자였단 사실에 조금 놀랐다. 그렇지만 그가 조국 후보자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것에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왜냐면 바로 전날 모인 청년정치 간담회에선 소속 정당을 막론하고 조국 후보자 논란으로 제기된 '세대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변상욱 앵커의 입장에서 보면 거기 모인 민주당 소속 청년까지 전부 '수꼴 간담회에 참석했다'고 했을 것이다.(물론 자신의 언행을 성찰하는 변상욱 앵커의 태도는 나름 인상적이다)
그리도 또 하나 예상치 못한 전개. 이 성명엔 ' ‘30대, 정치를 말하다’(가제)라는 토요판의 커버스토리 기사 역시 ‘국장의 지시’라는 이유로 미뤄졌다. 조국 후보자 반대 집회에 참석해 청년들의 박탈감에 대해 발언한 청년 정치인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다'고 실렸다. 이 성명을 읽고, 이런 가정을 해본다. 변상욱 앵커가 '수꼴 마이크'라고 지목하지만 않았으면, 그 청년정치인이 알려지진 않았을테고, 그러면 한겨레에서 기사를 내는데도 문제가 없었을텐데..라는 생각. 이건 변상욱의 나비효과인가.

끝으로 조국 논란의 교훈. 사실 저 성명에 이름을 올린 분들 대부분 잘 모른다. 저분들 중 대부분이 지난 3년 동안 한겨레로 온 신입 및 경력 기자분들이다. 그럼 저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내가 한겨레를 다니면서 알게된 사람들이 이 사안에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물어보지 않았으니 잘 모른다. 그럼에도 난 저 성명을 지지한다. 왜냐고? 나에게 조국 논란의 교훈은 어떤 입장을 정할 때 친소관계를 경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겨레 기자들의 성명을 소개하고자 한 것인데, 제 글이 넘 길어졌네요. 

이 성명에 대한 제 나름의 한줄 요약은 '편집권 행사를 비롯해 조직 내 민주주의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저는 386세대가 강조하는 민주주의가 어쩌면 진짜 시험대에 올랐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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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한겨레를 평생 읽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안에 따라 절독한다는 둥 불매운동 한다는 둥 하는 사람들은 한겨레의 진짜 독자는 아니라 본다. 나 역시 한겨레 특정 기사에 열받기도 하지만 그 신문의 구성원도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다고 보면 이해되는 것이다. 이번에 7년차 이하 기자들이 조국 보도와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고 데스크들의 퇴진을 요구했다. 근거는 외부 기명 칼럼의 삭제 등등이다. 난 이를 모 한겨레 기자가 표현한 ‘시니어들이 정권의 개’로 전락한 결과물은 아니라 본다. 보다 본질적인, 한겨레 언론 권력의 확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행동이었다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김대중 노무현을 거쳐도 한겨레의 순위는 변동이 없다. 막강한 조중동 파워에 가려있는 것이다. 일부 기자가 공직에 나갔지만 그건 개인의 판단이지 조직적 판단은 아니라 본다. 그런 나름의 핑계가 있겠지만 칼럼 삭제는 중해 보인다. 그들은 외부 필진의 신뢰를 잃은 것이다. 주니어들의 문제 제기는 옳다. 독자 입장에서도 이 사태는 내부 조사 후 합당한 책임을 데스크가 져야 한다 본다. 다만 주어니들의 성명서를 읽어보건데 한겨레의 탄생과 사회적인 언론의 책무에 대해 좁은 시각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이들도 언제고 회사의 중추가 되고 미래 진보 언론의 주역이 될 것이다. 조국 사태를 통해 한겨레의 발전에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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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후배기자들의 비판 성명을 보고
이건 언젠가는 썼어야 하는 글인데, 사실 제가 부끄러운 일을 일으키고 나온 터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지금 발표된 한겨레 후배 기자들의 성명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고 제 관점에서는 상당히 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누군가는 좀 부연설명을 해줘야 하지 않나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12년차 기자로서, 한겨레 후배그룹과 선배그룹의 중간연차이고 어쩌면 둘 다의 생각을 이해하는 중간자적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처럼 타 언론사에 견줘 열려 있는 편집국이 드뭅니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되어 성명이 나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매우 안타깝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후배그룹의 의견이 신문제작에 잘 반영되도록 '소통데스크'를 따로 둘 정도였는데 이 기능이 마비라도 된건지요.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데에 분명 국장단의 책임이 큰거 같습니다.
후배들 성명을 보아하니, 편집국장단이 조국 의혹 검증 기사를 제대로 못 쓰게 했다는 그런 불만인 듯 합니다. 장관 후보자 건에 대해 보도할 때 언론의 책무는 당연히 검증입니다. 선배들도 이점에 대해선 후배그룹들과 생각이 같을 거라고 저는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국 의혹과 관련한 보도를 할 때 조심해야 할게 있습니다. 편집국장이 '사실로 확인된 위법은 없지 않냐'며 보도에 신중을 기하라고 했다는데, 저는 이걸 왜 후배기자들이 문제 삼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후배그룹들이 국장단의 의도를 민주진보진영을 감싸려는 보신주의로 오해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한겨레가 검찰이 정치중립성의 가치를 훼손해가며, 법무장관 임명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나쁜 의도을 잘 간파하고 견제하는 보도와 논평을 그나마 잘 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후배 여러분이 이번 성명을 내기 전 좀더 치열하게 고민해보았으면 좋았을 사건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10여년전 한겨레를 포함한 진보언론 대다수가 저지른 크나큰 오류입니다. 바로 '검찰 수사속보 받아쓰기'입니다.
