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2023년 5월 1일 월요일

강진국(姜辰國), 농촌문고경영론 그 필요와 방법에 대하야(2), 동아일보, 1937년 10월 16일 기사(칼럼/논단)

농촌문고경영론 그 필요와 방법에 대하야(2)

강진국

 

이리하야 문고는(도서관) 종래 도서를 저장하고 입관자에게 그의 요구에 응하야 일정한 장서를 열람시킴으로써 그의 본무로 삼어왓다. 그러나 도서관이 사회교육적 사업의 시설인 이상 언제까지 관내열람사업(館內閱覽事業)에만 고집할 수 없는 일이엇다. 소극적으로 도서관에로 오는 열람자를 기대려서 그 직능을 발휘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 입장에서 도서관에로 오지 못하는 사람을 위하야 또 도서관내(圖書館內)에서만 독서할 수 없는 인사를 위하야 도서관의 관외대출(館外帶出 *편집자 주석: 대출의 한자를 帶出이라고 쓰고 있다. ‘貸出의 오기일까?)을 시행하고 혹은 순회문고(巡廻文庫)를 실시하야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려고 노력하고 잇다. 나치쓰 치하의 독일도서관은 서적을 만재한 하차(荷車)를 농촌에 운반하야 북()을 처가며 도서를 선전 배포하고 농민의 독서를 권유지도한다 하며 오카야마시립도서관(岡山市立圖書館)은 시민에게 독서할 기회를 만들기 위하야 수시적소(隨時適所)에 이동문고(移動文庫) 내지 출장문고(出張文庫)를 설치하고 그들의 독서를 선전 권유하고 잇다 한다. 예하면 하기에는 임간 혹은 해수욕장에, 출장문고를 배설하고 평상시에는 시내의 병원, 이발소 기타 시민의 빈번히 출입하는 처소 등의 대합석에 이동문고를 설치하야 그들이 기대(期待)리는 시간을 이용하야 독서하게 하는 등의, 시민의 독서열과 취미 향상을 위하야 노력하는 등 경영형태도 잇다. 이것이 도서관의 동경하는 본질적 이론으로써 도서의 금일의 정의를 만들려고 하고 잇다. 그러나 나는 이것만으로 도서관의 본질의 전부를 설명하엿다 할 수 없으며 또 그의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경영본체를 이행하엿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하는 바이니 왜 그러냐 하면 그 이유는 이러하다. 

사회문화의 향상과 발전이 기록에 의존하는 한 그것은 오로지 도서(圖書)를 통하고야 기대될 수 잇으며, 도서가 문명의 심장으로서의 역할을 가지는 한 도서관도 사회문화기구의 중심기관으로서의 지위를 보지할 것은 사리당연한 귀결이라 안흘 수 없다. 이 지위 우에 기반을 세울 도서관은 결코 학교나 기타 시설에 부종적(附從的)으로 건설될 것이 아니오 그 자체의 본질적 목적과 사명에 인하야 사회문화기관의 중심적 주력 기관으로써 독특한 지반 우에 확립의존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 것이 금일에 이르기까지 학교 기타 인적 집단기관에 종속하야 시설되거나 설혹 독립적 건설인 공공도서관(公共圖書館)이 되어 보아도 결국은 전자의 보조 내지 조장기관으로서의 소극적 지각(地殼) 속에 움츠러저 잇는 상태이니 이것은 전자가 활동적인 인적집단임에 비하야 후자가 주로 정적인 물적 집단기관에서 발달된 관계상, 사물의 피상적 관찰을 앞세움을 상식으로 하는 세인의 항정(恒情)에 매끼어 그 본질적 추궁이 없이 동정(動靜)의 형태 그대로의 외관이 정의한 대로 도서관으로 하여금 지금까지 그 본질에 배치된 소극적 현상과 관념의 고갑(固甲) 속에서 억매여 헤매고 잇도록 함이라 하겟다.

이 본질상으로 본 도서관과 아울러 사회교육기관으로서의 도서관의 목적과 사명을 재고하여 볼진대 금일까지의 도서관 경영 상태는 사회교육적 의의를 반분도 답습치 못한 채 서상한 소극적 관념의 잔해에서 머못거리고 잇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에서 말한 바와 같이 도서가 문화의 심장이고 혈액의 작용을 하는 이상 도서관은 사회문화의 중심기관이오 또 문화교육의 주력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타면 학교 등속의 추종을 허락지 안흘만치 중요한 주력적 교육기관이 되어야 할지며 또 교육적 의의와 그 효과적 가치로 본다더래도 일정히 국한된 소수의 학도를 양성하기 위하야 거대한 비용과 희생을 내는 학교교육보다도 그리큰 비용과 희생을 요치 안고도 부정(不定)한 다수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잇는 도서관교육이 중차대함은 여기서 노노(呶呶)히 설명할 필요가 없으리만치 명백한 사실이나 세인의 거의 전반은 물론이거니와 상당한 식자간에도 아직 그 피상적 관념을 떠나지 못한 양()이 잇으므로 여기서 잠간 수어의 변증을 시()하는 바이다. 학교교육은 요컨대 불구교육(不具敎育)이다. 일정한 연한을 마치고 교문을 떠나는 날에는 동창회 회원이라는 미약한 연락을 남기는 이외에 하등의 교육적 연쇄를 가지지 못하고 나오는 것이다. 비록 연구를 계속하고 싶은 열의가 잇더래도 특수사정 이외에는 실험실을 구할 길이 없으며 또 지도받을 곳이 없으니 모처럼 타올어든 연구심도 저절로 소절(消折)되고 말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학교의 재적생인 소수특권자를 위하야 거만(巨萬)의 비용으로 실험실의 부설을 주저치 안흐며 그들의 참고문헌을 비치하기 때문에 막대한 서적비(書籍費)를 애석(哀惜)치 안는다. 그러나 그의 활용을 생각할 때 용두사미의 결과를 상기케 하나니 이것은 결코 나혼자의 억단(臆斷)이 아니다. 구입하여둔 고가 도서는 장서로써 등록수속된 채로 학교서고(學校書庫)에게 사장되어 잇음이 비십비맥이오 거자를 들인 실험기는 녹난 채로 실험실 한 구석이나 창고 속에서 묵히고 잇는 것이 상례다. 비록 그것이 교내에서 유용히 활용된다 하더래도 사회인에게 하등의 이익을 주지 못하니 그에 대한 사회인의 태도도 매우 냉정하며 때로는 원성까지도 가끔 듣는 바 잇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