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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8일 금요일

교과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도입 논란 4

교과부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대해서는 지난 3월부터 몇 번에 걸쳐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모임이 '바람직한독서문화를위한시민연대'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다. 2010년 6월 4일 오후 6시 30분 책사회 회의실에서는 워크숍이 있기도 했다. 이 때 찬반토론의 형식을 일부러 갖추어 이 시스템의 본질은 무엇이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를 펼쳤다. 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날 발표했던 발제문을 여기에 옮겨 놓는다. 제목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이다. 파일형태의 원고를 맨 아래에 붙여놓았다.

 

 

 

학생들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교과부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자세히 들여다보기

바람직한독서문화시민연대 워크숍 발제문

 

2010년 6월 4일(금요일) 오후 6시30분, 책사회 회의실

안찬수(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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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오늘 우리는 현임 정부 교육과학기술부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본질과 문제점에 대해 좀 더 세밀하게 논의하고, 바람직한 독서문화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1-2. 이 자리는 지난 몇 번의 논의 과정을 거쳐 마련되었습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http://reading.go.kr)’이 시행될 것이라는 소식을 접한 몇몇 독서문화 단체의 관계자들이 이 시스템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떻게 시행될 것인가, 시행될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등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3월부터 계기적으로 만나서 정보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기본적으로 공유하게 된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강고한 입시제도에 ‘독서’가 결합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 ②독서교육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우려(독서와 기록과 컴퓨터) ③‘독서교육’을 망쳐놓을 수 있다는 것 등입니다. 그 간 공유된 정보의 몇 가지 핵심적인 부분만 추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1.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과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교육과학기술부는 2009년 12월, <창의와 배려의 조화를 통한 인재 육성-창의․인성교육기본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학생이 직접 인터넷으로 각 활동 문항별로 200~500자 내로 기록, 활동과 관련된 문서, 사진 등도 파일로 첨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창의적 체험활동’의 기록 내용 속에는 자기소개서(성장과정과 가족환경, 역경 극복 사례, 지원 동기, 학업계획, 진로계획 등), 자율활동(자치·적응·행사·체험 활동과 학교 창의적 특색활동에 참가했던 경험), 진로활동(교내봉사, 지역사회봉사, 자연환경 보호 캠페인 활동), 동아리활동(독서활동 등), 봉사활동(교내봉사, 지역사회봉사, 자연환경 보호 캠페인 활동) 방과후학교 활동 기록 등과 함께 ‘독서활동’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은 학교생활기록부(NEIS)와 연계해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 자료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추후에 기업의 취업 시에도 자료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으로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함께 계속해서 학생을 따라다니게 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했던 활동내용까지 대학 입학사정관이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2-2.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과 ‘부산광역시교육청 독서교육지원시스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기본적인 모형은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http://reading.busanedu.net/)’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DLS)’의 기능을 통합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산광역시교육청(교육감 설동근)은 2010년 2월 3일 16:00에 부산대학교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부산대학교와 공동으로 연구해 온『대입전형 독서교육지원시스템 개발 및 활용방안 연구』에 대한 최종 보고회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는 부산 및 경남교육청 관계자, 고교 입학담당교사, MOU체결 19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참석하여 ①대학이 추천하는 양질의 도서 200권 선정 및 그에 대한 콘텐츠 개발(독서퀴즈 10,000 문항, 논술과제 1,000제)에 대한 결과 보고 ②독서교육지원시스템 활용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매뉴얼 개발, 독서교육지원시스템 활용 및 포트폴리오 작성 매뉴얼 개발 ③학의 특성과 여건에 따라 독서이력과 독서능력을 측정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 연구,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서 생성 관리되는 자료의 대학 입학 전형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 연구, 부산경남울산지역의 고교-대학 간의 교육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향에서의 대학입학 전형 제도 운영 방안 공동 모색하였다고 합니다. “부산광역시교육청은 학교생활기록부의 독서활동상황란 신설과 입학사정관제를 비롯한 다양한 대학입학 전형제도의 도입에 따라 2004년부터 개발 보급해 오고 있는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의 산물을 대입전형 자료로서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추천 도서의 독후활동 개발․탑재 등 콘텐츠를 강화하고,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웹화하여 시스템을 고도화하였으며, 학생 개인 문집과 대입전형 포트폴리오 생성 기능을 추가해 왔다.”

