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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9일 금요일

[우리동네 랜드마크 모두의 도서관] 도시의 역사 담은 도서관 … 기억을 품고 세대를 잇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공립도서관(2024. 11.20)

 네덜란드 로테르담 공립도서관

2차 세계대전 후 폐허서 재탄생한 ‘건축도시’
큐브하우스 등 유명 건축물과 한 광장에 자리
지역 사람들 이야기 ‘스토리 오브 시티’ 눈길
로테르담 출신 에라스무스 관련 체험프로 진행
재건 때 발굴된 800년 된 배 전시…역사 자료로
국적 170개국 이민자 도시…정착 프로그램 심혈

네덜란드 제2의 도시 로테르담은 폐허에서 재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0년 독일군의 폭격으로 도시 대부분은 파괴됐고, 로테르담 재건을 위한 마스터 플랜을 통해 ‘새로운 도시’가 만들어졌다.

로테르담은 ‘건축의 도시’로 꼽힌다. 로테르담의 관문, 중앙역에 도착하는 순간 만나는 첫 건축물이 그 위상을 제대로 보여준다. 벤섬 크로웰이 설계한 로테르담 중앙역사는 도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다. 역에서 출발해 시가지 곳곳에서 만나는 독특한 건축물들 역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로테르담 공립도서관(de Bibliotheek Rotterdam)은 도시를 상징하는 건물들이 즐비한 곳에 자리잡고 있다. 피트 블롬이 설계한 독특한 형태의 주거 시설 ‘큐브 하우스’를 비롯해 마치 세워둔 연필을 연상시키는 ‘펜슬빌딩’, 현지인은 물론이고 관광객들의 방문 일순위로 꼽히는 ‘마켓홀’ 등 한 번 보면 잊히지 않는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란색 파이프를 그대로 노출시킨 도서관 건물 역시 인상적이다. 도서관 유리창을 통해 큐브 하우스 등 유명 건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비영리단체인 로테르담 도서관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도서관은 접근성 좋은 곳에 위치해 있어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240만명이 다녀갔고 대출 건수는 290만건 수준이었다.

도서관은 모두 6층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위층에는 조용히 공부할 수 있는 열람실이 자리하고 있으며 각 층에는 어린이실,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는 청소년 전용 공간 등을 두었다. 책장은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낮게 설치하고 서가 사이사이, 에스컬레이터 인근 등 자연스럽게 앉아 책을 읽고 공부할 수 있는 좌석을 배치했다.

1층은 시민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대형 체스판 앞은 언제나 게임을 하는 이들로 붐비고 로비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진행된다. 방문한 날은 현직 소방관과 경찰관에 대한 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스토리 오브 시티(Story of city)’는 도서관의 핵심 프로그램이다. 로테르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고 있는지, 그들의 생각은 무엇인지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아카이빙해 영상으로 보여주는 플랫폼으로 로테르담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시민들이 자연스레 자신의 역할을 찾아보도록 하는 기획이다.

로테르담 공립도서관은 무엇보다 지역의 역사와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지 잘 보여주는 장소다. 로테르담의 명물 중 하나는 마스강을 가로질러 로테르담의 남북을 연결하는 에라스무스 다리. 도시의 상징인 다리에 에라스무스의 이름이 붙은 까닭은 그가 로테르담 출신이기 때문이다. 에라스무스 대학 역시 로테르담 최고의 대학으로 꼽힌다.

친필 편지 4통 등 에라스무스 관련 5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도서관은 세계사를 대표하는 인문학자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무스(1466~1536)의 사상을 연구하고 현대에 계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3층에 자리한 ‘에라스무스 익스피리언스(ERASMUS EXPERIENCE)’ 공간은 이용자들이 흥미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자료를 통해 에라스무스의 정신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주 대상자들이지만 시니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안내를 맡은 이네크 반 더 크라머씨는 “에라스무스의 철학을 나누고 공유하는 프로그램으로 재미있게 구성한 자료들을 통해 에라스무스의 사상 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며 “특히 시니어들의 참여는 세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이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관련, 연령대별로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세대가 모여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연스레 세대 간 사고의 차이를 알 수 있고, 공동체 의식도 생긴다는 설명이다.

서가에 전시된 낡은 배도 눈길을 끌었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나무 배는 1200년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유산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재건할 당시 발굴된 것으로 복원 후 로테르담의 역사를 상징하는 중요한 교육 자료로 활용중이다. 배와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담은 영상자료와 함께 벽에는 로테르담의 역사를 알려주는 일러스트를 그려두었고 학생과 주민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로 이용한다.

로테르담은 거주자의 국적만 170개국에 달하는 이민자 도시다. 도서관이 네덜란드어 교육 등 언어 관련 프로그램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다. 레벨별로 진행되는 네덜란드어 강좌, 북클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고 있으며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참여한다.

언어 교육은 읽기 등 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며 봉사자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형식으로도 운영된다. 도서관은 네덜란드어 교육과 함께 이민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사회적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자국에서 홀로 왔을 가능성이 높은 이민자들이 낯선 나라에서 살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들로, 다양한 그룹 활동을 제안한다.

도서관은 또 ‘라이브러리 앳 스쿨’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와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로테르담 공립도서관은 현재 리노베이션을 진행중이다. 오는 2025년까지 현 건물을 이용하고 약 3년 후인 2028년부터는 새 공간에서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최근 마무리된 공모 선정작은 현재의 도서관 형태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은 형태로,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장했다. 현재 1층 로비에는 새로운 도서관에 대한 청사진이 대형 책 형태로 전시돼 있다.

“도서관은 모두에게 집처럼 편안한 곳이어야합니다. 또 방문하는 사람들이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많은 것을 배우며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장소이기에 자신이 사회 구성원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장소이기도합니다.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즐기는 게 중요합니다.”

이네크 반 더 크라머씨는 “도서관은 세대가 어우러지고, 세계가 만나는 장소”라고 말했다.

‘heel de aarde is je vaderland(온 세상이 너의 조국이다)’. 로테르담 공립도서관 외관에 적혀 있는 말이다.

/글·사진=로테르담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732057200776436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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