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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17일 화요일

읽고 생각한다-독이고

어제 그러니까 2009년 3월 16일 여러 언론매체에서 경희대 한의과대학이 올 신입생들에게 '독이고'라는 이름이 붙은 독서노트를 나누어주고, 추천된 고전 20권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했다는 것을 보도했다. 최승훈 학장은 "여러분이 독서를 통해 읽고 생각하면서 살았으면 한다"며 "새 독서프로그램이 여러분과 단과대 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고, 조인원 총장도 "다양한 분야의 독서는 학문 간 소통에 크게 도움이 된다"며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어 한의학 발전을 이끌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신입생들이 예과 2년 동안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목록은 독서계의 화제가 될 만하다. 도대체 어떤 책들을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학생들에게 내놓은 것일까. 추천도서는 ‘금강경’ ‘논어’ ‘대학’ 등의 동양고전, ‘군주론’ ‘꿈의 해석’ ‘그리스 로마신화’ 등의 서양고전, ‘과학혁명의 구조’ ‘상대성이론’ 등 자연과학서적, ‘국부론’ ‘유토피아’ ‘자유론’ 등 사회과학서적, ‘간디 자서전’ ‘이방인’ ‘토지’ 등 인문학 관련 서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경희대 한의과대학 누리집(http://omc.khu.ac.kr/)에 들어가보니 "<한의대 추천도서 100권>은 학업 역량 강화 및 한의학 관련 소양 집중 배양에 목적이 있습니다."라고 밝히면서 100권을 소개해놓고 있다.

 
다음은 <한의대 추천도서 100권>의 목록이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책들도 있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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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문진보 黃堅(황견) 편찬 동양고전
2 관자 동양고전
3 금강경 동양고전
4 노자 동양고전
5 논어 공자 동양고전
6 대학 공자 동양고전
7 맹자 맹자 동양고전
8 법구경 동양고전
9 사기열전 사마천 동양고전
10 손자 손자 동양고전
11 여씨춘추 여불위 동양고전
12 Upanisad(우파니샤드) 동양고전
13 莊子(장자) 莊周(장주) 동양고전
14 周易(주역) 동양고전
15 中庸(중용) 子思(자사) 동양고전
16 天符經(천부경) 동양고전
17 淮南子(회남자) ..安(유안) 동양고전
18 “國富論(The Wealth of Nations: 국부론), 1776 Adam Smith 사회과학
19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사회과학
20 당신들의 대한민국 박노자 사회과학
21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다치바나 다카시 사회과학
22 로마인 이야기 시오노 나나미 사회과학
23 “The Clash of Civilizations and the Remaking of World Order (문명의 충돌), 1996” Samuel Huntington 사회과학
24 “Cows, Pigs, Wars and Witches: The Riddles of Culture (문화의 수수께끼), 1982” Marvin Harris 사회과학
25 “Democracy and Education (민주주의와 교육), 1916” John Dewey 사회과학
26 “Revolutionary Wealth (富의 미래), 2006” Alvin Toffler 사회과학
27 실크로드 문명기행 정수일 사회과학
28 “The Persian Wars (역사), BC 440” Herodotus 사회과학
29 “Ancient Futures: Learning from Ladakh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1992” Helena Norberg Hodge 사회과학
30 “La Faim Dans le Monde Expliquee a Mon Fils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1999” Jean Ziegler 사회과학