그때 한겨레 법조팀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져 나올 때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검찰 나팔수 역할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의도는 그게 아니었겠지만, 결국 수사속보를 좇으면서 결과적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한겨레도 SBS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한 몫 했습니다. 솔직히 이건 우리가 뼈아프게 인정해야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습니다.
한겨레는 그때 TF 를 구성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했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비판하는 선배 국장단이 그러했다는 겁니다. 한겨레가 대통령 서거라는 큰 일을 치른 뒤 얻은 교훈은, 절대 검찰의 언론 플레이에 놀아나지 않고 언론이 검찰을 견제하고 앞서 감시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검찰총장 바뀌었다고 부패한 검찰권력이 민주화될 수 없다는 걸 한겨레가 뒤늦게 깨달은 겁니다. 그래서 그이후 한겨레는 정치권에 대한 검찰 수사 속보를 쓸 때 신중하고 또 신중하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자리잡혀 가는 듯 했던 법조 취재관행이 때로 위태로와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3년전 법조팀에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 노무현 수사 때 검찰 수사속보를 앞장서서 썼던 한 선배 기자가 농담으로 "나만 그때 한겨레에서 죽일놈 됐다"며 하소연을 하는 걸 봤습니다. 저는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이 사람 이거 아직도 그당시 본인의 기사를 반성하지 않고, 되레 속으로는 억울해 하고 있는건가.' 저는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분은 아직도 한겨레 법조팀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고 지금의 검찰 수사 속보를 진두지휘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도 상당히 걱정스럽게 한겨레 법조팀의 기사를 관찰하고 있습니다.
후배 여러분. 정권 바꿨으니 민주화돠었고 검찰 권력이 이전만 못하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됩니다. 저들은 수사와 기소권, 정보를 독점하며 여전히 장막 뒤에서 각종 정치를 하고 있는 집단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어쩌면 이번 편집국장단의 신중한 태도는 조국 후보자를 옹호하려고 해서가 아니라, 검찰의 얄팍한 정치적 계산에 말려들지않기 위한 고도의 신중함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의혹은 당연히 보도해야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봐야 합니다. 조국 하나만을 쫓다가 정작 우리 사회에 꼭 짚어야 할 사회문제를 지난 2주간 지면에서 놓치지는 않았는지요. 조국 후보자만이 우리 사회의 중요뉴스가 결코 아닌데, 뉴스가 너무 과잉 생산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는지요. 한가지 예로,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회씨의 투쟁을 한겨레가 얼마나 열심히 보도하고 있는지 한번 돌이켜보시면 어떤가 합니다.
저널리스트의 의무는 당연히 권력 감시입니다. 그러나 조국만이 권력입니까. 조국에 대한 감시와 검증만큼 중요한게 검찰 권력입니다. 그것에 대해 최근 한겨레 법조팀은 얼마나 자주 기사를 썼습니까. 몇개월전 한겨레 법조팀이 '경찰 개혁' 기사를 쓰는 걸 봤습니다. 검찰 감시하라고 검찰청에 보내놓은 기자들이, 검찰 개혁 기사가 아닌 경찰 개혁 기사를 쓰는 걸 보고 저는 좀 이상징후를 느꼈습니다. 검찰의 시각에 빠져서 또 저러고 있나 상당히 우려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들이 제게 '요즘 한겨레 법조팀 기사가 다시 왜 저러냐'고 문의해왔습니다. 저는 이 교수들이 아마 저와 비슷한 이상징후를 한겨레 지면에서 느낀거 같았습니다.
중립은 중요합니다. 후보자 검증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한쪽으로 확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가운데 서는 것은, '헛똑똑이 중립'입니다. 기운 권력을 이미 갖고 있는 쪽을 결과적으로 돕는 길입니다. 중립이라는 저널리즘적 가치를 얄팍하게 이용해먹는 권력자들을 늘 경계해야 합니다.
중용은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것을 바로잡는 것을 말합니다. 특정 정파에 편을 들라는게 결코 아닙니다.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다투고 있는 여러 힘들의 얽히고 섥힘을 읽고 어느 정도 위치에 서서 보도를 해야 할지 잘 판단하라는 말입니다. 한국 사회처럼 '겉치레 민주주의'만 간신히 확보한 곳에서는, 기자들이 중립과 중용의 가치를 세련되게 잘 가공해 사용해야 합니다.
조국 후보자 검증 보도에 신중하라는 국장단의 지시를 두고, 국장단더러 편집국을 떠나라는 주장이 나오기에 너무나 성급하고 뭔가 좀 대단히 저널리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거 아닌가 싶어, 이 글을 공개적으로 드립니다.
저는 안타까운 사건으로 지금의 한겨레 간부들과는 적이 되어 나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제가 이런 글을 남기는 것에 다른 오해는 없길 바랍니다. 그저 한겨레가 잘 발전하기를 바라며, 한겨레 바깥에서 여러분을 도울 생각뿐입니다.
젊은 기자들일수록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그 자유로운 정신이 바른 기사를 씁니다. 그러나 또한 설익은 판단으로 그 자유로운 정신에 독을 묻힐 때도 있습니다. 제가 젊은 시절 자주 범했던 오류입니다. 부디 저같은 오류는 범하지 마시길 바라고 한겨레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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