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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8일 월요일

오월평화페스티벌 민주·인권·평화 선언문

오월평화페스티벌 민주·인권·평화 선언문

온나라 온세계로 5·18 나라 ON세계로 5·18
 
40년 전 오늘 광주는 계엄군에 맞서 학생과 노동자, 회사원, 점원 등으로 구성된 시민군들이 있었습니다. 시민군들을 위해 부녀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주먹밥을 만들었습니다. 광주 시내 모든 병원은 속출하는 시민군 부상자들을 돕기 위해 헌혈을 마다않는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시민군이 자력으로 전남도청을 사수한 521일부터 26일까지의 7일 동안, 광주는 해방구로서 자치공동체가 실현됐고, 전남도청 분수대에서는 매일 '시민궐기대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시민궐기대회의 발언권에는 아무런 제한과 제약을 두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라는 지극히 당연한 권리를 찾는 길은 무장 항쟁도 불사할 만큼 너무도 험난했지만 40년 전 오늘의 광주시민들은 그 속에서도 궁극적인 평화를 지향했습니다.
 
2016년 늦가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은 일련의 봉화처럼 전국으로 급속도로 번져나가 매섭고 혹독한 겨울을 뜨겁고 환하게 밝혔습니다. 아이와 아버지가, 그리고 조부모와 대학생 손녀가 촛불을 들지 않은 다른 손을 마주 잡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돌아가는 그들 손에는 거리를 치운 흔적들이 고스란히 들려있었습니다.
 
2020년을 시작하는 겨울 우리에게는 또 한 번의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위기는 특히 대구·경북 지역에서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성숙한 시민의식과 의료진들의 헌신, 그리고 온 국민의 성원과 단결력은 위기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40년 전 주먹밥을 만들던 광주의 부녀자들은 이번에는 대구로 보낼 마스크를 만들기 위해 재봉틀을 돌렸고, 한 가정의 가장인 광주의 구급요원은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행을 자원했습니다.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힘겹게 모았을 백만 원을 삐뚤빼뚤하지만 정성들여 쓴 편지와 함께 선뜻 기탁했고, 아이들은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았을 저금통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지난했던 시련을 이겨내고 비온 뒤의 더욱 단단해진 대지 위에서 찬란한 5월의 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은 "모든 인류의 존엄성과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전 세계의 자유, 정의, 평화의 기초"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신장이 평화의 밑거름이고 평화는 다시 민주주의와 인권을 공고히 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발전의 보편적인 철학이기도 합니다.
 
민주 · 인권 · 평화를 위해 40년 전 광주의 시민군들과 부녀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몸소 보여준 실천들은 "온 세상이 평화롭게 함께 번영"하기를 바라는 '대동(大同)정신'의 또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숭고한 업적들은 20115·18민주화운동 관련 자료들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됨으로써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40주년을 맞이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지금도 '민주 · 인권 · 평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부당한 압력과 폭력에 항거하며 전 세계 각지에서 투쟁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민주 · 인권 · 평화가 궤를 같이하며 서서히 전진하듯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수많은 항쟁의 역사가 서로 추동하여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4·3특별법 제정이라는 존엄성 속에는 19473·1절 발포사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대규모 민·관 총파업을 일군 제주도민의 당당한 기백이 서려 있습니다.
 
1960228일 독재에 항거하여 대구시에서 일어난 2·28학생의거는 창원·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된 3·15의거의 활시위를 당겼고, 이어 4·19혁명의 뜨거운 외침이 장기 독재의 막을 내리게 했습니다. 다시 시작된 유신체제의 철폐를 위해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는 부마민주항쟁이 촉발됐고, 이를 도화선으로 시작된 1980년 서울의 봄은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은 대통령 직선제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한 19876월 항쟁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0년 뒤 우리는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촛불을 들고 평화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지금, 40주년을 맞이한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은 이제 광주를 구심점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세대의 민주 · 인권 · 평화를 위한 당면한 과제이자,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앞장서서 5·18민주화운동 40년을 기념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민주 · 인권 · 평화의 길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합니다. 그것은 40년 전 광주의 시민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고 쟁취하려던 결실이었고, 4년 전 전국 각지의 광장에서 밝혀진 수백만의 촛불이 하나 돼 비추려던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 모두가 불필요한 지역감정이나 이념갈등에 매몰되지 않게 하는 해법이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차별을 몰아내는 지름길입니다. 그것은 평범한 한 가장의 안전한 귀갓길의 등불이며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이웃을 위한 든든한 울타리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저금통에 동전을 넣으며 두 손 모아 기원하는 소박한 꿈을 실현시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불의에 항거하며 치켜들었던 손, 주먹밥을 만들어가던 손, 헌혈을 위해 걷어 올렸던 손, 촛불을 들어 올렸던 손, 험지 행을 자원하며 번쩍 들었던 손, 마스크를 기워가던 손, 기부편지를 건네고 쑥스러워 내젓던 손, 저금통을 건네던 작지만 거룩하고 아름다운 그 손들을 잊지 않기 위해 함께 다시 마주 잡고 민주 · 인권 · 평화의 새 시대를 만들어갈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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