 

2009년 2월 23일 부산․울산․경남(동남권) 19개 대학과 부산광역시교육청이 글로벌 인재 양성, 공교육 정상화, 고교-대학 교육 연계성 강화를 위해 대학입학전형에 학생의 다양한 독서활동을 반영하는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선언을 하였고, '10년 대입전형에서는 14개 대학이 독서활동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반영하기로 하였다 합니다.

 

“2009년 9월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교부금을 지원받아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DLS)의 기능을 통합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구축하여 2010년 3월 전국에 일반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독서교육지원시스템 활용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3. 2010 독서교육 활성화 포럼

 

이런 일환으로 2010년 2월 4일부터 2월 5일까지 1박 2일 동안 제주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에서 교육과학기술부 독서교육 관계자 및 16개 시․도교육청 독서교육 감당 과장(장학관, 사무관) 및 장학사, 지역교육청 독서교육 담당 장학사, 시․도교육청 추천 독서교육 담당교원, 교과부 지정 학교도서관 정책연구학교 담당자 등 약 260여 명이 모여 ‘2010 독서교육 활성화 포럼’을 개최한 바 있습니다. 이 포럼에서는 사업 안내로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 지원 시스템>(이현주,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연구사) <교육과정과 연계한 독서교육 및 이력 관리>(부산 동래고의 백현옥 교사), <독서교육 장학편람 제작 안내>(대구광역시교육청의 이진희 장학사) 등이 소개되었습니다.

 

2-4.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개발․운영을 위한 선도요원 양성

 

<독서교육 및 학교도서관 활성화 방안>(2010년 3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결재)에 따라 현장 교사를 중심으로 각 시․도별 3명(16개 시․도 * 3명=48명)과 초․중등 사서교사 각 1명(2명), 시․도 교육청 DLS 업무 담당자 1명으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개발 지원 및 연수를 위한 선도요원을 양성하고, 이들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운영에 대한 현장 의견 수렴 및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중앙 단위에서 연수를 총3회 실시한 뒤 시․도교육청 전달 연수를 할 예정입니다.

 

다시 말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 ‘학교도서관지원시스템(DLS)’의 기능을 통합한 것으로 아직 개발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과정이지만, 본격적인 운영을 위한 방안이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5. 교육과학기술부가 2010년 4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한 제작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면, 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2009년 9월 시스템 구축 기본 계획이 수립되었고, 2009년 12월 4일부터 개발에 착수하여, 2010년 3월말부터 시범학교가 운영되었고, 2010년 6월부터 전국적으로 배포되기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2-6. 위에서 언급한 프레젠테이션 파일을 함께 보면, 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독서인증제, 독서이력철의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예를 들어, 독서퀴즈개발도서(독후활동 후 독서퀴즈를 풀어 봄으로써 독후활동에 흥미를 주고 독서 동기유발의 목적으로 개발된 퀴즈도서목록)이 있고, 독서퀴즈는 “하루에 2번까지 도전 가능하며 초등학생은 10문항에서 6개, 중ㆍ고등학생은 30문항에서 18개를 맞히면 통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추천도서’가 있어서 “독서퀴즈 20문항 중 10개를 통과하면 주제어에 따른 독후활동을 할 수 있다”고 해놓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학교추천도서가 있어서 “교사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읽히고 독후활동을 권장할 수 있도록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추천도서를 선정할 수 있다”고 해놓았습니다.

 

또한, ‘나의 독후활동 보기’라는 메뉴 설명을 보면, “마이페이지에서는 나의 독후활동 이력을 볼 수 있다. 독후활동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도 볼 수 있다.이력 관리된 독후활동은 대입전형 포트폴리오, 나의 문집 등으로 가공해서 활용된다”고 설명해놓고 있습니다. ‘학생별 독서활동현황’이라는 메뉴에서는 “기간별로 학생 독후활동을 별점과 독후활동 추천 등 개인통계를 본다. 또한 학생의 독후이력을 볼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2-7.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과 어떤 차이가 있는가.

 

가장 큰 결정적인 차이점은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서는 ’독수활동서지정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NEIS학생정보와 연계되어 있지 않았으나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독후활동서지정보‘가 포함되어 있고, NEIS학생정보와 연계된다는 점입니다.

