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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3일 금요일

2020 주목받을 책/ 문화일보 엄주엽 기자

2020 주목받을 책
 
독자들은 새해에 한강을 위시해 김언수, 박상영 등 고대하던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잇달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에도 공정에 대한 담론과 페미니즘과 소수자에 대한 관심, 생각의 깊이를 더해 세상을 읽어낼 도구로서의 인문·교양 분야 책들이 출판을 기다리고 있다. 주요 출판사들이 올 한 해 준비 중인 책들을 미리 알아보았다.
 
한강, 4년만의 신작소설김언수 빅 아이도 기대작
 
기다렸던 작가들 = 2016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고, 2018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4년 만의 신작 소설이 나온다. 문학동네는 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작별’, 2019년 겨울부터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를 시작한 작별하지 않는다등 세 작품을 3부작으로 묶어 상반기 중 펴낸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반응이 뜨거운 작가 김언수뜨거운 피이후 4년 만에 내놓는 신작 장편소설 빅 아이도 기대작이다. 19701980년대 원양어업을 둘러싼 암투와 인간군상을 다룬 장편으로, 3월 문을 여는 장편 연재 전문 플랫폼 웹진 문학동네에서 연재 후 하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김 작가는 대표작 설계자들이 전 세계 20여 개국으로 번역되고 미국에서 1억 원이 넘는 선인세로 계약됐으며, 국내 작가 최초로 프랑스 추리문학대상 후보에 오른 작가다. ‘젊은작가상을 지난 2년 연속 수상했고,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계속 이름을 올리는 등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일약 한국문학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자리잡은 박상영의 첫 번째 장편소설도 하반기에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2016 동인문학상의 권여선4년 만에 소설집을, 오랜 침묵의 한국문학 대표주자 김연수7년 만에 백석의 삶과 문학을 다룬 연작소설로 돌아온다. 신형철은 두 번째 평론집을 문학동네에서 준비 중이다.
 
해냄출판사는 지난해 조정래 작가의 장편 천 년의 질문에 이어 산문집 독자와의 대화’(가제)를 준비 중이다. 등단 50주년을 맞이하는 조 작가가 독자들의 궁금증에 답변하는 형식의 에세이다. 시인 최영미의 산문집과 작가이자 평론가인 정여울 산문집 월든으로 가는 길’(가제), 소설가 최민석40일간의 남미일주 산문집도 나온다. 공지영의 장편소설 먼바다성석제의 신작 장편소설도 독자들의 기대작이다.
 
해외문학에서는 문학동네가 작은 것들의 신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아룬다티 로이20년 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지복의 성자’, 2009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속작인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다시, 올리브’, 스티븐 킹욕망을 파는 집’(가제) 등을, 김영사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의 여왕 미야베 미유키세상의 봄’(2),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로 사랑받는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빛의 개를 준비 중이다.
 
열린책들은 르네상스적 지식인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에세이집 파페 사탄 알레페’,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의 작가 존 르카레스파이의 유산과 그의 후기 대표작 중의 하나로 필립 로스가 전후 최대 영국 소설이라고 격찬한 완벽한 스파이도 올해 출간한다.
 
피케티 후속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상반기 출간
 
공정’ ‘페미니즘’ ‘소수자에 이어지는 관심 = 2010년대 가장 주목받은 책으로 선정된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오른쪽 사진)의 후속작인 자본과 이데올로기’(문학동네)가 상반기 출간된다. 현대 사회의 불평등은 어디에서 기원하여 지금에 이르렀는가를 파헤치는 피케티의 또 하나 역작으로, 치밀하고 실증적인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현대 정치에 대해 비판하며 새롭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담한 제안이 담겼다.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매슈 잭슨(왼쪽)휴먼네트워크의 진실’(바다출판사)은 울타리 안과 밖으로 분열하고 있는 한국을 포함한 지구촌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네트워크 이론으로 분석하며 이 문제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기회와 정보가 불균형하게 확산되며 네트워크의 분열이 야기되는 위험한 상황을 경고한다.
 
국가부도-은행의 거짓말이 빚어내는 슬픈 희극’(궁리출판사)번역전쟁에서 다원주의, 포퓰리즘, 민영화, 인턴 등 진보·보수 할 것 없이 한국 사회 전체가 오역하기 쉬운 키워드들을 다루었던 이희재의 신작이다. 미국과 영국 등 각국 금융의 역사를 되짚으며, 미국의 민간 연방준비은행과 영국의 민간 잉글랜드은행이 어떻게 나라를 국가부도의 상태에 빠지게 했는지, 또한 1997년 한국이 당한 국가부도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을 쓴 지체장애 1급의 장애학 연구자이자 변호사 김원영,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소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의 과학소설(SF) 소설가이자 청각장애를 가진 김초엽이 만나는 사이보그가 되다’(사계절출판사)는 올해 단연 이목을 끌 새로운 작업으로 평가할 만하다.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신체를 보는 관점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장애인의 존재는 어떻게 새롭게 규정될 것인가 등에 대해 서로 다른 장애 경험을 지닌 두 저자가 각자의 생각을 펼쳐 나간다.
 
