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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16일 월요일

통계청 방식과 국제 표준 방식의 차이

2011년, 그러니까 작년 연말에 아주 흥미로운 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황수경 연구위원의 연구. 연구보고서의 제목은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청년층을 중심으로'이라는 것이다.  황수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통계청 방식으로 실업률을 조사하는 것과 국제노동기구(ILO) 표준 방식으로 실업률을 조사하면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 조사하였다.

여기서 '설문구조'란 설문대상자에게 먼저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습니까?"라고 묻는 것이 아니라 "취업을 원합니까?"라고 묻는 것으로 질문의 순서를 바꾼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통계 방식에서의 '실업자'란 네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첫째는 15세 이상의 사람으로서 일할 의사와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두번째는 지난주 1시간 이상 일을 하지 않았을 것, 세번째는 지난 4주 이내에 적극적 구직활동을 했을 것, 네번째는 지난주에 일자리가 제시되었으면 취업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먼저 지난 4주 이내에 구직활동을 했는가를 물었다는 것.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 비경제활동인구(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황수경 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통계청 방식에서 국제노동기구 표준 방식으로 바꾸었더니 청년 잠재실업자가  현행은 4.8%, 대안방식은 21.2%.로 4배 이상 늘어났다. 잠재실업이란 일할 능력이나 의지는 있지만 취업 가능성이 낮다고 생각해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아주 열악한 수준의 일에 종사함으로써 사실상 실업상태나 다름없는 경우를 말한다. 그러니까 시민들에 체감하는 실업률은 바로 이러한 잠재실업자까지 고려한 것인데 비해 국가의 통계청의 실업률에서는 이러한 잠재실업자가 감추어져 왔던 것이다.

황수경(黃秀慶)의 연구 설문구조에 따른 실업 측정치의 비교: 청년층을 중심으로

관련기사 몇 가지:

(1)
연합뉴스 2011년 10월 26일 김용래 기자의 보도
"조사법 바꾸면 잠재실업률 현 방식의 4배"
한겨레 2011년 10월 26일 류이근 기자의 보도
조선비즈 2011년 10월 26일 이유경 기자의 보도
파이낸셜뉴스 2011년 10월 26일 엄민우 기자의 보도
(2)
국민일보 2011년 10월 27일자 사설
(3)
연합뉴스 2011년 10월 27일 김용래 기자의 보도
머니투데이 2011년 10월 27일 김진형 기자의 보도
(4)
단비뉴스 2011년 11월 16일 정혜정 기자의 보도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김황식 국무총리가 어제(2011년 11월 15일) 국무회의에서 “실업률을 포함한 주요 통계지표들이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보완해 달라”고 말했는데요, 어떤 배경에서 나온 발언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실업률이 낮아졌다”며 ‘고용 대박’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 장관은 며칠 전, 10월 실업률이 2.9%로 전달보다 0.1% 포인트 낮아지고 취업자수가 50만 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오자 “신세대식 표현으로 고용 대박”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취업자가 증가한 것은 50대 이상 중고령층의 저임금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고 20,30대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등 청년실업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길 하고 있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습니다. 이를 계기로 정부 실업률통계가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다시 한 번 제기됐습니다. 그래서 김 총리가 “실업률 통계가 고용현실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국민의 불신을 사지 않도록 개선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낮아진 실업률? 고용현실 반영 못한 통계치
김: 사실 그동안에도 우리나라 실업률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낮게 잡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많이 있었는데요, 얼마 전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도 그런 지적이 나왔죠?
제: 네, KDI의 황수경 연구위원이 서울지역 20대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는데요, 통계청이 현재 하고 있는 방식과 약간 다른 방식의 설문을 사용했더니 실업률이 통계청 수치보다 1.4% 포인트 높게 나오고 잠재실업률은 통계청이 집계한 4.8%의 4배 수준인 21.2%로 나타나더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잠재 실업률은 취업을 원하지만 잘 안 돼 구직활동을 한동안 포기한 사람, 취업은 했지만 임시직 등으로 불완전 취업상태인 사람 등 사실상의 실업자를 포함한 개념입니다. KDI는 현재의 통계청 조사가 지나치게 기계적이어서 일시적인 구직단념자, 불완전취업자 등을 모두 비경제활동인구로 누락시키고 있기 때문에 공식 실업률이 낮게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통계청의 실업률 조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기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제: 현재의 실업률 통계는 한 달에 한 번 3만3천 가구를 표본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만듭니다. 일단 15세 이상인 사람을 취업 의사가 있는 경제활동인구와 그렇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나눕니다. 그리고 경제활동인구 중에서 ‘지난 한 주 동안 1시간 이상 돈버는 일을 한 사람’은 취업자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합니다. 그런데 일할 의사는 있지만 취업하지 못한 사람 중에서도 ‘지난 4주간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해서 실업자가 아닌 것으로 집계합니다. 이런 통계의 문제는 주당 1시간 이상만 일을 하면 그게 아르바이트여도 취업자로 분류되고, 사실은 실업자인데도 조사 당시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안 했다면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한두 번 있는 고시를 준비하거나 연간 몇 차례 있는 기업공채를 준비하거나, 직업훈련기관에 다니는 취업준비생이 전국적으로 60여 만 명이라고 하는데, 이들은 사실상 실업자지만 통계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힌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업률이 실제보다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업자인 취준생 60만 명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
김: 그렇다면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을 텐데, 통계청은 왜 아직까지 보완을 하지 않고 있나요.
제: 통계 실무는 통계청이 하고, 관련 정책은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데요, 두 기관의 설명은 우리나라 실업률 통계가 일단 국제노동기구(ILO)의 기준을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우리나라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어 보완할 필요성은 인정하는데, ILO에서 2013년에 잠재실업률 관련 통계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 논의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정부는 실업률 지표를 보완할 수 있는 ‘취업애로계층비율’을 내부적으로 산정하고 있지만 외부에 공표는 하지 않습니다. 취업애로계층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 인구 중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안 했어도 취업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 또 취업자로 분류된 인구 중 주 36시간 미만으로 일하면서 추가적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 등을 실업자에 포함한 개념인데요, 정부는 실업률에 대한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이유로 이 숫자의 발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김: 실업대책이 실효성 있게 이뤄지려면 우선은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보여줘야 할 텐데, 실업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빨리 보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군요.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현실을 반영한 실업률을 별도로 계산해서 발표했다는 소식도 있죠?
제: 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1일 ‘체감실업률’을 분석했습니다. 지난 9월의 체감실업률이 7.8%로 정부가 발표한 공식 실업률의 2.6배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체감실업률은 일시적 구직단념자와 일용직 아르바이트 등 불완전 고용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실업자로 분류한 통계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공식 실업률(3%초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실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이렇게 계산한 실업률은 선진국들과 크게 차이 나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9%, 유로존이 10% 수준이거든요. 국회입법조사처는 공식 실업률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처럼 다양한 보조지표를 적극 개발해서 공식통계와 함께 발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은 현재 ILO기준 실업률 외에 5~6개의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해서 실업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김: 만약 실업률 산정 기준을 바꾸게 되면 수년간의 경향(트렌드)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제: 네, 그래서 실업률 통계의 기준을 바꾸자는 것이 아니라 공식실업률 외에 몇 가지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하자는 취지입니다. 그래야 우리나라 실업의 현실을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이지요.

