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22일자(목요일) <한겨레신문> 11면에 실린 한 장의 사진. 사진 밑에 있는 김태형 기자의 짤막한 보도문은 다음과 같았다.
*사진출처: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334682.html
"울산에서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해고자들의 복직을 촉구하며 울산 현대중공업 폐기물소각장 굴뚝에서 29일째 농성을 벌여 온 이영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전 수석부본부장 등 2명이 동상과 저체온증에 시달리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인 정운용씨(밑에서 두번째)가 21일 오전 의료기구를 짊어진 채 소방대원과 함께 굴뚝을 오르고 있다. 울산/김태형 기자 ogud555@hani.co.kr "
1월 20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인터넷으로 올라오는 동영상으로 '용산 참사'를 접하면서 내 마음속에서 일어나던 분노심, 자괴감, 절망감이 들끓고 있는 속에서 이 한 장의 사진은 뭐랄까, 동토에서 푸른 잎사귀를 싹틔우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고 하면, 너무 과장된 말일까? 오늘 점심 시간 때 잠시 짬을 내어 이 짤막한 보도문에 나온 이름을 검색창에 넣고 찾아보았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라고만 밝혀져 있는 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두기 위해.
먼저 '돌팔이의 블로그'(http://blog.ohmynews.com/surgery/156869).
이 블로그의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 병원에 출근을 하여 환자가 뜸한 시간에 한겨레신문을 펼쳐들었다. 11면 가운데에 굴뚝사진이 보인다. ‘강제진압으로 발생된 책임자 처벌하고 현장탄압 당장 중단하라’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굴뚝 위에는 이영도 민주노총 울산본부 전 수석부본부장(48)과 현대미포조선 노동자 김순진씨(37)가 힘없이 앉아 있고, 울산현대중공업 폐기물소각장 굴뚝을 오르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한사람은 소방대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운용이다. 사진설명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라고 적혀있다. 순간, 운용이구나! 하는 뿌듯한 마음에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형, 아우 하는 절친한 후배의사이기 때문이다."
울산시민연대에서 활동하시는 분의 블로그라고 생각되는 '정이만의 공간'(http://blog.daum.net/bluebada80/17325272?srchid=BR1http%3A%2F%2Fblog.daum.net%2Fbluebada80%2F17325272)에는 굴뚝농성 중인 이영도, 김순진 두 사람에 대해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대표, 외과의사 정운용' 씨가 작성한 검진 결과까지 올라와 있었다.
"검진을 받도록 해줬다는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님 용산사건으로 인해.. 경찰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을 보려고 하는건지.. 그들의 속내를 알 수 없다. 이영도, 김순진님께서 하루빨리 굴뚝에서 내려오셔서.. 열심히 지역노동자들을 위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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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노동자 검진 보고
작성 :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대표, 외과의사 정운용
이영도(남/46세)
활력징후- 혈압- 85 /60 mmHg, 맥박수 - 84회 / 분, 체온 - 36.1 도
과거병력- 2001년 자연성기흉으로 흉관삽입수술외 특이 사항 없음.
현 증상- 양측 발가락의 진물과 가려움증, 통증, 양측 손가락의 가려움증과 통증
전반적으로 기운이 많이 떨어져 움직이기 싫어지고 쉬는 시간이 점점 늘고 있다
소변 - 하루에 두 번, 일회 550-600ml정도의 양
대변- 지난 28일간 한번도 보지 못하다가 어제 손가락 관장해서 보았다. 통증이 있다
지난 금요일까지는 뼛속까지 추운 느낌이 심했는데, 토요일 음식이 일부제공되고 나서는 추위와 배고픔 등은 많이 좋아졌다
김순진 (남/35세)
활력징후- 혈압- 100/65 mmHg, 맥박수 -72회/분, 체온 - 36.2 도
과거병력- 특이사항 없음
현 증상- 진물이 나지는 않지만 양측 발가락과 손가락의 가려움증과 통증이 있다
기운이 많이 떨어져 움직이기 귀찮아지고 쉬는 시간 많아진 것은 같다. 그리고 머리에서 이상한 소리가 자주 들리더니 최근 더 잦아졌다.
소변- 하루 한 번만 본다, 일회 700-800ml정도의 양
대변- 지난 28일간 한번도 보지 못하다가 어제 손가락 관장해서 보았다. 통증이 있다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두 사람 다 육체적으로 체력이 떨어져 있고, 혈압과 맥박을 볼 때 영양부족과 탈수로 혈압이 조금씩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이 아직 젊고 한창나이인데도 불구하고 활력징후가 떨어져 있는 점, 또, 지난 토요일의 일부 음식공급으로 상황이 조금이나마 개선된 상태라고 추정되는 점 등으로 볼 때 이전까지 공급되었던 물과 초콜릿만으로는 너무나 부족하고 음식이 공급되어야 심각한 사태를 최소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당장 심각하지는 않지만 손발에 동상이 의심되는 상태이다. 동상은 당장 심각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병리적으로 보면 말초에 ‘혈관염’이 생기는 것으로 장기간이 되면 최악의 경우 절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문제다. 또 사지의 동상은 그 자체의 문제보다 추위에 의해 올 수 있는 전신적인 문제의 가능성을 예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다. 특히 추위와 부족한 방한으로 인해 저체온증이 발생하고, 영양상태의 결핍으로 대사성 산증이 합병되어 몸상태가 악화된다면 급격하고 치명적인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물과 초콜릿 수준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며, 최소한의 음식과 방한장비를 반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출처: '돌팔이의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surgery/156869 "지난 해 인의협 정기총회 때.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정운용 선생, 바로 뒤가 플라치도."
"사람은 누구나 똑같이 위대하고 초라할 뿐입니다."(최충언 지음, <달동네 병원에는 바다가 있다>(책으로여는세상, 2008년) 프로롤그 중에서, http://www.kma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49659에서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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