멀리사 에임스와 세라 버콘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한울엠플러스)페미니즘적 미디어 해독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책이다. 대중문화, 특히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에서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주입하고 전형에서 벗어난 여성을 비난하고 위협하는 데 대해 그 모순을 지적하고 때로는 해학적으로 풀어내며 새로운 여성의 이미지를 창조할 것을 제안한다. 또 한울엠플러스는 4·16기억저장소와 함께 ‘4·16 구술증언록-그날을 말하다를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가족 87, 잠수사 4, 동거차도 어민 3, 유가족 공동체 단체 6권 등 100권으로 구성될 이 증언록은 지난해 150권에 이어 올해 안에 250권을 펴낼 예정이다. 출판의 주요 역할 중 하나인 기록분야의 올해 역작이 될듯하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적실한 페미니즘 교과서 진화하는 페미니즘’(휴머니스트)도 상반기에 출간된다.
 
스피노자 전집·자연 에세이 등 인문·과학서 잇따라
 
생각의 깊이와 예술적 안목을 위한= 올해에도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생각의 깊이와 삶의 풍요를 더해주는 인문·예술서, 출판의 주류로 진입한 과학서의 출간은 주목할 만하다. 그린비출판사는 니체, 프로이트, 마르크스 등 탈근대적인 사상가들의 선구자이며, 들뢰즈가 철학자들의 그리스도라고 부른 스피노자 전집을 준비 중이다. 박기순 충북대 철학과 교수의 에티카’, 진태원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교수의 정치론’, 김은주 부경대 철학과 교수의 신학정치론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출판사 아날로그(글담)는 프린스턴대 출판부에서 펴낸 현대인을 위한 고대의 지혜시리즈를 번역 출간한다. 세네카, 에픽테토스, 키케로 등 고대 철학자들의 글과 생각을 프린스턴대 교수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현암사가 준비 중인 메리 매콜리프예술가들의 파리 시리즈는 근대 예술이 만개한 19세기 말 20세기 초 파리를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 세 권으로 구성됐다. ‘벨 에포크, 아름다운 시대: 마네와 모네, 졸라, 에펠, 드뷔시와 친구들 1871-1900’ ‘새로운 세기의 예술가들: 피카소, 프루스트, 스트라빈스키, 퀴리와 친구들 1900-1918’ ‘파리는 언제나 축제: 헤밍웨이, 샤넬, 콕토, 르코르뷔지에와 친구들 1918-1929’ 등이다.
 
오늘의 독자를 위한 어제의 문장(유유출판사)은 최초의 인문주의자 페트라르카, 르네상스 최대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뮈스, 프랑스 르네상스기를 대표하는 철학자 몽테뉴 등 고전의 기반을 닦은 철학자들의 글 중 아직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명문을 엮어 구성한 시리즈다. 궁리출판사는 천재 만화가 래리 고닉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재미있고 새로운 생물학 안내서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생물학과 우리 시대 최고의 자연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과학자의 탐구 열정과 시인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매혹적인 자연 에세이 내 숲의 나무들’,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인 김홍표과학의 시선등 과학서를 준비 중이다.
 
윤송이·윌런 실용서 기대
 
화제의 저자스펙 업경제·실용서 =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 엔씨소프트의 윤송이 사장의 웃는땅콩 이야기’(가제, 마음산책)도 화제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웃는땅콩은 엔씨소프트의 사내 어린이집으로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회자된다. 기업에서 직원의 육아를 같이 고민하는 문제에서 출발해 직접 개발한 커리큘럼 시스템까지, 출산과 육아가 개인과 여성의 문제가 아니며 새로운 시대의 국가, 사회와 기업이 눈을 돌려야 할 가치라는 당연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들려준다.
 
메가폰 든 자객’ ‘퇴진 요정등으로 불리며 요즘 최고 인기강사로 떠오른 김민식 PD나는 질 때마다 이기는 법을 배웠다’(푸른숲)도 기대를 모은다.
 
물리학자 출신 기업가인 사피 바칼이 기업의 영원한 숙제인 혁신과 성장의 비결을 조직문화라는 전통적인 접근법을 배제하고 상전이상분리’ ‘동적균형같은 물리학의 개념을 차용해서 설명하는 룬샷’(loonshots·가제, 흐름출판)은 출간 직후 빌 게이츠, 수전 케인, 대니얼 핑크 등 세계적인 석학과 기업가의 찬사를 끌어낸 화제의 책이다.
 
벌거벗은 경제학의 저자 찰스 윌런의 신작 돈의 정석’(도서출판 부키)은 다채로운 세계 화폐정책과 화폐역사에 대한 지식을 통해 화폐 시스템이 이상적인 상황에서 작동해야 하는 이유,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화폐 비유동성과 같은 경제 현상에 대한 강한 통찰을 제공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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