김: 실업률 통계 외에도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통계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은데요, 대표적으로 비정규직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 하는 통계도 당국의 발표와 민간연구소의 숫자가 많이 다르더군요.
제: 그렇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하는 비정규직 통계는 전체 취업자 중에서 기간제, 파견제, 파트타임 근로자 등의 비율을 계산합니다. 이게 지난 8월 현재 약 600만 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34.2%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등 민간연구기관들은 (통계에 안 잡히는) 사내하청근로자, 임시직 일용직 등도 포함시켜서 비정규직 비율을 계산하면 전체 취업자의 48.7%인 831만 명이 비정규직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두 숫자간에 무려 230만 명이나 차이가 나는 것이죠. 비정규직 대책이 제대로 되려면 통계청의 집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진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김: 물가통계도 소비자들이 느끼기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통계로 자주 지목되고 있죠?
제: 맞습니다. 시장바구니 들고 나가면 채소값, 생선값이 50%, 100% 뛴 경우도 많은데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지수는 고작 4~5% 상승이라고 하니 통계가 엉터리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은 소비자물가산정 대상 품목이 489개인데, 의식주와 관련된 품목이 광범위하게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것은 주로 ‘장바구니 물가’에 해당하는 40~50개 품목이죠. 장바구니 물가는 크게 변동했어도 소비자물가 품목 전체로 보면 변화가 거의 없는 것도 많이 포함되기 때문에 평균치가 낮게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조사대상 품목에 유선전화, 연탄 등 실제로 잘 쓰지 않는 것들이 꽤 포함돼 있고, 품목별 가중치가 현실에서의 중요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통계청은 5년 마다 품목을 교체하고 가중치를 조정하는데, 이게 과연 적절하게 되고 있냐 하는 논란도 있습니다.

김: 사실 통계는 모든 경제정책의 기본이고 잘못된 통계는 정책을 오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말씀하신 것처럼 잘못된 통계는 정확한 현실 파악을 방해하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엉터리로 만들어 정책 실패를 낳을 위험성이 큽니다. 따라서 각 통계가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때 중요한 전제조건은 통계기관이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갖는 것입니다. 만일 정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통계숫자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면, 정부 인사에 좌우되는 통계기관이 정확하고 정직한 발표를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기관장의 인사는 정치적 논공행상이나 관료들의 자리확보에 좌우되어선 안 되고, 그야말로 전문성과 윤리의식이 투철한 인물을 임명해야 합니다. 또 외부 전문가들의 감시와 견제가 작동할 수 있도록 통계생산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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