 

3-0. 지금까지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이 시스템의 본질과 문제점에 대해서 몇 가지 주요한 논점과 의제를 제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3-1. 입시 위주의 교육과 독서교육--강제성과 자율성

 

첫 번째 논점이자 의제는 바로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라고 할 수 있는 입시의 문제와 연관된 것입니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대학입시라는 지상과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다고 평가될 정도로 입시 위주의 교육은 큰 문제인데, 이러한 입시 위주의 교육과 독서교육이 연계됨으로써 또 다른 병폐가 파생되지 않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이 문제는, 지금까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그래도 영역 밖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독서활동’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결과 입시 영역으로 포함되는 큰 변화의 과정을 겪을 터인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책읽기‘를 ’입시‘와 연계함으로써 학생들의 독서량이 늘어날 것이기에 ’책읽기‘와 ’입시‘의 연계를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지만, 동시에 ’책읽기‘와 ’입시‘가 연계됨으로써 학생들의 ’책읽기‘가 왜곡된 방식으로 전개되지 않겠는가라고 우려 섞인 판단을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입시와 연계된 독서의 문제는 결국 관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게 만드는 것’(강제성)이 중요한가, 아니면 ‘책을 읽고 싶도록 도와주는 것’(자율성)이 중요한가라는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3-2.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실효성 문제

두 번째 문제는 과연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라는 것이 실효성이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부산북구 금곡고(연구진: 김길영, 박은정)에 2009년 12월 1일 내놓은 <독서교육지원시스템 활용을 통한 대입전형자료 생성 방안 연구>를 검토해보면,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온라인상에서 독서활동과 교사 지도가 함께 이루어짐으로써 학생과 교사의 독서지도에 따른 번거로움을 해소할 수 있었고, 독서의 결과물이 온라인에서 누적 관리됨으로써 보관의 번거로움과 자료 유실의 우려를 불식할 수 있었다.” 혹은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활용한 독서 활동의 누적된 자료는 개인별로 대입전형 자료로 생성되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제출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사서 교사가 배정되지 않아서 도서실을 상시 개방할 수 없었고, 또한 도서관을 이용한 전문적인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전개하기가 어려웠다.”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활용하여 독서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정규교육과정에 온라인상의 독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확보가 있어야 한다.”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을 활용하여 대입전형 자료를 생성할 수 있으나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 나타난 독서 결과의 객관적 테이터에 대한 대학의 평가 문제가 여전히 마음의 짐으로 남는다”고 하였습니다.

 

다시 말해, 독서의 결과물이 온라인상에 누적됨으로써 보관의 번거로움, 자료 유실의 우려는 없애고, 대입전형 자료 생성의 편이성은 있는 장점은 있지만, 반면 시스템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대한 객관성 문제, 대학의 평가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이 연구 과정에서 행한, 독서교육지원시스템에 대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이 항목의 설문 조사도 위의 항목과 같이 1차의 결과 분석은 무의미하다. 2차에서는 질문 항목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를 순위별로 보면, '대학입시 준비 자료'가 57.9%, '독서 관심 향상'이 18.4%, '독서활동의 편이성'이 10.5%, '독서 능력 신장'이 9.7%, '수업이해도 신장'이 3.5%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본 연구학교의 주제가 대입전형자료 생성에 있으므로 이에 대한 홍보와 안내와 프로그램 제공이 가져온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겠다.”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결국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 제공하는 것은 독서에 대한 관심, 독서 활동과 독서능력 신장, 수업이해도 신장과는 거리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은 ‘독서교육’을 ‘지원’하자는 것이지 ‘독서교육’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실효성을 따질 때 두 가지 차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하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독서교육’을 전개하는 데 실효적인가, 그리고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을 통한 ‘독서교육’이 학생들의 독서 관심이나 독서활동, 독서능력 신장에 도움을 준다고 보는가 아닌가 하는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독서교육’ 그 자체는 아니더라도, ‘독서교육지원’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지난 몇 번의 논의 과정에서 ‘시스템에 의한 독서교육의 실효성’이라는 문제와 관련하여 지적된 점을 여기에 언급해놓고자 합니다. “독서교육을 어떻게 시스템으로 한다는 말인가. 책을 읽고 컴퓨터에 기록을 남긴다는 것이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또한 “이 시스템은 독서교육을 시키는 교사에는 도움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독서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분도 있었습니다. 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이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실질적인 독서교육과는 괴리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방치된 채로 무시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도 있었습니다. 또한 실효성이라는 점을 더욱 세심하게 따져 들어간다면 이 시스템을 접하게 되는 교과부, 시도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와 교사와 학생과 학부모 들의 입장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이 ‘학생 자율의 자기주도적, 장기적 독서계획 관리’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가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학생 자율’도 ‘자기주도성’도 발휘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3-3.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다양성과 획일성