31 “Utopia, 1516” Thomas More 사회과학
32 “On Liberty (자유론), 1859” John Stuart Mill 사회과학
33 “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 1989” Todd Buchholz 사회과학
34 “L’ARTE DEL COMANDO (The Art of Commanding: 지도자의 조건), 2002” Francesco Alberoni 사회과학
35 “Guns, Germs, and Steel: The Fates of Human Societies (총, 균, 쇠), 1997” Jared Diamond 사회과학
36 한국 현대사 60년 서중석 사회과학
37 행동 경제학 도모노 노리오 사회과학
38 “Il principe (The Prince: 君主論), 1532” Niccolo` Machiavelli 서양고전
39 “The Age of Fable, or Stories of Gods and Heroes (그리스 로마 신화), 1855” Thomas Bulfinch 서양고전
40 “Die Traumdeutung (The Interpretation of Dreams: 꿈의 해석), 1899/1900” Sigmund Freud 서양고전
41 “Du Contrat social ou principes du droit politique
(The Social Contract, Or Principles of Political Right: 사회계약론), 1762” Jean-Jacques Rousseau 서양고전
42 “The Story of Art (서양미술사), 1950” Ernst Hans Josef Gombrich 서양고전
43 “A History of Western Philosophy And Its Connection with Political and Social
Circumstances from the Earliest Times to the Present Day (서양철학사), 1945” Bertrand Russell 서양고전
44 聖經(성경) 서양고전
45 “Histoire de la sexualite (The History of Sexuality: 性의 역사), 1976-1984” Michel Foucault 서양고전
46 (소크라테스의) Apology (변명) Plato 서양고전
47 “Kritik der reinen Vernunft (Critique of Pure Reason: 순수이성비판), 1781” Immanuel Kant 서양고전
48 “The Divine Comedy (神曲), 1308-1321” Dante Alighieri 서양고전
49 자기로부터의 혁명 1982 Jiddu Krishnamurti 서양고전
50 “Capital (자본론), 1867,1885,1894” Karl Heinrich Marx 서양고전
51 “L’evolution creatrice (Creative Evolution: 창조적 진화), 1907” Henri-Louis Bergson 서양고전 52 100가지 민족문화 상징사전 주강현 인문학
53 “(The) Fabric of the Cosmos: Space, Time,
and the Texture of Reality (우주의 구조), 2005” Brian Greene 인문학
5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인문학
55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유홍준 인문학
56 茶山文選(다산문선) 丁若鏞(정약용) 인문학
57 무의식의 분석 Carl Gustav Jung 인문학
58 미학 오디세이 진중권 인문학
59 생각의 지도 최인철 인문학
60 雪國(설국) 가와바다 야스나리 인문학
61 세계종교 둘러보기 오강남 인문학
62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인문학
63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안정효 인문학
64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인문학
65 土地(토지) 박경리 인문학
66 “Autobiography: 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 (간디 자서전), 1927” Mahatma Gandhi 인문학
67 Faust Johann Wolfgang von Goethe 인문학
68 Hamlet 1599-1601 William Shakespeare 인문학
69 Noam Chomsky - on nature and language(촘스키-자연과 언어에 관하여) 이두원 역 인문학
70 “Opening Skinner’s Box : Great Psychological Experiments of the
Twentieth Century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2004” Lauren Slater 인문학

71 “The Brothers Karamazov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881” Fyodor Dostoyevsky 인문학
72 “The Catcher in the Rye, 1951” Jerome David Salinger 인문학
73 “The Lexus and the Olive Tree, 1999” Thomas L. Friedman 인문학
74 “The Metamorphosis (변신), 1915” Franz Kafka 인문학
75 “The Stranger, The Outsider, (L’Etranger) 1942異邦人(이방인)” Albert Camus 인문학
76 “Genome, 2006” Matt Ridley 자연과학
77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 (과학혁명의 구조), 1962” Thomas Samuel Kuhn 자연과학
78 “Complications: A Surgeon’s Notes on an Imperfect Science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 2002” Atul Gawande 자연과학

79 “Our Inner Ape 내 안의 유인원, 2005” Frans de Waal 자연과학
80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링크, 2002” Albert-La’szlo’Baraba’si 자연과학
81 “면역혁명, 2003” 아보 도오루 자연과학
82 몸과 우주 유아사 야스오 자연과학

83 “Der Teil und das Ganze 부분과 전체, 1969” Werner Heisenberg 자연과학
84 “Newton Highlight (상대성이론), 2006” Albert Einstein/Newton Press 자연과학
85 “The Turning Point: Science, Society, and the Rising Culture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 1982” Fritjof Capra 자연과학
86 “Spark of genius 생각의 탄생, 2001” Robert Root-Bernstein 자연과학
87 “What is Life? and Mind and Matter 생명이란 무엇인가? 마음과 물질, 1967” Erwin Schrodinger 자연과학

88 One Renegade Cell : How Cancer Begins (1998) 세포의 반란 Robert S. Weinberg 자연과학
89 “The Nature of Space and Time 시간과 공간에 관하여, 1996” Stephen Hawking & Roger Penrose 자연과학
90 “(The)secret life of plants 식물의 정신세계,1973” Peter Tompkins & Christopher Bird 자연과학

91 “Entropy: A New World View 엔트로피, 1980” Jeremy Rifkin & Ted Howard 자연과학
92 “The Selfish Gene 이기적 유전자, 1976” Richard Dawkins 자연과학
93 The Double Helix (1968) 이중나선 James Dewey Watson 자연과학
94 Why we age? 인간은 왜 늙는가? 1999 Steven N. Austad 자연과학
95 “On the Origin of Species 종의 기원, 1859” Charles Darwin 자연과학
96 “The Science and Civilisation in China 중국의 과학과 문명, 1954-” Joseph Needham 자연과학
97 “Chaos im Universum 카오스와 코스모스, 2001” Joachim Bublath 자연과학
98 “Cosmos, 1980” Carl Edward Sagan 자연과학
99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통섭, 1998” Edward O. Wilson 자연과학
100 “iCon: Steve Jobs, the great second act
in the history of business (2005) iCon 스티브 잡스” Jeffrey Young & William Simon 자연과학


※비고:동양고전 17, 서양고전 14, 인문학 24 자연과학 25 사회과학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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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뉴스에 대하여 경향신문의 유병선 논설위원의 짤막한 칼럼.

 

원문출처: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3161814225&code=990201

 

(경향신문 2009. 03. 17) [여적]경희 한의대의 독이고(讀而考)  유병선 논설위원

 

 

요통(腰痛)은 허리가 아픈 상태다. 양방에서는 X선이나 MRI 촬영을 해 뼈나 디스크에 이상이 없다면 근육통에 대한 치료를 한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이완제나 환부에 물리치료를 처방하는 식이다. 한방(韓方)은 다르다. 환부를 손으로 짚어보고(촉진) 맥을 살핀(진맥) 뒤, 음양의 조화가 어디에서 어떻게 깨어졌는가에 따라 처방한다. 아픈 허리가 아니라 다리의 경혈(經穴)에 침을 놓아 기의 흐름을 좋아지게 하거나, 오장육부의 흩어진 조화를 되살려주는 보약을 지어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양의와 한의는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다르다.

 

한방에선 ‘양기(陽氣)가 허(虛)하다’고 진단되면, 음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양기를 보하는 치료법이 쓰여진다. 중국 고래의 음양론에 바탕을 둔 전통 한의학은 질병을 음양의 조화가 깨어진 상태로 여겨, 음양의 균형이 회복되면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의의 한 갈래인 사상의학(四像醫學)은 사람의 체질을 태양·태음·소양·소음으로 나누어 같은 병이라도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혁신 한방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음양의 조화와 기의 순환을 기본으로 삼기는 마찬가지다.

음양론의 오묘함만큼이나 한의학을 공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음양론의 ‘ㅇ’도 모른 채 서양 과학을 교육 받다가 느닷없이 한방 세계로 들어서는 한의대 학생들이 받는 문화적·철학적 단절은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음양론을 자석의 음극·양극과 같은 원리로 받아들인다면 ‘양기가 허하다’는 진단은 납득하기 어렵다. 물리적으로는 음과 양이 같이 움직이지 한쪽만 상대적으로 약해지거나 강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미적분 풀며 물리학만 배운 학생들을 여하히 음양론과 인술(仁術)의 세계로 이끌 것인가가 한의대의 고민이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이 어제 ‘추천도서 100권 선포식’을 열었다. 올 신입생들에게 ‘독이고’(讀而考, 읽고 생각한다)라는 독서노트를 나눠주고, 예과 2년 동안 추천 고전(古典) 가운데 20권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했다. 좋은 한의가 되려면 우주와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고 폭 넓은 이해를 해야 하는데, 고전 읽기만한 게 없다고 본 것이다. 동서양의 고전과 인문·과학까지 읽고 궁리(窮理)한 한의사가 진맥을 한다면 한결 믿음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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