 

앞서 언급한 교과부의 설명자료(프레젠테이션 파일)을 보면,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에는 ‘우리학교추천도서’라는 메뉴를 통해 “교사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읽히고 독후활동을 권장할 수 있도록 우리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추천도서를 선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추천도서’라는 것이 실질적으로 어떤 식으로 적용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전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만, 그 간 ‘추천도서’와 관련된 폐해는 꽤나 논의된 바 있고, 그 논의에 기대어 말씀드린다면, 결국 획일성과 다양성의 문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도서)은 다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매체입니다. 다양한 책이 출판․유통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화역량 증대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 서울시교육청의 추천도서 문제에서 보듯, 몇몇 도서들이 교육청이나 학교 단위에서 선정됨으로써 책의 다양성이 크게 잠식되고 훼손되면서 우리사회의 출판물이 장기적으로는 크게 왜곡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출판계에서는 이 문제를 출판문화에 대한 ‘폭력’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다른 한편, 교사들의 오랜 노력과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그래도’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확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각종 도서목록이 있으며, 그 목록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는 독서 지도의 방법을 향상시켜 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주장도 병존하고 있습니다.

 

3-4. 독서기록의 집적이라는 문제와 사교육의 대상으로 전락할 우려

 

앞서 언급한 대로,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과 연계되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 여기서 생성하게 될 포트폴리오는 학생부와 함께 지속적으로 학생을 따라다니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독서활동을 전개했던 내용은 민감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한 사람의 독서활동 기록이 집적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이 기록의 집적이 “무서운 일이다”라고 표현하신 분도 있습니다. “한 개인의 독서--읽은 책의 기록을 왜 국가에서 관리하느냐”고 지적한 분도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자신의 비교과활동 내용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어려움과 “창의적 체험활동 기록을 위해 더 많은 사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2010년 2월 22일자, 오선영 기자의 보도, ‘올해부터 비교과활동 학생이 직접 기록’)

 

교과부의 자료에는 “대학관련 입학사정관(부산대학교, 울산과학기술대학교)과의 꾸준한 협의를 통해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 대입 전형의 비교과영역에 있어서 근거자료로서의 타당성을 가질 수 있는가를 검토한 결과 앞으로 효율적인 운영 모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백현옥, 부산동래고 교사, <교육과정과 연계한 독서 교육 및 이력 관리>, 학교독서교육활성화포럼 자료 201쪽)고 말하고 있지만, 그 간 논의과정에서 그 타당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4.

오늘 이 자리는 ‘독서교육종합지원시스템’의 본질적 성격과 그 문제점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입니다.

 

그래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은 중단되어야 한다’(이덕주, <학교도서관저널> 2010년 6월호 정책칼럼 34-35쪽)고 주장하는 이덕주 선생께서 일부러 찬성 쪽의 패널로 토론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덕주 선생께서는 위의 글에서 “독서를 대학입시에 반영할 만큼 공정한 공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학입시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보건이나 급식 영역은 거의 비슷한 수준의 교육환경을 전국 모든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학교도서관은 학교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이다. 이덕주 선생은 “대학입시 반영이라는 경쟁시스템에 독서 영역을 포함하려면 독서환경이 전국적으로 비슷한 수준에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워크숍이 논의의 결말에 가서는 부정적인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긍정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어쩌면 이미 개발과정을 거친 ‘독서교육지원시스템’이라는 것을 전국화하겠다는 것은 손쉬운 발상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학생들을 ‘평생독자’가 되도록 하고, ‘생각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성찰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어려운 일일지 모른다. 오늘 이 자리가 그런 방향으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하면서 저의 발제를 마치고자 합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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